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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연구원 -6- (6/43)

란제리 연구원 -6-

“누나는요?”

“글쎄. 아프다면서 오늘은 하루 쉬겠다고 하네. 웬만해선 아프지 않는 애인데...”

식탁 앞에서 어머니는 아주 근심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준도 그녀의 상태가 매우 염려스러웠다.

내심 자신의 실험용 팬티가 어젯밤 그녀의 발작상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했지만, 그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어떤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인숙의 방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분홍침대에 누워서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들어있었고, 방안 어느 곳에서도 간밤의 광란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절한 인숙을 침대위에 눕혀놓은 후 대충 뒷정리를 하면서 무심결에 던져놓은

크리넥스 티슈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호준조차도 간밤의 섹스가 어쩌면

하룻밤의 꿈이 아니었을까 착각했을 것이었다.

‘누나와 섹스를 하다니...’

그것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신성한 신의 영역을 얼떨결에 침범해버린 것 같은 그런 두렵고도 흥분되는 묘한 것이었다.

인숙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열락의 흔적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붉은 기운이 그녀의 양볼

가장자리에 떠올라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근래 들어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매우 평온한

상태였다.

인숙의 긴 생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호준은 그녀가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가 편히 자도록 돌아서는 순간, 잠든 줄 알았던 인숙의 손이 호준의 손을

살짝 잡았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나 괜찮아!”

미안한 이유는 뭐고 괜찮다는 이유는 또 뭘까?

미안하다는 것은 그럭저럭 짐작이 갔지만, 괜찮다는 것은 좀 아리송했다.

이젠 발작증상이 끝났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과 나눈 근친간의 섹스가 좋았다는 것인지

호준은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인숙은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잠든 표정 그대로였다.

“그럼, 푹 쉬어!”

호준은 정이 듬뿍 묻어나는 한마디만을 남기고는 살그머니 인숙의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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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치고는 보기 드물게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여직원들은 이곳저곳에 나누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호준은 썰렁한 복도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담배를 물고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평소에 감기약조차 잘 먹지 않는 누나가 이상한 약 같은 것을 복용했을 리는 없어.

더구나 술이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는데... 아마도 팬티에 뿌려진 용액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해!’

호준은 그렇게 단정을 지었지만, 도대체 약물의 어떤 성분이 그런 증상을 만드는 것인지

그리고 인체에 접촉한 이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해야만 증상이 나타나는지 등등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그래. 실험을 더 해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런데, 누구한테 실험을 하지?’

지난밤 발정 난 몸으로 흐느끼던 인숙의 얼굴이 대뜸 떠올랐지만, 그것은 호준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을 뿐이다. 약물의 효과를 깨달은 지금 자신의 친누나를

다시 또 근친의 덫으로 빠뜨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떠오른 것은 강현희 팀장이었다.

언제나 호준을 비웃는 듯한 그녀의 태도도 그렇고 며칠 전 실험실에서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든 그녀였기에 보란 듯이 복수를 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그녀의 그 출렁이는 유방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스커트속의

엉덩이를 짓무르도록 주물러보고 싶은 사내의 욕망이 더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그녀에게 약물이 묻은 팬티를 입히겠는가?

그것도 불가능할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내가 입어보는 것이 낫겠어. 누나에게 그런 반응이 있었다면 나에게도

어떤 반응이 느껴지겠지. 그리고 남자에게도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군.’

결국, 호준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내일은 토요일이었고, 회사도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실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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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아무렇지도 않잖아!”

호준은 입었던 팬티를 방바닥으로 집어던지면서 짜증을 내고 말았다.

실험에 몰두하느라고 한숨도 잠을 자지 못한 탓에 그의 눈동자는 새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고, 안색은 창백했다.

혹시라도 징후가 느껴지면 한 밤중에 창녀촌이라도 뛰어가야 할 것 같았기에

외출복도 몇 번이나 입었다 벗었다 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약물의 양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 싶어서 계속 붓다 보니 0.5리터 음료수 병의

양으로도 모자라서 나중에는 아예 약물 속에 팬티를 집어넣고 휘저어 보기까지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둘 중에 하나로군. 내가 만든 약물이 표백효과 밖에 없거나, 아니면 내가 남자라서 아무 반응도 없거나. 어쨌든 너무 피곤하니까 나중에 생각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호준은 너무 지쳐있던 나머지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고, 잠시 후 어머니 오진희가

청소를 하려고 들어와서 그를 깨워도 그는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머, 얘가 깨워도 도통 일어나질 못하네. 밤새 뭘 했기에...”

오진희는 호준의 깊은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방에서 다시 나가려다가, 문득 호준이

집어던진 팬티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다 큰 녀석이 이렇게 아무 곳에나 입었던 속옷을 집어던지면 어떡해!”

그녀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혀끝을 차면서 방을 나섰고, 곧장 욕실로 가서는

호준의 팬티를 세탁기 속에 집어넣고는 동작 버튼을 작동시켰다.

쫄. 쫄. 쫄. 쫄.

세탁기 속에서 이내 물소리가 들렸고, 오진희는 문득 자신의 몸이 온통 땀에 절어서

찐득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참동안 쓸고 닦았더니, 온 몸이 땀투성이네. 어휴 끈적거려!”

그녀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는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왔고, 샤워를 하기 위해서

벗은 홈드레스와 속옷을 세탁기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것은 토요일의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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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7,8년은 된 것 같은데...’

오진희는 자신이 영화관을 찾은 날이 언제였던가를 떠올리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24시간 할인마트는 간혹 이용한 적이 있지만, 심야에도 영화상영을 한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던 것이다.

“어때요? 어머니! 내 말이 맞죠?”

“그, 그러게...한 밤중에 이렇게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는걸.”

대형 할인마트의 5층에 위치한 영화관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는데도

매표소 앞 프론트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섰는데, 표나 끊을 수 있겠니?”

“하하. 괜찮아요. 이럴 줄 알고 내가 이미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 놓았어요. 여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저쪽에서 표를 끊어 올 테니까요.”

호준이 현금인출기처럼 늘어서있는 기계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진희는 아들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듬직하게 느껴지는 한편 그동안 세상의

변화를 전혀 쫓아가지 못했던 자신이 초라한 느낌도 들었기에 자신의 옷차림을

쑥 한번 훑어보았다.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아들과의 오붓한 데이트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차려입은 옷차림이었다.

평소 아끼느라고 잘 꺼내 입지도 않았던 카키색 투피스 정장은 천장의 조명아래에서

은은한 광택이 흘렀으며, 그 위에 걸쳐 입은 연한 잿빛코트가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하긴, 이 정도면 아직은 쓸만하지.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들을 모자지간이 아닌 연상연하

커플로 볼 수도 있을 걸.’

그렇게 마음먹으니 내심 웃음도 나왔다.

“뭘 그렇게 웃고 있어요?”

언제 왔는지 양손에 팝콘과 음료수 두 잔을 버겁게 받쳐 들고 서 있던 호준이가 혼자

웃고 있는 오진희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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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코믹한 내용의 외화였다.

실직을 한 주인공이 박물관에서 경비를 서면서 일어나는 사고를 다룬 내용이었고,

관중들의 입에서는 종종 폭소가 터져 나왔고, 호준이도 재미있는지 영화 속에

푹 빠져 있었지만, 오진희는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내 때문이었는데, 그의 오른 손이 계속해서

오진희의 허벅지를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십대로 보이는 그 사내는 영화가 이미 삼분의 일정도 지났을 무렵에 오진희의

옆자리로 찾아들었는데, 그가 앉은 좌석 옆에도 빈 자리는 세 개나 있었고,

오진희는 처음부터 자신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 앉는 사내가 어쩐지 신경에 거슬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오진희의 옆자리에 앉은 지 불과 십분도 되지 않아서

음료수를 집어 들려다가 마치 실수를 한 것처럼 오진희의 왼쪽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더니 그 실수가 계속 반복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진희는 내심 핀잔을 한번 주고 싶었지만, 열심히 영화에 빠져있는 호준을

방해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었다.

그것을 오해한 것인지 사내의 손은 점점 대범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만을 슬쩍슬쩍 터치하던 손은 아예 그녀의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어루만졌고, 그래도 오준희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예 허벅지 안쪽의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왔다.

오진희가 깜짝 놀라서 사내의 손을 세게 뿌리치면서 짐짓 나무라는 눈짓을 주었지만,

그는 그녀의 시선을 전혀 피하지도 않았으며 뿌리쳐졌던 손을 또 다시 그녀의

스커트 안쪽으로 이번에는 더 깊숙이 집어넣는 것이었다.

‘뭐, 이런 변태 같은 인간이 다 있을까?’

사내의 손은 마치 제 여편네 보지라도 어루만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오진희는

그 대범함에 아예 질려서 오히려 겁을 먹고 말았다.

그의 더러운 손은 이미 팬티스타킹 속에 깊숙이 위치한 그녀의 보지 둔덕에 닿았고,

어루만지는 것으로는 양에 차지 않았던지 그 부분을 손톱으로 찢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놀란 오진희가 도움을 청하려고 호준을 바라봤으나, 그녀의 아들은 무엇이 그리도

재미가 있는지 낄낄대고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의 마음과 달리 관람객들의 입에서는 동시에 폭소가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사내의 손톱세례를 견디지 못한 스타킹이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찌이~익.

오진희는 너무 당황해서 몸을 벌떡 일으키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사내의 억센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세차게 눌러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호준의 옆구리를 찔러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되겠다는 생각하는 순간,

사내의 손가락이 그녀의 팬티를 젖히고 동굴로 진입해 왔으니,

“윽”

사내의 중지손가락은 이미 숱한 먹잇감을 사냥해 본 듯 동굴로 진입하기가 무섭게

한치의 여유도 주지 않으며 오진희를 몰아붙였고, 어느새 합류한 사내의 다른

엄지손가락 하나가 그녀의 음핵을 장악하며 완벽하게 퇴로를 차단해왔다.

하지만, 사실 거기까지라면 완벽한 포위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유능한 사냥꾼도 간과한 실수가 하나 있었고, 그것은 오진희가 이미 오랜 불감증으로

사냥꾼의 우아한 사냥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팔이 떨어져 나가라고 손가락을 휘저었는데도 신음소리는커녕 무안할 정도로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시선 앞에서 결국 사냥꾼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참, 별 이상한 여자 다 보겠네.”

머쓱해진 사내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오진희에게 던진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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