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위험한 그림자 (5/21)

#위험한 그림자

현지는 샤워를 하기위해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사실 연인이라고 해도 지훈과 

오랜시간동안 친구처럼 지내온 탓에 이런류의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니까 남자친구의 집에서 

아무렇지않게 옷을벗고 샤워를 한다거나 옷을 빌려입는다거나 하는류의.

지칠대로 지친몸을 이끌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자신의 나신을 거울 속에 비쳐봤다.

벌써 몇년간 무용으로 단련한 몸.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살찔 틈도 없었다. 

아니 체중이 불게해서는 안되는 쪽이 맞았다. 

봉긋하게 솟은 젖가슴은 늘 또래의 그것보다 크고 예뻤으며, 현지의 가슴은 늘 동성에게는 

시기와 질투를, 그리고 이성에겐 욕망의 대상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잘록한 허리라인과 탐스럽게 부풀어있는 엉덩이. 그리고 아직 그 어떤 사내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자신의 여성을 탐스럽게 감싸고 있는 음모. 눈을 내려 쳐다본 다리는 

한없이 반듯했고 발목은 적당히 얇으며, 무엇보다 예쁜 발.

현지가 자신의 몸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가슴도 엉덩이도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발이었다. 

적당히 앞을향해 뻗어있는 예쁜 다섯개의 발가락과 얇은 발목부터 이어지는 발의 라인은 

현지가 자신의 몸에서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섭섭해요?'

그렇게 거울에 정신이 팔려있는 현지가 불현듯 현준의 말을 떠올렸다.

서운하다? 지훈이에게 서운하다?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럴틈도 없다고 말했지만, 

내심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운한것도 없지 않은 현지였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애가 타는 심정이 더 컸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온 지훈과의 관계는 늘 특별했다. 같이 있으면 좋고 또 배울점이 많고 

무엇보다 듬직한 지훈 옆에 있으면 자신의 부족한 점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연인들처럼 키스도 하고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사랑의 말도 속삭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귄지 4년이 넘어가면서 그리고 어른이 된지도 2년이 넘어가면서 

현지는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가끔씩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무엇일까? 불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자니, 그렇다고 입 밖으로 뱉어내자니 화끈거리는 그것. 

결국은 그것 때문일까, 현지 안에서 느껴지는 부족함이란.

에이, 지금 무슨 생각을... 피곤하니까 이상한 생각이 드나봐. 빨리 씻고 눈좀 붙여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현지는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현지는 가끔 지훈에게서 빌려입는 지훈의 옷을 자신의 촉촉한 맨살위에 

주섬주섬 걸쳐입고 거실로 나와 쇼파위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지훈의 집에 와버린 탓에 

여분의 속옷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래도 간접적으로 남자친구와 접촉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현지였다.

'꾸벅... 꾸벅'

샤워로 피로를 조금 덜어낸 탓인지 쇼파에 앉은 현지에게 잠이 쏟아졌다.

아.. 역시 안되겠어. 잠깐 눈좀 붙여야겠다. 하지만 그전에....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핸드폰에 손을 뻗는 현지였다.

'리스트 love'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찍어 전화를 건다. 따라라라라라다라라 전화기 너머러 들려오는 

지훈의 컬러링에 한결 마음이 포근해지는 현지였다.

'바보.... 맨날 리스트....'

여보세요?

컬러링이 끊기며 전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전해진다.

아 지훈아. 어디?

현지가 반가움에 말을 건다.

아... 현지야. 나 지금 학교에서 연습 마치고 약속장소로 출발하는 중이야. 넌 집?

응. 아까와서 씻고 지금 옷 갈아입었지. 뭐 입고 있게?

글쎄. 또 그거 아니야? 니가 좋아하는 내옷. 펑퍼짐한 후드티에 배기팬츠..... 

저번에도 그거 입었잖아

딩동댕. 맞습니다. 역시 센스가 끝내주시어요. 흐흐 힘들겠다. 쉬지도 못하고 인터뷰라니.... 

응. 그래도 처음하는 인터뷰라 떨린다 조금. 기대도 되고. 많이 늦을지 모르니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싫다 기다릴거다뭐? 헤 이따가 들어오면 피로를 풀어드리겠어요. 현지표 초특급 맛사지로. 

오케이?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암튼 다녀올게

응. 이따봐

그렇게 말하며 현지는 핸드폰의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참. 그러고보니... 현준선배 이야기는 못했네... 다시 전화해서 알려줄까?.......... 

아니야.. 뭐 딱히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 뭐. 이따 알려줘야지.

이제 9시라. 잠깐 눈좀 붙이고 일어나면 지훈이가 돌아올 시간과 얼추 맞겠다고 생각하며 

현지는 거실의 불을 끄고 지훈의 방으로 사뿐히 들어가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거실의 불이 꺼지길 오랜시간 기다리고 있던 현준은 누워있던 차시트의 고정새를 풀어 

자세를 바로 잡으며 지훈의 거실을 응시했다.

그러니까 지금 시간이 10시. 아까 불이 꺼진게 9시였으니까 이래저래 현지는 잠들었겠군. 

아까보니 꽤나 피곤해 보였으니까 진작에 골아 떨어졌을테지. 자 그럼 보자

침착해야 한다. 침착해야 한다고 현준은 스스로를 다스렸다. 이건 다른 때와 많이 다른 

상황이다. 자신이 좋다고 가랑이를 벌려주는 다른 여자애들이나, 그동안 몸을 섞었던 

순종적인 여자애들과는 상대가 다르다. 어떤 면에서 이건 강압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아니 강간이다. 아무리 지훈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해도 나중일도 이성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10시니까. 인터뷰는 시작했을테고 잡지사 인터뷰가 길어진다고 해도 자정엔 끝난다. 

여기까지 돌아오는 시간을 고려해도.... 충분해.... 시간은.... 다른 나머지는.......

그렇게 말하며 현준은 오른손을 자신의 남성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이녀석 뿐인가?

한적한 골목에 세워둔 차에서 슬그머니 내린 현준은 자신의 디카를 손에들고 조심스레 

지훈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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