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51. 헬게이트의 진입 =========================================================================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너무 부담주진 마십시오.”
신민배가 에릭을 보며 말했다.
“하하…… 부담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으니까요…… 이런 짐을 지어드려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 말…… 다녀와서 ‘감사하다’라는 말로 다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셔야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속으로 평생 욕을 할테니까요.”
“후후, 무서워서라도 얼른 다녀와야겠네요.”
신민배는 에릭의 뒤에 있는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이런저런 인사를 건네고 ‘헬게이트’ 앞에 섰다.
지름이 100미터 이상은 될 듯한 거대한 동굴이 눈앞에 존재했다. 감히 S급 괴수라도 ‘헬게이트’를 통해서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기였다.
터널 내부는 등을 달아놓아서 안쪽 깊숙이까지 빛이 나 있었으며, 서서히 밑으로 굴곡이 지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정말 어마어마하군…… 터널만 뚫는대도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엄청난 인부가 동원이 되었겠지.’
정말 규모로 따진다면 세계 최고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런 ‘헬게이트’에 대한 소문이 세상으로 나돌지 않은 것에는 엄청난 비밀 계약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게이트를 바라보는 신민배의 마음은 신비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제 이곳에 발을 디디게 되면 세상의 새로운 시작과 세상의 종말. 이 두 가지가 그에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신민배의 곁에 남백호가 다가왔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 동안 신민배만을 바라보았다.
“기다리마.”
끄덕.
신민배도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여 보였다.
모든 인사를 마친 일행들은 헬게이트 앞에서 전동 열차 같은 것에 옮겨 탔다. 전동열차만 하더라도 일반 지하철의 세배 정도의 폭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길이는 대략 40미터 정도에 해당했다.
모두가 그렇게 전동열차에 몸을 실었을 때, 남백호가 외쳤다.
“꼭 돌아와야 해! 알겠냐!!”
멀리서 들려오는 남백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몸을 돌려 돌아가고 싶은 심정의 신민배.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신민배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으며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쥐이잉~~!
전동열차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모두는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쉬이이이잉~!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전동열차. 그 속도는 최소 150킬로미터를 넘어 20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네 명의 과학자는 란돌, 이클립, 메윈, 연수였다.
네명 모두가 미국인이었지만, 연수의 경우 한국 교포의 자녀였기에 이름만 보자면 한국 사람과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한국말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는 학위를 모두 받은 능력자들 치고는 상당히 젊은 나이였다.
가장 많은 나이가 36살의 메윈으로 여성이었다.
그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특유의 방법으로 따분한 시간을 보냈다.
애초에 세이빌과 안드레는 이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글을 끼며 명령만을 듣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록산은 홀로 작은 화분에서 나무를 키우며 시간을 보냈는데, 나무는 순식간에 자라 새싹에서 30센티 가량으로 커졌다. 그리고는 낙엽이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신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몇 몇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신민배도 포함이 되어 따분한 시간을 대화로 풀어 나가고 있었다.
“극악의 상황에 대해서 들은 명령은 없나요?”
신민배의 질문에 네 명의 과학자가 깜짝 놀랐다. 설마 신민배의 입에서 그러한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명령은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로지 여러분만을 믿고 가기 때문에 만약 극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 모두는 죽은 목숨일테니까요.”
“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전부가 죽을 각오를 하고 가시는 것 같군요.”
“세상을 위한 일입니다. 이 한 목숨 아깝다고 생각할 필욘 없죠.”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네 명의 과학자 모두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만약의 경우 여러분은 무조건 빠져 나가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뇨. 이런 말 만큼은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능력자 6명은 여러분들 같은 능력자 1만 명이 있다고 해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이들입니다. 괜히 나서서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만은 만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람이란 상황에 따라 선택의 차이도 다르다. 그래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애초에 이들이 내비치는 도움의 손길은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 이곳에 있는 6명은 세계 최고의 능력자들이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잠을 자는 이들도 존재했고, 신민배도 어느새 조금씩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구 내부의 압력 때문인지 귀가 약간이나마 답답하게 여겨지는 신민배.
그런 그의 앞에서 네 명의 과학자는 연신 침을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압력이 대단하긴 한가보구나…….’
1등급인 자신은 이미 신체적인 면에서 일반 능력자들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그까지 느낄 압력이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네명의 과학자의 상태는 불보듯 뻔할 것이다.
“변화!”
신민배는 그런 네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신민배의 버프 한 번에 그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압력에 시달리던 상황이 순식간에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말로만 들었었지만, 정말 대단한 능력이시네요.”
“과찬입니다.”
“아뇨…… 정말 대단합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기분을 다른 세 분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드네요.”
이클립은 고개를 돌려 다른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런 버프라면 저희도 괴수 사냥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후…… 과학자분께서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하시네요.”
신민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현재 저희들은 변화에 대한 버프를 받고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미 버프를 받았죠. 하물며 만약 이 문을 열고 나갔을 경우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이 과연 그 옷을 벗고 생활할 수 있을지가 제일 의문이 듭니다. 듣기로는 40도 이상의 온도를 자랑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께서 그 옷을 벗고 괴수 사냥에 함께 하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탈진 상태가 될지도 모르지요. 제발 그런 문제만은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버프를 받고 너무 기분이 들뜬 나머지…….”
이클립의 말에 다른 세 명도 동시에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들 역시도 이클립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다녀온 란돌. 그런 그가 모두에게 말했다.
“맨틀의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 여기서는 저희가 스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준비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명령을 받은 듯 안드레와 세이빌 역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둘은 지상에서 내리는 명령을 받고 행동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행동을 보이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전동열차의 문이 열리자 습도가 높은 느낌과 후끈 열기를 동시에 느낀 신민배.
‘후…… 대단하군.’
그는 그 즉시 다른 이들에게도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러자 그들 모두의 얼굴 표정이 한결 나아진 듯 보였다.
능력자 6명의 경우 행동에 큰 부담이 없는 방호복을 입었고, 네 명의 과학자는 우주복을 착용한 상태다.
바깥으로 나오니 주변은 상당히 어두웠다.
“이런…… 전등이 깨진 것 같습니다. 본래 저 안쪽까지 전등이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죠.”
열차에서 내린 연수가 말을 했고, 이내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 모두가 헬멧을 착용하고 있는 상태다. 해서 머리 부분에 있는 헤드라이트를 켰다. 또한 그들의 짐을 끌고 이동할 길다란 이동 장비는 대략 10미터 정도의 길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 속에서 모두가 잠을 잘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이 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잠을 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과학자들은 잠을 잘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 상태였다.
바깥으로 나와 그들 모두는 어두운 곳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능력자들이 앞서서 걸어야 했으나, 이동 장비의 라이트가 상당히 밝았기 때문에 양쪽에 세이빌과 안드레가 호위를 하며 앞을 밝히며 걷고 있다.
“이것도 인위적으로 만든 건가요?”
신민배의 질문에 연수가 대답했다.
“아뇨. 전동 열차가 있는 부분까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며, 이곳은 이미 괴수에 의해서 만들어 진 곳입니다.”
“그렇군요…….”
“탄소 측정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이미 1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더군요.”
“그게 사실입니까? 괴수가 나타난지는 몇 십 년이 안되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오래전부터 괴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지요. 또한 과거 기록들을 보면 괴수 같은 존재들이 있죠. 전설에 나오는 용이나, 드래곤, 그리고 크라켄 등의 모든 것들이 현재에선 괴수로 분류 됩니다.”
“그렇군요……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괴수가 많고 적고의 차이입니까?”
“그런 것 같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왜 한 두 마리씩 나타났는지 알 순 없지만, 지금은 뭐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괴수들이 존재하다보니…… 그때로 되돌아가보지 않는 이상 학자들도 뾰족한 해답을 내놓을 순 없죠.”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신민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1만 년 전이라…… 상상하기 힘든 연대군요.”
거대한 터널은 그들이 빠져나온 헬게이트의 크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최소한 S급 괴수가 뚫어 놓은 터널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이동 장비를 이끌고 1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요?”
“네. 제 생각에도 그렇군요. 약간…… 더 넓어진 부분입니다. 이곳부터는 미국에서도 미지의 영역으로 삼은 곳이에요. 앞으로 조심해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메윈의 말에 따라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조사의 마지막 위치인 셈이다.
이제부터 발을 디디게 될 곳은 그 어떠한 인간도 들어서지 못한 영역. 그들이 최초의 인간이 되는 셈이었다.
따박따박.
흙으로 되어 있어야 할 바닥 부분이 상당히 딱딱해져 있다.
“열기로 인해서 흙이 상당히 말라 있군요. 아마도 괴수가 뚫어 놓은 터널이 마르면서 거의 콘크리트급으로 딱딱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란돌은 바닥을 매만지며 모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지금 바닥이 딱딱한 것보다는 앞에 있는 괴수를 먼저 신경써야하겠군요.”
두두두두~!
이미 신체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뛰어나게 발달한 능력자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터널의 특성상 몇 키로 미터 떨어진 곳의 소리도 연결이 될 뿐만 아니라, 청각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준비들 합시다. 우선 당신들은 이곳에 있으세요.”
신민배는 과학자들 네명과 이동 장비를 놔두고 앞으로 조금씩 이동해 나갔다. 괜히 이들이 말려들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약 100미터 정도를 이동했다. 너무 멀리 떨어지게 되면 그들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할 시에 구해줄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두두두두두두~!
============================ 작품 후기 ============================
아음... 인하대 병원에 예약을 놓쳤습니다...
해서 다음 달에 가기로 했네요...
오늘 동네 병원 갔다가 예약한 인하대에 안갔다고 의사 선생님께 한 소리 들었습니다.
빨리 가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을 수 있다고 말이죠.
젊은 사람의 경우 암이 더 커지거나 주변으로 확장 될 수 있기 때문에, 몸이 당장 약 때문에 아프지 않다 할지라도 빨리 가는게 좋다고 말씀하시는군요.
죄지은 놈처럼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고 다음 달에 무조건 간다고 약을 2주치 지어 왔습니다.
아흑...ㅠㅠ 돈이 웬수지... 솔직히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연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용. 큭... 이런 상황인데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혹시나 그런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내가 만약 잘먹고 관리 잘한다면 암도 사라지지 않으려나?"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
어제 기사를 보니 위암 말기 환자의 제주도 할머니는 미역을 먹고 완치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수술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모르겠고요^^;;
아무튼 미련한 저의 행동으로 인해서... 대략 삼주 정도 연기가 되었습니다.
푸하하하하.... 몸조심들 하세요...
아참! 설문 조사에 많이 좀 참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