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9 48. 인체 실험 =========================================================================
신민배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산더미 같은 에릭과 연구원들이었으나, 그들은 모두 두 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디 몸에 이상은 없는거야?”
걱정스러운 남백호의 눈빛.
“하하, 형님. 그건 저 보다 형님이 더 잘 아실거 아닙니까? 검사를 해보니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하던가요?”
“뭐…… 그렇긴 했지. 아주 건강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너의 경우 워낙 신기한 일이 많다보니, 연구원들도 모두 놀랄 정도였다.”
“호~? 그렇군요…….”
신민배가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 있던 남백호는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그런데…… 느낌이 어때?”
“음…… 느낌이라…….”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신민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랄까요?”
“헉? 그 정도냐? 지금까지의 너와 비교도 못할 수준인거냐?”
씨익…….
남백호를 바라보며 신민배가 미소 짓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하던지 남백호가 소름 끼칠 정도였다.
‘뭔가…… 달라진 것 같긴한데…….’
사실 외형만 본다면 예전의 신민배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거와는 약간의 다른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앞으로 저는 괴수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리고…… 안젤리나에 대한 확인도 끝가지 해볼 생각이고요.”
“그렇구나. 어차피 애초에 네가 생각한 것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건, 왜 네가 사서 그런 고생을 해야한다는거다.”
“형님도 아시잖아요. 결국 제가 아니라도 언젠가 누군가 할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더 많은 희생이 생기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도전해보는 것이 좋겠죠.”
“도전은 개뿔…… 목숨 받쳐 도전하는 인간이 어디 있냐? 무슨 익스트림 스포츠도 아니고…… 휴…….”
신민배의 침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남백호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아무튼 별탈없이 이렇게 무사한 걸 보니 정말 다행이다. 수고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두 사람은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눈을 뜬 이후, 하루가 지나고 신민배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것들을 연구원들에게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하니 심장이 황금색으로 변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그에게 어떠한 결과를 안겨줄지는 오로지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몸에 대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은 신민배의 능력에 대해서 궁금증을 표하기 시작했고, 신민배는 모든 사람들에게 능력에 대한 것을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애초에 채혈을 통한 능력 테스트 따윈 필요 없다.
1등급 능력자로 각성이 되면서 그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다르다…… 1등급 능력자는 능력자의 한계를 뛰어 넘은 것 같다.’
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연구실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나온 신민배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거대한 외벽들이 사방을 둘러쌓았고, 그 크기는 가히 운동 경기장과도 맞먹을 정도의 규모. 이런 곳에서 지금 신민배는 자신의 능력 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능력 시전에 앞서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자리를 좀 비켜주십시오. 피해가 갈지도 모르니까요.”
“네? 아! 알겠습니다! 이봐! 다들 물러서라고.”
그들은 모두 에릭의 말을 듣고 몇 발자국 물러서기 시작했다.
“더…… 쭈~~욱 물러서세요. 최소한 한 40미터 뒤에 있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 그렇게나요?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시작에 앞서 능력 테스트를 할 때 사용하는 마네킹을 몇 개 설치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신민배의 능력을 선보이면, 이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데이터로 남게 된다. 그렇다보니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지 들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또다른 생각으로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의 능력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그들은 부탁을 듣고 곧장 마네킹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고자 20여분 남짓으로 상당히 빨리 설치가 되었다.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인력을 통해 마네킹을 지탱하는 지주대 등을 직접 운반을 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설치를 하게 되었다.
설치가 끝나고 모두는 40미터 뒤로 훌쩍 도망을 가 있었다.
신민배는 그런 이들을 확인하고 허공을 잠시 응시하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시작하자…….’
이미 몸과 머리로 자신의 능력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발휘하는 것에 앞서 상당히 두근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신민배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즉시 외쳤다.
“신의 방패!”
투콱!!!
외친 순간 무엇인가 구름을 뚫고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우, 운석인가?”
“운석이라고 하기엔 너무 각이 잡혀진 모습인데? 혹시 위성의 파편 같은거 아닐까?”
뒤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연구원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펼쳐보았지만, 그 누구도 구름을 뚫고 나타난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 하나가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구름을 뚫고 5개의 흙빛으로 빛나는 네모난 조각이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쉬아아아아아앙!!
그것들은 매서운 속도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이내 신민배가 위치한 곳을 향해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투콰콰쾅!!
가장 먼저 떨어져 내린 흙빛의 네모난 조각. 하지만 이것은 조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크기를 지니고 있었다.
족히 가로로 40미터, 세로로 100미터 정도에 해당하는 사각형 흙빛 네모 판이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떨어진 것이 땅에 그대로 박혔다.
거대한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또 다른 흙빛 네모 판들.
콰쾅! 쾅! 콰콰쾅!
총합이 다섯 개의 흙빛 네모 판이 땅에 박혔다. 그것은 오각형의 모양으로 땅에 박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정오각형의 모형이 그대로 뚜껑을 덮듯이 엎어졌다.
터어어어엉~~!!
거대한 굉음과 함께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귀를 틀어 막았다. 마치 귀 옆에서 거대한 종을 울린 것 같은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그들은 귀에서 천천히 손을 땠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엄청난 광경에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연구원들과 에릭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이게 무엇입니까?”
에릭의 목소리에 연구원들의 귀가 ‘쫑긋’하고 열렸다.
“저의 능력 중 하나입니다. 각성 이후 알게 된 능력이고요. 명칭은 신의 방패라고 제가 스스로 지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허공에 방패와 같은 모습의 네모판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 일반 능력자들이 파괴할 수 없는 강도를 지닐거에요. 이 능력은 거대 괴수를 가두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S급 괴수에게는 어떨지 의문이지만요.”
“그, 그렇군요…… 대, 대단합니다…….”
“그런데…… 저기 다른 능력이 더 있다고 하셨죠? 다른 능력도 지금과 같은 비슷한 것인가요?”
“비슷하기 보다는…… 사용하는 능력의 효율은 동등하리라고 봅니다.”
“그러십니까?”
연구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지금의 ‘신의 방패’를 촬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능력을 사용하고 힘들거나 하는 것은 없으신가요?”
“네…… 전혀 문제가 없네요. 예전 같았으면 정신력이 일정하게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을텐데…… 이런 엄청난 능력을 사용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네요. 하지만 이런 능력을 연이어 사용할 순 없습니다.”
“예? 이유가 있는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신의 방패의 경우 제 능력을 사용한 것입니다. 정확한 과학 원리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흙빛의 네모판이 허공에서 생성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한 동안 같은 공간에 에너지가 재생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그 거리가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괴수와의 전투가 이어진다면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어떠한 과학 데이터보다도 자신 스스로가 능력에 대해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쩌저저저적!
멀쩡하게 있던 ‘신의 방패’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파사사삭~~!
연이어 균열이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신의 방패’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땅만 파인 흔적만 있을 뿐, ‘신의 방패’의 가루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이건 무슨 일인가요?”
그 모습을 보고 신민배가 답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신의 방패는 에너지를 끌어 모아 만든 것입니다. 무한한 에너지가 아니죠. 유한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고갈이 있는 것입니다. 해서 에너지는 무로 돌아가게 되고 그 어떠한 흔적을 남기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렇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신의 방패’에 대한 샘플을 채취 좀 할 수 있을까요?”
“하하…… 샘플 따윈 필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말한 ‘신의 방패’의 에너지란 이미 여러분들도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자연의 산물. 수증기, 그리고 산소, 그 외의 각종 에너지원들이죠. 샘플 따윈 필요 없을 겁니다.”
“대단하군요…… 단지 그런 것만으로도 이런 엄청난 것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니…….”
연구원들은 촬영했던 영상을 바라보며 그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 본 것만으로도 그는 여타 능력자들과 비교할 수가 없다.
또한 먼저 탄생한 다른 능력자 세 명과 비교해서도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럭셔리 버프의 각성 모습인가?’
‘미치도록 연구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사람이네.’
‘이런 사람이 하필이면 영국으로 귀화를 하다니? 영국은 전생에 악마로부터 세상을 구한 나라라도 된단 말인가? 빌어먹을.’
그들은 모두 신민배에 대한 호기심이 이미 극에 달할 정도로 증폭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에릭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에릭은 이번 일들이 다 끝난다면 그에게 미국으로의 귀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물론 귀화에 대한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의 귀화 조건을 그에게 해당시키지 않기로 했다. 명백한 전대미문의 조건을 제시할 생각이다.
아마 지금 에릭이 생각하고 있는 귀화에 대한 조건을 안다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만한 일이겠지만, 천조국인 미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자…… 질문들이 끝났으면 다음 능력을 시험해봐도 될까요?”
“예?”
“무, 물론입니다!!”
그들은 신민배의 말을 듣고 그대로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능력을 시험한다고 하니,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만큼 멀리서 아무런 말도하지 못하고 있는 남백호는 이미 입에 벌레가 들어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애초에 하늘에서 ‘신의 방패’가 출현 할 때부터 남백호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지금까지 목석처럼 한 자리에 고정이 된 채로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누구도 그가 언제 제정신을 차릴지 알 수도 없었으며, 그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신민배는 또다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늘이 아닌 지상에 있는 마네킹들에게 시선을 고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