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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엘킨에게 닿을 수 없다. 그것이 슬프다고 느끼는 게 나인지 엘킨인지 아니면 내가 품고 있는 셀리안 크레이누인지 알 수가 없다.
90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눈앞에 엘킨이 있었다.
"...?"
나는 여전히 꿈이 계속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눈을 깜빡였다. 꿈과 달리, 그는 내가 깨어난 걸 확인하자 내게로 손을 뻗어 머리를 정돈해주었다. 꿈에서는 닿을 수 없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건만, 그는 쉽게 거리를 좁혀온다.
“일어났나요, 하영. 아침을 가져왔습니다.”
“엘킨...”
"네, 엘킨입니다."
그의 손에는 샌드위치와 우유가 올려진 쟁반이 들려 있었다. 딱 봐도 2인분으로 보인다.
'그가 왜 내 방에 있지?'
칼미온은 상당히 바쁠 것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묻자 그가 눈가를 접는다.
“제게도 아침시간이 있으니까요. 확실히 바쁩니다만, 아침 정도는 하영과 먹고 싶었습니다.”
"벌써 아침인가요."
잠시 잠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푹 쉬었다면 최고지요."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키다 멈칫했다. 이 방에는 화장대가 바로 정면에 있다. 내게 배정된 선생들은 레이디는 항상 몸을 단정히 해야 한다며, 굳이 침대 바로 앞에 화장대를 설치해주었다. 머리는 부스스했고, 얼굴은 그야말로 자다 깬 얼굴이다.
아무리 나지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바로 확인하면 주춤거리게 된다. 그것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는데 엘킨은 쿡쿡 웃으며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왔다.
“예쁜 얼굴이세요.”
“...”
“...흠, 역시 아버님의 가르침이 최고군요. 사랑스러운 사람의 아침에는 이렇게 속삭이라고 하셨습니다.”
"엘킨은, 큰일나겠네요."
"당신에게라면 기꺼이."
엘킨은 생글 웃으며 나를 에스코트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당황해 그에게 이끌린다. 이끌려 함께 간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아, 맛있네요.”
"기쁘네요."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소스조차 내 취향이었고, 안에 든 것은 연어다. 최근 닭고기 아니면 초코렛과 스위트가 왔다갔다 하던 하루하루라 굉장히 반가웠다.
동시에 에드나와 히아신스... 연이어 셀리안이 마음에 걸려왔다.
*
식사는 끝이 났지만, 엘킨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는 여기서 일을 처리해도 되는지 물었다. 곧 나가봐야하는데 이 방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나가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거절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이면 그는 내 옆에서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슬슬 졸음기가 달아나기 시작한 나는 그와의 공간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눈을 도로록 굴리며 그를 흘끔, 그러다가 서류를 흘끔거린다. 봐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드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와 시선을 뗄 수가 없어졌다.
“저...”
나는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걸 간신히 가라앉히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묻기로 한다. 엘킨에 의해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셀리안도, 현재의 상황도 걱정된다. 상황을 잊은 게 아니다. 다만, 엘킨에게 걱정을 끼칠 정도로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네?”
내 물음에 서류로 향해 있던 엘킨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의 시선은 어쩐지, 내 눈에서 내 입술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말을 했으니 그럴만 하지만 어제의 일 때문일까, 또다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마음을 다잡는다. 이야기해야지, 평범하게, 침착하게, 필요한 이야기를.
“아, 아니... 에드나가 어제 안 들어와서.”
어제 에드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녀들이 몇 번 왔다 갔지만, 자세한 사정은 그들은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 건은 식사시간에 묻고 싶었는데. 내가 깊은 생각에 골몰하거나 관련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엘킨과 눈이 마주치곤 했다. 아무래도 마주 먹고 있으니 마주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는 간간히 내 입가에 묻은 음식을 닦아주거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곤 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결국 식사는 그저 잡담과 엘킨과 눈을 마주치며 지나갔다.
“뱀공주님은 칼미온과 함께 행동하기로 하셨습니다.”
“칼미온과요?”
“하영에게는 한 4일정도 뒤부터 다른 호위가 붙을 예정이오니, 그때까지는 방을 나가지 말아주세요.”
“방을요?”
"이건 폐하의 결정입니다."
얼마 안 된 예전, 셀리안의 방에서 지내던 생각에 쉽게 수긍이 갔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셀리안에 대해 물었다.
"저, 폐하는 괜찮...으신가요?"
"..."
엘킨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우물쭈물 묻는다.
셀리안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 엘킨의 말대로 그가 그의 곁에 있어 줬을 테니 더욱. 하지만, 셀리안이 상처 입은 건 확실했다. 무너지지 않아도 상처는 입는다.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은 전생에 없어, 그가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 생각하면 아득해지니까.
“...”
"엘킨?"
내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엘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로 돌아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엘킨?”
“당신은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그, 그럴 수는...”
실질적으로 셀리안이나 왕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힘 없는 윤하영이 말하기도 뭐한 건 안다. 알기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헤맸다. 헤맸으나 엘킨이 먼저 이야기했다.
“폐하는 강한 분입니다.”
“...하지만.”
“그리고 제가 있습니다.”
“...”
“저를 못 믿는 건가요?”
엘킨의 손이 내 손에 포개진다. 차가운 체온, 이상하게 나를 헤르티아로부터 막았던 셀리안의 뜨거운 체온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때 그는 류와 싸우면서도 떨고 있었다. 태연하고 냉정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잔뜩 굳어서 손만이 떨리고 있었던 걸, 기억한다.
나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엘킨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폐하는 정말 괜찮으신가요?”
나는 재차 묻는다. 한 번 시작된 이야기는 멈추지 못한다. 침착하기로 결정했는데.
“폐하를 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육체적인 게 아니라..."
"...폐하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
"폐하는 괜찮으십니다."
엘킨은 다정하고 민감한 사람이다. 그가 모를리 없다. 내가 불안하게 물으면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한 눈동자는 맑고, 한 점의 어둠조차 없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내, 지독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걱정에도 끈질기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네, 괜찮으십니다. 처음에는 당혹해하셨습니다만, 지금은 빠르게 일을 수습하고 계십니다.”
먼 기억, 엘킨은 셀리안의 공허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안으로 다가와주었다. 나는 드물게,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셀리안이 사랑했던, 사랑에 빠졌던, 그를 진심으로 이해한 엘킨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푸른 눈에 서린 다정함, 배려, 사려깊음. 그런 미덕을. 셀리안을 그가 위로해줄 거라는 확신을.
“...그렇군요.”
그것이 그렇게도 껄끄러웠는데, 이번에는 전생의 그 배려를 찾아내고 간신히 안심했다. 엘킨이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현명하고 강한 분이시니까요.”
엘킨은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안심하라는 듯이.
덧붙여 다시금 그가 얼굴을 올린다. 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이지만 차마 그를 밀어내지 못한다.
“엘킨-”
“전에는, 히아신스에게- 이번엔 폐하께... 정말 상냥하시군요. 당신은.”
“그런, 게...”
“아뇨, 상냥하십니다.”
“...아니에요, 저는.”
“좋아합니다.”
“...”
“그런 당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엘킨의 눈동자가 일렁인다. 더없이 달콤한 고백을 하는 청명한 눈동자는 어쩐지 나와 가까워져 그림자가 진다. 어둡게 그림자가 진 푸른 눈동자에 오싹해진다. 윤하영이 가까워진 것으로 그의 맑은 눈동자가 더럽혀지는 것 같은 기묘한 기분에 내가 얼굴을 떼려하면 엘킨이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곧 엘킨의 눈이 접히고 입술이 다가왔다.
“엘-”
뛰는 심장, 메슥거리는 속, 어질거리는 두통. 여느때와 같은 달콤한 설렘에 섞이는 첫 번째 키스가 주었던 꺼림칙한 배덕감.
“거부하지 말아주세요.”
“하, 하지만.”
“...당신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엘킨은 그렇게 말하며 이상하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다시금 죄책감이 든다. 나는 또 그가 신경 쓸 정도로 괴로워 한 것이다.
"하영-"
"..."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입술이 닿는다. 닿는 입술도, 내 손을 붙잡은 그의 손도 모두 차가웠지만 오래 닿아 있으면 점점 내 체온이 그에게 옮아가 조금 따뜻해진다.
틈도 없이 따뜻하게 감싸져 기묘하게 미지근한 느낌이 드는 키스였다.
*
그 후 내내 나는 방에서 나갈 수 없었다. 출입하는 건 하녀들 뿐이었고, 식사시간마다 엘킨이 들러주었다. 엘킨도 바쁜지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지만 식사시간과 시간이 나는 대로 수시로 내게 들렀다.
그와 몇 번의 키스를 한 이후로, 그와 나의 거리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연인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미묘하게 거리는 줄어, 엘킨으로 말하자면 정말 날 연인처럼 대했고, 나도 그것을 차마 거부하지 못했다.
나의 감정에 대한 결론도, 셀리안에 대한 걱정도, 앞으로에 대해서도 무엇 하나 결론이 나지 않았건만, 흐르듯이 나는 엘킨이 이끌어주는 대로 지내고 있다. 그는 나를 보호하고 싶어했으며, 나에게 걱정할 만한 거리를 제공해주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내가 물으면 전부 대답해주었다. 그것도 내가 그가 이끄는 대로 지내는 이유였다. 그는 결코, 내 물음에 답하지 않는 일은 없었다.
지금도.
“에드나 님은 히아와 함께 미실랭과 행동하고 있습니다. 검은 용과... 그 남자, 세류 키스톤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에드나님이 인사도 못 하고 호위할 수 없게 되어 매우 미안해하십니다.”
엘킨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다.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난 새삼 붉은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그의 시선을 슬며시 피한다. 피하면 그가 쿡쿡 웃으며 손을 뻗어왔다. 손을 뻗은 그가 내 뺨을 어루만지자 나는 본의 아니게 다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어제는 수도에 머무는 하루드의 근거지를 전부 갔다 왔습니다.”
“힘드셨겠어요.”
“아뇨. 해야 할 일이었는 걸요. 폐하도 어느 때보다 박차를 가하고 계십니다.”
“...폐하는, 괜찮은 거죠?”
“그럼요.”
엘킨은 웃는다.
“...”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으면 폐하가 불안해하십니다.”
“폐하가요?”
“이제 와서지만..."
"?"
"거기서 헤르티아님의 입을 막았다면 무례죄입니다.”
“...아, 아셨군요.”
“폐하가 당신을 막아 다행입니다.”
몇 번이고 그 순간이 오면, 나는 헤르티아의 입을 막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재차 생각하면 그런 좌중 앞에서 왕국 유일의 왕비가 말하는 걸 막은 소귀족 영애는 입장이 미묘하리라.
“걱정시키지 말아주세요. 저도, 폐하도.”
“...네.”
멎쩍은 듯 그를 보면, 엘킨은 웃으며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나는- 그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괜찮을까요?”
“...”
그 역시 처음처럼 물었지만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가볍게 입이 닿고 떨어진다. 입은 떨어졌지만 거리는 좁혀진 채로 엘킨은 계속 이야기한다.
“앤은, 이번에 산 군과 지온에 갔습니다.”
“산과...”
칼미온 기사단은 하루드의 꼬리를 잡아 세계 각지로 흩어지기로 했다고 한다. 앤이 산의 기사로서의 멘토가 되었다. 앤이라면, 분명 산에게 좋은 선생이 되겠지. 그리고, 목표지가 지온이라면, 산이 마음을 바꿔 다시 그 가게를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그...”
“네?”
괜찮아, 셀리안은 괜찮아.
엘킨이 불안해하는 나를 몇 번이고 안심시켜주었으니 믿어도 된다. 믿어도 되겠지. 셀리안은 전생에 의해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상처 입을 뿐.
“제 호위는 내일이면 붙게 되나요?”
내일이면, 드디어 호위가 붙는다. 왕궁 밖으로 나가는 건 삼가야겠지만 내일부터는 방에서 나갈 수 있다고- 엘킨은 이야기했었다.
엘킨에게는 미안하지만, 호위를 데리고 셀리안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바쁜 때에 그건 힘들까 같은 생각을 한다. 입에는 내지 않는다. 엘킨이 걱정할 테니까, 그저 방안에만 있는 게 답답해서라고 덧붙이면 엘킨은 담담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럼요. 내일 저녁 즈음 호위들이 올 겁니다.”
“아.”
“...”
“엘킨?”
그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나를 보다가 웃었다.
“답답하시면 저와 함께 나가보시겠어요?”
“그런... 엘킨도 바쁘다고 했잖아요.”
너무 오래 있다는 자각은 있다. 그는 칼미온이 바쁜 만큼 많이 바쁘리라. 내 말에 엘킨이 미묘하게 미소 짓는다.
“호위는 저녁 때 배치되지만, 외출은 내일 아침에 저와 잠깐, 어떠신가요?”
"감사해요."
외출의 이유는 셀리안이었는데, 그를 만나 확인하고 싶다고- 엘킨과의 외출에 설레는 마음과는 모순된 아쉬움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침대에 누워, 점심시간에 엘킨이 가져다 준 책을 읽다가 창가를 바라보았다. 호위가 붙는 건 내일 저녁-
'호위들이 붙으면-'
셀리안을 만나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다. 귀족 영애 하영 세르미아가 황제의 알현을 청한다 해도, 그가 바쁘다면 뒤로 미뤄질 게 틀림없다. 호위들을 데리고 기억 속, 셀리안이 자주 들르던 왕궁의 이곳저곳을 확인해보자고.
'엘킨에게도 비밀로 해야지.'
내가 생각해도 이 상황에, 무조건 셀리안을 만나고 싶다는 건 뭔가 병적이다. 한숨과 함께 마음을 정하고 있으면, 하녀들이 뜨거운 물을 대야에 담아 방으로 들어왔다.
남에게 시중 받는 건 익숙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편하긴 편해서 나는 뻔뻔스럽게도 그녀들의 시중을 당연스레 받게 되었다.
또하나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게 있는데 엘킨이다. 이 시간 즈음이면, 엘킨이 잘 자라는 인사를 하러 오곤 했다. 그가 오지 않으니 약간 맥이 빠진다. 역시 익숙해지는 건 무섭다.
“...엘킨 많이 바쁜 걸까.”
무심코 중얼거리면 내 목소리에 그녀들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서둘러 고개를 내린다. 그러고보니, 요 며칠 나홀로 골몰하고 셀리안에게, 혹은 엘킨에게 정신을 빼앗겨 그녀들에게 말 걸어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지금도 말을 건 건 아니지만.
“그, 아마 내일 오후 즈음에는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젊은 여자 하녀가 머뭇머뭇 대답을 한다. 딱히 답을 원한 물음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놀란다.
“아침에 오신다고 했는데.”
산책을 함께 하자고 했다.
"?"
"응, 왜요?"
"아, 아니.. 오전에는."
하녀들은 서로의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보다가 제일 먼저 대답했던 하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야... 내일 아침에는 폐하의 공식 발표가 있으니까요.”
“공식 발표?”
눈을 둥그렇게 뜨면 하녀들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모르셨나요?”
그 눈에는 의아함과, 기묘한 흥분과 선망이 담겨 있다.
셀리안 크레이누가 내일 아침, 왕궁의 모든 이들을 모아, 자신이 에피룬 크레이누의 현신임을 공식화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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