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3 52. 다른 공간 =========================================================================
“네가 무슨 소릴 하던 상관없다. 어차피 넌 우리가 없애버려야 할 존재니까.”
“큭큭, 나를 없애? 고작 니들이?”
그녀는 지금 신민배 일행들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아니야? 아무리 강해져서 이곳까지 들어온 것도 좋지만 말이야. 상대가 누군지 알고 덤벼야 할 것 아냐?”
쉭!!
그녀의 손톱이 한 순간 길게 뻗어 나왔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더런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더런은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손톱에 의해서 자신의 팔이 찔리고 말았다.
“큭!!”
“거봐~! 이런 것 조차도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서~?”
“이런 빌어먹을!!”
더런이 그녀를 향해서 매섭게 주먹을 뻗었지만, 그녀는 더런의 팔에 박힌 손톱을 재빠르게 회수하고는 10미터 정도 뒤로 한 번에 도약을 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 볼까? 나의 심장 회수와…… 여기 있는 인간들이 죽는 상황을 말이야.”
그녀의 양 손에서 손톱이 길게 뻗어 나왔다.
그러자 일행들의 앞에 은빛의 털을 지닌 안젤리나가 앞으로 나섰다.
“응? 뭐야? 넌 어디갔나 했더니 그쪽에 붙은거였어? 이런 식이라면 세르데치니도 이제 나를 나무라진 못할거야. 알겠어?”
정체불명의 세르데치니의 이름이 그들에게 처음으로 거론이 되었다.
세르데치니라는 인물은 은색 빛의 안젤리나에게 약간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당장이라도 은빛 안젤리나를 죽이겠다는 말로 들려왔다.
“쉬이이잇!!”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은빛의 안젤리나만이 그녀와 싸우게 할 순 없었다.
“괜찮으세요?”
“걱정마. 이래봬도 힐 따위 없어도 이정도는 자체 회복이 가능하니까.”
“다행이네요. 함께 도와서 상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지. 홀로 놔둬봐야 위험한 상황만 될테니까.”
더런이 은빛 괴수의 곁에 나란히 섰다. 그리고 그 뒤로 루카스와 안드레, 세이빌이 함께 자리했다.
“큭큭…… 저녀석은 그때 그녀석이군. 재밌네. 살아 있었다니 말이야. 하지만 그전과 같은 양상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그녀가 먼저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스피드는 현재 버프를 받고 있는 일행들보다 빠르면 빨랐지, 절대로 느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쉬이이익!!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강하게 들려온다. 이들 모두가 현재 능력이 상승했기 때문에, 안젤리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있었다.
“방탄막!!”
카카칵!!
그녀의 손톱이 신민배의 방탄막에 막히고 말았다. 더런은 자신의 눈 앞에까지 뻗어온 그녀의 손톱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쉴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좀처럼 지금의 상태로는 그녀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한계였다. 뭔가 다른 방법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다.
루카스가 빠르게 능력을 사용했지만, 번번히 허공을 가를 뿐이었고, 안드레와 세이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이동속도로 그녀를 향해 주먹을 뻗어봐야 이미 그 자리에 그녀는 없었다.
쉬익!!
파파팍!
그녀가 빠르게 이동하며 안드레와 세이빌을 향해 공격을 시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피가 튀기 시작했다.
안드레와 세이빌은 고통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어떠한 공격을 하던 죽지 않는 이상은 계속해서 반격을 시도할 것이지만, 더런과 루카스는 달랐다.
지금 현재 신민배는 이 두 사람에게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한 번씩 공격을 가하는 것을 보며 방탄막을 시전은 하고 있었으나, 언제까지 방어나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지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빌어먹을! 능력 차이가 너무 현격하다보니 결국 답을 내야 할 건 하나뿐인가?’
신민배가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할 수 없다는 듯 능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러자 루카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도리도리.
신민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보였다.
“당신의 능력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그러니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시면 안되는 거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지금이 위급한 상황이 아닌가요?”
“후후…… 아무리 그래도 저희도 1등급 능력자들입니다. 설마하니 상대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 패닉 상태로 빠지면 안되겠죠.”
루카스와 더런은 아직 숨기고 있는 힘이 존재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이 신민배와 눈을 마주치고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둘에 비해 안드레와 세이빌은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한계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제부터 잘 보십시오. 이것이 저희들이 가진 실력의 한계까지 끌어 내보일테니.”
둘은 이미 대화를 주고받은 것인지 서로에 대한 능력을 잘 아는 듯 보였다.
먼저 더런이 자신의 실력을 보였다.
“크아아아압!!”
더런은 큰 괴성을 지르더니 이내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모든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몸에서는 약간의 아지랑이까지 피어오르는 듯 했다.
“흐……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호호, 설마 몸집이 좀 커졌다고 나대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날카로운 손톱을 그대로 더런을 향해서 찔렀다.
팅~~!
그런데 그녀의 손톱은 더런의 몸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막히며 손톱이 휘어질 정도였다.
“아니?”
“큭큭, 설마 대책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쉬익!!
더런의 손이 빠르게 그녀를 향해서 뻗어졌고, 이내 가느다란 그녀의 목을 부여잡았다. 한 손에 잡힌 그녀의 목은 순식간에 부러질 듯 보였다.
“흐흐, 이제 상황이 어떤 것 같나? 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불어넣으면 아주 부러질 것 같은데?”
“호호, 어디 한 번 해보시지!”
그녀는 절대로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잡혀 있는 상황에서 손을 옆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녀의 손가락에서 네 개의 손톱이 옆으로 쭉 뻗어 나갔다.
푸푸푸푹!
“컥!!”
“칵!!”
“으아악!”
“억!!”
동시에 네 명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과학자 네명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망할! 감히 네가!!”
더런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뿌득뿌득!!
강하게 쥐어진 손의 힘은 점차 안젤리나의 목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점점 조여지는 더런의 힘에 의해서 안젤리나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듯 보였다.
빠각!!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목에서 기이한 소리가 나고 말았다. 천천히 더런은 그녀의 목에서 힘을 풀었고, 힘을 풀자 바닥으로 떨어진 그녀의 목이 부러져 약간 기이하게 꺾여 있었다. 또한 너무 강하게 힘을 준 탓에 실핏줄이 터져 얼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쳇…… 별 것도 아닌게…….”
“후후, 그렇네요. 설마 제가 나서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큭큭, 그런가? 걱정마. 내가 죽기 전엔 자네가 나설 일이 없을테니까.”
루카스와 더런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곁으로 다가왔던 신민배와 그의 곁에 붙어 있는 은빛의 안젤리나.
“쉬이이잇!”
그와 동시에 은빛의 안젤리나가 경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뿌득~~!
그런데 그와 동시에 또다시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하고 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안젤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제 되돌아 온 것일까? 그녀의 목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왔고, 얼굴에 터져 있던 실핏줄까지 모조리 치료가 된 상태였다.
“서, 설마 자연 회복 속도가 이정도로 빠르단 말인가?”
더런은 그녀 역시도 자연 회복의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호호, 고마워.”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안젤리나는 멀리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녀의 시선이 간곳으로 일행들 모두도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다름 아닌 록산이 자리하고 서 있었다.
“이 개자식!!”
정답은 하나. 록산이 그녀를 치료한 것이다.
“네놈! 왜 배신을 하고 괴수 따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냐!”
그 말에 멀리 있던 록산이 한 마디 했다.
“배신? 애초에 난 너희들 편이라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실험 덕분에 1등급 능력자가 되어서 지금의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네놈이 아니냐? 그게 배신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록산은 멍한 시선으로 더런을 바라보았다.
“배신이 아니라 진실에 눈을 뜨게 된거지. 실험을 통해서 말이야. 결국 내가 알게 된 모든 진실들은 인간은 이 세상에서 배제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뭐라구? 배제가 되어야 한다고? 결국 멸망을 해야한다는 소리가 아니냐?”
“맞다. 인간은…… 모든 악의 근원이니까.”
“미친놈…… 당장 네놈을 죽여버리겠다!”
더런이 빠르게 록산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 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흙이 30센티 가량 깊숙이 파이고 말았다.
빠르게 다가 온 더런의 모습에 록산은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더런의 거대한 두 손이 록산의 머리를 움켜쥐려 할 때였다.
쿠쾅!!
난데없이 쿵격을 받고 한쪽 벽으로 처박히고 만 더런. 다름 아닌 안젤리나가 그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호호, 이제 나도 제대로 좀 놀아볼까?”
그녀는 어깨를 ‘빙빙’돌리더니 곧장 더런을 향해 달려들었다.
“손톱이 안들어가면 힘으로 때려 눕혀 주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으로 더런을 들어올렸다. 상황을 보면 힘에 있어서도 더런 못지 않은 듯 보였다.
쉬아앙~!
더런을 집어서 그대로 한쪽으로 던져버리는 안젤리나. 무지막지한 힘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루카스와 신민배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잘 들으세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신민배가 빠르게 루카스를 보며 말했다.
“현재 록산이 있는 한 아무리 저 여자를 먼저 공격해봐야 소용이 없을 겁니다. 상당히 대단한 힐 능력이라는 건 우리들이 더 잘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먼저 록산을 없애야 합니다.”
끄덕.
루카스 역시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볼 때 어때 보이나요? 저분 도움이 필요 할까요?”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런 상황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몸이 워낙 단단하다보니, 아무리 빠른 속도로 내동댕이치더라도 결국 침대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일테니까요.”
“그럼…… 최대한 우리가 빨리 록산을 처리하는 것으로 갑니다.”
곁에 있던 안드레와 세이빌도 신민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멀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네명의 과학자. 그들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무래도 정확하게 급소를 찔려 숨진 듯 보였다.
‘젠장…… 아무런 도움이 되어 주지도 못했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그였다.
“갑시다!”
신민배는 그 즉시 세 사람을 보며 말했고, 세 사람은 멀리 있는 록산을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록산은 그들이 자신에게 다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곧장 넝쿨과 나무들을 키워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와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거대한 넝쿨이 자라 록산을 태우고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물며 주변의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모습을 가려버렸다.
“이딴 걸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쿠화화화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