[시리즈 소설]
|||||||||||||||||||||||♥러브호텔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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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야기: 비극의 아버지와 딸
날씨는 구즐구즐 오후부터 쉬지 않고 가을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제기랄, 이놈의 날씨가 또 술생각을 하게 만드는구먼."
퇴근을 위해 양복 상의를 챙겨 입던 김과장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려 있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과장님! 퇴근 안하세요? 저희들 먼저 들어갈께요."
느그적 거리는 과장의 동작을 못 기다리겠다는 듯 여직원인 미스백
과 미스홍이 먼저 조르륵 사무실의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쯧쯧,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탈이라니까."
김과장은 다소 불쾌한 듯 그녀들이 분별없이 풍기고 간 독한 향수
냄새의 뒤를 핥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어이, 김과장! 날씨도 그런데 한잔 안 하려나?"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다가 복도에서 마주친 영업부 민부장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넸다.
"아 아닙니다. 민부장님, 오늘이 마침 마누라 생일날 이라서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김과장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능숙하게 거짓
말을 하고 있음에 놀랐다.
"아- 그래,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대머리라도 꼬셔 보는 수밖에."
대머리라 불리우는 영업2부 신과장은 나이 사십을 갓 넘긴 나이답지
않게 전직 모 대통령처럼 대머리가 일찌감치 벗어진 민부장의 유일한
술 파트너 였다.
"흥흥, 한참을 젊고 혈기 왕성할 나이를 술로 보내다니...쯧쯧 불쌍
하도다."
저만치 사라지는 민부장을 바라보며 김과장은 흘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과장의 머릿속엔 이미 오늘을 멋지고 황홀하게 보낼 훌륭
한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던 그는 잠시 집에서 바가지를 들고 용감무쌍
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는 푹 퍼진 마누라를 떠올렸다. 지금부터 추진
해야 할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일면의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시집 올 때만 하여도 예쁘다는 소리를 숱하게 듣던 그녀였
다. 그러던 것이 굴비 새끼처럼 세 딸을 줄줄이 낳아 버리더니 이제는
아예 몸매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고구마 자루처럼 푹 퍼져 버린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식욕만 왕성했으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
만 밤의 욕구는 그것 이상으로 왕성하여 늘상 김과장을 의무 방어전으
로 내몰았다.
"크~ 지겨운 놈의 마누라."
회사를 한참을 벗어나 한적한 골목에서 택시를 내린 김과장은 전에
도 두어 번은 왔을 법한 능숙한 폼으로 근처의 포장마차를 찾아 들었
다.
"어머머 김사장님 오셨네. "
자신이 꽃다운 시절부터 청상 과부 였다고 누누이 강조하던 오십대
의 포장마차 여주인이 그런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아는 채를 했다.
우연히 포장마차를 찾았던 어느날 작은 중소기업의 사장이라고 자신
을 소개했던 것인데 그녀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들은 모양 이었다.
하지만 듣기에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기실 이런 곳 아니면 언제
말년 오십 줄을 바라보는 과장이 사장님 소리를 들어보랴 만.
"그래, 김천댁은 자식도 없이 내내 혼자 살었수."
그의 단골매뉴인 소수 한 병에 골뱅이를 시켜 놓고 김과장은 형식적
인 물음을 던졌다. 머릿속에는 잠시 후의 프로젝트에 흥분해 하며 저
만치한쪽 길모퉁이에 비를맞고 서있는 `로망스'란 네온 간판을 설레이
는 마음으로 바라볼 따름 이었다.
"에그 차라리 혼자 였으면 이놈의 팔자가 이렇게 사납지나 않지.
왠수같은 자식놈 하나 때문에 녀석 대학 뒷바라지하며 이렇게 살고 있
지 않겠수."
흠. 열녀 났구먼. 잠시 그렇게 생각하던 김과장은 서둘러 소줏잔을
비웠다.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해야만 그의 목표는 100% 달성할 수 있
는 터였다.
"그래, 김사장님은 자식이 어떻게 되시우?"
김천댁이 코를 훔치며 물었다.
"나야 딸만 오지리로 셋이니 아들 하나만도 못하지. 막내가 이제야
고등학교 3학년이고 두 년이 다 대학굘 다니니.. 그럼 뭐하나. 멀쩡하
게 키워 놓으면 언제고 훌쩍 떠나면 그만인데."
"정말 맞는 말이지요. 요즘 딸 키워 봤자 소용이 없다니깐."
적당히 술이 오르자 김과장은 뚱뚱하고 자그마한 키를 흔들며 벌게
진 얼굴로 포장마차를 나왔다.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아 색색의 네온
등들이 더욱더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잠시후 이리저리 골목길을 휘두르던 김과장은 조금은 멋쩍은 얼굴
로 로망스라고 쓰여진 간판 안으로 빨려 들듯 들어갔다. 로망스는 일
종의 러브 호텔이었다.
"아 사장님 아니세요. 기다렸습니다."
이십대 중반의 보이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잠
시후 방으로 안내된 김과장은 다짜고짜로 보이의 허릿춤으로 시퍼런
만원 짜리 한 장을 찔러 넣으며 거칠게 속삭였다.
"야. 너 아까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아 김사장님도 성미도 급하셔. 금방 불러 드릴 테니 잘좀 해 주십
쇼."
주머니의 팁을 확인한 보이 녀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야야, 근데 말이다. 정말 스므살을 갓 넘긴 영계에다가 에 그 뭣이
냐. 대학생이 맞는감."
"아 그럼요. 제가 돈 받고 뭣하러 거짓말하겠습니까. 다들 알아주는
일류대에 쪽쪽 빠진 애들이에요. 요즘은 그렇게 감쪽같이 하루에 한
두껀씩 아르바이트 삼아 몸을 파는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니까요 그
래서 자기 옷도 사 입고 용돈도 하고 학비도 내고 남자 친구 밀린 하
숙비도 내주고. 요즘 애들이 얼마나 약았는데요."
"캬~ 기가 막힐 노릇이군. 여기 돈 있으니 어디 그 중에서 제일 기
가 막힌 놈으로 한번 불러 봐라."
"예, 예, 그러문입쇼."
보이가 나간 후 김과장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 옷을
훌라당 벗어 던진 채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실 김과장이 이 여관에 단골 한지도 어언 일년이 다 되어 갔다.
마누라한테 실증이 나도 벌써 날 나이였지만 말년 과장에 변변치 못한
외모 때문에 그럴싸한 바람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지내다가 우연히
알게된것이 이곳이었다. 전에는 주로 전문 콜걸들과 일부 집안이 가난
한 여성들이 낮엔 회사에 다니고 밤엔 몸을 팔았고 그 맛에 그럭저럭
회포를 풀며 지내 온 그였었다. 그러던 오늘 낮에 그 여관 보이 녀석
으로부터 정말 반가운 전화가 왔던 것이다.
"아 글쎄 말입니다. 대학생 몇년이서 그 짓을 하겠다고 찾아왔지 뭡
니까.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재발로 걸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특별히 김사장님께 전화 드린 겁니다."
"어 어 험. 그래 그래."
전화를 받으며 김과장은 떨리기까지 했다. 세상 정말 말세로다. 돈
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더러운 놈의 기집년들. 어찌됫든 좋도다. 그래
야 우리 같은 놈들도 영계 구경하며 살맛 나게 세상을 살지...
대충 뜨거운 물로 샤워를 끝마친 김과장은 흐뭇하고 흡족한 기분으
로 침대에 누워서 잠시 후의 일을 회상했다. 꼬깃꼬깃 마누라 몰래
감추어 두었던 비상금을 화대비로 모두 날렸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았
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낮게 들려
왔다.
"저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스물도 채 되지않은듯한 가녀리고 어린 목소리 였다.
"네에, 들어오시죠."
그는 다소 점잖은 목소리로 그러나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억누르
며 다가가 문을 열었다.
붉은 취침등밑에 드러난 소녀의 옆모습은 보이의 말 그대로 어리고
청초해 뵈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창피했음인지 뒤로 돌아서
서 입고 있던 옷들을 한커풀 두커플 벗어 던졌다. 불빛을 타고 인어같
이 완벽한 그녀의 나신이 마치 꿈을 꾸듯 김과장 앞으로 넘실거렸다.
"아악... 더 더는 도저히 못참겠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김과장은 방안의 불을 환하게 바꾸고는 본능
적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껴안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까무러치듯 놀란
두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잡았던 몸을 놓고 뒤로 나자빠졌다.
"앗- 아.. 아빠얏!"
"아악.. 미...미영아..."
이 참으로 우연하고도 불행한 비극의 덫에 걸린 두 부녀가 그 다음
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다.
당시 종업원의 말을 빌리면 그 김과장이란 사내는 딸이 방문을 밀치
고 도망치듯 여관을 빠져나간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줄담배를 피워 대
며 그 자릴 떠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애지중지 금지옥엽 키워 놓은 딸이 그렇게 물질 만능에 쫓겨 타락해
가고 있음에 그는 눈물을 흘렸으리라. 더군다나 자신 또한 아버지로서
의 모든 인격을 무너트린 채 그렇게 더럽고 추한 모습을 딸에게 들키
고 말았으니...
물론 이 이야기는 한때 경제 부흥을 타고 소비 문화가 만연할 무렵
인 80년대 후반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여관이나 러브 호텔에서 전화를
받고 몸을 파는 이러한콜걸(call-gell)들이 대부분단속으로 사라진 것
으로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교훈 삼아 우리들은 순간적인 성의 쾌락이나 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소중한 신체를 타락시키는 일이 얼마나 위험 천만한 일
인지를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죄를 지으면 그 결과는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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