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그 전 64. 현서의 고민 2]
그러나 누구도 짐작 못할 그녀의 불륜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아들인 현서였다.
현서는 자기 엄마가 검은 추리닝을 입고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는 엄마의 뒤를 쫒으면서 어쩐지 뭔가 수상한 것 같은 냄새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는가? 사람이 살다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느낌이 있고, 그것이 때론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할 경우가 가끔은 있는데, 그날 현서가 자기 엄마의 뒤를 따른 일이 바로 그런 일이었다.
현서는 그의 외삼촌(?)인 김 교수가 성균관에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정작 그의 연구실에 찾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기 엄마가 외삼촌의 연구실에 찾아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운명의 날, 그가 우연히 자기 엄마의 뒤를 쫒아가다가 도착한 곳이 외삼촌인 김 교수의 연구실이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안도하였던 것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서는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겠어?’하며 자신의 얼굴에 의도치 않은 실망의 빛을 약간 내비쳤던 것이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내가 뭐 이상한 것을 바랐던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는 근래 들어 사촌 여동생인 은지란 년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그런 영향으로 인해 자기 엄마에게도 엉뚱한 의심을 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 엄마를 쫒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뒤에서 ‘엄마’하고 부르려는 순간, 그의 엄마인 민희는 김 교수의 연구실 건물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연구실 건물로 사라진 엄마의 그림자를 쫒으면서 현서는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왜 그럼 이 토요일에, 아무도 안 오는 시간에, 추리닝 바람으로 외삼촌의 연구실을 찾아오느냐 말이다.
집에서는 ‘엄마가 누구랑 등산을 한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듣기는 했는데, ‘그럼 그 누구라는 그 사람이 외삼촌인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편 민희는 자기 아들 현서가 몰래 자기 뒤를 쫒아왔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우선 토요일 오전 시간대에 학생인 자기 아들이 집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 첫 번째였다.
게다가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내내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조심하였으므로 누가 자신의 뒤를 밟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륜의 사랑에 빠진 여인은 연인을 만나 불타는 사랑을 할 생각에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주변을 면밀히 살필만한 지각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녀가 자기의 뒤를 누가 좆을 것이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세히 살폈으면 뒤돌아 볼 때 멀찍이에서 숨지도 못한 채 그냥 따라오던 아들 현서를 발견할 수도 있었을 터이지만 그녀는 불륜 행각에 몰입한 터라 그런데 주의를 집중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 때, 터벅터벅 김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콘크리트 건물로 발을 옮기던 현서는 엄마가 들어간 현관 도어를 열고 맨 끝 방인 110호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가 건물의 복도로 발을 딛었을 때 마침 그의 엄마는 복도의 제일 끝에 있는 110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얼핏 눈에 띄었다.
특별히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지남철에 끌려가듯 110호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그의 엄마가 무슨 부주의를 저질렀는지, 110호의 문이 약간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 열린 문틈으로 ‘까르르’하는 여인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현서는 자기 엄마가 내는 ‘여인의 웃음소리’를 듣고 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십대 소녀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와 너무나 흡사하였다.
더욱이 그 소리는 은지의 목소리와 너무 흡사하였다. 그래서 현서는 마치 은지가 이곳에 와서 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서는 자연스럽게 열린 문틈으로 연구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때 그녀의 엄마인 민희는 오빠인 김 교수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의 눈에 적나라하게 포착되었다.
‘으헉 -’
순간 현서의 입에서는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스스로 놀랐다. 그는 두 사람의 모습을 아주 찰라적인 순간밖에는 볼 수 없었지만, 그 행위는 분명 오누이간에 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란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입을 맞추며 사랑의 행위에 돌입하려던 두 사람은 밖에서 어딘가 모를 수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더욱이 무예로 몸을 다진 김 교수는 이런 감각이 매우 발달되어 있었다.
‘밖에 누가 있나?’
김 교수는 몸을 돌려 연구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도어가 약간 열려 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누이동생인 민희가 연구실에 들어올 때 부주의하게 들어온 탓이려니 하고 여겼지만 그래도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밖을 슬쩍 내다보았다.
그러나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토요일 오전, 대학 연구실 건물의 복도는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고 아주 고요하기만 했다.
그 때 마침 세찬 바람이 멀리 현관 쪽으로부터 ‘휘잉 - ’하고 불어왔다.
김 교수의 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건물의 현관문이 ‘덜커덕’하고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현관문이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오히려 안심하며 자신의 연구실 문 도어를 힘껏 닫았다.
그리고 도어록을 꾹 눌렀다.
이젠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밀실이 되었다.
그 때 마침 불어 온 세찬 한 가닥 바람소리는 현서가 다른 방으로 숨어드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김 교수가 움직이는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이웃 방인 109호 문을 열었는데, 마침 비어있는 방이어서 쉽게 문이 열렸다.
현서가 109호로 숨어 들어가자마자 110호의 문이 열렸고, 김 교수는 부는 바람에 의해 누군가가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람이 낸 소리인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었다.
현서는 109호 문을 닫고 적당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발걸음을 죽여 110호 연구실 앞에 서보았다.
이제 110호의 문은 굳게 닫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고, 들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70년대의 대학 연구실 1층이란 그렇게 보안이 완벽한 곳은 아니었다.
성균관 주변에 살고 있는 현서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라와 공도 차고, 다른 여러 가지 운동이나 잡다한 놀이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관문이 있는 곳이 아니라 화단과 정원이 구성된 화단이 있는 건물의 남쪽에서는 창문을 통해 110호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교수 연구실 건물은 강의실과는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건물 형태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궁금증이 폭발한 현서는 지체 없이 몸을 움직여 건물의 남쪽으로 갔다.
그런데 이 건물의 1층은 북쪽에서 보면 도로에서 그냥 들어가면 되었지만, 남쪽으로는 좁은 화단과 정원, 그리고 많은 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그것은 성균관 대학 전체가 비탈의 경사면에 집을 지은 것이기 때문에, 남쪽의 공간에서 보면 1층이라 할지라도 북쪽의 공간에서 보면 지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김 교수의 연구실은 남쪽에서 보자면 2층인 셈이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남쪽에서 그의 방을 훔쳐보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나무에 올라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김 교수와 민희는 도어만 잠그면 완전한 밀실이 되는 연구실 안에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거기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연구실 건물 남쪽에서 현서는 큰 느티나무를 쳐다보며 그 위로 올라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소년의 호기심은 나무위로 올라가는 위험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그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너무 궁금했던 것이었다.
대학은 구내마다 돌아다니며 관리하고 청소하는 일꾼들이 있는 법인데,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또 연구실 안에 있는 사람에게도 눈치 채지 못하게 나무에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나무에 올라간다고 해서 그 안의 모습을 들여다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했다.
유리창은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밖이 밝으면 안을 들어다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서는 자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가능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연구실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먼저 그는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느티나무의 어디를 잡고 어떻게 올라가야할지 방도를 궁리해 보았다.
천천히 움직이던 그는 단단한 느티나무 가지를 잡고 훌쩍 뛰어 올랐다. 그리고 마치 철봉을 하듯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면서 느티나무 가지에 올라탔다.
그 순간 그는 ‘헉 - ’하고 소리를 냈다.
나무의 그림자에 비쳐 그늘이 진 유리창 안으로 뭔가 희끄무레한 것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가 나무가지를 타고 빙그르 돌면서 본 침대에 누운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의 눈에는 연구실 내부가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얀 침대 시트 위의 두 사람만큼은 너무나 선명하게 그의 눈에 비쳐졌던 것이었다.
아마 그 모습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그랬던 것인가?
후일 현서는 마치 그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선명하게 나타났다고 말하곤 하였다.
현서가 본 것은 단순한 연구실이 아니라, 연구실안에 설치된 침대 위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홀딱 벗은 남자가 여자 위에 올라타 섹스를 하는 모습이 분명했다.
현서의 눈에 밑에 깔린 여자가 누군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위에서 움직이는 남자가 누군지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 등치가 큰 외삼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현서는 느티나무에 올라갔다가 빙글 돌아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더 이상 볼 것이 없었다.
바로 이것이 그가 토요일마다 엄마의 얼굴에 홍조가 가득 피어났던 이유란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그가 언젠가 ‘좋은 일 있었어?’라고 물어봤을 때 순간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이며 얼버무렸던 이유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밝혀서 될 일이 아니라 반드시 숨겨야만 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엄마는 외삼촌과 불륜의 관계인 것이 거의 확실했다.
물론 외삼촌의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의 얼굴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그 시간 그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을 자신의 눈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아, 예쁜 나의 엄마가 -- ’
현서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실망하였다.
순간 그는 집에 있는 아버지의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가 생각났다.
‘확실한 증거를 남겨야 해!’
카메라에 담긴 사진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을 것이었다.
가능하면 얼굴도 찍어야 하지만, 섹스하는 모습만 찍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서는 그 사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60년대에서 70년대 아니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메라라 하면 ‘아사히 펜탁스’가 가장 유명했다.
지금은 누구나 다 있는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에 셀카를 찍는 것이 보통이지만 6,70년대에는 아사히 광학에서 만든 오리지널 스포츠메틱 35mm 카메라는 사진을 찍으려는 모든 사람에게 로망이었다.
파인더를 보면 그물망처럼 보이는 스플릿 스크린을 렌즈를 돌려가면서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게 선명해지면 초점이 맞추어진 것으로 셔터를 누르면 됐다.
현서의 아버지 윤 사장은 사진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비싼 카메라를 부의 상징으로 여겼던 터라 일본 출장 시 이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를 구입하여 들고 들어왔다.
현서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지만, 엄마의 불륜 행각에 불현 듯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하게 되어 이 카메라를 떠올리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현서는 카메라를 생각하면서 나체사진과 함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도색잡지를 떠올리자 갑자기 아랫도리가 불끈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가 가장 대표적인 도색잡지였지만, 그 외에도 도색잡지는 구하려고 마음먹으면 세운상가 뒷골목에서 돈만 주면 구할 수 있었다.
그러자 현서의 머릿속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범접할 수 없는 청순하고 고결한 이미지를 가졌던 자기의 엄마가 마치 십대의 사촌 누이인 은지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아이 썅년! -’
현서는 은지란 년을 생각만 해도 입 밖으로 욕이 저절로 나왔다.
물론 그녀는 현서로부터 욕먹을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중학교 2학년짜리 계집애가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창녀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날, 사촌 오빠와 하루 종일 떡을 치던 민희는 오후가 다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현서는 엄마의 눈길을 피해 말이 없는 소년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의 내부는 더 큰 욕망으로 들끓었다.
이제 그의 은지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대신 그의 엄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게다가 이모인 은지 엄마와 그 밖의 나이 먹은 여인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바로 이런 시기에 김 교수는 정용에게 현서의 상태가 어떤지 알아보라고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 때 마침 토요일에 개교기념일이 걸려 학교에서 노는 날이 되었다.
현서는 아버지가 책장에 고이 모셔 두고 있는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를 몰래 꺼내 들었다.
당연히 카메라 안에는 이미 ‘코닥’ 필름이 장착되어 있었다.
보통 필름하면 200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코닥’이지만, 필름산업은 ‘셀카’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는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사양산업으로 변모하였지만 이 당시 ‘코닥’은 산업 전체를 주름잡는 거대기업이었다.
현서는 카메라를 들고 성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연구실 남쪽 비탈에 위험하게 서 있는 키가 큰 느티나무를 바라보았다. 이젠 연구실의 주인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언제라도 길다.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만 있으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니 마침 현서의 몸을 지탱해 줄만한 적당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현서는 일단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붙드어 보았다. 그리고 당겨 보았다. 가지가 탄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약간 휘청하고 흔들린다.
현서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 정도면 충분히 지탱해 줄 것 같아’
그날 따라 집에서 늦게 출발한 이 민희 여사는 예의 검정색 세줄 트레이닝복을 입고 후드를 뒤집어 쓴 다음 집을 나섰다.
성균관 후문에서 먼저 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김 교수를 만난 다음 그 길로 북악의 팔각정까지 내쳐 올라갔다. 산길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민희는 김 교수의 손을 잡아가면서 거친 북악의 등산길을 즐겼다.
김 교수는 더 올라가겠다는 여동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 정도로도 충분하니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여동생 민희를 달랬다.
그녀는 요즘 들어 등산할 때마다 사촌 오빠인 김 교수로부터 호보(虎步)의 기초를 배우고 있었다.
호보는 여자가 배워도 아주 재미있는 보법(步法)이었다.
여자가 시연(試演)하기에는 약간 망측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둘만 있을 때 배우는 것이니 부끄러울 것도, 망측할 것도 없는 일이다.
호보는 우선 한 발을 곧추 세워 앞으로 쭉 뻗었다가 바깥쪽으로 훌쩍 내딛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앞으로 전진하는 데에는 매우 빠르고, 두 발을 번갈아 내딛다 보면 곧 호흡이 가빠지므로 엄청난 운동효과를 가져다준다.
등산을 같이 하면서 민희가 느끼는 것은 김 교수가 그녀의 앞에 휘적휘적 걸어가는 것 같은데, 그녀가 마구잡이로 뛰어가다시피 함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게다가 그렇게 하고나면 민희는 할딱거리는 숨을 참을 수 없는데, 이 사촌 오빠는 깊은 숨 한 번도 쉬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평온하기만 한 것이었다.
게다가 민희의 이마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그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이 그녀의 눈에는 너무나 이상해 보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빤, 그래, 이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데 --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숨 한 번 가쁘지 않은 -- 이유가 도대체 뭐유?-”
그러자 김 교수는 그저 씩 웃으며 “그런 게 있어 --”라고 대답하고 만다.
‘그런 게라니? 그게 뭐지? --’
숨이 가쁜 민희는 궁금하긴 했지만 입을 다무는 그에게서 대답을 얻기는 힘들 것 같아 나중에 물어보기로 작정을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날 두 사람은 등산을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민희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옵바, 아까 그런 게 있다고 한 게 뭐유? -”
어려서부터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민희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 교수는 이 기회에 호보를 가르쳐 주면서 헌원심법의 호흡법 일부를 살짝 맛뵈기로 가르쳐주기로 작정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이미 이 비밀의 일부를 눈치 채고 있는 듯한 그녀의 호기심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호흡법의 입문 부분만이라도 가르쳐 줌으로 인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호보의 기초를 탄탄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동생에게 있어서도 이 호흡법을 통해 육신이 건강해진다면 그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그의 헌원심법(軒袁心法)에 의한 추궁과혈(推宮過穴)을 그의 여동생의 몸에 직접 시전함으로 인해 둘 사이의 성감이 더욱 좋아지고 섹스를 할 때마다 함께 절정에 오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데 있었다.
그것은 헌원심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심법을 더 많이 알수록 그 즐거움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김 교수가 이런 비결을 터득한 것은 그의 한문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정용이 가르쳐 준 구결 속에서 은밀히 시사하고 있는 점을 깊게 상고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그가 이미 오랜 세월 성생활을 통해 터득한 섹스의 기술적인 면에 대한 상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당연히 정용은 오랜 성생활의 경험이 없었고, 한문에 대한 지식이 짧으니 헌원심법의 구결 속에서 그런 묘한 이치를 터득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날, 연구실의 밖에서 서성이던 현서는 자신이 생각한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두 사람이 또 샤워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 거의 두 시간 가까이를 느티나무 밑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것은 짜증을 견뎌내는 진짜의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가을 날씨가 아직은 추워지지 않아 그가 기다리는 데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들이 연구실에 도착하자마자 느티나무에 올라간 현서는 그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 무성한 나뭇가지와 잎새 속에 자신의 몸을 최대한 숨겼다.
게다가 그는 어깨에 걸터 맨 카메라 아사히 펜탁스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비싼 고가품인 펜탁스 카메라가 자칫 흠집이라도 나면 그 또한 곤란한 일이기에 그는 조심해야만 했다.
물론 누가 물어내라고 말할 것은 아니지만 ‘어디 갔다가 이렇게 흠집을 냈느냐?’고 물어 볼 일은 사전에 방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서는 이미 이런 일에 있어서는 그만큼 주도면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무성한 느티나무의 잎새와 가지 속에서 자신이 조심만 하면 들키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 속에서 그는 유리창 너머의 광경에 대해 셔터를 눌렀다.
유리창은 반사하는 빛을 통해 그가 원한 피사체를 흐릿하게 만들어 주기는 하였지만 그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한동안 연구실 안을 들여다보던 현서는 조용히 느티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한편 연구실 안에서 현서 엄마는 사촌 오빠인 김 교수로부터 한참 동안 호보(虎步)에 대한 기초실기를 배우고 있었다.
숨이 가빠지자 김 교수는 헌원심법에 의한 기초 호흡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였다.
먼저 가부죄를 튼 자세에서 단전에 양손을 얹고 아랫배로 호흡하는 방법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난 다음 김 교수는 그녀를 침대 위에 뉘이고 그녀의 몸을 대상으로 한 추궁과혈 수법을 전개하였다. 그가 추궁과혈을 시작하자 그녀의 몸은 단번에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그녀가 태국이나 다른 동남아 지역 등 해외에 나가 마사지를 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마사지였다. 아니 그런 마사지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에 닿자마자 민희는 온몸에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사실 그것은 무예를 터득한 고수의 손에는 자연히 강한 기가 흐르게 마련인데, 전혀 무예를 접해보지도 못한 어염집 여인의 몸으로는 고수의 기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셈이었다.
따라서 그녀로서는 동남아에서 받아 본 모든 종류의 안마보다 이 사촌 오빠가 펼치는 추나대법은 경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놀라운 체험이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호권(虎拳)의 유일한 대가가 아닌가?
풍만한 중년의 사촌 누이를 홀딱 벗게 하고서는 침대에 엎드리게 해 놓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노련한 술법으로 마사지하는 사촌 오빠의 수법(手法)에 민희는 여러 번 까무라치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녀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절정에 오르면 ‘아아악 --- ’ 소리를 내며 허벅지 안쪽으로 오르가슴의 애액을 흥건하게 쏟아 내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이렇게 여러 번 까무라친 여동생의 몸에 올라타 그의 큰 좆으로 다시 한 번 그녀를 깊숙하게 죽여주었다.
침대에 위에서 민희는 허벅지를 짝 벌린 채 음부에서 진한 남자의 정액과 애액을 쏟아내며 음란하기 짝이 없는 자세로 한 동안 죽은듯이 널부러져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