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Rebirth (14/21)

# Rebirth

마지막으로 현지의 얼굴을 마주쳤던 그날의 오후 이후, 지훈은 현지에게 연락조차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토록 아파하는 현지를, 걱정된다는 일말의 이유때문에 더욱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처음 보는 현지의 낯선 모습에 자신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이 자신의 마음을 덮어왔지만 그 어떤 명쾌한 해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지훈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할 뿐이었다.

어디가 아프길래... 흐음....

현지 생각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지훈은, 지난밤 밤을 설친 덕에 천천히 자신을 덮쳐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둑해진 방안 침대위에 고스란히 남겨진, 

자신이 인터뷰하던 날 밤 현지가 만들어낸 혈흔의 흔적을 좀처럼 알아채리지 못하고 있는

지훈이었다.

현지에게나 지훈에게나, 그리고 현준에게나 지옥같은 시간이 차츰 흘러가고 있었다. 

현지나 지훈만큼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현지와 지훈을 염탐하듯 지켜본, 그 날 이후 

자신의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현준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지훈에게

결국 내보인 현지의 눈물은, 현준을 조금이나마 괴롭히기에 충분한 것 이었다.

자신이 지난날 현지에게 버린 행동을 나름 '정당화' 하려고 해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준이었다. 처음엔 강제로 했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쾌락을 '공유'하게 된 이후에는

일말의 죄책감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훈에 대한 사소한 복수(물론 현준에겐 사소한

의미는 아니지만)의 도구로 시작된 현지와의 관계가, 여러번의 정사 이후에 처음의 의미가 

'변질'되어버렸기 때문이리라. 최소한 이틀간의 질펀한 밤을 서로 엉켜 '즐겼을 때'에는

쾌락 이외에는 그 어떤 상념도 비집고 들어올 수 없던 현준의 틈에, 서서히 무거운 마음이

녹아들고 있었다. 

현준으로썬 이상할 만큼의 기복이 큰 감정 변화였다.

현지를 안고 있을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행동했다. 거친 말투와 행동,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능'이라는 녀석에 의해 조종되는 듯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끝나고 나면 의레 풀려났던 의식을 부여잡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현준이었다.

'역시... 나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는건가?'

지훈에게 내보인 현지의 눈물을 떠올리며, 결국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무는 현준이었다.

금요일 이후의 주말이 다 지나갈 동안 세 사람의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비록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야만 한다는 일말의 의무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준과 지훈,

그리고 현지였다.

잔인했던 시간이 흘러가고 새로운 한 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 다가왔다.

#욕심

현준과의 질펀했던 섹스 이후, 그리고 자신의 연인과 조우했던 금요일 이후 자신의 방안에서

한걸음도 내보내지 않았던 현지가 자신의 화장대 앞에 앉아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생동안 쏟아낼 눈물을 지난 주말동안 모두 쏟아낸 현지는, 지훈과 현준이 나란히 '배려아닌 배려'를

해준덕에 자신의 생각을 겨우 정리할 수 있었다.

'잃을 수 없어.'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던 현지가 자신에게 충분히 주어졌던 시간동안 겨우 얻어낸 답을

다시한번 머리속에 새겼다.

'내 자신이 더럽고 추해도 지훈이를 잃고 싶지 않아. 아니 지훈이 나를 버리는건 상관없지만...

피아노를 버리게 할 수는 없어.'

애써 생각을 정리한 현지는, 모든 것을 알게 될 지훈이 겨우 자신 때문에 그토록 아끼는 피아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었다. 지나친 자기 합리화의 발로일지도 모르지만

현지가 자신의 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현지가 지난 밤새 겨우,

그리고 아주 힘겹게 내려놓은 결론이었다.

'내가 사랑하는건 언제나 변함없이..... 지훈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한 현지가 휴대폰 액정을 열어 시간을 한번 확인한뒤

천천히 집을 나섰다.

현지야....!

현지가 대문밖을 막 나설 무렵, 포근한 목소리가 현지를 감쌌다.

!... 지... 지훈아.. 

지난 주말동안 보고싶다는 희망을 철저히 배제한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에만 신경을

쏟았던 현지로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지훈의 모습에 다시금 복잡한 감정이

치솟았다.

이제... 이제 다 나았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지훈이 현지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안부를 물어온다. 수척해 질대로 수척해진

얼굴과 자신에게 말을 걸며 천천히 뻗어오는 지훈의 가녀린 손자락을 천천히 응시하며 현지는 

경직된채 서 있었다.

지.. 지훈아 ....

이젠 좀 좋아보이네. 다행이다. 얼마나 놀랬다구. 또 힘들어 할까봐 일부러 전화같은거 못했어.

그래서 조금 괴롭긴 했는데. 그래도 이젠 ... 다행이네.

나지막한 음성이 그나마도 조금씩 공기속에서 흐려지며, 지훈은 천천히 자신의 손가락을 현지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저번처럼 또 피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이제야 현지같다.

이렇게 말하며 지훈은 참을대로 참았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그토록 참았던 눈물을

현지앞에서 쏟아냈다.

지훈아..

아무말도 할 수 없고 단지 지훈의 이름만을 나지막히 외치던 현지는, 자신의 얼굴에 느껴지는

연인의 손을 감싸안고 천천히 지훈의 품으로 안겨갔다.

미안.. 걱정 많이 했지? 나... 많이 아팠어. 너무 많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무 것도 없었어. 너무 큰 욕심이지만 이해해줘 지훈아.

이해해. 아픈걸 어떻게 해. 이해해 현지야. 다 이해해. 다 나아서 다행이야

자신의 가슴에 안겨 참회의 눈물을 쏟아내던 현지를 말없이 감싸않은 지훈은 현지의 머리에 얼굴을

뭍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만난' 현지와 지훈은 얼마간의 포옹을 뒤로하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후우

한편 지난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상황을 차 안에서 지켜보던 현준은, 가슴 깊은 곳까지

빨아드렸던 담배 한모금을 길게 뽑아내며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 이거지?

현지와 지훈의 그림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질투라고 할 수도 없고 증오라고 할 수도

없는 알 수 없는 감정이 현준의 가슴속에서 천천히 피어 올랐다.

나름 걱정되서 한숨도 안자고 아침 일찍부터 달려왔더니, 결구 이런 꼴이라니. 그나저나

김현지.

반쯤 빨아들인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다시 한모금을 깊게 빨아들인 현준이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뻔뻔하네. 클클. 뭐 내가 딱히 그런말 할 처지는 안되긴 하지만

한순간 다 빨아버린 담배의 나머지 부분을 창문밖으로 던져버린 현준이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고

신경질적으로 악셀을 꾸욱 밟았다.

주말동안 그렇게 고민하게 만든 문제에 해답을 내려줘서 고마워. 서지훈.. 그리고 김현지

얼굴에 어둠이 드리운 현준은 현지와 지훈을 앞질러 학교로 차를 몰았다.

#소리가 새어 나가면 안된다.

현지와 지훈은, 다시금 자신들에게 찾아온 행복이란 감정을 마음껏 누리며 천천히 캠퍼스를 걸어갔다.

아침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만해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괴로움에 집을 나설때까지 마음이

무거웠던 지훈이었지만, 다시 찾아들어온 현지의 맑은 미소를 보며, 지금은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만

한 가득이었다.

이따가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캠퍼스에 만개한 벗꽃을 나란히 따라걷던 지훈이 현지에게 말했다.

아 그럴까? 나도 일단 오전수업은 12시에 딱 맞춰 끝나니까. 그렇게 하자

보기좋네. 다 나아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오랜만에 다시 현질 만나는 기분이야. 아주

오랜 시간 만에

........

자신의 얼굴에 다시금 두손을 가져다대며 어루만지는 지훈에게 현지는 이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욕심인건 알지만, 절대... 절대 지훈일 놓칠 수 없어. 아니 놓치기 싫어'

그렇게 생각하며 현지는 천천히 지훈의 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럼 현지야. 이따가 시간맞춰서 전화할테니까 잘 받아. 수업열심히 듣고 이따가봐!

그래, 지훈이도 수업 열심히 들어! 집중하고 집중! 얍!

정답게 인사를 나누던 지훈이 완전히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현지는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분위기 좋네.

자신을 육체적으로 능욕했던 낯익은 음성에 화들짝 놀라며 현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현.... 현준...

큭. 주말동안 전화도 없길래 무슨 생각인건지 지켜봤더니만, 결국 내리신 결론이 이거세요?

비꼬듯 퉁명스러운 말을 내던지며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현준을 말없이 노려보는 현지였다.

그래,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니가 내 몸을 얻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덕분에 확실히 알게됐어.

내가 사랑하는 건 변함없이 지훈이다.

어느샌가 세살 연상의 현준에게 존대따윈 붙이지 않는 현지였지만, 현준에게도 현지에게도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아 그래? 그럼 내가 이걸 잠시 후에 지훈이에게 건내도 아무 상관 없겠네?

현준이 현지를 바라보며 작은 씨디 하나를, 자신의 가슴팍에서 꺼내들었다.

뭔지는 니가 더 잘 알지?

윽....

현준이 딱히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정도는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현지였다. 현지로서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말 깜박하고 잊고 있었던,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현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험'을) 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뭔지는 잘 알고 있나보네. 전화하고 싶어도 꾸욱 참으면서 어젯밤에 손수

구웠어. 내용은 뭔지 자알 알테고. 기대했던것 보다 아주 잘 나왔어. '위'랑 '아래' 모두

현준으로썬 아침이후에, 지난 주말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따윈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와 함께 쾌락에 절었던 자신의 욕망이 서서히 피어오르며, 마음속 본능이 시키는대로 현지에게

말을 내뱉는 현준이었다.

긴말 할필요 없겠네. 그럼 이따가 12시에 보는걸로!

그게 무.. 무슨?

손에 들고 있는 복사 씨디로 현지의 이마를 톡톡 치던 현준이 마지막 한 마디를 날리고 돌아서자

현지가 놀라며 현준을 붙잡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왜 내가 너를 12시에 보지 않으면....

아이 씨. 진짜. 말 길게 하기 싫다니까? 12시에 뭘 하게 될지는 그 때 가보면 알게 될 거 아냐?

그렇게 못하겠으면 말해. 지금이라도, 아니 언제든지 서지훈 그 자식에게 이걸 날려버리면 그만이니까

다시 자신을 향해 윽박지르는 현준을 보고, 현지에게 찾아왔던 행복감따위는 금새

산산히 조각나 버렸다. 

그럼 알아들은걸로. 

그렇게 말하며 현준마저 현지에게서 사라졌다. 주말동안 마음을 굳게 먹고 겨우 진정시킨 현지의

가슴이 다시한번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지훈은 현지의 밝은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주말간 자신을 억눌렀던 

무거운 짐을 자신의 곁에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잠시동안 찾아왔던 걱정과

괴로움과 그 여타의 감정들은 오전 시간내내 기쁨과 설레임과 행복으로 차츰 바뀌어갔다.

'빨리 점심이 되야 현지를 다시 만날텐다. 큭'

설레임으로 가득한 지훈이 이내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코 앞으로 다가온 콩쿨 연습을 다시금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연습실 창문 너머로 현준이 지훈의 모습을 흘겨보며 천천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소리가 새어 나가면 안된다 2

이윽고 오지 말았으면 하는 12시의 알림 소리가 현지의 귀에 들려왔고, 걱정과 근심으로 오전내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었던 현지는, 꽤 오랜만에 입게 된 듯한 자신의 무용복을 고쳐입고 멍하니 

연습실 한 복판에 서 있었다.

현지야? 어디 아퍼? 오늘 조금 이상하네? 옷도 다 안갈아입고

오전내 어디간 이상해 보이던 현지를 걱정하며 무용과 동료들이 현지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 아니.. 주말내내 아팠는데, 컨디션이 아직 다 안 올라왔나봐. 걱정하지마

아 그래? 괜찮다니 다행이네. 우리 잠깐 요기하러 나갈건데 너도 같이 나갈래?

아.. 아니 아무래도 난 연습을 조금 더 해야할 것 같아서.

에? 그래? 그래서 무용복 차림으로... 후우. 알았어. 그래도 무리는 하지마.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들이 하나 둘 연습실을 떠났다. 변명하듯 말은 그렇게 해댔지만, 12시가

다가올수록 그에 비례해서 점점 커지던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다시금 자신에게

찾아드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옷 갈아 입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현지였다.

동료들이 연습실을 모두 빠져나간 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이야. 여기가 금남(禁男)의 성역인 무용과 연습실인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방금전 끝난 무용과의 열기로 조금은 축축하게 내려앉은 연습실의 공기를

흠뻑 빨아들이며, 현준이 연습실에 발을 내딛고 있었다.

자.. 잠깐. 함부로 들어오지마.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연습실을 걸어 들어오는 현준을 놀라 제지하며 현지가 나갈것을 재촉했다.

이야.. 죽이네?

연습을 마치고 미쳐 옷을 갈아입지 못한 현지를 바라보며 현준이 감탄한 듯 소리쳤다.

현지와 마주한채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본능이란 녀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으레 평소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또다른 자신이 현준의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 했다.

아!

그제서야 자신의 옷차림을 떠올린채 발걸음을 멈춘 현지였다.

큭, 왜그래? 뭐가 부끄럽다고?

그렇게 말하던 현준이 계속해서 현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짙은 섹스를 나눌때도 그리고 그냥 평소에도 늘 한결같이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를 하늘 거리던

현지가, 지금은 대신 헤어밴드로 자신의 긴 머리를 뒤로 넘겨 고정한채 눈부시도록 예쁜

얼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땀에 조금 젖은 듯한 무용복을 입고 있는

현지의 모습은 현준으로 하여금 지난날의 격렬했던 섹스의 흥분을 기억해 내기에 너무나도

충분해 보였다.

일.. 일단 샤워 좀 하고 나올테니.. 잠깐만. 기다려.

자신을 말없이 응시하는 현준의 눈빛을 알아챈 현지가 한걸음 물러서서 현준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아니.. 그럴 순 없지.

하지만 현지의 부탁섞인 말을 단칼에 거절하는 현준이었다. 애시당초 아침까지만 해도 정오가 되면

현지를 데리고 빈 강의실이든 어디든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여신의 새로운 자태에

이미 쉬이 가라앉힐 수 없는 흥분이 녹아들 대로 녹아든 현준은 즉흥적으로 자신의 모든 계획을 

기억속에서 지웠다.

왜... 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현준을 미쳐 피할 틈도 없이, 달려와 자신을

안아버리는 현준의 품에 순식간에 안겨버리는 현지였다.

잠... 잠깐. 좋아.. 좋다고.. 하지만 제발 여기에선..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면 너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금방 끝나. 너도 이젠 잘 알잖아 그런거

현지의 몸을 으스러트릴 정도로 세게 안아대던 현준이, 현지의 목덜미에서부터 천천히 피어오르는

뜨거운 육체의 향기를 천천히 음미해 나갔다. 지난 이틀의 시간동안 죄책감에 사로잡혀 잊고있었던

쾌락의 향기를 천천히 불러 일으키던 현준은, 모든 것이 쓸데없는 잡념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도 제발. 여기는. 연습실에서는 위험해.

현준의 품에 안겨 안절부절 하지 못하던 현지가 이미 익숙해져버린 현준의 향기를 힘겹게 밀어내며

애원하듯 현준에게 말했다.

위험할 뿐인거네? 안된다는 말은 아닌거지? 결국 너도 하고 싶은거 아니야?

마치 정곡을 찔린 듯한 현지가 일순간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끼며 현준의 품안에서 천천히

늘어졌다. 지난 주말의 시간동안 충분히 모든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건만, 다시금 밀려드는

본능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현지였다.

그럼 니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거야. 니가 도와만 준다면 니가 그토록 걱정하는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믿어 날

그렇게 말하던 현준이 현지의 얼굴을 부여잡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쭙... 쭈웁... 쭙

반항하고 싶지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몇번의 질펀했던 섹스로 현준에게 맞춰진 현지는

이내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 현준의 촉촉하고 기다란 혀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음... 으음... 쭙

입을 맞추며, 자신의 입술을 허락한 현지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한 현준이 이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현지의 어깨춤부터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전내 계속된 연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잇는

현지의 무용복은 살짝 터치하는 것 만으로도 현준을 극도의 흥분으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찢어버리고 싶다. 마음껏 주무르고 마음껏 핥고 싶다. 하아'

눈을 감고 현지와의 농밀한 키스를 음미하던 현준은 더욱더 거세게 현지의 몸을 애무했다. 현지의

목덜미, 그리고 가녀린 어깨와 허리춤. 그리고 하얀색 타이즈 때문에 시각적으로 더욱더 풍만하게

보이는 듯한 현지의 엉덩이까지. 현지의 몸을 더듬으면 더듬을수록 현준의 물건도 점점 딱딱하게

변해갔다.

음.... 으음

자신의 몸 앞으로 현준의 몸이 딱딱하게 변해감을 느낀 현지가, 현준의 손에 의해 조금씩 찾아드는

희열을 느끼며 외마디 짧은 신음을 토해내며 현준의 입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서로의 타액과 타액이

엉겨붙어 서로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기분 좋지?

현지의 표정을 살피던 현준이, 현지가 입을 떼자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타이즈로 감싼

현지의 엉덩이에서 한손을 떼어내며 현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아 항... 하아.. 

현준의 갑작스러운 터치에, 엉덩이와 가슴까지 내맡긴 현지가 끝내 가뿐 숨을 내몰아 쉬었다.

맞아. 너 가슴이랑 엉덩이가 정말 민감했었지. 그리고...

그렇게 말하던 현준이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가락을 현지의 가랑이로 집어넣고 현지의 구멍을 자극하며

말했다.

여기랑..

하아... 하.. 아악

현준이 말한 그대로였다. 현준에게 순식간에 자신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잠식당한 현지는 

참아왔던 욕망을 얼굴 가득 드러내며 한껏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때였다.

따라리 따라라리

한참 즐겁게 유희를 나누던 두 사람 사이로 전화벨 소리가 날아 들었다.

제길. 한참 재밌어지려고 하고 있었는데.

농밀한 유희를 방해받은 현준이 인상을 쓰며 현지의 핸드폰쪽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몸에서

현준의 몸이 떨어져 나가자, 연습실에 설치된 기다란 바에 몸을 의지한채 연신 쾌락의 숨소리를

토해내는 현지였다.

후우. 역시나 서지훈이네.

현지의 전화기 액정을 바라보며 이름을 확인한 현준이 짜증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이. 남친한테 전화왔는데 내가 대신 받을까?

이... 이리 내놔

봉에 의지한채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내보이던 현지가 현준에게 달려들어 전화기를 뺐어들었다.

허튼 짓 ..하... 하지마

후우. 알았어 알았다고

쾌락의 그늘에 가려 화를 내는지, 인상을 쓰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얼굴을 내던지는 현지를 

바라보며 조금 질렸다는 듯 현준이 혀를 내둘렀다.

'지.. 지훈이... 하아.. 간신히 다시 관계가 좋아졌는데. 그리고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람..'

다시금 밀려오는 죄책감과 후회로 핸드폰 액정만 바라보던 현지에게 현준이 나지막히 속삭였다.

전화 끊어지겠어. 받기싫음 받지말고. 받을거면 빨리 받던가. 나 지금 죽겠단 말이야

그렇게 현지의 귀속에 대고 재촉하던 현준이 하얀 타이즈로 인해 더욱더 자신의 흥분을 자극하는

현지의 엉덩이에 아까부터 잔득 발기한 자신의 바지속 자지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 잠깐.. 잠깐.. 받을거야. 받을거니까 잠시 떨어져

자신의 엉덩이에 느껴지는 현준의 묵직한 남성에 놀란 현지가 간신히 현준을 밀어내며 고심끝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현준은 내심 아쉬웠지만, 현지가 지훈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하며 현지에게서

물러섰다.

현지야?

어... 어.. 지훈아.

어.. 나 이제 연습끝났어. 12시 반이나 되야 연습이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연습이 잘되서

조금 일찍 끝났네. 헤헤. 무용연습은 다 끝났어? 밥먹으러 가자

어.. 어. 그게. 미.. .미안해서 어쩌지? 나... 저번주 금요일에 연습에 빠져 버려서 교수님이

화가 나신 모양이야. 점심 반납하고 연습하라... 악

자신의 눈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내뱉는 현지의 모습에 일순간 흥분이 몰아친 현준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현지를 덮쳤다. 

현.. 현지야? 왜 그래? 무슨 일있어?

아... 아니야.. 하아... 아무 일도 아니야

극도의 흥분감에 휩싸인 현준을 밀어내고 또 밀어내려 했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현준의 입술이 닿는 자신의 목덜미와, 가슴과 엉덩이에서 찌릿하게 전해져 오는 현준의 촉감에

반응하지 않으려 애쓸 뿐이었다.

방금전에 비명 지른거 아니었어?

하아... 아.. 아니야. 비명은 무슨. 보충연습때문에 힘들어서 그런가봐. 후우 후우

아 그래? 교수님도 좀 너무 하신다. 빠지고 싶어서 빠진게 아닌데

그.. 그러니가.. 하암.. 

정말 괜찮은거야? 잠시 약이라도 사서 내가 그쪽으로 ...

아니야.. 그... 그럴 필요 없어. 아... 아까 친구들이 약 사다 줘서 조금 괜찮아 졌어. 정말이야

현지의 가슴과 엉덩이를 미친듯 주물러대는 현준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수화기 너머로 지훈이 

듣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색다른 종류의 흥분이 현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연신 자신의 목덜미를

깊게 빨아들이는 현준의 키스소리를 지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는 현지였다.

그럼 뭐 할 수 없네. 알았어 현지야.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뭐 저녁이나 같이 먹어야 겠다.

그... 그래.. 지훈아. 너무 미안해. 하아.. 하.. 우리 저녁은 꼭 같이 먹자.. 하...

그래. 많이 아픈거 같은데.. 후우.. 전화 그럼 일단 끊을게. 이따가 연락해

어.. 그래. 지훈아.. 하... 여...연락 할게

뚝.

쾌락에 신음하던 현지는 지훈의 마지막 인사를 채 듣기도 전에 서둘러 종료 버튼을 눌렀다.

현준에 의해 이미 여러번 확인했지만, 다시한번 똑똑히 그 사실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이성은 결코 본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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