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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로, 얘네들과 함께 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언제나라니- 내 손을 꼭 잡고, 눈웃음치는 검은 머리의 남자아이가 있다.
"누나를 위해 점심을 준비해봤는데-"
"누나라고..."
"응, 처음엔 그렇게 불렀지, 그래서 또 불러보기로 했어요. 누나"
"..."
검은 화산섬 위에는 붉은 보자기가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는 양파와 햄이 든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가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디저트로 준비한 듯한 마들렌도 있다.
'무슨 소풍이냐.'
케틀리아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 사람은커녕, 소풍을 하기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라면 나는 기침을 하며 쓰러졌을 테고, 샌드위치는 새까맣게 변했을 것이다. 다만, 무슨 마법인지 나를 포함 내가 즐기는 모든 것은 케틀리아의 환경에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 이 풍경 안에 속해있다는 감각과는 별개로, 마치 유리구 안에서 보는 느낌이랄까.
“누나~”
“...”
“나 누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해봐도 돼?”
렌이 내 손에 샌드위치 하나를 쥐어주며, 빙그레 웃는다. 눈꼬리를 접으며, 귀엽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느낌으로 미소짓는다.
'귀엽다는 건 알겠지만, 전혀 마음이 안 동하네.'
싸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는 베시시 웃으며 입을 연다. 허락을 구하는 말투였는데 역시 그냥 해본 거다.
“누나, 난 누나가 좋은 거야.”
렌은 제멋대로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 그래, 꼬시기- 그는 선언한 대로 내 마음을 얻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솔직히 아니꼬운 건 둘째치고, 뭔가 그의 행동은 어긋나 있었다.
“아, 오해하지마. 난 분명하게 지금의 누나가 좋은 거니까. 처음엔 에피룬의 환생이라 마음이 갔지만, 이제는 정말 '누나'라서, '누나'이기에 좋은 거야. 전생 따위는 상관없어.”
"..."
거짓말.
이건 내가 얘를 삐딱하게 보는 것과는 별개로, 명백하게 거짓말이다. 검은 눈동자가 기대에 차 반짝반짝 나를 본다. 말은 진실된 척 하고 있지만, 텅 비어 있어 그저 내 마음을 얻기 위해 해보는 것뿐이라고. 어디서 로맨스 드라마라도 쳐보고 온 걸까 싶은 대사를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읊고 있다. 여기에는 로맨스 드라마 따윈 없지만.
전생에 구애되는 주제에 내 마음을 잡겠다고 전생 따위 상관없다고 말하는 게 참...
“그건 그렇고, 진-”
“엑?! 나한테는 대답도 않고 왜 진이야?”
“음?”
어찌되었든,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료한 시간을 좀더 제대로 보내보기로 했다. 경험상 렌과는 대화가 엇돌지만, 진과는 그럭저럭 이야기가 통했다. 본질적으로 통하는지와는 별개로, 그에게는 궁금한 게 제법 있었고, 진의 태도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를 꼬시는데 전력을 다하는 렌과 달리 그는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대답해주었기 때문이다.
일단.
“왜! 나도 불러줘.”
시끄러운 얘부터, 라는 느낌으로 샌드위치를 집어 렌의 입에 쳐넣는다. 쳐넣었는데 그는 뭐가 좋은지 눈을 반짝이며 내가 준 걸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어렴풋이 ‘니가 나한테 주는 거구나’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
조용해졌으니 됐지. 뭐.
“진. 진은, 영혼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죠?”
“응? 아... 음.”
“그거 거짓말이야, 거짓말. 너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거지.”
렌이 입이 터지도록 샌드위치를 오물거리며, 비웃는다. 진이 머슥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소중히 여긴다기보다는, 최소의 경외는 갖는다는 거지.”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깜빡이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눈 부시도록 잘생긴 미남의 외모는 아직까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 남자는 잘 생겨도 심하게 잘 생겼다. 함께 하고 일주일 즈음 지났지만 아직도 이 남자에 대해서는 화보를 보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어쨌든요. 그러면, 진도... 전생에 대해서는 기억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
"지난 번에 그랬잖아요.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영혼, 전생- 그런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를 내가 말하고 있는 건 그에게 히아신스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키오후가 히아신스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녀의 기억이 누락되고 있었다. 그녀가 에피룬의 전생과 관계 있다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녀가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는 게 걸린다. 셀리안에게 상담을 했기에 분명 무언가 해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다.
그것을, 굳이 진에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 신전 앞에서 진이 오래도록 히아신스를 봤던 걸, 멈칫했던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때는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히아신스가 에피룬 시대 누군가의 환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이 그걸 알고 망설였다면.
그러니까, 그 전에 알아볼 것은 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는 거다. 렌과 키오후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사고방식을 하고 있었다. 진은? 진은 어떨까.
“...별로.”
진은 앞에 놓인 샌드위치를 집은 뒤 그것을 열어 양파를 빼내고 있다. 잘생긴 청년이 서툰 손짓으로 양파를 골라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조금 보고 있으면, 렌이 키들댔다.
“얘, 너랑 만나고부터 양파 못 먹어.”
“...응, 왜?”
의외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면 문득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
“...”
나랑 만나고부터, 양파를 못 먹게 된 진-
류 허리의 뭉퉁한 검은 검으로 화했던 렌-
... 전혀 다른 장면이 함께 머리를 스친다.
혹시... 혹시...
“혹시, 진...”
류에게는 검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검고 뭉툭한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굉장히 멋진 단검이었다. 그는 꽤 오래 전 병원에서, 그 단검으로 내가 양파와 당근 깎는 걸 돕고는 했었다.
"음..."
“...딱히 너 때문은 아니야. 원래 양파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고.”
“아, 음....”
“...”
“미안해요?”
뭔가 굉장히 미안한 마음에 내가 들고 있는 샌드위치에서 양파를 빼서 진에게 넘긴다. 하녀로 일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보다 능숙하게 양파를 솎아냈다.
“...고, 고맙다. 그러니까, 전생을 기억하는 게 좋냐고 물었지?”
진이 건네준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눈을 마주해왔다. 고개를 끄덕이면 그는 조금 고민하는 낯이 된다.
“좋긴 하지. 기억해주면.”
내 눈치를 보며, 렌을 본다. 렌은 시끄럽게 떠들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가볍게 고개만 끄덕여 동의할 뿐, 딱히 끼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억지로 관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진은 잠시 침묵했다. 침묵하다가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에피룬 크레이누는 말이야...음, 혹시 이런 이야기 불편해?”
“조금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내가, 물었잖아요?”
“응, 다행이네.. 그래, 에피룬은... 죽기 전 우리에게 이야기했어. 꼭, 기억해주겠다고, 찾아주겠다고.”
“...”
“그런데, 그는 기억하지 못했지.”
진이 마저 샌드위치를 삼킨 뒤, 씁쓸하게 웃었다. 렌은 계속 말이 없다. 그는 그저 내 손을 꼭 잡을 뿐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잘못, 인가요?”
“응? 잘못... 이라는 건 아니야. 그게 옳은 거라고, 옳은 걸지도 모른다고 지금 나는 생각해.”
“난 생각하지 않아.”
렌이 씹어뱉듯이 이야기한다. 약간 고집을 부리는 것도 같았다. 아까 전에는 관계 없다며 날 꼬시더니 정말 일관성 없는 용이다.
“하지만, 너도 알잖아. 다시 만나고 싶고, 기억하게 하고 싶고- 우리와 그녀의 욕심이 에피룬의 영혼을 뒤틀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기억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 그의 영혼에 억지로 개입한 거니까. 그런 집착만 남은 시도가... 결국 아무 상관도 없는 류한테도 피해를 줬고.”
“...류는 괜찮다고 했어.”
“걔는 괜찮다고 말하게 된 게 문제야. 그 아이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 된 거잖아.”
“지금, 너- 류를 동정하는 거야?”
“동정해도 된다고 했거든.”
진이 피식 웃으며 반발한다. 그 아이는 그런 점이 좋은 거라고 덧붙인다. 그러더니 나를 보았다.
“솔직히, 나는 셀리안보다도 너보다도 류가 훨씬 좋아. 지금은. 그는 그릇이 꽤 크다고.”
“왜 갑자기 자랑이에요?”
“아니, 그냥. 류가 널 좋아하잖아. 그 아이의 장점에 대해 너한테도 좀 이야기해둬야 할 것 같아서- 어쨌든, 기억해주면 좋지만, 기억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그게 맞는 거라고 난 생각해. 억지로 기억하게 해봤자 어그러질 뿐이야. 솔직히.”
그의 눈이 진지하게 나를 보았다. 류를 동정하느니 뭐니 했지만, 류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눈동자에 실린 건 조금 달랐다. 안타깝게 여기지만, 불쌍하게 여기는 빛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보는 그의 눈은 명백하게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
“우리의 욕심이 셀리안 크레이누에게 피해를 주었다, 우리는 그저 기억해주지 못해 징징대는 것뿐이지만, 그는 다르겠지.”
“진!!”
렌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진의 눈이 매섭게 렌을 본다.
“정말이야. 나도, 에피룬의 영혼을 좋아해. 얼마나 좋아하는지 네가 알아? 다시 태어난 에피룬에 가장 기대하고, 멀리서 지켜봤어. 그리고 알았지. 그는 옛날 내가 함께 했던 그 에피룬과 전혀 달랐어. 그는 어릴 때부터 이미 상처 입고 뒤틀려서-”
“뒤틀리지 않았어요.”
나는 담담하게 반발했다. 이야기할수록 그의 생각이 키오후나 여타의 인외생물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걸 확인하긴 했다. 그걸로 히아신스에 대해 말하기 수월해졌음에도 또다시 반발하고 말았다. 에드나도 그랬고, 키오후도 그렇고, 마치 셀리안이 무언가 결여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부족한 것처럼. 에피룬보다 못한 것처럼. 에피룬 크레이누와 셀리안 크레이누를 분리해주길 바라지만, 에피룬 크레이누보다 그가 부족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걸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상처 받은 것뿐이다. 상처준 자들이 감히, 상처받고도 좋은 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셀리안에 대해 그런 말을 할 자격 따윈 없다.
‘아.’
또다. 셀리안을 생각하자 또 이렇게 아프다. 눈물은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아픔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나는, 그가 달라지길 바랐다. 좀더 행복한 사랑을 하길 원했다. 히아신스를 구하고 싶었던 것도, 히아신스를 좋아하는 마음, 그녀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필시-
“그런 표정 짓지마. 나는 그를 부정하려는 게 아냐. 다만... 그래.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뒤틀린 게 많다는 거야. 이 뒤틀렸다는 건 좀더 포괄적인 거야. 셀리안 크레이누도 그렇고, 류도 그렇고...”
류?
“...그리고 너도... 어쨌든, 영혼에 상처를 내는 것도, 제 입맛대로 현재의 운명을 뒤트는 것도 나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추억은 추억으로 끝내야한다고, 생각해. 변명이지만... 그래서 난 그 여자를 죽인 거야. 키도스 미실랭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여자라면...”
“그래, 헤르티아 왕비의 하녀. 너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내 지인의 자손이랄까, 양산품이랄까. 하여튼.”
"그, 지인이 안나...라는 분인가요?"
"!!"
“그...셀리안이 태어나고, 붉은 용이 안나의 아이들 대부분을 죽였다고, 에드나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면,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조금 복잡했는데, 이상하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밀하게는 '안나'라는 이름을 입에 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물뱀공주는 참, 입이...가볍다고 할까. 음. 엄밀히 말해서는 류가 태어나고지만. 인외생물들은 시간감각이 없으니까. 어쨌든- 전생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면 기억하지 않는 게 옳다고 이제는- 생각해.”
“...그런 거 난 싫어.”
그 동안 조용히 있던 렌이 입을 열었다. 렌이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내 손을 놓고 그대로 내 품안으로 폭 껴안긴다. 어린아이의 모습은 제법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은... 어떻게 그렇게 에피룬에 대해 냉정해?"
그는, 진에 대해 화가 난 듯 웅얼거렸다. 웅얼웅얼 투덜댄다.
"그렇겠지. 에피룬이 좋다느니 했지만, 너도 그 물뱀 자식이랑 통하는 점이 있으니까.”
“렌-”
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듣기 좋은 목소리는 낮게 떨어져 경고하듯 울린다. 하지만, 렌은 멈추지 않는다.
“넌 마치 네가 순리를 지키기 위해 안나의 후손을 죽였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의’ 안나가 퇴락한 증거를 치우고 싶었던 거 아니야?”
“렌-”
“'안나'라는 이름을 감히 내가 입에 내서 화가 나? 안다고, 적극적으로 그것들을 청소한 건 류가 태어나고부터지만, 그 전부터 그것들을 발견하면 너는-”
순간 주변의 대기가 울린다. 나도 알 수 있을 만큼 대기가 울리고, 화산재가 그 울림 속에서 요동치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렌이 움찔한다. 나는 그저 대기가 울리는 걸로만 보였지만, 렌은 무언가 다른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진이 무표정하게 렌을 향해 일갈했다.
“애초에 네가 왕비에게 에피룬의 심장을 넘겨주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야."
"어?"
"그랬다면, 에피룬은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환생해, 우리들을 기억해주었을지도 몰라.”
나는 눈을 깜빡이며 진을 보았다. 렌은 명백하게 원망하는 것처럼 진을 노려보았다.
*
[정말 예쁜 검은색, 제 오랜 친구도 흑발흑안이었답니다.]
처음 만났던 헤르티아는, 내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보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히아신스에 대해서는 적의를 갖고 있던 그녀가 흑안흑발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한 건 지금에 이르서는 조금 의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신전의 심장- 아무리 일국의 왕비라도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여자다. 그런 여자가 꺼내서 흑마술을 입힐 수 있을 만큼 허술한 봉인이 그것을 감싸고 있었을까.
“뭐야, 그게? 다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렌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 품에서 벗어나 따지고 들듯 진에게 다가간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좀더 길어지고, 그는 진과 동년배의 청년으로 변했다. 어린 아이 모습이나 노인 모습과는 다른, 조금 우락부락한 느낌이 드는 청년이었다. 진이 선이 가는 미인이라면, 그는 전체적으로 선이 굵다. 진에게 맞서기 위한 것처럼 빠르게 성장한 그가 나를 놓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럼, 에피룬이 인간들에게 그대로 붙잡혀 있어야 했다고? 환생도 못하고, 인간들의 노예처럼 그 작은 상자에 갇혀 있어야 했다고?”
“하지만, 그 이상한 여자에게 그걸 줄 필요는 없었어. 그... 아이들 장단에 우리까지 놀아날 필요는 없었다는 거야.”
진은 냉정하게 이야기했지만, 렌의 눈썹이 꿈틀하고 그의 입꼬리가 끌려올라간다.
"그 아이들이라니, 제대로 안나의 아이들이라고 해야지?"
"..."
“게다가 헤르티아는 이상한 여자가 아니야. 아니었어. 확실히, 셀리안 크레이누를 낳고는 많이 이상해지긴 했지만... 안나의 아이가 괜히 걜 선택했다고 봐? 제법 안나와 닮은 면이 있는 아이였다고.”
“닮지 않았어.”
진은 조금 서늘하게 이야기했다. 화가 났다. 거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고 언뜻 냉정하다고 생각했었지만, 간신히 그가 몹시 화가 났다는 걸 알았다. 렌은 의외로 그게 만족스러운 듯 하다. 그의 모습이 다시 줄어든다.
"뭐, 닮지 않았다면 않은 거겠지만- 여튼, 나만 나쁜놈으로 몰지 말라고, 비겁하게-"
“모습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거야?”
“응응! 그보다 나는 본래 인간 모습이 없어서 상대 영혼 나이에 맞추는 거야. 아 에피룬하고는 같이 어울리기 위해 일부러 어른모습으로 했는데, 혹시 네 취향도 어른이야? 그렇다면 나-읍?!”
어린 아이로 돌아온 렌을 진이 발로 찼다. 순간적이다. 데자뷰라고 할까, 다시 렌이 용암으로 추락했다. 진, 너라는 소리가 비명처럼 고막을 때리고 곧 풍덩 소리가 들렸다.
“...왠지, 저기가 그냥 물 같이 느껴지네요.”
“빠지면, 넌 죽으니까 그러면 안돼.”
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작품 후기 ============================
돌아이2님, 아무개23님, arsia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ㅁ/ 끝까지 힘내겠습니다. 퐈이팅~~!!
딩동동딩님이 하영이 팬앝을 주셨어요.ㅜㅜ 존잘. 완전 마성의 하영이. 다 후려후려가 가능한 코피 퐝퐝한 하영이입니다.
네르비안 님 @ 좋은데요.+_+ 저의 숨겨진 개그본능이 꿈틀대는 게 느껴집니다. 여태까지 제가 쓴 side story는 시점만 다른 본편에 가까워서 언젠가 네르비안님이 이야기하신 진짜 외전다운 외전도 써보고 싶습니다!>ㅁ 좋은 아이디어 감사해여!!
라이니엘 님 @ 여기서 우린 진에게 해야 할 대사가 있죠. '사과라고? 뭘 잘못했는지 알아?' '알고 사과하는 거야?' '사과하고 퉁치려는 거 아니지!' 남친들이 싫어한다는 여친의 대사가 필요할 때입니다. ㅋㅋ 라이니엘님 말씀이 맞아요. 진은 오래 살았고, 나름 인간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지만, 진심으로 이해는 못하고 있어요.ㅜㅜ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