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피부로 드러나는 것은, 때론 마음속의 진심과는 같지 않을 수도 있다. (13/21)

# 피부로 드러나는 것은, 때론 마음속의 진심과는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벌써 시간이?

탁상위의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려대자 지훈이 졸린눈을 채 다 뜨지도 못하고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현지에 대한 걱정과 생각으로 잠을 설친 지훈이었다. 침대 옆에 떨어졌던

휴대폰을 잡아들며 지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액정을 살폈다.

'후우.. 역시 연락이 없네'

여느때와는 다르게 연락이 없는 현지가 다시금 걱정되었지만, 탁상위의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훈은 수업에 대한 생각으로 천천히 나갈 채비를 했다.

'뭐,걱정은 되지만, 사정이 있겠지. 너무 아프다거나. 후우. 암튼 학교에 가는대로 현지한테

달려가야겠다.' 

그렇게 되뇌이던 지훈이 천천히 욕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지훈의 입장에선 지난밤 폭풍처럼

현지를 스치고 지나간 쾌락의 정체따윈 상상할 수 조차 없었고, 그저 학교에 가면 현지를

볼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득 채울 뿐이었다. 

서둘러 학교에 도착한 지훈은 자신의 전화기로 현지의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며 다시 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하지만 수화기 저편에선 통화음만 흘러 나올 뿐 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뭐야... 정말 무슨일이라도 있나?

막연한 기대를 품고 학교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지훈은 이내 근심을 드리운 얼굴을 내보이며

무용과 건물을 조심스레 살폈다.

요이~ 지훈이 뭐하냐?

무용과 건물을 서성이던 지훈이 자신을 불러채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 현준이형!

지훈의 뒤에서 현준이 소리치던 현준이 지훈쪽으로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뭐해?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서서는

네? 아.. 뭐 그냥...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지훈을 바라보며 현준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지훈에게 물었다.

현지씨 기다리냐?

네?.. 아네.. 어제밤부터 현지가 계속 전화를 안받아서요. 어제 조금 기분상하게 한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수업들어가기전에 잠깐 무용과 건물에

와 봤어요.

현준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내오는 지훈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던 현준은, 피곤함으로 가득찬

지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천천히 고통을 느껴라. 아직 이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현지를 집에다가 바래다주고 학교로 오는 내내 차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했던 현준이었다.

물론 그 생각들 안에는, 어제와 오늘아침까지 조금도 느낄 수 없었던 현지에 대한 미안함도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 조금.

뭐... 금방 오겠지 현지씨. 뭐 무슨일 있겠어? 그러니까 너도 그만 수업이나 들으러 가라. 아마

첫 수업이 9시에 시작하는 정명진 교수님 수업이지?

현준이 시치미를 떼며 지훈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 네. 맞아요. 그렇네요. 아무일도 없겠죠? 현지. 학교수업같은거 빼먹는 스타일도 아니니까

이따가 학교에 도착하면 연락하겠죠. 형도 수업이세요?

음? 뭐 내가 수업이 있다고 챙겨 들어가는 사람이냐? 크큭.. 그냥 커피나 마시다가 이따가

대충 수업 듣는척이라도 하러 들어가 볼까 생각중이다.

참 형도. 하하. 암튼 형. 반가웠어요. 나중에 또 뵈요

그래. 현지씨한텐 아무일도 없을거야. 걱정하지말고 수업 잘 듣고

살갑게 인사를 나눈 지훈이 점차 현지의 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준이 담배 한개비를 베어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하늘을 향해 춤을추듯 뻗어나가는 담배연기와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현준이었다.

'연락이 안될수밖에. 분명 그럴 수 있을만큼 강한 아이는 아닌것 같으니까...'

다시 한모금 연기를 빨아들이던 현준이 잠시 눈을감고 현지를 떠올리다, 이내 음밀하고 

치명적이었던 지난밤의 흥분을 차근차근 곱씹어냈다.

'그래도 정말 최고였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지 앞섭이 차츰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낀 현준이 마지막으로 깊숙히 담배의 한모금을

빨아드린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가 정말 더디게 느껴지는 지훈이었다. 아침에 우연히 만난 현준으로부터 걱정하지말라는

위로아닌 위로까지 건내받았건만 오전을 내내 오후 2시를 지나는 지금까지 울리지 않는 자신의

전화기를 무심히 바라볼 뿐,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달려갔던 무용과 연습실에서는 매번 현지의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실망만 표정만 가득 지으며 다시 피아노과 연습실로 돌아오는 현준이었다.

앞으로 몇 주 뒤에 있을 국제 콩쿨 연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지훈은 두시를 넘어서고

있는 시계바늘을 바라보다 무언가 큰 결심을 한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래. 너무 걱정이 되서 안되겠어. 역시 현지네 집으로 가봐야겠어.

결국 지훈은 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연습실을 뛰쳐나갔다. 현지를 만나온 지난 4년간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더더욱 걱정이 앞서는 지훈이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현지의 집으로 향하는 지훈은 달리는 차창 너머로 흔들리는 도시의 아른거림을

유심히 살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일일까. 어제 아침에 언성이 조금 높아졌긴 했는데

설마 그것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 몸이 안좋다고 했는데, 혹여나 안좋은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아니야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아. 아니 일어나선 안돼. 그렇게 생각하며 지훈은 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4시가 다 되어 현지의 집앞에 다다른 지훈은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현지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제발 받아 현지야. 나.. 너무 걱정된단 말이야'

지훈은 천천히 자신으 휴대폰을 귀에다가 가져다 댔다.

띠리리리 라리리리리리디.

앗!

자신의 손안에 들린 핸드폰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뿜어져 나오자 이내 당황하며 천천히 액정에

뜬 일곱글자를 주시하는 현지였다.

'리스트 love'

연인인 지훈의 이름이 자신의 휴대폰 액정에 새겨지자 현지의 눈가가 다시금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울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던 현지는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멍하니 자신의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답답해 하던 차였다. 

'아... 받고 싶은데, 받을 수가 없어. 지훈이 음성을 듣는 순간 난 어떻게 되는거지?'

현지는 슬금 슬금 자신을 파고드는 지훈의 생각에, 쉽사리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따라라리리

하지만 마치 통화버튼을 누르기를 재촉하는 듯 현지손에 들린 전화기의 벨소리는 점점 더

크게 현지를 조여오고 있었다.

'받고싶어. 듣고 싶어.'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현지가 결국 통화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댔다.

현지야?? 현지야 듣고 있어?

다급하게 자신을 찾는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너무나 그리웠던,

그래서 미칠 것 같았던 그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현지는 이내 터지들한 죄책감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현지야! 무슨 일 있어? 너무 걱정되서 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지금 너희집 앞이야. 현지야

듣고있어? 말좀 해봐 현지야. 제발 부탁이야

아!

지훈의 입에서 '집앞'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현지는 자신을 옭아매던 죄책감을 잠시 

떨쳐내고 침대위에서 튕겨져 나와 자신의 방 창문쪽으로 달려갔다. 커텐을 슬그머니 드러내고

밖을 천천히 응시하던 현지의 눈에 울부짖듯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고 있는 지훈의 얼굴이

들어왔다. 태풍이 쓸고간것처럼 오늘 아침부터 자신을 눌러오던 짙은 허망감이 순식간에

지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변했다. 죄책감때문에 지훈의 얼굴을 어떻게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울었던 현지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눈에 지훈의 얼굴이

들어오자 지난밤에 자신을 안았던 현준과 지훈의 얼굴이 겹쳐지며 자신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현지야.. 왜 말이없어!

수화기에서 울려퍼지는 지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현지가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읍... 어.. 말해 지훈아.

현지야?

너무나 오랜만에 들려오는 연인의 목소리에 깊은 안도감을 느끼는 지훈이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현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무슨 일 있었어? 전화도 안받고 전화도 안줘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목소리는 왜이렇게 잠겼어?

어...어.. 자다가 지금 일어났더니 그런가봐. 미안 걱정했어? 어제 너무 몸이 안좋아서 지훈이랑

해어지고 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계속 누워 있었어. 걱정많이 했어?.... 

다시한번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거짓말에 현지는 자신을 향해 조금의 역겨운 감정을 느꼈다.

그래? 많이 아팠나 보네. 현지야 그럼 잠깐 나올 순 없어? 움직이기 힘들어?, 아니면 잠깐만

문좀 열어줄래? 나... 너무 걱정되서 니 얼굴을 보지 않으면.....

아니야. 저기... 후우... 음... 

그렇게 말문이 막힌 현지가 더이상 창문너머로 지훈을 보지 못하고 나지막히 말했다.

내가... 내가 나갈게. 걱정 많이 끼쳤는데, 얼굴 봐야지..

도대체 어떤 용기에서였는지 간신히 운을 땐 현지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힘들면 그냥 쉬어. 내가 올라가도..

아니야.. 내가 나갈게.

그렇게 말하며 현지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있는 온 몸을 비추고도 

남을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잠시 옷매무새를 바로 잡았다. 눈물이 범벅이 된 현지의 눈이

퉁퉁 부어있어 침대에 엎드려 얼마나 울었는지 바로 보여주는듯 했다. 탁자위의 티슈를 한웅큼

뽑아내어 자신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냈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이윽고

현관문을 열어 바깥으로 향하는 현지였다.

현지야!

현관을 나와 천천히 자신에게 걸어오는 현지를 보고 지훈은 어떤 의미에서 오는지도 모를

깊은 안도감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내 현지가 대문을 열고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지의 얼굴에 드리운 슬픔을 감지하고, 지훈이 말없이 현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만봐... 아파서 땀도 많이 흘리고 했더니 꼴이 많이 아니란 말이야.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던 지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던 현지는 이내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조금은 퉁명스럽게 지훈에게 말했다.

어. 미안. 이렇게 아픈줄도 모르고, 난 그냥 너무 걱정이 되서. 어제 마지막으로 현지랑...

벌써 몇번이나 얘기했잖아.

!

현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지훈이, 자신의 말을 돌연 차갑게 끊어버리는 현지를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자신의 속내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던 현지가 아차 싶은 마음에 황급히

말을 꺼냈다.

미안.. 지훈아 미안. 솔직히 어제부터 계속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거든. 그만큼 많이 아팠었나봐. 

너한테 화가 나다니. 그런거 있을리 없다는건 지훈이가 더 잘 알잖아. 소리질러서 미안해

아... 아니야.. 현지야. 그럼 지금이라도 병원에..

아니. 지금도 조금 힘들긴 한데 병원엔 가지 않아도 될것 같아. 그저 조금 더 쉬고 싶어.

연신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어가는 현지를 그저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지훈은 현지를 그저

바라만 볼 뿐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하긴 그렇게 아팠으니 수업도 빠졌겠지. 그런데도 걱정된답시고 계속해서 현지를 못살게 굴었으니'

현지야. 내가 미안해. 너무 걱정되서 그랬어. 잠깐만 내 얼굴좀 봐

그렇게 말하며 지훈이 현지의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였다.

하지마.

본능적으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는 지훈의 팔을, 현지가 걷어 채는 것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

단 한번도 자신을 거부한 적이 없었던 현지가 자신의 손을 뿌리치자 지훈은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현지또한 모든것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미안해. 지훈아. 나 너무 아파. 그러니까 좀 이해해줘. 지금 너무 아프니까.

그렇게 말하던 현지가 마지막 힘을 다해 쏟아져 나오는 울음을 막아내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훈의 눈을 바라봤다.

현지야...

얼마나 울었는지 짐작조차 하지못할 정도로 심하게 충혈되어 있는 현지의 눈을 보며 자신의

가슴이 조금씩 아려오기 시작하는 지훈이었다. 다시한번 손을 들어 현지의 얼굴을 스다듬으려

했지만, 지훈의 손이 닿기도 전에 현지는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울음을 참아내고 또 

참아내며 재빨리 대문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어... 현지야.. 현지야 .. 잠깐만..

도망치듯 문 안으로 숨어버리는 현지의 뒤를 지훈이 쫓았지만 야속하게 문을 닫아버리는 현지였다.

미안해. 지훈아. 나 정말 아파서 그래. 조금만 이해해줘.

'염치없지만...'

그렇게 지훈에게 애원하듯 마지막 부탁을 내던진 현지가 천천히 지훈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현....

마지막으로 현지의 이름을 외치던 지훈의 공허한 외침이 단발마로 끊어져 버리자 이내 체념해 버린

지훈은 한동안 멍하니 현지가 사라진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현지가 자신을 대하는 모든 것이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퍼보이고 아파보이는 현지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걱정되는 지훈이었다. 

그렇게 몇분동안이나 현지의 집앞에 서 있던 지훈은 자신의 핸드폰을 아쉬운듯 만지작 거리다

이내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자신의 방안에서 지훈이 떠날때까지 창문틈으로 지훈을 응시하던 현지는 다시 몰아치는 

슬픔을 견뎌내지 못하고 침대 위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내 뜻대로 할 수 없었어... 흑...'

점점 멀어지는 연인을, 쏟아지는 노을과 함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현준이, 차시트를 천천히

고정하며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지훈이 연습실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을 때부터 직감적으로

현지의 집으로 차를 몰아 달려왔던 참이었다. 

지훈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현준은 굳게 닫혀있는 현지의 창문을 응시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다들 복잡하구나. 다들..

차의 창문을 내리고 깊이 빨아들였던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현준이 말했다.

뭐.. 한동안은 말없이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현준이 창문에 고정한 눈을 쉽사리 때지 못하며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현지가 자신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을까 하며 생각에 잠긴

현준이었다. 

노을이 점차 내려 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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