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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탈퇴
“그럼…… 세 명이라고 했는데, 이미 한 명의 능력자가 죽어버렸군요. 그럼 두 명이 남아 있다는 소린데, 다른 두 명은 어떤가요?”
에릭은 이렇게 된 이상 그들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
“두 번째 능력자 역시도 1등급 능력자입니다. 그 힘은 여러분이 보셨던 1등급 능력자와 대등합니다. 그런데…… 그는 괴수에 대한 집착이 아주 강합니다. 그리고…… 괴수에게 내제 된 마력석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라구요? 사람이 마력석의 힘을 느낄 수 있다구요?”
“그렇습니다…… 그는 괴수에게 마력석이 없다고 인지하면 단지 죽이고 끝나지만, 마력석이 있는 괴수는 직접 마력석을 뽑아냅니다…….”
그 말을 멀리서 듣던 남백호가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는?”
마치 이어서 하지 못한 다른 말을 해달라는 듯 보였다.
“마력석을…… 먹습니다. 또한 먹은 마력석의 영향으로 좀 더 강한 힘을 낼 수가 있지요…….”
표정이 급격히 일글어진 남백호가 말했다.
“미친! 마력석을 처먹는 인간이 어디 있어? 이미 마력석은 인간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게 되면 상당히 해롭다고 알고 있는데? 그걸 처먹는 인간이 있다고?”
에릭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답했다.
“그렇습니다. 인체 실험을 통해서 1등급 능력자가 되면 마력석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해서 그만큼 강해지는 것인데, 두 번 째 인체 실험 능력자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마력석에 집착하며 그것을 먹고 강해지는 특이 체형이 된 것입니다.”
쾅!
남백호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책상을 내려쳤다.
“제대로 된 인체 실험도 아닌데, 그걸 민배보고 하라고? 당신 제정신이야? 부탁을 해도 될 것과 아닌게 있는 거잖아?”
남백호는 기가 막힌 듯 그를 바라보았으나, 신민배는 약간 다른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능력자의 경우는요?”
세 명의 1등급 능력자가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아직 마지막 남은 능력자가 있다는 소리가 된다.
“다행이도 세 번째 능력자의 경우는 완벽한 이지를 가지고 있으며, 실험 전과 후 전혀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능력 상승의 효과만 가져 왔지요. 그 어떠한 부작용도 없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신민배씨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아무리 염치가 없다고 하지만, 성공적이지 않은 일로 신민배씨에게 부탁할 수는 없죠.”
그의 이런 말이 사실이라 한들 고작 3명의 인체 실험 중 한 명만이 정상적인 성공을 했을 뿐이다. 확률로 따진다면 낮은 수준인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마지막 능력자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성공을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쉽게 다음 인체 실험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음…….”
인류의 안위가 걸려 있다고 하지만, 실험의 실패는 죽음과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다. 하물며 두 명의 1등급 능력자가 제대로 된 이지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죽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 베르나가 신민배를 바라본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으나, 그녀는 아무런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신민배의 두 눈을 바라 볼 뿐이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뭔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허락 하라는 뜻인가? 이런 상황을?’
그동안 베르나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만큼은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베르나는 긍정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가 허락을 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어. 그렇지만 만에 하나 뭔가가 잘못 된다면…….’
걱정이 앞서는 가운데 단 하나만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었다.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S급 마력석을 구매하신 걸 보면 1등급 능력자를 더 만들 생각입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S급 마력석은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1등급 능력자를 만들어내어 인류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해서 3~4명 정도가 더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그렇군요…… 그럼 조건을 하나 걸겠습니다.”
이미 신민배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가 마음을 굳힌데에는 베르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가 강해지지 못한다면 안젤리나에 대한 미스테리와 더불어 인류의 안위도 걱정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야! 미쳤어? 조건은 무슨 조건이야. 네가 왜 그딴 실험을 받아야하는데?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해서 그 미친놈처럼 마구 헤집고 다니면 어쩌려고?”
남백호가 큰 소리를 쳤지만 신민배는 그에게 답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생각을 에릭에게만 전할 뿐이다.
“앞으로 1등급 능력자를 더 만든다고 하셨죠? 그럼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보류해주십시오.”
그의 말을 듣고 에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실험에 참가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자 남백호가 크게 외쳤다.
“야!! 무슨 개소리야!!”
두 사람의 대화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다시금 남백호가 자리에 잡고 앉았다.
“민배야. 잘 생각해. 이건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냐!”
“알아요 형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 실험이 잘못되면 제가 죽을 수도 있는 문제죠.”
“그래!! 네가 죽을 수도 있는 문제야. 그런데 왜 이 짓을 네가 허락해야 하는데?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하물며 너의 능력을 전 세계가 아는데, 미국이 아무런 욕심없이 너에게 이런 실험을 하려고 하겠냐?”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미국은 절대로 손해가 가는 일에 대해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S급 마력석을 구입한 비용만해도 천문학적인 금액.
과연 인류를 위한다고 하지만 미국이 단순히 세계를 위해서 이러한 결정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세계를…….”
“넌 닥쳐!”
애초에 이런 말을 꺼낸 에릭이 곱게 여겨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남백호는 에릭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어차피 모든 상황은 이들이 예견한 대로 5년 뒤에 결정이나요. 그럼…… 베르나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세 사람이 베르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신민배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줘. 베르나. 지금 이들이 말한 몇 년 뒤…… 정말 세상이 위험에 빠지는거야?”
눈을 감고 있던 베르나는 신중하게 답했다.
“몇 년 뒤 일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인류가 사라질 위기가 생기는 건 분명해요.”
“그럼…… 인체 실험을 하는 나는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는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베르나.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맑은 두 눈을 떠 신민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제가 본 당신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것이 없어요…….”
“그, 그래?”
“네. 정말이에요.”
베르나는 신민배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렇다는 건 이번 인체 실험을 통해서 1등급 능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님. 들으셨죠?”
“야! 듣고 자시고 간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 자체를 예언한다거나 신탁 나부랭이 같은 말 난 안 믿어. 지금까지 믿어 왔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냐! 왜 네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전 세계가 너한테 해준게 뭐라고? 네가 왜 희생을 해야 하느냔 말이야.”
남백호는 끝까지 신민배를 만류할 생각이다.
“형님…… 저만 참여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가진 자가 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현재로써 저는 가진 자이며, 제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행한다고 볼 순 없으니까요.”
“미친놈…….”
신민배는 상당히 고지식하다. 여리고 착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하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밀고가는 성향이 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남백호도 그를 만류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나도 실험에 참가하는 걸로.”
“뭐라구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의 말에 에릭이 끼어들었다.
“하, 하지만 그건 안됩니다!”
“무슨 소리야? 민배한테는 하라고 말하면서 나는 왜 안된다는 건데? 하물며 난 지원자잖아?”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합니다만, 아무래도 능력자의 경우 자국의 능력자로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무슨 개소리야 그건? 자국이고 나발이고. 그럼 나 미국으로 귀화하면 될 것 아냐?”
“그래도…… 그것이…….”
에릭은 이미 1등급 능력자로 만들어 낼 능력자들이 미리 준비 시켜둔 상태다. 자국 내의 능력자들로 정부 측 요원이다. 해서 명령권 역시도 정부가 가지고 있다. 비록 1등급의 대단한 능력자라고 하지만, 엄연히 정부의 요원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타국의 능력자들이 1등급 능력자가 된다면, 능력자의 위상 문제도 있을 뿐만 아니라, 국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버릴 수 있다. 하물며 타국의 능력자를 마음대로 구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자국의 능력자로 1등급에 대한 실험을 하려는 에릭이었다.
“하? 결국 민배에게만 실험을 한다는 소린데? 그럼 이건 어때? 최소한 난 네놈들을 못믿어. 민배에게 어떠한 실험을 할지 모르니까. 그러니 그 실험을 직접 봐야겠어. 다른 이들은 필요 없어. 민배에 한해서만이야. 이건 어때?”
“음…….”
인체 실험은 엄연한 국가 기밀이다. 비록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국가 기밀을 발설했지만, 실험을 직접 참여 시킨다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모든 결정 권한을 에릭이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후후, 그거 좋네요. 만약 형님이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베르나씨도 가급적이면 형님과 같이 저의 상태를 봐주면 좋겠네요.”
“그렇게 할게요.”
베르나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에릭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후 시간이 약간 지나자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휴…… 알겠습니다. 대신 세 분은 절대로 이 사실을 어디에서도 언급을 하시면 안됩니다.”
에릭은 세 사람에게서 확답을 받고 나서야 남백호와 베르나의 참관을 허용하게 되었다.
에릭과 베르나가 그 자리를 벗어나고 남백호와 신민배만이 자리에 남았다.
“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뾰족한 수라도 있나요?”
긴 생각에 잠기는 남백호.
“차라리…… 기왕 세상이 망한다면 열심히 즐기는 것도 좋지 않겠냐?”
“글쎄요…… 몇 년이라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막상 죽기 직전에 삶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게 될까요?”
“그건 아니지…… 죽을 고비 넘겨보니까 매번 죽기 직전만 되면 아쉬움과 두려움이 가득하더라……,”
“후후…….”
스스로가 결정을 내렸지만, 그 역시도 많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안젤리나에 대한 깊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신민배의 결정에 길드원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 설명을 드리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반드시 일이 해결 되고나면 다시금…… 길드로 돌아오겠습니다.”
만약 인체 실험 후 1등급 능력자가 된다면 신민배는 아마도 지구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야 할지 몰랐다. 해서 길드에서 아예 탈퇴를 선언한 후, 일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 문제에 관해서 이미 남백호와 대화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남백호도 그에게 어떠한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신민배의 길드 탈퇴 소식은 전원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빠진 백호 길드는 이빨 빠진 호랑이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그가 없는 백호 길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지금 백호 길드원들이 앞으로 먹고 살기를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들의 재산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그럼에도 백호 길드에서 괴수 사냥을 했던 이유는 이들 모두에게 끈끈한 정이 있었으며, 그들을 책임지고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신민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안전을 책임 질 수 있을까?
신민배의 이런 말이 끝난 후, 남백호는 공식적으로 백호 길드의 장시간 괴수 사냥 금지를 내리게 되었다.
길드원의 안전을 생각해야 되는 입장에서 그동안 신민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가 없는 상황에서 길드원을 지킬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처음 설문에 여러분들이 300편 이상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네요...T_T
이게 급조의 한계인 것인지.... 킁...
기대에 부응을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