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란제리 연구원 -39- (38/43)

란제리 연구원 -39-

한바탕 소동을 부렸던 독고 빈이 다시 대기실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던 이현지의

눈빛에서 묘한 질투심이 일렁였다.

‘흥. 제까짓 게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고...’

이현지 역시 올해 20세의 나이로 독고 빈과는 동갑이었으나, 란제리 모델 경력만

놓고 보자면 이미 5년차의 베테랑이 아닌가.

처음에 하이틴 잡지의 모델로 선발될 당시에 소속사 관계자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전지현을 빼닮았다고 극찬을 했을 정도로 미모 또한 자신 있었다.

중3시절 캐스팅 당시에도 이미 170을 육박했던 그녀의 키는 이제 175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여자 모델로서는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으며, 빈약했던 가슴도

제법 물이 올라서 양쪽 유방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면서 선명한 윤곽을 자랑한다.

그런 자신에 비한다면 지금 겉옷을 벗고 있는 독고 빈의 몸매는 얼마나 빈약한 것이냔

말이다.

‘정말 운이 좋은 아이네. 겨우 저런 몸매를 같고 전 국민을 사로잡았으니...쯧쯧.’

적어도 자신보다 10센티미터 이상 차이가 나는 독고 빈의 키는 둘째 치고라도, 유방은

또 왜 저렇게 작은 것인지...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도대체 어디가 앞판이고 어디가

뒤판일지 남자들이 헷갈리겠다는 생각이 들자, 속으로 웃음도 쏟아져 나온다.

‘호호...초등학생이 따로 없네...’

그녀와 생각이 같았던 것인지 독고 빈의 유방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서 있던 긴 생머리의

스타일리스트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고개를 약간 흔들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독고 빈양!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요...아무래도 보조패드를 써야하지 않을까?”

스타일리스트의 얘기를 건네받은 독고 빈의 얼굴에서 작은 불쾌감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이현지는 놓치지 않았다.

‘지가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어쩔 수 없겠지...타고난 가슴이 절벽인데 어떡하겠어...호호.’

이현지가 내심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독고 빈을 쳐다봤을 때, 독고 빈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괜찮아요...난 오히려 자연스러운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오호, 이런...가증스런 계집애 좀 보라지.

대체 뭐가 내세울 것이 있다고 저런 자신감을 내보인단 말인가.

‘호호. 그 자존심 때문에 너는 이번에 반드시 실패하고 말거야. 두고 봐.’

이현지의 얼굴에서는 고소한 듯 야릇한 미소가 번져갈 뿐이었다.

잠시 후, 대기실 밖에서 조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시간 되었습니다. 아까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현지는 자신의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크게 호흡을 들이켰다.

‘오늘 이후, 전 국민의 시선은 나한테 모아질 테지...독고 빈! 넌 그런 면에서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아이야...정말 고마워.’

오늘 출연할 모델들은 자신을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었고, 그 안에 독고 빈이라는

전 국민의 스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물끄러미 속옷만 입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같은 여자로서 보아도

한눈에 반할만큼 매력적인 몸매를 소유하고 있긴 했지만, 하나같이 주눅이 들어있는

표정들이다.

‘역시 오늘은 나의 독무대가 확실하겠어. 이 기회를 잘 잡으면 내일 아침에는 나도

전 국민의 스타로 자릴 잡겠지...호호.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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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MD홈쇼핑 역사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그리고 아주 매력적인 이벤트가 있는 날입니다. 무슨 일이냐 구요? 호호호.

전 국민을 사로잡은 국민 막내 딸! 다들 아시죠? 바로 그 독고 빈양께서 처음으로

성인 무대에 진출했음을 선언하는 날이거든요...설마 오늘 같은 날에도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자, 그럼 지금부터 모두들 시선을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튜디오 안은 마치 패션쇼 무대를 연출하는 것처럼 잘 꾸며져 있었으나, 한 가지 흠이라면

관객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대기실에 있을 때 느껴야 했던 흥분감이 조금 감소했다는

것이리라.

그것은 이현지와 같은 전문 모델에게 있어서는 조금 맥 빠지는 일이었다.

‘독고 빈! 정말 웃기는 아이야. 어차피 전 국민에게 TV로 방송될 텐데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인다고 관객들도 전부 입장시키지 말라고 얘기한 건지, 원...

하긴, 그런 빈약한 몸매로 낯선 사람들 앞에 서자니 신경도 쓰였겠지...호호’

그런 생각이 들자, 카메라 앞에 선 자신의 몸매가 한 없이 자랑스러워졌고,

그러한 자신감은 워킹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듯 했다.

‘그런데, 저 덜떨어진 남자는 대체 뭐야?’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이현지의 눈동자가 무대아래 우두커니

앉아 있는 호준의 얼굴을 향한 순간, 그녀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텅 빈 관객석의 맨 앞자리에 혼자 앉아서 마치 넋 빠진 듯

자신의 몸매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호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놀란 듯 부릅떠진 그의 눈동자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사타구니와 유방을 번갈아 가면서

훑어보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벌어진 그의 입은 도무지 다물어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입을 벌리고 있다가는 정말 침이라도 흘러나올 것처럼 한심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뭐, 저런 멍청한 남자가 다 있어? 호호...되게 촌스럽다. 태어나서 여자가 속옷 입은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그래도 남자라고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는...’

그 멍청한 남자는 이현지가 우아한 워킹으로 스테이지를 휘저어 넣고 무대 뒤로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듯 했고, 그녀는 그를 곯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무대 뒤로 들어서기 직전, 살짝 엉덩이를 흔들어 주었다.

‘호호. 아예 심장마비라도 걸릴 것 같은 표정이네...’

물끄러미 그를 돌아보자니, 자신을 몸매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남자가 깜짝 놀란 듯

얼굴을 붉히면서 짐짓 딴청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다시 대기실로 들어서자, TV앞에 모여 있던 몇 몇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보내왔다.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방금 그녀가 무대에서 펼친 모습을 곧바로 대기실에서

TV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현지! 최고야!”

동료 모델들도 모두들 잘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지만, 한구석에 말없이

서 있던 독고 빈은 유독 아무런 말도 없었으며,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현지는 느낄 수 있었다. 독고 빈이 지금 잔뜩 긴장한 모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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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순서가 되어서 무대 위로 걸음을 떼어놓던 독고 빈의 얼굴에서 불안한 표정이

엿보였다.

‘괜한 짓을 한 걸까?’

전문 모델들이 한바탕 휘젓고 사라진 스테이지에 모델이 아닌 연기자가 나선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자, 여러분! 독고 빈양을 소개합니다...이제 대학교에 입학하는 어엿한 숙녀이지요.

어린 소녀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로 변신했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맞습니다. 바로 독고 빈양이 입고 있는 란제리 때문이겠죠...”

여자 진행자의 부담스런 멘트도 멘트였지만, 아무래도 빈약한 가슴이 신경 쓰인다.

‘차라리 가슴에 보조 패드라도 넣을 걸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보니, 아마도 다리가 꼬인 듯 했다.

워킹을 하던 그녀의 발이 조금 삐끗 거린다고 느낀 순간, 속옷차림의 독고 빈은

무대에서 털썩 엎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런...”

지켜보던 쇼 호스트의 자신도 모르게 당황한 멘트가 쏟아져 나왔고, 독고 빈을 향해있던

카메라들이 당한한 듯 마네킹에 입혀놓은 란제리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속옷차림으로

무대 위에 엎어진 독고 빈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곧바로 TV로 생중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터져버린 것이다.

‘아휴. 창피해!’

넘어진 독고 빈의 마음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얼른 뛰어가서 숨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쉽게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은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하던 일이나 하지. 웬 란제리 모델을 하겠다고 나섰느냐고.’

때늦은 후회가 밀려들었고, 차라리 엉엉 울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누군가 박장대소를 터뜨리면서 박수를 쳐대는 것이 아닌가.

‘누구야? 남의 속도 모르고...’

넘어져 있던 독고 빈의 눈동자가 원망 섞인 표정으로 관객석을 향했을 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짓궂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박수를 치는 호준의 모습을...

‘어? 오빠...’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호준의 얼굴에서는 마치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따뜻한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까짓 거...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코믹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뭘...

발딱 일어선 독고 빈의 얼굴에서는 이미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예의 그 귀여운 웃음이 떠올랐고, 어느새 따라붙은 카메라의 렌즈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클로즈업 상태로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

“와, 우! 우리 독고 빈양이 웃고 있네요...처음 서 본 무대라 조금 어색했겠지요...

하지만, 실수를 했을망정 그래도 저 웃는 모습이 얼마나 활기발랄한가요...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모습 아니에요?”

진행자의 수습 멘트도 매우 적절했지만, 커다란 실수를 해놓고도 이내 분위기를 휘어잡는

독고 빈의 능력은 그녀가 정말 타고 난 연기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전국에서 걸려온 주문전화 빗발치듯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약속된 30분간의 생방송이 다 끝나기도 전에 MD홈쇼핑의 상담 전화망이

폭주하는 주문으로 인해서 마비되는 소동까지 일어나고 말았으니,

히트도 대 히트가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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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에야 비로소 호준은 독고 빈과 단 둘이

있을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오빠! 나 잘했지?”

독고 빈도 생전 처음 겪어봤던 일이었기 때문에 많이 긴장했던 듯 아직도 그녀의

얼굴에서는 붉은 홍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럼, 얼마나 예뻤는데...아마, 오늘 광고를 본 남자들은 잠도 못 잘 것 같던데...”

“피휴. 거짓말!”

살짝 눈을 흘기는 독고 빈이었지만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거짓말이라니...낼 아침에는 전국의 남자들이 모두들 지각을 하는 초유의 불상사가

초래될 지도 몰라.”

그녀의 표정이 귀여웠던 까닭에 호준은 더욱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었지만,

어쩐 일인지 가만히 듣고 있는 독고 빈의 표정이 문득 진지하기만 했다.

“그럼, 오빠는? 오빠는 오늘 밤에 잠이 잘 올 것 같아?”

“나? 나야 뭐. 이미 란제리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다 확인한 사람인데, 잠까지 설 칠

이유야 없지.”

호준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독고 빈의 손톱이 그의 팔뚝을 무섭게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흥. 이래서 남자는 다 늑대라니깐...”

“앗. 아얏...”

호준이 아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엄살을 떨자, 독고 빈이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귀엽게 웃어댔다.

“호호...엄살은...”

“엄살 아니야...웬 아가씨 손톱이 이렇게도 사나운거야? 어디 손 좀 내밀어 봐!”

“손은 왜? 창피하게...”

호준이 덥석 독고 빈의 양 손을 거머쥐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몸을 비비 꼬면서

콧소리를 냈다.

그녀는 아무래도 호준이 그녀의 손을 바짝 끌어당기면서 열렬한 키스라도 퍼부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어? 아무것도 안 묻었네...”

“뭐, 뭐가? 내 손톱에 뭐가 묻어 있었어?”

“아니, 팔뚝이 너무 아프기에 혹시 내 살갗을 파낸 것은 아닐까 불안해서 그랬지.”

“에이...난 또...뭐라고...”

독고 빈이 실망한 듯 고개를 파묻는 순간, 호준이 그녀의 손을 바짝 당기면서 입맞춤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긴장했던 독고 빈의 경직된 몸을 일순간에 나른하게 만드는 감미로운 키스였다.

“아...오빠!”

“빈이야!”

혓바닥을 밀어 넣자, 부드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독고 빈의 살점이 뜨겁게 엉겨붙었고,

향긋하면서 달콤한 타액이 끈적거리면서 말초신경을 자극해 왔기 때문에 머리가 아득해

지는 느낌이었다.

“아...너무 좋아!”

품에 안긴 독고 빈의 탄력 있는 유방이 호준의 앞가슴에 밀착되어서 뭉클거렸고,

호준의 양손은 자신도 모르게 독고 빈의 엉덩이를 자신의 하반신으로 바짝 끌어당겼을 때에

짧은 체크무늬의 미니스커트를 차려입은 독고 빈은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의 스타킹을

신었던 탓에 엉덩이를 움켜잡았던 호준의 손은 너무도 쉽게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파고 들 수 있었다.

“오빠!”

입술을 떼어낸 독고 빈이 그의 한쪽 어깨에 자신의 턱을 받친 체, 숨을 헐떡이는 것이

아닌가.

엉덩이를 주무르던 호준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팬티를 파고들어서 탱글탱글하게 여문

독고 빈의 속살을 주물러대고 있을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었지만, 너무나 흥분한

두 사람은 그것을 눈치 챌 경황이 아니었다.

스르륵.

“어멋!”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 문 건너편에서 젊은 여자의 비명소리가 뾰족하게 울린 다음에야

호준은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라지...흠. 흠.

호준이 얼른 독고 빈을 떼어놓고는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헛기침을 쏟았지만,

무안해하는 호준과 달리 잠깐 떨어졌던 독고 빈은 누가 보건 말건, 아예 그의 팔에

딱 엉겨 붙어서 좀처럼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비, 빈이야...”

호준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짐짓 주의를 준 다음에야 독고 빈은 아쉬운 듯 바짝 밀착되어 있던 그의 팔에서 떨어져 나왔고, 호준과 자신의 애정행위를 방해한 인물을

괘씸한 듯 노려봤다.

그런데, 이게 누구야? 그녀는 바로 조금 전까지 독고 빈과 한 무대에 섰던 란제리 모델이

아닌가. 이름이 뭐였더라. 이 무슨 지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여간 속옷차림으로 한 무대에 섰던 동료였으니, 나름 반갑기도 했다.

“어? 아직 안 갔어요? 먼저 갔는지 알았는데...”

독고 빈이 반가운 척 인사를 건네자, 키가 늘씬하게 뻗은 이현지도 아는 척을 해왔지만,

그것은 왠지 형식적인 것처럼 떨떠름하기만 했다.

“대기실에 놓고 온 물건이 있어서요...그럼, 수고 많았어요.”

두 사람의 곁을 스쳐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던 이현지의 눈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호준을

훑어봤지만, 그것은 워낙 찰라 지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호준도, 독고 빈도 별반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참, 오빠! 이거 선물이야!”

현관문을 나서던 독고 빈이 꺼내 든 것은 앙증맞게 생긴 핸드폰이 아닌가.

“이걸 왜?”

“호호...내 번호는 1번에 저장해 놨으니깐. 아무 때고 연락해! 참, 그 핸드폰 꼭 갖고

다니고, 다른 사람한테는 전번 알려주면 절대로 안 돼! 아, 엄마만 아니었으면

오늘 밤에 오빠랑 같이 있고 싶은데...”

그녀의 얼굴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고, 호준도 아쉽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오늘만 날도 아닌데...

“오늘은 빈이 너도 피곤하잖아! 어쨌든 네 덕분에 난 한시름 덜었다...정말 고마워!”

“호호...뭐, 우리사이에...어? 저기 엄마 차가 온다...오빠 나 먼저 갈게...조심해서 들어가.

나중에 전화하고!”

호준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그의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한 독고 빈이

손을 흔들면서 달려 나갔다.

뛰어가는 독고 빈의 짧은 미니스커트가 나풀거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호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쩝. 쩝...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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