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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타나다.
“원래 스테이크는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서 맛도 풍미도 달라지는거야. 오빤 내가 썰어주는 대로 먹으면 돼.”
“야…… 누가 본다. 쪽팔리게.”
“뭐 어때? 내가 썰어준다는데?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가서 말해줘.”
그녀는 주변을 한 번 ‘휙~!’하고 바라보며 말했다. 대충 둘러봤음에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들의 시선이 몇 몇 눈에 들어온다.
유명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많은 커플들이 모이는 레스토랑이다. 하물며 이곳에서 단연 미모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모델과도 같은 그녀의 몸매에 시선이 가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시란이 그렇게 정성들여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때, 신민배는 그녀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한결 같고, 오랜 시간 자신을 바라봐 준 시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미안해…… 마음 고생 시켜서…….’
그리고 신민배가 천천히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상자를 만지며 꺼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쿠우우웅!!
어디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레스토랑이 크게 진동하는 느낌마져 들었다.
“뭐, 뭐지?”
“무슨 일이야?”
여기저기 사람들이 서로 소리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 먼 곳에서 거대한 화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쪽에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 같은데?”
“그러게. 엄청 컸었는데, 가스 배관이라도 터진 건가?”
레스토랑 내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의 원인에 대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크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질 않았다. 서울 한 복판에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단순 사고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걱정하는 소리도 들렸다.
“우리 여기서 나가야 하는 것 아냐?”
“에이…… 신경 쓰지말자. 뭐 소방서에서 알아서 하겠지 뭐.”
폭발사고. 그것은 남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신민배 역시도 굉음에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만지고 있던 상자에서 손을 때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염이 치솟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족히 400미터 정도는 떨어진 곳인가?’
건물 뒤로 화염의 불길이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예측 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일까?”
시란이 신민배의 곁으로 살포시 다가와 물었다.
“글세…… 다른 사람들 말대로 가스 폭발이 아닐까?”
시란이 그의 팔에 꼭 붙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민배야. 너 지금 어디냐?]
“저요? 지금 서울인데. 왜 그러세요?”
전화를 건 인물은 바로 남백호였다.
[서울이라고? 지금 난리 났다!]
“난리요? 무슨 일이신데요?”
남백호의 목소리는 상당히 격앙이 되어 있는 상태인 듯 했다. 근래에 들어 이렇게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남백호는 처음 겪은 신민배.
[서울에 지금 괴수가 나타났다고 한다.]
“괴수요?”
신민배가 놀라서 묻자, 곁에 있던 시란도 약간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주변의 일반인들의 시선도 그에게로 쏠렸다. 애초에 그들은 신민배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세계 최고라고 하는 능력자를 모르는 대한민국인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며 일행과 함께 있기 때문에 그에게 굳이 다가와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신민배의 입에서 괴수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그들 모두의 표정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시선이 느껴진 신민배는 자리에 앉아 조용한 어조로 다시금 물었다.
“어디에 나타났길래요? 설마 S급 괴수입니까?”
한국에 S급 괴수는 대구 이외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당시의 사건은 한국에 크게 보도 될 만큼, S급 괴수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환호가 대단했었다. 그리고 남백호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최소한 S급 괴수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니. 급수가 미지수다.]
“무슨…… 말씀이세요? 급수가 미지수라니?”
그 역시도 상당히 놀라고 있었고, 시란 역시도 긴장하며 신민배의 말을 듣고 있었다.
[몰라. 현재 한국 정부에서는 괴수에 대한 급수를 미정으로 했다. 그런데 너 지금 서울 어디냐?]
“여기가 어디냐면…… 명동 근처에…….”
[뭐? 야! 지금 거기서 벗어나. 지금 그곳에 괴수가 나타났다는 정보다. 현재 백호 길드원 전원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빠르게 서울에 소집할 수 있는 능력자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나 보다. 우리가 갈 때까지 안전한 곳에 가 있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와 시란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그것은 백호 길드에게 온 긴급 소집 문자였다.
“시란아. 나가자.”
“응? 오빠. 무슨 일이야?”
“나가면서 이야기 하자.”
신민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내 웨이터를 불렀고, 웨이터에게 괴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즉각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웨이터는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부에 있는 손님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지금 괴수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모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세요.”
괴수가 나타났다는데 스테이크가 문제겠는가?
웨이터의 말을 듣고 모두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스토랑은 식사에 대한 비용을 모두 받지 않고 그들을 가게 밖으로 안내했다.
“지금 괴수가 나타났데. 아무래도 방금 전 굉음은 괴수에 의한 것인가봐.”
“정말? 그래서 지금 긴급 소집을 하는거야?”
“응. 이미 백호 길드 전원에게 소집을 했데. 모두가 백호 시티에 있으니까 서울까지는 헬기를 타고 올 것 같아. 그런데 이번은 좀 문제가 심각해.”
“대체…… 어떤 일이길래?”
그녀를 바라보며 신민배가 눈을 마주쳤다.
“급수를 측정 할 수가 없었나봐. S급 이상이란 소리야.”
“뭐라구?”
아직까지 전 세계에 S급 이상의 괴상의 괴수는 나타난 적이 없다. 한때 있었던 괴소문에 의해서 SS급 괴수에 대한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소문에 불과 했던 것이다.
“오빠,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아직 자세한 건 몰라. 현재 백호 형님은 길드원들이 도착 할 때까지 안전한 곳으로 가 있으라고 하더라.”
신민배가 그녀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에 태우고 즉시 차를 몰았다.
레스토랑 지하에 주차되어 있던 차가 지상으로 나오며 신민배는 가급적 폭발 사건이 일어난 곳과 먼 곳으로 차를 몰려고 했다. 하지만.
쿠우우웅~!
그와 동시에 400미터나 떨어져 있던 사고 장소에서 순식간에 지금 자신들이 위치한 곳의 건물이 파괴되며 상층 건물의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끼이이익!!
“제길!!”
브레이크를 빠르게 밟지 않았다면 잔해에 자동차가 깔렸을 타이밍이다.
신민배가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어디지?’
건물이 파괴 될 정도라면 분명 눈 앞에 괴수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하지만 S급 이상에 버금가는 거대한 크기의 괴수 모습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 잔해 파편이라도 날아와서 건물을 파괴 한 건가? 어떻게 된거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신민배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차를 후진 시켰다.
그리고 먼 곳에서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폭발 사고가 있었던 장소에서 도망치는 일반인들로 보였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능력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들 중에서는 킹덤 길드원들도 시야에 들어왔다.
신민배 역시도 길이 막혀 차를 이동할 수가 없었기에 차에서 내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한 인물이 신민배를 확인하고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십니까!”
“아? 그래요. 혹시 지금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요?”
킹덤 길드원은 신민배를 보며 당황해 하면서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드, 듣기로는 괴수가 나타나서 킹덤 길드원들도 소집을 받은 사,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괴수에 대한 정보는요?”
“저, 저는 아직 알 수가 없어요. 소집 받고 바, 바로 달려온 거라서요.”
그는 척보아도 치유계나 보조계 정도로 보였다. 설마하니 방어계나 공격계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에 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란아. 우선 우리는 여기를 벗어나자.”
“오, 오빠. 그래도 사람들이 위험하잖아?”
“어쩔 수 없어. 정체도 알 수 없는 괴수가 있는데 자칫 들어갔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오빠! 우린 능력자야! 사람을 구할 의무는 있는거라고!”
사실 두 사람은 이미 국적 자체가 영국 국적이다. 그랬기에 대한민국 일반인들을 구할 의무 따윈 없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들은 일반인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은 일반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책무와도 같은 것이었다.
“안돼! 우선 다른 길드나 서울에 있던 능력자들이 올거야. 그들에게 맡기고 우린 길드원들과 함께 한다.”
“하, 하지만! 오빠!”
“잘들어! 넌 공격계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슨 사람들을 구한다고 그래? 지금 네가 나의 버프를 받는다고 달라질게 뭐가 있어? 단순히 주먹으로 괴수와 싸울거야? 그게 아니라면 당장 내말 들어!”
신민배가 그녀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상태로 지금 불길이 치솟는 곳으로 다가 가봐야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신민배는 그녀를 이끌고 가급적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넓은 장소까지 나온 신민배는 시란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턱대고 행동은하지마. 알겠어?”
“아, 알았어요…….”
시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그때 신민배에게 전화가 다시 울렸다.
[민배야. 너 지금 어디냐?]
“저 지금 광장에 나와 있어요. 가급적 괴수가 있는 곳과는 떨어진 곳입니다.”
[그래? 지금 길드원들과 전용기로 서울로 가고 있는데 조금은 시간이 지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정부에서 네가 서울에 있다는 걸 알고는 도움을 바라고 있어.]
“네? 그런가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그게 말로는 쉽게 할 수가 없어. 생각보다 엄청난 피해가 있나보다. 해서 네가 빨리 능력자들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말을 건네왔다.]
“그런가요? 그럼 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시란에게 했던 말과는 달리 많은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자, 신민배는 즉각 위험한 장소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민배야. 가지마라.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아직 정부는 괴수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해. 그리고 괴수를 봤다고 하는 능력자도 아직 없단 말이다!]
괴수의 정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괴수와 마주한 이들 모두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걱정마십시오. 멀리서 가급적 버프만 진행하겠습니다.”
[그 말 명심해라! 반드시 멀리서 해야 해! 절대 따라가지마!! 진입하는 능력자들에게 버프만 넣어주고 넌 멀리 떨어지란 말이야!]
“걱정마시라니까요.”
신민배가 그렇게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시란을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싫어! 안 돼. 가지마!”
그녀는 이미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음... 이 번에 두 편이 중간이 좀 텅~ 비어버렸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었는데...
그냥 일상 이야기였기 때문에, 지루해하실 까봐 그냥 과감하게 삭제해버렸습니다.
그래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0-
분량을 채워서 편수를 먹는거보다... 그래도 지루한 부분을 없애고 독자님들이 읽는 재미가 우선시 되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서 이렇게 결정되었습니다.
그나저나... 괴수들을 만든 내용에 대해서 이제 슬슬 언급을해야하는데...
자칫 돌이나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네요...
아무튼 나중에 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