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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연구원 -11- (11/43)

란제리 연구원 -11-

“운전하셔도 괜찮겠습니까?”

한수진이 그녀의 승용차에 가까스로 몸을 싣자, 그 모습을 위태롭게 쳐다보고 있던

호준은 걱정이 앞섰다.

무려 한 시간 이상을 기절해서 쓰러져 있던 한수진이 정신을 차린 것은

불과 20분 전이었고, 사무실의 소파위에서 정신이 깨어난 그녀는 호준과의

격렬했던 섹스가 부끄러웠기 때문인지 무척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 옷은 어디 있죠?”

“너무 젖었기 때문에 말리려고 스팀기 위에 올려놨습니다.”

“...미안하지만, 내 옷 좀...”

호준이 스팀기 위에 펼쳐놓았던 청바지를 들고 오자, 한수진은 청바지의 앞뒷면을

이리저리 살폈고, 생각보다 잘 말라있던 까닭인지 조금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

“생각보다 지저분하진 않네요. 그런데...다른 건?”

한수진이 기절해서 쓰러져 있는 사이에 호준은 그녀의 팬티를 새로 갈아입혔는데,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입었던 팬티가 어디 있는지 묻는 듯 했다.

“그건 입기가 곤란할 것 같아서 버렸습니다.”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 그녀의 꽃무늬 팬티는 이미 호준이 기념품으로 접수한 상태였다

“그랬군요. 잘 버려야 되는데...”

타이트한 청바지 속으로 볼륨 있는 엉덩이를 우겨넣던 한수진이 심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아무래도 오늘 호준과의 사이에서 우연하게 벌어졌던 섹스를 누군가

다른 직원들이 눈치 채지 않을까 염려하는 듯 했다.

“서류뭉치 속에 섞어서 버렸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백대리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 마음이 놓이네...그나저나, 지금 몇 시?”

“10시 45분입니다.”

“어머! 너무 늦었네.”

한수진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서류들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몇 발자국

떼어놓지 못하고, ‘욱’ 하면서 아랫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괜찮으세요?”

조금 떨어져 서 있던 호준이 급히 달려가서 부축하자, 얼굴이 붉게 상기된 그녀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난, 괜찮아!...그리고, 이런 얘기 하기는 부끄럽지만 태어나서 오늘 같이 짜릿한 기분이

들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

“부장님이 좋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호준은 한수진을 소파에 앉아서 쉬게 한 후, 그녀의 책상과 자신의 책상을 서둘러서

정리했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해서 건물 지하에 있는 주차장까지

내려왔던 것이다.

“정말 괜찮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내일 봐요. 힘쎈 자기!”

운전석 창문 너머로 한수진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도톰한 입술을 내밀었고, 호준은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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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5일 정도 남겨둔 거리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가로수 이곳저곳에

숨어 있다가 깜박거렸고, 운전을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호준의 마음도

덩달아 들뜨는 듯 했다.

‘효과는 확신했지만,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

머릿속에서 손바닥자국으로 얼룩져 있던 한수진의 새빨갛게 부어오른 엉덩이가

아직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렇게 들뜬 기분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개발한 이 위대하고도 대단한

연구 성과를 온갖 매스컴이 격찬할 수 있도록 한없이 떠들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호준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엉큼한 사내 녀석은 그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너무 빠른 감이 있어! 세상은 넓고 이렇게 여자도 많은데,

아직은 좀 더 은밀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게 사내로써 내 솔직한 심정인거야!’

그의 품안에는 아직도 축축하게 젖어있는 한수진의 팬티가 있었고, 그것은 호준에게

있어서 그의 위대한 연구 성과가 만들어낸 오직 그 만의 전리품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누나가 많이 삐졌나보네.’

호준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긴 했지만,

그는 내심 누나 인숙이 불을 환하게 밝혀두고 자신을 기다려 주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집은 어두웠고 그의 기대는 보기 좋게 어긋나고 말았던 것이다.

‘젠장, 여자들이란...좋아! 그렇다면 무언가 본때를 보여줘야 되겠군. 흐흐.’

어떤 기대감이 그의 자지를 또다시 발딱 서게 만들고 있었다.

매일같이 늦게 퇴근을 하다보니, 이제 현관문을 소리 없이 여는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수준급에 도달했으며, 그깟 구두 밑창에서 울려 퍼지는

발소리쯤이야 이미 능수능란하게 소음을 차단하는 독문경보마저 마스터한 바, 문제는

미세한 소음까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거실의 스위치를 켜지 않았기 때문에

시야가 무척 협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작전의 유일한 방해물이었다.

‘분명히 내방에서 잠들어 있을 거야! 흥, 나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잠든 대가를

오늘 톡톡히 치러야 할 걸.’

살금살금 거실을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드디어 목적지인 자신의 방문 앞에 안착해보니,

필연인지 다행인지 방문이 조금 열려 있는 상태였으므로 작전을 펼치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호준은 문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아주 절제된 동작으로 방문을 열었고,

여전히 낮은 포복 자세로 자신의 침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손을 뻗어서 침대 위를 더듬어보니, 과연 호준의 생각대로 인숙은 자신의 침대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고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흐흐. 오늘 한번 열나게 당해보시라지!’

호준은 자신의 양복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서 조심스럽게 시약병을 꺼내 들었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마개를 열고 그 내용물을 자신의 손바닥에 살짝

쏟아 부었다.

더구나 인숙은 옆으로 누운 상태로 호준에게 등을 내보이며 잠든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의 귓구멍을 겨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호준은 왼손을 더듬어서

인숙의 귓구멍 위에 과녁을 만들었고 오른 손 주먹을 쥐고는 손바닥에 묻은 약품을

살짝 흘려 넣었다.

“음냐....음냐...”

자고 있던 인숙이 귓속에 이물질을 느끼고는 몸을 뒤척이면서 손바닥으로 그녀의

귀를 문질렀으나, 잠은 깨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이제 조금만 시간이 흐른다면

인숙은 화끈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가 없어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면서 난리블루스를

치고 말리라.

‘옳거니...어디 혼자서 한번 해결해 보시라지. 크큭.’

호준은 인숙의 방에 숨어있기 위해서 살그머니 자신의 방을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인숙의 향기가 가득 밴 침대 속에 편안히 누워서 발정 난 누나의

울부짖음을 그저 느긋하게 감상하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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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자 방은 냄새부터 다르다니까.’

인숙의 방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서자, 상큼한 여자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해서

우선 좋았다.

더구나 잠시 후면 이방의 주인공인 인숙님께서 전신을 비틀면서 열창할 발정교향곡을

생각하니, 그 기대감 또한 만만치 않게 좋았던 것이다.

호준은 느긋한 마음으로 옷을 벗었고, 이왕 벗는 김에 잠시 후면 자신에게 울면서

애원할 인숙을 생각해서 아예 팬티까지 훌렁 벗어던졌다.

이어, 그녀의 침대 위로 벌렁 다이빙을 하면서 뛰어들었는데, 아뿔싸. 이건 또 웬 물컹한

느낌이란 말인가.

“윽. 누, 누구야!”

비어있는 줄만 알았던 인숙의 침대에서 돌연 여인의 뾰족한 교성이 튀어나오면서

천지를 무너뜨릴 듯이 흔들어대는 것이었으니,

“대, 댁은 누구신데요?”

당황한 호준은 자신이 벌거벗은 상태라는 것도 잊고는 얼른 침대 옆의 스탠드를

더듬어 불을 밝혔고 깜짝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누, 누나!”

“호, 호준아!”

‘그럼, 저 방에는 누구?’

호준도 호준대로 정신이 산만한 상태였지만, 놀라서 깨어난 인숙의 표정도

결코 만만치는 않아보였다.

한참동안 어리둥절해 있던 두 사람은 이윽고 어떤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했고, 두 사람의

입에서는 동시에 질문이 터져 나왔다.

“그럼, 혹시?”

이번에도 두 사람의 머리가 동시에 고개를 끄떡여졌다.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지는 합창.

“맙소사!”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인숙이 호준을 나무랬다.

“왜, 확인도 해보지 않고 약을 넣었어?”

“난 어머니가 오셨는지 몰랐지. 그런 누나는 왜 전화도 없었어?”

“어머니가 갑자기 오셨기 때문에 그냥 속상해서 잠들어 버렸지.”

“그나저나 이 일을 어쩌지?”

호준은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고, 인숙은 인숙대로 덜컥 일을 저질러버린

호준이 야속하면서도 얄밉기만 했다.

“너 혹시 일부러 알면서도 그런 것 아니야?”

“내가 미쳤어? 저번에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흥, 그걸 내가 어떻게 믿니? 하여간 난 몰라! 네가 저질렀으니까 네가 알아서 해!”

볼이 퉁퉁 부어오른 인숙은 호준을 한껏 흘겨보고는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덮어쓰고

누워버렸다.

‘이것 참 난감한 일이군.’

단단하게 화가 난 인숙과 조금 있으면 발정 나서 몸부림을 칠 어머니 사이에서

호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휴~우우.

그때, 찬물을 끼얹은 듯한 방안의 분위기를 깨면서 아주 뜨거운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흐응...나, 나좀...”

호준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발정 난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옆에 누워있는 인숙이 신경 쓰여서 도무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누, 누~나!”

호준은 허락을 받고 싶은 심정으로 인숙의 어깨를 흔들어 보았으나, 한번 화가 나면

원래가 막무가내 스타일인 인숙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의 숨 넘어 가는

신음소리는 점점 호준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으니,

“으흥....아흑...으흑...”

“누나! 한번만...”

호준이 자꾸만 보채자, 인숙이 짜증이 났던지 이불을 확 제치고는 한 마디 쏘아붙였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니깐 왜 자꾸만 사람을 귀찮게 만들어!”

호준은 기회는 이때다 싶었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되물었다.

“정말이지?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흥.”

인숙의 콧구멍 속에서 세찬 돌풍이 새어나왔지만, 호준은 또 다시 붙잡힐 새라

황급히 인숙의 방에서 도망 나오고 말았다.

그 모습을 독기어린 눈으로 쳐다보던 인숙은 잠깐 무언가 결심을 하는 듯 하더니

돌연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호준의 주머니 속을 더듬거렸고, 잠시 후에 조그만

시약병을 꺼내 들었다.

“내가 가만히 참구만 있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흥.”

자신의 잠옷을 허리춤까지 들어올린 인숙은 허벅지를 벌린 상태로 팬티를 제친 후,

시약병에 들어있던 약물을 몽땅 자신의 보지 속에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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