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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랭이 불안해하는 히아신스를 끌고 나간 뒤 나와 에드나만 방에 남는다. 미실랭은 끝까지 사이좋게 지내라며 깐죽거렸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무리 아닐까. 에드나는 그들이 나간 뒤에도 입을 꾹 다문채 그 호박색 눈으로 벽만 보고 있다. 뱀의 눈동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벽만 바라본다.
'뭐, 예쁜 사람을 보는 것도 일단 즐겁긴 한데.'
에드나-라고 하면 미실랭 가문의 대표적인 사역마다. 뱀족의 막내공주로, 미실랭 가문의 사역마가 된 건 100년 정도 되었으며 초대 주인은 미실랭 부대장의 조모였고, 그 후에는 미실랭의 이모였다. 미실랭 가문은 딸도 데릴사위를 들이는 편이라, 그녀는 줄곧 미실랭가의 사역마였다.
뱀족은, 특히 에드나가 속해 있는 고대 물뱀의 후예들은 유니콘에 버금가는 신수로, 엘프족만큼 자기만의 세계가 강고한 자들이었다. 땅끝의 호수에서 살며 인간과는 굳이 얽히지 않는다. 비교적 호기심 많은 에드나 공주가 인간과 계약한 세번째 뱀족이라고 했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미실랭의 이모가 재혼으로 시집을 가게 되면서 다음 주인으로 미실랭 부대장, 즉 키도스 미실랭을 지적한 건 이례적이었다.
그녀는 인간을 싫어했다. 특히 남자는 매우 싫어해서- 미실랭가의 여자를 선택한 것도 굳이 말하면 그녀들이 덜 싫어하는 여자였기 때문이고, '난 인간이 좋은 게 아냐, 너라서 좋은 거야'였다고 하니... 에드나 공주가 남자인 키도스 미실랭을 선택하고 차인 건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차인 에드나가 주인 없이 미실랭 가에 머문 것도 의외였고.
'왜 날 선택한 걸까.'
그 에드나가, 나를 호위하길 지원했다. 기억을 반추해도 그녀와 나는, 접점이 없었다. 미실랭은 청문회 전까지 그녀가 날 호위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그녀,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녀가 나를 선택한 건 의아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 상태이니.
“...저, 에드나 씨?”
“...”
“...에드나 님?”
침묵 속에 있는 건 조금 그래서, 미실랭 말대로 친해질수만은 없겠지만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르면 그녀의 호박색 눈이 날카롭게 나를 본다.
“...씨도, 님도 됐습니다.”
“네? 아... 그래도... 감사하긴 하지만...”
“인간은 곧바로 그렇게 비굴해지죠. 존대도 그만 두죠. 저도 그만할 거니까.”
“...”
“그렇다고 건방지게 굴라는 건 아니야. 인간은 또 곧바로 건방져지니까.”
역시. 그녀는 굳이 내가 아니라 인간 자체를 싫어하는 게 맞았다. 그런 그녀가 100년이나 한 가문의 사역마로 있었다는 게 새삼 놀랍다. 미실랭 부대장에게 차이고도 계속...
“음...”
그녀는 키도스 미실랭을 좋아하는 걸까. 물론 연정과 비슷한 감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건 주가 아니라고 직감한다. 부대장을 보는 그녀의 눈은 마치 부모처럼 다정했다.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그야말로 잔잔한 모성과 같은 애틋함으로 키도스 미실랭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방금 전의 인상은 그랬다.
사실 한 번 만난 에드나에 대해 내가 이리저리 판단하는 건 시기상조고, 사실 이 판단은 셀리안 크레이누의 시선이 섞여 있다. 아무래도 뱀족의 공주이다 보니, 미실랭 가의 사역마란 위치 이외에도 셀리안과 만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 셀리안의 감상이 그랬다.
셀리안의 광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키도스 미실랭은 집안사정으로 칼미온에서 나간다. 미실랭가에 새로 편입된 지방 영지를 다스릴 사람이 없어졌다는 이유였는데 그 이유를 뒤에서 조작한 게 그녀였다. 결국 부대장은 셀리안이 칼미온을 완전히 제 마음대로 부리게 될 즈음에는 왕성에 없었다.
“그럼, 잘 부탁...음...해?”
“...”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대화는 끊겼다. 나는 미실랭이 가져온 미실랭가의 쿠키를 오독오독 씹으며 쿠키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 나를 그녀는 멀뚱히 본다.
“왜 안 물어?”
“네?...아니, 응?”
“내가 네 호위가 된 거,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다면 궁금하지만, 왠지 미실랭과 관련된 게 아닐까 싶은데. 혹시 미실랭이 날 좋아하나.
‘아니 그건 아니야.’
미실랭을 봐도 아무 마음이 안 드니까. 속이 메슥거리긴커녕 그 소란스러움에 머리가 아플 뿐이다.
어쨌든 억지로 물어볼 마음은 들지 않았다.
후의 이야기를 좀더 떠올려보자면, 변방을 다스리게 되었지만 키도스 미실랭은 끝까지 그녀를 사역마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미실랭이 변방 영지를 떠날 수 없게 된 후, 그러니까 그가 중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미실랭가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실랭은 장수했고, 좋은 영주가 되었으며 뱀공주는 인간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계약을 미실랭가로 마무리 짓고, 뱀족의 품안으로 돌아간 것이다.
깨끗한 관계였다. 그런 그녀가 질척하거나 이상한 이유로 내 호위를 지원했을 것 같진 않다.
“이야기해주시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나는 아름답고 오만한 뱀공주를 향해 샐쭉하니 웃어보인다. 그녀의 흰 눈썹이 다시 꿈틀거린다.
“...너-”
그녀는 망설이듯 말을 한다. 말을 하며 양미간을 찌푸린다.
“흐음... 좋아. 너 제법-"
"제법?"
"...너 손 펴봐.”
“네.”
“...”
내 손에 그녀의 손이 겹쳐진다. 희고 아름다운 손이었지만, 손등에는 녹빛의 비늘이 돋아 있었다. 그것은 징그럽다기보다는 장식 같다. 녹빛의 비늘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태평한 인간이군. 펴란다고 펴다니.’
"윽-"
어쩌란 거야. 싶었지만,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걸 깨닫는다.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 안 검은 동공만이 나쁜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가늘어진다.
“저, 이건...”
‘마법왕이 들으면, 귀찮으니까.’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주위를 바라본다. 주위를 바라보고 안심한 것처럼 나와 마주하고 말을 잇는다.
"..."
셀리안은 딱히 도청하지는 않는데, 심심하면 도청할지 모르지만 심심하지 않으면 안 할 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바쁘니까.
그보다, 그녀가 셀리안을 경계하는 게 의외였다. 셀리안의 기억 속 그녀는 매우 사무적인 여자였는데, 어쩌면 지나치게 사무적이라 그 감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셀리안이 그녀 자체에는 관심이 없기도 했었지만.
‘미실랭 도련님한테 들었어. 너, 마법왕이 붙잡은 흑익의 파괴자- 그 주인과 아는 사이라며?’
흑익의 파괴자? 익숙지 않은 호칭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면, 그녀는 어리석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혀를 끌끌 찬다.
'검은 용 말이야.'
"아."
마수나 신수들끼리는 인간과 달리 서로를 칭하는 다른 이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엔실렌을 '흑익의 파괴자'라고 하는구나. 어째, 중2병틱한 게, 참 엔실렌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주인이란 건 류의 이야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행방불명인 건 알지만, 흑익의 파괴자도, 그 주인도 이상하게 너에게 관심이 많다고. 미실랭 도련님은 그냥 네가 마성의 여자라느니, 떠들어댔지만...’
그 사람은 머리는 별로 안 쓰니까, 하고 은근히 심한 말을 하며 그녀는 혀를 찼다.
‘나는 그 주인을 만나야 하는데... 네 곁에 있으면- 그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예언이 나왔다.’
“예...”
예언, 하고 되물으려는 내 입을 그녀가 손을 올려 막는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처럼 눈썹을 찡그린다. 눈썹으로 이야기하는 공주님-
‘지금 뭔가 무례한 생각을 했지?’
“...참 예쁘다고.”
"알아."
"아, 네."
"존대는 그만두래두."
설마 내 생각을 읽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내 생각을 읽는 건 아닌 듯 그녀는 별말없이 넘어가주었다.
*
뱀족의 예언은- 엘프족의 예언보다 스케일이 작은 예언으로 횟수에 제한이 없지만, 솔직히 예언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종류의 것이었다.
미래를 이야기해주는 게 아니라 소소한 고민에 대해 실마리가 그들 일족이 사는 거대한 호수에 떠오른다. 예컨대 여자아이가 친구에게 '나 오늘 이 옷 입고 데이트하러 나갈까' 하고 물으면 친구가 제 주관대로 다른 옷을 추천하거나 예스 노를 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경우 그 친구가 호수의 의지라는데서 좀더 객관적이겠지만- 스케일이 참 작아서, 그들이 뱀족의 천적인 대왕오크족이 언제 침범할까 라고 물으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은 건 예언하지 못한다. 솔직히 그들은 예언이라고 주장하지만- 예언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보다 영험한 존재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것뿐이다.
이런 경우, 오크족이 몰려오면 뭘로 막을까요, 라고 묻는 편이 여러가지 해결책을 내줄 것이었다.
거참, 미묘하네.
‘무례한 눈, 지금 우리 일족의 예언을 무시한 거야?’
"아니."
아니, 무시하지 않았다. 뱀족의 호수가 살아있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세계에 사랑받아 무생물이 세계의 의지로 화했다는 거니까.
그리고 이건 가정이지만- 그녀가 류를 만나고 싶어 호수에게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내가 떠오르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미래도 아니고, 그녀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마 나일 테니까 영험한 호수는 나름 합리적이고 간단하게 답을 내준 거겠지.
‘흥, 어쨌든- 그래서 네 옆에 있을 거야.’
그래도 그렇지. 그런 제비뽑기 같은... 나에게 관심 많은 류가 내 옆에 있다보면 나타날 거라니... 마수와 신수는 오래 사는 만큼 인간과 달리 지독하게 태평한 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녀가 그런 것 같다.
"왜?"
왜 류를 만나고 싶어 하냐고 묻는다. 그녀가 류를 만나고 싶어하다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침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그녀도 호수도 몰랐겠지만, 나는 마침 류를 만나러 시내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그녀의 이유를 들으면 충분했다.
"..."
"에드나?"
내 질문에 그녀는 침묵했다, 침묵하고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실랭 도련님에게 엮여 있는 계약인을 풀고 싶어.’
"아!"
'봤지? 도련님 손의 계약의 인.'
엔실렌이 감옥에 갇히고, 류가 달아난 시점에도 미실랭이 넘겨받은 렌의 계약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의 손에 새겨진 인은 그대로였던 걸 기억해낸다.
'계약인은 허용도 해제도 진주인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이잖아. 그러니까 푸는 것도 진주인인 그 남자가 끊어줄 필요가 있어.'
하지만, 왜일까. 용과 이어져 있는 게 찝찝할 수도 있지만, 계약의 인은 실질적으로는 별로 의미도 없고, 인간 우위의 계약이다. 미실랭 부대장 성격상 그렇게 신경쓸 것 같지도 않다.
내 의문을 알았는지 그녀는 부연했다.
'도련님이 풀고 싶어 하셨어. 풀 수 없으니 지금은 넘어가고 계시지만'
그녀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는다.
‘나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은 그냥 불편해서 끊으려했지만, 사실 짐승이 감이 좋잖아 푸는 게 맞는 거야. 애초에 흑익의 파괴자는 지나치게 오염되어 있어. 게다가 지금은 마법왕에게 이런 저런 무서운 취급을 당하는 것 같고. 최근 미실랭 도련님의 마나가 지나치게 불안정한 게 아무래도 그 탓인 것 같아.’
제 자식을 걱정하는 어미처럼 그녀는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살짝 어깨를 떤다. 지나치게 셀리안의 눈치를 보는 것도 그렇고, 이 오만한 공주는 셀리안이 무서운 것 같다. 이생물에게 왕궁의 감옥이 지독한 처사긴 하지만, 그녀는 감옥보다 셀리안을 무서워하고 있다고- 경계하는 게 아니다. 두려워하고 있다.
전생에도 사실 이랬던 건가.
“...셀리안은 좋은 사람인데...”
"..."
그 말은 저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핫, 하고 눈치를 살피면 그녀가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육성으로...
"...혼혈엘프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소문이 난 걸까. 역시 미실랭이 제일 큰 적이다. 이 입 싼 남자...
‘너는 보는 눈이 없군... 그런 존재를 좋은 인간이라고 한 시점에서 글러먹었어- 마나도 완전 바닥이면서 보는 눈까지 없다니, 너 살기 힘들겠...?’
마치 류에게 잔소리를 하는 진처럼. 아니, 최근의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잔소리를 밥먹듯 듣고 있는데, 하여튼 잔소리를 늘어놓던 그녀가 문득 나와 마주 닿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
“?”
‘마나가 너무 형편 없어서 눈치 못 챘는데.’
그녀는 당혹스러운 듯 혀를 차며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너 자아도취냐.’
“...엑...”
‘하지만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면 이미 다른 사람 아닌가. 그 점은 조심하는 편이 좋아. 으으, 진짜 걱정스러운 계집이네. 인간 따위를 걱정하는 건 도련님으로 충분하다고.’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나로부터 손을 뗐다.
“저...방금...”
“어쨌든, 나는 네 호위를 맡았으니까, 청문회까지는 걱정해주고 지켜주지.”
덤이라고 덧붙이며, 제법 다정한 눈을 한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에드나는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수업을 듣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옆에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는 류를 만나기 위해 시내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언제 할지 타이밍을 정하는데 골몰했다.
일단,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설사 그녀가 허락해도 시내에 나갈 타이밍이 잘 잡히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귀족으로서의 수업이 꽤 진도가 빠르다는 점이었다. 곧 수업이 필요없어질 거라는 예절선생의 말에, 나는 그 즈음 시내에 갈 것을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녀로서의 예절이나 업무는, 셀리안의 기억에는 없는 부분이 꽤 많았지만 귀족으로서의 예절이나 체계는 셀리안과의 공통 분모가 많았다. 그녀는 수업을 받고 칭찬을 받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치사하네.’라고 가끔 중얼거렸다.
*
그렇게 그녀에게 호위를 받게 된지 3일이 지나고 4일째인 오늘, 아침 수업이 일찍 끝나고, 히아신스가 잔뜩 안겨준 초코렛을 우물거리며 침대에 누워 있으면, 에드나가 핀잔을 주었다.
“오크족 같아... 너는, 엄청 먹어대.”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아무래도 당이 부족하고, 휴식시간은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무슨, 전장의 에메랄드랑 수시로 이런 걸 먹어대잖아?"
"휴식시간이 오랜만인 건 맞잖아."
하녀 때는 다소 헐렁했던 수업은 지나치게 타이트해서, 내가 잘 할 수록 더 빡 센 면이 있었다. 정말 휴식시간은 오랜만인데.
내가 초코렛을 들어 그녀에게 권하자 그녀는 도리질 친다.
“무언가 권하고 싶으면 종달새로 가져와.”
“종달새...”
역시 뱀... 인가. 그녀가 초코렛을 거절한 통에 혼자 초코렛을 우물거리며 입을 연다.
오랜만의 휴식, 초코렛을 먹으며 누울 정도의 시간이 생긴 오늘이 확실히 적기인 것 같았다.
"저, 에드나- 부탁할 게..."
"...잠깐."
에드나가 흰 눈썹을 꿈틀거린다. 같이 시내에 가자고, 수업도 어느정도 정리되어가고, 청문회도 다가와 결심을 하면, 에드나는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 입을 삐쭉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드나?"
“나는 잠시 나갔다 오지. 왕궁은 안전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창문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어디 가시는데요?”
“...무서운 사람은 안 만나.”
에드나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창문을 통해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곧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다시 똑똑-
무서운 사람이라...
"들어오세요."
문이 열린다.
공감은 못하겠지만, 무서운 사람이 등장했다. 셀리안 크레이누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는 나를 보자 나른하게 웃었다. 나른하지만 그의 눈에 반가운 빛이 돌고 있었다. 아마 나도 그럴 거고.
'역시 무섭지 않아.'
에드나도 참, 이 시기의 셀리안은 엄격하지만 다정한 왕인데.
"들어오라니, 아가씨가 남자를 방에 함부로 들이는 건, 칭찬 못 하겠군."
씨익 웃으며 성큼성큼 들어오는 남자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 작품 후기 ============================
lokoko 님// lokoko님께 체포당했닷★ 아니, 원하시는 건 제가 아니고 엘킨인가.ㅋㅋ
스즈카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다!>ㅁ 77은 행운의 수죠. 완결하기 참 좋은 숫자인데 왠지 아직은 먼 것 같은 이 놈의 소설...ㅜㅜ 끝까지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