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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연구원 -28- (28/43)

제리 연구원 -28-

“오빠! 여기...”

“어?”

처음에 손을 흔드는 김희선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 것은 사무실에서의 모습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로 정장만을 고수하던 그녀가 간편한 운동화 차림에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진을

걸쳐 입었고, 더구나 머리위에는 빨간색 캡 모자를 눌러썼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정장을 잘 갖춰 입은 여자가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모습을 보노라면, 그 비스듬한 발목의

각도만큼이나 허리가 언밸런스한 균형을 이루면서 마치 엉덩이가 스커트를 찢어버릴 것처럼

팽팽하게 부푼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자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김희선의

캐주얼한 옷차림을 보자 그것과는 또 다른 섹시미가 풍기는 것이 아닌가.

그 느낌이 뭐랄까. 청순하면서도 상쾌한 그런 느낌이랄까...

‘히야. 정말 여자들의 변신은 무궁무진하구나!’

그녀의 질기고 거친 청바지 속에 숨어서 답답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는

도톰한 둔덕을 보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지 오히려 자신의 물건이 덜컥 성을 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요즘 스테이크 전문점들이 호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한 끼 식사를 먹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은 영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호호. 원래 이래! 그래도 오늘은 양호한 편인걸.”

잡지 책 한권을 뽑아든 김희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들이 앉아있는 대기석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앉더니 호준의 손을 잡아끈다.

“김희선님! 일행분과 함께 들어가세요.”

안내 데스크의 호출은 일 이 십분도 아니고, 무려 40분이나 기다린 다음이었다.

‘젠장, 허기가 지쳐서 배가 부르네.’

그냥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안내하는 아가씨의 상냥한 미소와

스커트 속에 들어있는 둥근 힙 라인은 기다린 보람을 충족시킬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더구나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할 만큼 미모와 몸매가 받쳐주는 김희선과

함께였으니 나름 뿌듯할 수밖에.

스테이크를 각자 주문하고 나니, 샐러드 바 이용은 무료란다.

무료? 거 좋지. 언뜻 고개를 돌려보니 제 각각 손에 접시를 든 사람들이 뷔페식처럼

둘러서서 주섬주섬 음식을 담는 모습이 보인다.

“오빠! 우리도 가자.”

신이 난 듯 일어서는 김희선을 따라서 쭈뼛거리면서 다가가 보니, ‘히야. 이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음식이 다양하고 화려하긴 했다.

“주문하신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본 전 생각이 나서 김희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려 네 번이나 접시를 날라다 먹었는데,

그제야 메인 메뉴라면서 고기 접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젠장, 배는 이미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는데.

“또 먹으라고요?”

황당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호준의 모습이 우스웠던지 앞자리에 앉은 김희선이

‘거봐! 내 말이 맞지!’ 하는 눈빛으로 킥킥 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운 생각에서 스테이크까지 억지로 우겨넣고 나자, 기어이 아랫배가 견디지 못하고

신호를 보내왔다. 쪽팔리게 똥 싸러 간다고 할 수도 없고, 미적거리고 앉아있는데,

물끄러미 호준을 바라보던 김희선이 눈치를 챘는지 피식 웃었다.

“오빠! 배 아프구나?”

“...응.”

“어쩐지 무진장 먹는다 했지. 얼른 갔다 와!”

“...응.”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을 찾으러 갔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묵직했던 아랫배의

거북함을 해소하고 돌아올 때에는 제법 주변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낯익은 옆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 송주희 차장?’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늘 웨이브 진 긴 파마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넘겨서 머리 끈 하나로

단정하게 동여매고 있었지만, 지금은 긴 머리를 풀어헤쳤을 뿐 은테안경을 낀 갸름한

얼굴선은 송주희 차장의 모습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하긴, 그녀도 집이 수원인데 이곳에 못 올 까닭도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보다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의 옆모습이 웬일인지 신경에 거슬렸다.

‘누구지? 어디서 분명 본 듯한 사람인데...’

설사 그녀의 남편이라 하더라도 김희선과 몰래 데이트를 하는 와중에 일부러 다가가서

인사를 건넬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들킬 새라 그녀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멀찍이 돌아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의 소심한 발걸음이 의아했던지 김희선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저쪽에 송주희 차장이 와 있어.”

“정말?”

물끄러미 고개를 돌려본 김희선 역시 그녀가 맞다 면서 고개를 끄떡이며 웃는다.

“히히. 죄 짓고는 못 살겠네.”

“그런데, 저 사람! 남편 맞아?”

“글쎄. 나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설마? 송차장님이 바람이라도 피겠어.”

“그, 그렇지?”

호준도 김희선의 말에 내심 맞장구를 쳤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 구석에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남자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마음을 도저히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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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마케팅부 이부장!”

송주희 차장이 먼저 나갈 때 까지 할 수없이 커피를 석 잔이나 마신 후에야 슬그머니

빠져나온 길이었다. 운전을 하던 호준이 그제야 생각난 듯 소리를 벌컥 내지르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희선이 깜짝 놀라서 눈을 흘겼다.

“왜 그래? 깜짝 놀랐잖아!”

“그랬어? 미안! 송주희 차장이랑 식사를 했던 남자가 누구였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게 뭐 어쨌다고?”

“그, 그러게...”

호준은 어색한 듯 김희선을 바라보면서 살짝 웃었지만, 속으로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가 본사에 근무할 당시 마케팅부 이부장의 평판이 좋지 않았던 까닭이다.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수완가라고 했던가?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하는

그를 일컬어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출세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의 집념을 비꼬는 뜻도 담겨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느낌이 안 좋은 걸.’

집안이 매우 어려웠던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자신을 뒷바라지 했던 여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결국은 유명한 정치인의 딸과 결혼을 했다는 소문도 익히 퍼진 얘기였지만,

계열사의 연구부서에만 근무했던 김희선은 그런 내막을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잘 나가는 그가 어째서 송주희 차장을 만난 것일까?’

뭐, 구태여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따로 만날 정도로

영업팀 마케팅부와 연구팀 기술부가 업무 협조를 이루어야 할 부분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의아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옆 자리에 앉아있던 김희선의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오빠! 어디 갈 거야?”

“글쎄. 어디 갈까?”

“우리 대부도 가자. 바람 쐬러!”

“대부도? 괜찮겠는데.”

쓸쓸한 겨울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준은

고개를 끄떡이며 웃었지만, 막상 대부도에 도착하고 보니 운치는 둘째 치고 웬 바닷바람이

그렇게도 센 것인지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김희선의 입술만 줄기차게 빨아대다가

바지락칼국수 국물만 들이키고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젠장, 뭐 하는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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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터진 것은 새해가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회의실에서 울려 퍼지는 강현희 팀장의 목소리는 허스키가 지나쳐서 아예 카랑카랑

갈라진 쉰 목소리였다. 그녀의 시원하게 생긴 큼지막한 눈동자에서 빛이 번뜩일 정도로

날카로운 광채가 불꽃처럼 튀겼고, 울분을 참지 못해서 거친 호흡을 내뱉던 커다란 유방이

금방이라도 옷자락을 찢고 튕겨 나올 것처럼 크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저렇게 화가 났을까?’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갑자기 소집된 비상회의였기 때문에 모두들 의아한 눈치였지만,

강현희 팀장의 위압감에 제압된 나머지 누구 한사람 그 이유를 물어보는 이 없었다.

“자, 보세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에요?”

강현희 팀장이 손에 들고 있던 조간신문을 펼치더니 손가락으로 큰 박스기사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모두들 의아한 시선으로 신문을 바라보는 순간, 이구동성으로 탄식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뒷자리에 앉아 있던 호준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신문지면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심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신문의 박스기사가 실린 지면은 한 달에 한 번씩 신상품을 소개해주는 코너였는데,

대충 보이는 머리기사만 읽어도 그것이 출시를 불과 이틀밖에 남겨두지 않은 자신의 회사

신제품과 동일한 제품 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과 입학을 목전에 둔 예비숙녀에게...』로 시작되는 머리기사와 그 내용은 자신들이

주 타깃으로 삼았던 십대 후반의 소녀층을 겨냥한 출시전략과 동일했으며,

허리밴드 부분에 은밀하게 만들어 놓은 아주 조그만 주머니까지 모든 것이 똑같았다.

더구나 그 주머니 크기에 맞춰서 수시로 갈아 넣을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재질의 향수까지.

“구매층이야 어차피 졸업과 입학시즌이니까 경쟁사인 G사에서도 우리랑 같은 타깃을

겨냥할 수 있었겠지만, 디자인부에도 함구한 향수 관련 부분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강현희 팀장이 아닌 제 3자가 보더라도 그것은 기밀유출이 분명할 듯싶었다.

기술부 직원이라야 팀장을 제외하고는 고작 7명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호준은 자신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그를 나머지 사람은 6명.

회사에 대한 애착심과 긍지가 누구보다도 대단한 한수진 부장은 아닐 것이 분명하였고,

그렇다면 나머지 다섯 명중에서 한 사람?

‘서, 설마 송차장?’

웅성거리면서 떠들고 있는 주변 동료들의 안색을 찬찬히 살펴보던 호준의 눈에

왠지 불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가뜩이나 하얀 얼굴색이 더욱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고개를 푹 파묻고 있는 송주희 차장이 눈에 띤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그래. 그 날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마케팅부 이부장과 함께 있었던 일도 이상하긴 했지.’

의심스런 눈으로 보게 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송주희 차장의 갸름한 얼굴은

이제 하얗게 질리다 못해 아예 핏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호준의 예상대로 송주희 차장의 짓이 맞는 것이라면 평소 착실하고도 가정적인

그녀가 그토록 무모한 짓을 저지르게 된 것은 무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만큼은 반드시 밝혀야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호준은 자신의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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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죄송해요. 오늘도 집에 아이들 밖에 없어서...”

모두들 대책을 짜내느라고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집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송주희 차장이 주섬주섬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나서는 한수진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낙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올린 한수진 부장이 힘없이 고개를

끄떡거리자, 송주희 차장은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듯 인사를 건네고는

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으니.

“부장님! 저도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그녀를 놓칠 새라 호준도 급하게 일어나면서 인사를 건네는데, 한수진 부장의 얼굴은

조금 전에 송주희 차장을 보내줄 때와는 확연하게도 달라진 어느새 두 얼굴의 마녀로

변해있는 것이 아닌가.

“미쳤어?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급한 일이라니까요.”

호준이 눈을 찡긋 거리면서 신호를 보냈지만, 심란한 한수진 부장의 부아만 더욱

북돋은 듯 했다.

“눈병 났어요? 눈은 왜 그러고 있어.”

“그, 그게 아니라...아이 참, 나 미치겠네.”

한수진 부장의 눈빛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불똥을 이리저리 피하던 호준은

급기야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서 무작정 손을 흔들면서 뛰어나가는 무대포 정신을

발휘하고 말았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수고하세요.”

“거, 거기 안서!”

서류뭉치가 뒤통수로 날아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자 이제 막 현관을 나서는 송주희 차장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둘이나 낳은 여자 같지 않게 날씬하면서도 아담한 그녀의 엉덩이가

오늘따라 왠지 가련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차장님! 같이 가요.”

뒤따라오는 호준의 모습을 발견한 송주희 차장의 얼굴에서 일순 당혹감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나왔어요?”

“크크...다 방법이 있지요. 이미 터진 일인데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별 뾰족한 수 가

있겠어요. 차라리 집에 가서 다음 제품이나 구상하는 것이 낫지.”

“그, 그래도...”

“걱정 마세요. 낼 아침에 욕 한번 거나하게 얻어먹으면 그만이니까. 자, 제가 모셔다

드릴 테니까 같이 타시죠.”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송주희를 반 강제로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고 나자, 호준은

그제야 안도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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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여, 여긴...”

호준의 승용차가 모텔 주차장으로 다가서자, 이미 발작을 일으킨 송주희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그 상태로는 아마 혼자 걷기도 힘들 겁니다. 내가 미친척하고 아무 곳에나 훌쩍

내려놓는다면 온갖 잡놈들이 달려들어서 차장님 육신은 금방 만신창이가 되겠지요.

원한다면 그렇게 해드릴까요?”

그녀의 눈빛을 본다면 왠지 마음이 약해질 듯해서 호준은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냉정한 말을 뱉어냈다.

“으흐응...시, 싫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 송주희가 거칠게 머리를 흔들면서 눈물을

흘렸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자신의 몸이 이렇게 까지 달아오르게 된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드는 듯 했지만, 그런 생각조차 전신으로 퍼진 쾌감으로 인해서 점차 가물거리는 눈치였다.

“제가 잘 부축하고 들어갈 테니까 방에 들어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절대로 입을

여시면 안 됩니다.”

호준이 주의를 주자, 송주희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자신의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자, 내리시죠.”

차에서 내려서 비틀거리는 송주희의 허리를 감싸 안자, 그녀도 힘겨운 듯 양손으로

호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머리를 기대어온다.

향긋한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가 은근히 코끝을 자극했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허리 살이 왠지 연민을 자극했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을 확신했기 때문에 호준은 망설임 없이 모텔 입구로 들어설 수 있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카운터에 서 있던 젊은 녀석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훤히 짐작한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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