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68)

[집안 이야기 그 전, 38 봄방학 1]

아침에 눈을 뜨자 벌써 창문에 해가 걸려 있었다. 이렇게 늦은 아침은 정용으로서는 경험하기가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은지와 보낸 어젯밤에 그가 힘을 많이 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누나들과의 잠자리에서는 두 탕을 뛰고서도 새벽에 일찍 일어났던 정용이었다.

그런데 은지는 누나들과 똑같이 하룻저녁에 두 번을 뛰긴 했지만 훨씬 더 신경이 쓰이고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가 ‘처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를 부담스럽게 했지만, 정용은 그녀가 ‘처녀’가 아니란 사실에 놀라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처녀를 따먹으면 그만큼 책임이 생기는 거니깐!

마침 마나님이 부엌에서 안방으로 들어오면서 침대 위에서 정용이 잠을 깨어 눈을 뜬 걸 대번에 알아보신다.

그러면서 농담 비슷하게 말을 걸어오신다.

“얘, 너 -- 어젯밤에 -- 아주 그냥 죽었드라 !!! -- ”

마나님은 그가 "죽은 듯이 잠을 잤다"는 이야긴데, 그건 정용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 말이다.

정용은 마나님의 말에 뭐라 딱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누운 채 그냥 묵묵부답 가만히 앉아 있는다.

“도대체 --- 니네 둘이서 --어젠 -- 뭘 했길래 --- 그렇게 골아 떨어졌니? --- ”

마나님은 침대 곁에 서서 물으신다.

정용이 느끼기에는 마나님의 그 질문은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묻는 것 같다.

그래서 정용은 “뭘해요. -- 하긴 --- 영화구경하고 --- ”하며, 마나님의 눈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돌아눕는다.

그러자 마나님은 침대 곁으로 다가와 그의 등을 꼬집으면서 짖궂고 집요하게 묻는다.

“영화구경하고 --- 또 --- ”

정용은 마나님에게 등을 꼬집히면서도 대답할 말이 없어 더듬거린다.

“비를 맞았단 말예요 --- ”

정용은 어제 은지와 둘이서 비 맞고 삼청동으로 올라온 생각이 나서 바로 그 이야길 했다.

“비를 맞았다구?? -- 그래 어제 봄비가 오긴 왔지 --- ”

은지와 영화구경하는 사이에 봄비가 온 것은 마나님도 안다.

마나님도 비가 온 걸 알았다니 정용은 조금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래서 그냥 무심히 대답한다.

“예 -- 그래요. 둘이서 비를 홈빡 맞았단 말예요 -- ”

그런데 마나님은 그치질 않는다. 재차 한 번 더 정용의 등을 꼬집는다.

“그래서? --- 어쨌다구?? -- ”

정용은 마나님이 꼬집는 것은 아프지 않는데,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실직고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은지네 집에 가서 -- 비를 -- 씻었지요 --- ”

은지네 집에 가서 비를 맞고 씻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마나님은 그 다음을 재촉한다.

“씻구 나선 --- 뭘 했는데 ??? ---- ”

정용은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정용이 말을 하지 않자, 마나님은 침대 곁에서 일어서시며 정용의 머리에 꿀밤으로 한 방을 때린다.

“얘, 그래 비 맞고 몸을 씻었다는 애가 그래 그렇게 냄새를 퐁퐁 -- 풍겨? --- 아유, -- 요것아!!!”

정용은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은지랑 씹을 한 후엔 다시 샤워를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마나님 집 오기 전에 다 씻고 와야 냄새가 다 사라지는데 !!! --- ’

그러자 마나님은 눈을 번득이면서 돌아누운 정용에게 은밀한 제스추어를 하면서 말한다.

“너, 은지 -- 따먹었지? --- 그치?”

그러자 정용도 더 이상 부인할 말도 없어, 그냥 그녀의 표정을 따라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요것아!! 샤워를 하고 오든지 해야지 -- 씻지 않구 그냥 오니깐 -- 밤새도록 그 고약한 씹 냄새 때문에 -- 난 -- 한잠도 못 잤잖아 !!-- 요, 순 바람쟁이야!!!! -- ”

마나님은 정용의 지독한 씹 냄새 때문에 한잠도 못주무셨단다.

“벗어 놓은, 니 옷에두 -- 씹 냄새가 다 배겼드라!”

아마 어제 벗어놓은 외출복에도 은지와 함께한 ‘씹 냄새’가 다 배어버린 모양이다.

마나님은 그 냄새를 벗어놓은 옷에서도 맡았나 보다.

그런데 마나님은 입이 얼마나 거친지 정용에게 대놓고 ‘씹 냄새’가 난다구 한다.

물론 그녀는 정용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용이 듣기에는 여간 거북하게 아니었다.

정용은 속으로 생각한다.

‘하긴 어제 둘이서 얼마나 씹물을 싸댔는지 나두 몰라’

그 자신도 얼마나 흘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두 년 놈들이 아주 미쳐버렸던 날이니깐 정용은 할 말도 없었다.

어찌 됐든 그는 마나님을 속이기가 무척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마나님은 짖궂기도 하다.

“그래 --- 좋았었어?--- 고, 은지 년이??--- ”

정용은 고개를 입가에 웃음을 띄고 고개를 끄덕인다.

“죽여주드나? 맛있더나? -- --- ”

정용은 다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끄덕였다.

“그래!! - 젊은 것이 맛있겠지, 찰지겠지 --- 아이구, 요게 --- 완전 프레이보이, 순 난봉꾼이야 !!!! ---- ”

마나님은 이제 다 알고 말았다.

그러면서 “얘, 너 빨리 일어나 --- 다 씻고 -- 시골집에나 가봐라!!!!”고 말한다.

마나님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다 걷어 치운다고 하신다.

정용도 더 이상 마나님 침대에 누워 빈둥거릴 이유가 없다.

팬티바람으로 후다닥 일어나 마나님 방에 있는 욕실로 쑥 들어갔다.

마나님은 냄새나는 침대 시트와 홑이불을 걷어 바로 세탁기에 넣어 버린다.

이번 봄방학이 되면 시골집에 한 번 다녀온다고 마나님에게 이야기했었는데, 그것이 고만 은지란 년이 유혹하는 바람에 며칠 늦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마나님은 잊지 않고 정용에게 시골집에 다녀오라고 하신다.

정용이 깨끗하게 씻고 맨몸으로 나오자, 마나님은 그의 속옷을 침대위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정용은 속옷과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나왔다.

마나님이 아침에 달걀 프라이와 우유와 토스트 빵을 구워 놓으셨다.

정용이 식탁에 앉자 마나님은 머그잔에 커피를 한 잔을 따라서는 곁에 앉으신다.

향긋한 커피향의 냄새가 났다.

부천집에서는 이런 커피를 먹을 수 없었다.

당시는 인스턴트 커피라 하더라도 부잣집에만 커피가 있었다.

별표 맥스웰(Maxwell) 커피는 주로 분말 형태였는데, 마나님은 각설탕과 작은 사기병에 항상 커피 크림까지 준비하여 놓고 있었다.

그래서 정용이 커피를 한 잔 타 달라고 하면 커피 두 스푼, 각설탕 하나, 크림 한 스푼 이런 식으로 타서 주곤 했다.

마나님은 흰 사각 봉투에 용돈을 넣어 주셨다.

“얘, 이거 니네 집에 가는 데 차비나 해라”

정용은 “돈을 안 주셔도 되요 --- 저 아직 용돈 많이 있어요 --- ”하는데, 마나님이 “그런 소리 말아!”하면서 그의 추리닝 윗 주머니에 억지로 봉투를 끼워 넣어 준다.

정용은 못 이기는 척 하고 받고 말았다.

사실 정용은 이럭저럭 마나님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았다.

특히 수진과 은지 두 엄마들로부터 받았다는 과외비는 상당한 액수였다.

그녀들은 정용에게 돈을 주지 못해 안달이 난 듯 처음에 과외 공부할 때 말한 액수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돈을 마나님을 통해 주었다.

마나님은 그녀들로부터 받은 돈을 챙겼다간, 한 달에 한 번씩 꼭 봉투에 넣어 정용에게 주었다.

중학생인 정용은 그 돈이 그렇게 쓸 데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돈으로 마나님에게 작은 선물도 하고, 누나들에게도 선물을 했지만, 자기가 그녀들에게 준 선물보다는 그녀들로부터 받았던 선물들이 훨씬 더 많았다.

마나님은 통장을 마련하여 그 돈을 따로 저금해 준다고 하신다.

어떻게 하더라도 고마운 일이다.

“얘, 그리고 이건 니 엄마 선물이다. --- 이건, 니 동생 주고 --- ”

그런데 두 사람의 선물이 다 약간은 큼직하다.

“뭔데요? -- ”

정용은 궁금해서 묻는다.

지난번 겨울 방학으로 부천 집에 갈 땐 마나님이 엄마에게 주라고 실크 속옷을 사주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일까?

누이동생 정아에게는 손목시계를 큰 누나가 사주었는데 이번에는 뭘까 궁금했다.

“얘, 내가 신세곌 나갔는데, 글쎄 거기 아주 멋진 여자 속옷이 나왔드라 --- 니네 엄마랑 싸이즈가 딱 맞는 거야!”

그러면서 한 말씀 덧붙이신다.

“그건 국산이야. 요번 남영에서 나온 스타킹도 거기 다 들어 있다. 얘 --- ”

또 여자 속옷이란다. 이번에도 란제리 패션쇼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타킹 쑈를 하나?

우리나라 스타킹 산업은 "비비안"으로 유명한 "남영나이론"이 영등포 문래동에서 공장을 마련하여 스타킹을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등포 로터리에서 목동과 오목교로 가는 길에 왼쪽으로 공장과 본사가 있었는데, 처음엔 남영염직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스타킹도 뒤에 선이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뒤에 선이 있는 제품이 ‘리바’이고, 선이 없으면 ‘플레인 메쉬’이다.

1960년대 후반까지는 가늘고 고운 나일론 원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해 전량을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해야 했으므로, 지금은 흔해빠진 나일론 스타킹이 당시에는 아주 귀한 유한부인들만 신던 고급 물건이었다.

스타킹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정용은 그만 심드렁하게 말한다.

“저번에도 속옷을 사주셔서 엄마가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 ”

그러자 마나님이 정용에게 나무라듯 말한다.

“얘, 그렇다구 필요 없는 거 아니다. -- 여잔, -- 속옷이 많아야 돼 --! 넌, 멀,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마나님은 자신의 선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정용이란 녀석이 고맙다는 표정은 하나도 없이, 그저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심통이 난 그녀는 그만 연속해서 속사포처럼 쏘아대며 말한다.

“그리구 그건, 니 동생 껀데, 여학생 책가방이다 얘! -- 지영이가 샀댄다 -- ”

지난번에는 지현 누나가 정아 선물을 샀는데, 이번에는 지영 누나가 샀단다.

둘 다 그에게 있어서는 예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아니 마나님을 포함하면 모두 세 여인이다.

정용은 마나님에게 인사를 하고 삼청동 집을 나선다.

그러자 마나님은 그에 대해 서운한 감정은 다 풀고, 그를 따라 나서며 다가와 입을 맞춘다.

사실 그에 대해 서운할 것이야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선물을 못 알아 볼 뿐인데, 그러나 여자들은 다 좋아할 물건인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정용은 며칠이라도 보지 못할 마나님에게 입을 열어 그녀의 혀를 쪽쪽 빨아 준다.

마나님은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받치고 입을 맞추면서,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게 한다.

마나님의 아랫배는 벌써 도도록하게 팽창해 있다.

얼마간이라도 보지 못할 ‘아기 아빠’에게 작별 인사라고 하라는 것일까?

정용은 키스를 하면서 마나님의 아랫배를 한참 만지다간 손을 올려 마나님의 풍만한 젖도 만진다.

마나님의 젖은 브래지어에 싸여 정용은 그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없다.

그러자 마나님은 얼른 브래지어에서 아예 젖을 꺼내 놓는다.

풍성하고 하얀 젖이 이른 봄날, 창가에 비치는 햇살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용은 그 순간 마나님의 젖을 빨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마나님의 하얀 젖 위로 새파란 실핏줄이 갈래 갈래 무늬처럼 갈려져 퍼졌다.

그러면서 그 실핏줄은 젖꽃판 쪽으로, 젖꼭지 쪽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이제 마나님의 젖꼭지는 붉은 갈색에서 점차 검붉은 색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젖꼭지도 조금만 만지면 충혈되어 빳빳하게 돌기를 이루었다.

정용은 나가다가 말고 마나님의 젖을 빨아주었다.

“하으윽 ---- ”

마나님이 신음을 하다간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한참이나 그가 젖을 빨자 마님은 그의 머리를 제치면서 “얘, 이젠 가봐 --- ”하면 냉정하게 옷깃을 여민다.

정용은 마나님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데, 마나님은 단호하다.

“얘, 나두 -- 하고는 싶은데, 그럼 넌 오늘 못 가잖아 --- 오늘은 안 돼고 -- 빨리 갔다 와-- 응 !! ”

마나님도 정용과 뒹굴고는 싶은데, 그러면 안돼니 정용에게 빨리 갔다 오란다.

역시 어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당시만 해도 정용이 부천 시골집엘 갔다 오는 것은 반나절이 다 걸리는 일이었다.

삼청동에서 서울역까지 나가 경인선 열차를 타고, 소사역에 내려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서도 큰 길에서 둔덕산 기슭까지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으므로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요즘 같아서는 그저 두어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길이지만 당시로서는 꽤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정용은 마나님의 말을 듣고 빨리 포기한 채 삼청동 집을 나섰다.

삼청동 집을 나서자 마나님 대신 예쁜 정혜 엄마가 생각났다.

마나님은 마나님대로 아름답고 예쁘지만, 그의 정혜 엄마도 건강한 아름다움이 있다.

마나님은 귀부인같이 품위도 있고, 마나님의 카리스마도 있다.

남의 속을 꿰뚫어보는 안목도 있다.

그래서 주변의 동네 여자들이 꼼짝을 못한다.

장군 부인도, 기관장 부인도 그녀 앞에서는 그저 고양이 앞에 쥐다.

그러나 정용의 엄마 정혜는 그런 정관계 인사의 부인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마치 풀뿌리 같은 강인한 매력이 있다. 들꽃과 같은 거친 아름다움이 있었다.

정용은 자기 주변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엄마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 다른 여자를 경험해 보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그녀들의 몸을 통해 여자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그의 생모인 정혜 엄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생모이긴 했지만, 이젠 그의 많은 여자 중의 한 사람이 되기도 했지 않은가?

정용은 그 생각에 미치자 한시라도 빨리 가서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여동생 정아 얼굴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멈추었다.

정용은 여동생 정아마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번 겨울 방학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역시 여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식으로 사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아는 오빠인 그를 ‘오빠’로만 사랑하는 게 아니란 것을 눈치 채기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정용은 깊은 한숨이 나왔다.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여자가 너무 많아 걱정이 될 지경인데, 거기다가 여동생마저 앞으로 자신의 여자가 되면 어떻게 될지 스스로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고 예쁜 짓거리며, 통통한 허벅지며, 날씬한 몸매를 생각하면 남 주기는 싫은 것은 사실이었다.

정용은 소사역(지금의 부천역이다)에서 내려 다시 오류동 쪽으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당시 경인선 역은 오류역에서 정차한 후 그 다음 역이 소사역이다.

그래서 둔덕산 부근의 집으로 가려면 오히려 서울 쪽으로 한 1.5km는 되돌아갔다가 북쪽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오류역에서 내려 경인로를 따라 달리는 인천 방향의 버스를 타도 된다.

소사역에서는 겨우 한 정거장 상관이었지만 책가방과 선물꾸러미가 있어서 버스를 이용한 것이다.

정류장에서 내리면 집까지는 걸어 올라가는 길이 2km정도가 채 안된다.

뛰어 올라가면 십 분이면 가지만 그래도 경사가 진 길에 손에 든 것이 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정용은 낮익은 자신의 집 문 앞에 도착하자 ‘정아’ 소리치며 들어간다.

그러자 정아가 “오빠 --- ” 하며 달려 나온다.

정아가 그의 손을 붙들며 말한다.

“오빠, -- 왜, 이제 왔어? 엄마가 어제 무척 기다렸는데 ---”

어제 엄마가 기다렸다는데 그만 양심의 가책이 생겨 엄마의 행방을 묻는다.

“엄만 --- ??”

그러자 정아가 대답한다.

“엄만, 아직, 부대에서 -- 퇴근 안했어 --- ”

엄마는 여전히 부대에 다니고 있단다. 정용은 마음이 짠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 된 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형편에서 엄마만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들어가자 --- ”

정용이 여동생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자 장아가 그의 손에 든 선물꾸러미를 보며 묻는다.

“오빠, -- 이건 뭐야? -- ”

마침 건네 줘야 할 것 같아 손에 든 꾸러미를 넘긴다.

“응, 니 선물 --- 하고, 엄마 선물 --- ”

선물을 받아들면서 정아가 묻는다.

“내 껀 -- 뭔데?? -- ”

정용은 대뜸 대답한다.

“책가방이야!!--여학생 책가방 ---”

그러자 정아는 그의 선물 꾸러미를 채가듯이 빼앗아간다.

“어디 쫌, 보자!!! -- ”

정아는 여학생 가방을 보자 그만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거기다가 서울에서 사온 쓰리세븐 책가방이다.

당시 여학생 가방은 대부분 곤색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형태였는데, 유명한 가방은 크로바, 펭귄 등이 있었고, 지금도 ‘777’로 유명한 쓰리세븐 가방이 60년대에도 여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인기였다.

정용은 동생과 함께 선물꾸러미를 집안에 놓고선 엄마를 마중 나가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여동생 정아는 ‘그렇지 않아도 오빠가 와서 엄마 마중 나가자고 말할 참이었다’며 얼른 일어선다.

정아는 언제나 그렇듯 정용의 곁에 그의 손을 붙잡고 몸을 착 붙이면서 따라 나선다.

둘은 큰 길까지 정용이 조금 전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갔다.

이른 봄의 햇살은 금방 어두워진다.

정용이 서울에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한낮이었는데, 부천에 오니 날이 어두워진다.

오류동 부대에서 오후 다섯 시에 정시 퇴근하면 여섯시 되기 전에 정류장에 와 닿는다.

두 남매는 손을 꼭 붙들고 경인로 큰 길의 정류장에 내려갔다.

정아는 오빠가 곁에 와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입가에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때 멀리서 버스 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두 남매의 엄마가 버스에서 내린다.

정혜는 두 아이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만 너무 기뻐 달려간다.

정용은 엄마가 무턱대고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마주 달려가 엄마의 몸을 잡아준다.

정혜 엄마는 정용의 품에 안긴다.

이젠 엄마의 몸이 아들의 품에 안길 정도로 정용의 등치가 커졌다.

정혜의 몸도 작은 몸이 아닌데, 그렇게 커졌다는 것은 정용의 등치가 이미 어른만해졌다는 증거다.

정혜는 아들을 보자마자 끌어안고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지만, 딸내미가 옆에 있으니 자제해야 했다.

그래도 아들을 끌어 안으니 좋았다.

정용도 엄마를 꼭 끌어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려 준다.

마치 엄마가 애인(?)인 것처럼 행동한다.

정용은 한쪽 손으로는 엄마의 등을 껴안고, 한쪽 손으로는 여동생의 어깨를 껴안은 채 집을 향했다.

정아는 오빠의 손에 자신의 몸을 딱 붙인 채 종알종알 거리면서 걸었다.

정혜는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기댄 채 정아의 종알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세 사람의 발을 맞추면서 잘박잘박 걸었다.

정용은 두 여자 사이에서 천천히 그녀들의 몸피를 음미하면서 걸었다.

가끔 그의 손은 엄마의 엉덩이를 만지기도 하고, 여동생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혜는 자신의 젖가슴이 그의 어깨와 팔꿈치에 닿도록 하면서 풍만한 그녀의 젖이 뭉개어지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집까지 짧은 거리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그건 정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솟아오르기 시작한 젖무덤을 정용의 한쪽 손에 잘 닿도록 하면서 살살 문대며 걸었다.

종알종알 지껄이긴 하지만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계집애들의 얘기였고, 정작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하나 ‘오빠가 보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세 사람은 머지않아 곧 집에 도착하였다.

정아가 이미 밥은 해 놓았고, 정혜가 국과 찌개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생선 한 토막을 구워 밥상에 올려 놓았다.

정용은 밥상을 물리고 선물 꾸러미를 내놓는다.

엄마는 “무슨 선물을 올 때마다 사오느냐?”고 말은 하지만 기쁜 표정이다.

그러다가 선물 꾸러미 안에서 스타킹을 발견하자 깜짝 놀란다.

“어머, 이거 너무 좋은 거야 --- 이거 어디서 났니? ----”

정용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선물은 바라보지도 않고 있다가,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짓자 얼른 선물꾸러미 쪽으로 눈을 돌린다.

거기엔 엄마가 포장된 스타킹을 뜯고 있는 것을 보고 그게 뭔가 살핀다.

겨우 중학생이라도 맨살의 여자 다리는 숱하게 만져본 경험은 있지만 숙녀들이 좋아하는 스타킹 신은 여자는 볼 길이 없었다. 아니 보았어도 스타킹을 잘 모르니 심었어도 신은 줄이나 알았겠나?

그래서 무의식중에 엄마에게 물어 본다.

“엄마, 그게 뭐에요? --- ”

그러자 정혜 엄마는 정용의 그 표정을 보고 대번 눈치 챈다.

“얜, 넌 이게 뭔지도 모르고 샀어? --- ”

정용은 자기 엄마의 질문에 자기 질문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

“그게 아니라 ---- ”

정혜는 얘가 요즘 마나님인지 뭔지하는 집에 얹혀 산다는데, 그 집 여주인이 사준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 그 마나님인지 뭔지 하는 분이 산 거로구나?”

정용은 고분고분 시인한다.

“예 -- ”

그러나 정혜도 그 분을 고까워하거나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어쨌든 자신의 금쪽같은 아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에 보내주는 분이니 고맙다고 할 일이지, 비난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이렇게 정용이 집에 오면 선물까지 주어 보내니, 그게 어디냐?

그래도 본능적인 무엇인가가 그녀 속에 있어서 마나님과 아들과의 관계를 알지 못했지만 여자의 심사를 너무 잘 아는게 약간은 께름칙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고맙다고나 전해주렴 -- ”

정혜는 말로는 그렇게 하면서 일어서서 스타킹을 신어보고자 건넌방으로 간다.

사실 군 부대에 근무하니 아침, 저녁으로 출근할 복장이 문제였다.

겨울과 이른 봄은 추우니깐 여자들도 바지를 입고 다니면 된다.

그러나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바지만 입고 다닐 수 없다.

당연히 치마를 입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스타킹은 필수다.

그런데 당시 스타킹이 고가(高價)라 가정 살림을 겸하고 있는 정혜는 쉽게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출근하는데 치마만 입은 채 맨살로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군부대는 이미 50년대부터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은 통상적으로 다 스타킹을 신고 다녔다.

오히려 치마를 입고 스커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후 물자부족에 시달렸던 한국에서는 어염집 여자들이 스타킹을 신는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사치였다.

“어머, -- 이건. 팬티 스타킹이잖아!!!! --- ”

윗방에서 스타킹을 입어보는 정혜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정용은 팬티스타킹이 뭔지 보고 싶어 윗방 문을 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아란 년이 그만 윗방 방문을 드르륵 열어제친다.

순간 그의 눈에도 팬티스타킹을 입은 정혜 엄마의 아찔한 하반신이 다 보였다.

허걱!!!

그러나 정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한다.

“옴마, 너무 예뻐 --- !!‘

그러자 정혜는 딸내미한테 문을 닫으라고 한다.

정아는 문을 닫고 윗방으로 날름 들어가 버린다.

정용만 아랫방에 남은 채 뻘쭘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와 여자 아닌가?

두 모녀간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옴마, 이게 팬티스타킹이야?”

“응, 요즘 새로 나온 건데, 이걸 하면 거들을 할 필요가 없어!!”

거들은 스타킹이 내려가지 않도록 고안된 고정 장치라 할 수 있다.

스타킹을 신으면 여러 가지 여자 속옷을 같이 입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거들이다.

그러나 1959년에 나타난 팬티스타킹은 그런 여성들의 거추장스러운 고민들을 모두 해결해 주었다.

정혜는 입어본 스타킹을 다 벗고선 다시 정아와 함께 아랫방으로 내려왔다.

정아는 먹고 난 설거지를 한다고 부엌으로 갔다. 효녀야 효녀!!!

정용은 정아가 사라진 그 짧은 순간에 정혜 엄마와 대화를 나눈다.

“얘, 선물, -- 그거 너무 좋은 거 있지!!---- 그 삼청동 마나님인지, --- 고맙다구 전해주렴.”

정혜는 ‘삼청동 마나님’을 ‘마나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하긴 여자들은 남을 높여서 부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정용은 정혜 엄마에게 말한다.

“나, 살짝 봤는데, 엄마, 무지하게 이뻐요----”

정혜는 아들이 자신의 아랫도리를 본 것에 대해 부끄러우면서도 이쁘다고 하는 데 기분은 좋다.

그래도 그녀는 보여주지 않아야 할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보면 안된다고 말한다.

“얘, 넌 그런 것 보면 안돼 -- --”

정용은 그런 엄마의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

“안돼긴 - ---- 뭐가 안돼요? -- ”

정용은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색기를 느낀다.

옆으로 다가가 정혜를 슬쩍 끌어 안는다.

“얘! --- 너, 정아 들어오면 어쩔려구 그래 --- ”

작은 목소리로 말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말한다.

그 단호한 정혜의 목소리에 그만 정용은 움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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