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2 52. 다른 공간 =========================================================================
신민배는 과학자들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그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설마하니 록산에게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애초에 그는 실패작이었습니다.”
“뭐라구요? 그런데 이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었단 말입니까?”
“그런 것 같아요. 단지 이성만 제대로 지닌 실패작일 뿐이죠. 그는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존재였을 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 뿐이었겠죠.,”
그제야 그들은 록산이 괴수 사냥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치유를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그럼 이곳에 온 목적은 결국 자신과 같은 동류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큰 목적은 인간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겠죠. 아마 얼마 후면 그들은 또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없는 전투가 벌어지게 되겠지요.”
“음…….”
더런과 루카스의 인상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치유계까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단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만약 사소한 상처라도 생긴다면 치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휴…….”
한숨을 길게 내쉰 신민배는 곁에 있는 은색 털의 괴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다른 인간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은 괴수였으나, 이제 눈 앞에 있는 다른 인간들을 보더라도 뒷걸음질 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괴수에게 다가간 신민배가 예전에 했던 행동처럼 다시 손을 들어 괴수의 머리를 만졌다.
“?!”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털의 감촉도 그랬으며, 무엇인가 애절한 느낌마저 강하게 들었다.
“너……?”
“쉬이이잇…….”
괴수의 눈에서 눈물이 조금씩 고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 설마 안젤리나?”
신민배는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지만, 오히려 괴수의 머리가 끄덕여졌다.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신민배.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서울에서 본 안젤리나는 무엇이며, 안젤리나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베르나는? 더군다나 안젤리나와 너무나 느낌적으로 같은 이 괴수는? 대체 다 뭐란 말이야?’
그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단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괴수가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안젤리나라는 것을.
“혹시…… 예전의 기억을 다 가지고 있는거야?”
절레절레.
괴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도 그 말은 일부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할지도 몰랐다.
“그래…… 네가 안젤리나였구나…… 그런거였어.”
신민배는 괴수를 서서히 안았다.
‘움찔’ 거리며 신민배와의 거리를 두려고 하던 괴수도 이제는 안도감을 느꼈는지 그의 품에 아무런 행동 없이 안겼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입니까?”
“그걸 알면 우리들이라고 이러고 있었겠소?”
과학자들과 일행들은 지금 이 장면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한동안 신민배는 은색 털의 괴수 일명 안젤리나를 계속해서 안고 있었다.
신민배는 조심스럽게 안젤리나를 보며 흐느끼고 있었다. 대구 사건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신민배는 쉽게 안젤리나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곁에 언제나 시란이 위로를 해주었지만, 안젤리나의 빈자리를 매우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반면 안젤리나는 사건 이후, 괴수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태어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 정신이 두 개로 분리가 되었다.
하나는 은색의 괴수에 온전한 자신의 모든 정신이 담겼고, 반면 외형만 안젤리나의 경우 이미 모든 것을 세르데치니와 함께 하는 인격으로 바뀌었다.
외형만 안젤리나의 경우는 단 하나만 기억하고 있다. 바로 자신의 심장이 없다는 것.
한 때 신민배를 살리기 위해서 생명력을 그와 바꾼 안젤리나. 하지만 그것은 다쳐버린 심장을 자신의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보니 외형만 안젤리나에게는 심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해서 서울에서 안젤리나가 신민배의 심장을 노린 이유 중 하나였다. 자신의 심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괴수 안젤리나는 외형만 똑같은 안젤리나가 신민배를 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서 최대한 신민배를 돕고, 외형만 안젤리나인 그녀를 제지하려 했다.
알게 모르게 두 안젤리나는 많은 싸움을 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힘의 차이는 현격했다.
그 어떠한 능력도 없이 오로지 괴수의 능력만으로 힘이 강해진 외형 안젤리나를 상대하는 것은 좀처럼 힘들었다.
하물며 서울이 파괴 되던 당시에도 은색 안젤리나는 그곳에 있었지만, 이미 신민배가 나타나기 전 외형만 안젤리나에게 당한 직후였다.
은색의 안젤리나는 신민배를 찾기 위해서 지상을 많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한 동안 백호 시티에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능력자들이 출동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가 백호 시티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이유는 바로 신민배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의 집에도 가보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신민배를 찾을 방도는 전혀 없었다.
그녀에게 직감이 있어 신민배가 어디 있는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와서 신민배와 조우를 하게 된 것이다.
“쉬잇. 쉬잇.”
은색의 안젤리나도 신민배에게 안겨 옅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둘은 껴안고 있다가 안젤리나를 보며 말했다.
“안젤리나. 이제 우리들은 괴수에 대한 모든 것을 끝내러 갈거야. 허락해 줄 수 있지?”
안젤리나는 좀처럼 대답을 해주진 못했다. 무엇이 그녀를 고민하게 만드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저기 저 황금색의 산으로 가면 괴수에 대한 모든 비밀이 풀리는거야?”
“쉿. 쉿.”
그녀가 긍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
걱정스러운 눈빛의 안젤리나. 그녀는 마치 지금이라도 신민배를 말리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이 모든 것을 끝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괴수가 왜 나타났으며, 왜 이런 곳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른다.
애초에 태어나면서 황금의 산에서 내보내질 경우 그곳은 두 번 다시 괴수들이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민배와 함께라면 그녀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생각했다.
한참이나 이런 둘을 바라보고 있던 일행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치 괴수인 듯 말을 하고는 떠나버린 록산과 더불어 이제는 인간인척 하는 괴수와 함께 하고 있으니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자, 이제 그만 가죠. 안젤리나는 우리를 위해 힘을 보태줄 겁니다.”
“그런가? 괴수가 힘을 보태준다면 많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우리에게 크게 도움이 되기는 할까요?”
“글쎄요? 그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1등급인 우리들에 비해서 미흡한 건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저의 버프를 걸어준다면 상당히 강해지긴 하겠지요.”
“음…… 그렇긴 하군요. 도움의 손길이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
록산이 사라진 그 자리를 안젤리나가 매우며 그들은 다시금 황금 빛 산으로 향했다.
황금 빛 산은 생각보다 멀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크기가 실로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쉬잇!”
길의 안내는 안젤리나가 맡고 있었다.
안젤리나의 소리를 듣고 일행들은 위를 바라보았다.
가파른 경사의 황금 빛 산의 저 멀리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
“저기가 입구인가?”
“쉿쉿!”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고, 일행들은 다시 그녀를 앞장 세워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황금 빛 산으로 가는 동안 수많은 괴수들이 있었다. 간간히 그들을 향해 공격하려는 괴수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안젤리나가 나서며 괴수들을 저지 시켰다.
어떻게 된 것인지 괴수들은 안젤리나가 몇 번 강한 경고음을 발하자, 그곳에서 즉각 사라지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일행들은 별무리 하지 않고 천천히 황금 빛 산의 동굴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입구의 크기도 생각보다 대단히 커보였다.
세로 100미터 정도에 가로 12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입구. 또한 그곳은 인위적으로 만든 듯 산의 흙더미와 바위가 잘 깎여져 있었다. 또한 기둥처럼 양 옆으로 서 있는 바위에는 여러 가지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도형과 같은 문자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놀라움과 환희의 표정이 가득했다.
“오오오!! 세상에! 이런 곳에 글자가?”
“알아보시겠습니까? 전 생전 처음 보는 글입니다.”
“저도 그래요. 제가 고고학을 제대로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자는 처음 봅니다. 상당히 오래 된 고대 문자가 아닐까 생각이드네요.”
“그렇군요…… 너무 신비합니다.”
네 명의 과학자들은 급히 그 문자들을 사진으로 찍으며 촬영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문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저 감탄 섞인 말만을 되풀이 할 뿐, 그 어떠한 해석도 해놓지 못했다.
“다 촬영했으면 들어갑시다.”
민배의 재촉에 과학자들은 아쉽다는 듯 신비한 문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터널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장교하게 만들어 놓은 터널은 최소 100미터 정도의 높이를 유지하며 안으로 곧장 뻗어 있었다.
황금 산의 크기 때문인지 터널도 상당히 길게 뻗어져 있었다. 그리고 일정한 터널을 통과했을 때 그들은 거대한 홀로 들어섰다.
황금 산의 경우 화산이 아니었다. 단지 산의 형태였으며, 그런 산의 형태 속에는 홀이 존재했다.
홀의 크기만 해도 황금 산의 대다수 면적을 홀로 만들어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마어마하군…… 대체 누가……?”
“글쎄요? 고대인이라도 있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치 형태를 보면 그렇게 오랜 예전은 아닌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홀 안의 인테리어나 각종 바위를 깎아서 조각해 둔 석상을 바라보며 오랜 예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홀 안에 멀리 보이는 붉은 무엇인가가 드러났다.
“저게 뭘까요? 한 번 가보도록 하죠.”
신민배가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붉은 색의 덩어리를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난데없이 누군가가 나타났다.
콰쾅!!
신민배의 코앞까지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물은 다름 아닌 안젤리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젤리나의 외형만 지니고 있는 괴수의 인격일 뿐이다.
“하~? 내 심장을 가진 녀석이 여기까지……?”
그녀는 신민배를 바라보며 황당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지금 그 미소는 오랜 예전 안젤리나의 미소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녀가 나타난 이후 일행들이 즉각 전투 상태로 들어갔다. 더런이 가장 앞으로 나서며 그녀를 방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을 파괴 시킨 SS급 괴수가 바로 이자입니다. 그러니 다들 조심하세요.”
그 말에 모두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SS급 괴수와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SS급 괴수의 강함은 익히 알고 있는 그들이다. 애초에 서울이 파괴 되었을 당시에 곳곳의 CCTV를 통해서 그녀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 모두는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 뭐라고? SS급? 나를 괴수 따위와 비교하다니 너무 한 것 아니야?”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지어보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정말 완결이 코앞까지 다가 왔습니다.
애초에 인터넷 연재를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손을 풀기 위해서 급조해서 적게 된 소설이 바로 '럭셔리버프'였습니다.
그래서 글도 미흡하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소설을 저 자신도 인정을 하게 되네요. 하물며 후반에 가서 페이스 조절에도 실패를 하다보니^^; 다소 많은 분들께서도 실망을 하셨으리라고 봅니다.
럭셔리버프 완결 이후에 새롭게 적게 될 소설은 추후 완결 때 언급을 하게 될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재에 들어갈 것 같네요.
그래도 처음 시작해본 럭셔리버프 치고는 꽤나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대략 8권 내지에서 끝났지만, 손풀기 용으로는 이정도 분량도 괜찮다고 보여지고요.
앞으로 쓰게 될 소설은 여러분들의 의견에 따라서 장편으로 적게 될지, 아니면 10권 내지에서 끝낼지도 설문조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럭셔리버프를 적으면서 많은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거듭드리고 싶네요.
떠난 분들도 다소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제 글을 봐주시는 여러분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완결은 최소한 10일 내에 끝나게 될 듯 하고, 몰아서 완결을 칠지, 아니면 한편 한편 올릴지는 아직 생각을 못했습니다^_^ 그점 양해해주십시오.
좋은 주말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