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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연구원 -13- (13/43)

란제리 연구원 -13-

사실, 호준도 많이 지쳐있긴 했다.

매력적인 엉덩이를 가졌던 한수진 부장을 품에 넣은 것만으로 하루를 마감했어야 했는데,

일은 이상하게 뒤틀려버렸고, 누나와 어머니를 동시에 상대하려다보니,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벌거벗은 어머니와 누나 사이에 끼여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행운이었기 때문에 호준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호준의 왼편에서 잠들어 있는 누나는 왼쪽 다리를 호준의 다리위에 얹은 상태에서

호준의 자지를 꼭 움켜쥐고는 자신의 보지를 호준의 대퇴부 쪽에 바짝 밀착시킨 체

잠들어 있었고, 오른편에 잠들어 있던 어머니도 호준의 가슴 위에 손을 얹고는

그 크고 풍만한 유방을 호준의 어깨에 단단하게 밀착시켰기 때문에 그 물컹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호준의 마음을 아늑하고 황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내일 출근하려면 그래도 눈 좀 붙여야지.’

호준은 자신의 양쪽 팔을 베고 누운 그녀들의 유방을 양손으로 하나씩 거머쥐고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으흐응...자기야!”

호준이 조금만 움직이는 기척을 보여도, 인숙은 잠투정을 하면서 자신의 보지를

더욱 밀착시켰기 때문에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조금 불편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를 위해서라면 그깟 불편쯤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 사람의 몸이 무작정 주인의 마음을 따라주던가.

불과 두 시간정도 깊은 잠에 빠져있던 호준은 저려오는 왼쪽팔의 고통 때문에 얼떨결에

잠을 깼고, 눈이 떠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무심결에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팔을

주무르면서 돌아누웠다.

그때, 누군가의 팔이 자신의 팔을 시원하게 주물러주는 느낌이 들었고,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희미한 어둠 속에서 어머니 오진희가 상반신만을 일으키고 앉아서

그의 팔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많이 저리니?”

“어, 어머니...”

“그나저나, 네 아버지를 무슨 염치로 볼까...”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깊은 탄식이 스며있었고, 호준은 그제야 아버지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린시절부터 늘 외항선을 타고 떠돌기만 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아버지였고,

호준과는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는 부자지간이 아니던가.

“인숙이는 또 어떻게 시집을 보내고...”

어머니는 말이 끊어질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양

자학을 하고 계셨다.

“아니에요. 어머니. 다 제 잘못이에요.”

호준은 더 이상 침대 위에 누워있지 못하고 앉은 자세에서 상반신만 일으키고는

고개를 조아렸다.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그 날도 내가 주책을 부렸고, 오늘도 또 이런 실수를 했잖니...

그런데, 네 누나는 어째서 그런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누나도 저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제가 엉뚱한 연구만 하지 않았어도...”

상심해 있던 오진희가 의아한 듯 호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연구? 그건 또 무슨 말이니?”

호준은 그녀가 알아듣기 쉽도록 지난 며칠동안에 그녀에게 일어났던 일을 조용히 설명했고,

그것을 다 듣고 난 오진희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 그게 정말이니?”

“예. 믿으시지 않으시겠지만, 사실이에요.”

오진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조금 전 보다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겪었으니, 안 믿을 수도 없고...그나저나 대단한 일이네. 불감증까지 고치는 것을 보면...”

“예?”

호준이 반문하자, 그녀는 수줍은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면서 들릴 듯 말듯하게 대답했다.

“내가 사실은 그랬거든...”

호준은 속으로 ‘잘하면 이것을 비아그라 못지않은 치료제로도 팔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조금 전에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오진희도 똑같은 듯 했다.

“피곤할테니 조금 더 자거라!”

“예. 어머니.”

호준이 다시 침대에 눕자, 오진희는 스탠드 등을 약하게 켜고는 자신의 옷을 다시

꺼내 입기 위해서 일어섰고, 호준은 어둠 속에서 어머니의 희미한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

“으응...아무래도 옷을 좀 입어야 될 것 같아서...”

“그냥, 주무세요. 저도 발가벗었고, 누나도 그런데 어머니만 옷을 입고 아침에

일어난다면 누나가 더 부끄러워 할 것 아니에요.”

오진희는 잠깐 망설이는 듯 하더니, 호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는지

다시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등을 돌리고 어색하게 몸을 움츠린 오진희의 어깨너머로

호준의 손이 넘어왔고, 그녀의 가슴을 감싸 안았다.

“다 잘 될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진희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에게서 큰 위안을 받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려서 호준의 품에 얼굴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그래. 잘 되겠지.”

오진희는 자신의 풍만한 유방 한복판에 자리 잡은 유두가 호준의 손가락 사이에서

딱딱하게 곤두서는 것을 느꼈지만, 그 느낌이 왠지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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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요? 안 일어나고!”

언제 일어난 것인지 인숙이 이불을 확 걷어 부치며 고함을 질렀기 때문에 알몸으로

꼭 껴안고 잠들었던 호준과 오진희는 깜짝 놀라서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다.

호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인숙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고,

오진희는 황망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유방과 아랫도리를 감싸 쥐며 일어나서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갔다.

“흥. 나만 쏙 빼놓고 어머니랑 단둘이 꼭 붙어서 자더라!”

오진희가 방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인숙은 침대위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호준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흘겨보았다.

“누나한테도 팔베개를 해줬단 말이야. 아직도 팔이 저려서 욱신거리고 아파죽겠는데.”

“그랬어? 우리자기!”

인숙은 자신이 언제 화를 냈던가 싶을 정도로 화사하게 웃으면서 호준의 귓속에

속삭였다.

“사실은 어머니가 민망해 할까봐 내가 일부러 그런 거야. 나 잘했지?”

“그래도 조금 심하잖아. 어머니가 많이 놀라신 것 같던데.”

“두고 봐!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고맙게

느껴질 테니까.”

호준의 볼을 살짝 쥐었다고 놓은 인숙은 이내 콧노래를 부르면서 방을 나갔고,

잠시 후, 거실에서는 아침체조를 방송하는 TV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나왔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호준은 그런 누나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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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은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에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복도창가에 기대어서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는 나수정 대리를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심각하게 느껴졌기에 무심결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예? 오늘 저녁에요?”

“......”

“하지만, 오빠가 요즘 무척 바빠서 시간을 낼 수가 없을 텐데...”

“......”

“예. 알았어요. 그럼 8시에 봐요.”

호준은 짐짓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듯 태연한척 했으나, 속으로 기이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수정 대리는 고아라서 부모도 형제도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라니?’

그녀가 고아출신이라는 것을 안 것도 사실은 며칠 전의 일이었다.

인사기록부를 참조할 만한 일이 있었고, 그것을 뒤척여보던 중 우연찮게 나수정대리가

고아라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늘 생글생글 웃는 인상이었던 그녀는 올해 26세의 나이로 호준보다는 한살 어렸지만,

오히려 누나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는 여자였다.

그것은 그녀의 외모도 한몫 했는데, 전체적으로 통통한 스타일이었으나

지방질이 거의 없었고 피부는 매우 탄력 있어 보이는 몸매를 갖고 있었다.

얼핏 들은 얘기로는 중학교 시절까지 학교의 배구부에 가입해서 운동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간혹 스커트가 팽팽하게 감싸고 있는 그녀의 커다란 엉덩이를

훔쳐볼 때면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허리 쪽에 바짝

올라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준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무실 문이 열리며 나수정 대리가 들어왔는데,

그사이 화장실에서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러지?’

호준은 내심 궁금했지만, 그녀의 분위기가 매우 침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무지 말을 붙일 수 있는 상황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흘렀고, 퇴근 무렵이 되자 하루 종일 무언가 고민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가 호준에게 조용히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다.

“백대리님! 퇴근 후에 잠깐 시간 좀 내주실수 있어요?”

그녀의 모습이 심각해 보였던 것인지, 거의 왕따 수준이었던 호준에게 나수정 대리가

데이트 신청을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른 여직원들의 시선이 모두 호준에게 집중되고 말았다.

‘나, 참. 이런 쪽팔린 분위기라니...’

호준은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그러지요. 뭐.”

그 모습이 우스워 보였던지 옆에 앉아 있던 김영희 주임이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자, 며칠 동안 야근들 하느라고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

6시가 되자 한수진 부장은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들은 우르르 몰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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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오늘 하루만 오빠역할을 해달라고요?”

“예. 부탁드릴게요. 형진씨한테도 차마 내가 혈혈단신 고아라고는 말 할 수가 없어서

오빠가 한 명 있다고 했거든요.”

“그, 그래도...”

“백대리님! 한번만 도와주세요. 형진씨나 그 사람 어머니나 제가 고아원에서 혼자

자랐다는 사실을 안다면 절대로 결혼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호준은 오늘따라 유난히 커피가 쓰다고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은 어떡하려고요? 계속해서 숨길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저쪽에는 미리 오빠가 유학 준비 중이라고 해놨어요.”

호준은 내심 ‘여자의 집착이 정말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또 한편에서는

어린 시절 고아로서 겪어야 했을 그녀의 아픔이 전해졌기에 가슴이 찌르르 아파왔다.

조금 생각에 잠겨있던 호준이 선뜻 고개를 끄떡였다.

“좋아요. 한번 해봅시다.”

호준은 그녀와 함께 약속장소인 수원의 OOO호텔로 이동하면서 대략적인 남자 집안의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 들었다. 뜻하지 않게도 오늘 만나려는 남자 측의 모친은

7, 8년 전까지만 해도 TV에나 볼 수 있었던 제법 유명한 중견탤런트였던 것이다.

“남자의 어머니가 탤런트 윤미선이라고요?”

호준이 되묻자, 나수정 대리가 틀림없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윤미선이라. 그녀의 나이가 그렇게나 들었던가.

7,8년 전에 활동할 당시에 삼십대 중후반으로 밖에 보지 않았는데, 벌써 장성해서

결혼할 나이를 먹은 아들이 있다니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TV에서도 그분은 줄곧 세련되고 깐깐해 보이는

배역만 했었잖아요. 실제 성격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설마, 그렇기야 하려고요.”

호준은 나수정 대리를 위로했지만, 사실 그의 걱정도 똑같았다.

언제나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던 윤미선은 늘 세련되었고, 도도한 역할만을 맡아왔기

때문에 호준도 은근히 긴장되고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연기자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니 분명 보통일은 아닐 듯싶었다.

몇 년 전에 스포츠 일간지에서 그녀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기사도

얼핏 떠오르는 듯 했다.

호준은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시약병을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한수진이 입었던 팬티에서 추출한 분비물과 자신이 개발한 용액을 섞어놓은

완제품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설마, 이걸 쓰게 될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화려하게 웃고 있는 탤런트 윤미선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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