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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조건
두 사람은 그렇게 산하 길드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백호 길드가 산하 길드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영국뿐만이 아니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산하 길드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산하 길드로 신청한 나라는 20개국에 해당했으며, 길드의 수만 해도 200개 길드 이상이 신청을 한 상태다.
인원으로 따진다면 2만 명 이상의 능력자가 신청을 한 셈이다.
백호 길드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반드시 길드원들이 영어를 배워야한다는 것.
현재 백호 길드 전원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신민배 또한 마찬가지다.
반드시 괴수 사냥에 있어 언어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신청 길드 중에서는 대한민국 길드도 3개나 포함이 되어 있었다.
백호 길드는 신청한 모든 국가의 길드를 받아들였다. 허나 대한민국에 대한 길드는 제외시켰다.
백호 길드는 S급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산하를 모집했다. 20개국의 모든 길드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 나라에서 원정이 가능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민국에는 의뢰를 받을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세 곳의 산하 길드 신청을 보류하고 말았다. 어차피 가지도 않을 나라의 길드를 산하로 둘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백호 길드가 내 건 조건은 단지 언어 하나만 제시했을 뿐이지만, 산하 길드가 되는 혜택은 파격 적이었다.
현재 그들과 함께 S급 괴수를 사냥할 시에, 함께 뛴 산하 길드원들은 S급 괴수에 대한 보상과 권리가 함께 주어진다. 그 말은 즉 백호 길드원 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수고비와 더불어 인센티브가 더 주어진다. 그리고 마력석이 나올 시에 의뢰비의 네 배를 지불하는 것으로 하며, 산하 길드에서 S급 괴수를 사냥하다 희생자가 나오면 그 희생자에 대한 모든 보상을 백호 길드가 지원해주는 형식이었다.
그렇다보니 이런 백호 길드의 조건에 산하 길드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길드는 단 한 군대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득이되면 되었지, 절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신민배는 홀로 자신의 방에서 생각에 잠겼다. 안젤리나의 문제도 있었지만, 한 때 자신이 깨어났을 때 보게 된 고창식. 그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때 참 힘들어보였는데…….’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고창식이다. 이런 상황에 그를 못 본척 할 수는 없었다.
해서 생각이 난김에 그는 곧장 고창식에게 연락을 취했다.
“뭐해?”
[어? 아…… 지금 일하는 중이다.]
“뭐? 지금 이 시간에?”
현재 영국은 오후 4시다. 그렇다면 시차를 따져서 한국은 밤 12시가 된다. 그런 시간에 일을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오늘 무슨 레이드라도 있냐?”
고창식이 한 때 짐꾼으로 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밤까지 일을 할 정도라면 레이드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레이드는 한 번도 가본적도 없다. 지금 대리운전 중이다.]
“뭐……? 대리운전? 네가 그걸 왜 해?”
[야…… 요즘 한국 경기가 얼마나 엉망인 줄 아냐? 짐꾼도 돈을 쥐어줘가며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일 주일에 짐꾼 3일하기도 힘들어. 해서 야간에 이렇게 대리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신민배는 고창식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고창식이 얼마나 힘겨운 상황인지 알게 되었다.
조금씩이라도 운영이 되고 있던 노아영의 아버지의 괴수 가공 업체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
사업을 접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노아영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으며,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밤낮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고창식이었다.
“미안하다. 인마. 내가 신경을 못 썼다. 차라리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냐…… 우리 친구 아니었냐?”
[하하, 이게 뭐 너한테 속풀이 할 문제냐? 그리고 네가 나를 왜 신경쓰냐? 난 마누라가 따로 있거든?]
고창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민배에게 말하고 있었고, 그런 그의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더 괴로운 신민배였다.
“내가 돈을 좀 보내줄게. 아영이 아버지 사업 다시 한 번 해봐.”
[야! 너 지금 친구를 뭘로 보는거냐? 네가 돈을 주면 내가 ‘고맙다. 잘 쓸게.’하고 받을 것 같냐? 나도 자존심이 있지 인마.]
“그래…… 미안하다. 내가 생각 없이 말을 하다보니…….”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어떠한 말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며, 그의 현재 상황 또한 고려를 해야 한다.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신민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돈으로 도와준다는 내가 미친 소리를 한거지…….’
마치 불우이웃 돕기에 선심 쓰듯 말을 건넨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럼 나랑 일 좀 같이하자.”
[일? 무슨 일?]
일을 같이 하자는 것과 돈을 준다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말에 대해서는 고창식이 화를 내지 않았다. 엄연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돈을 벌수가 있기 때문이다.
“뭐 다른 건 아니고. 가공업체에 관한 부분이야. 현재 이건 내가 결정을 지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백호 형님께 말해봐야 해. 그리고 나서 너에게 연락을 줄게.”
[하하,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너무 신경 안써도 된다. 난 나대로 잘 해 나가고 있으니까.]
“그래. 알았어. 조만간 연락줄게.”
전화를 끊으면서도 그동안 자신이 너무 고창식에게 무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신민배는 남백호를 찾았다.
“형님. 부탁 드릴 것이 있는데요.”
“부탁? 네가 나에게 부탁을? 말해봐. 너랑 잠자는 것 빼고는 다 해줄테니까.”
남백호는 진심어리게 말을 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고…… 현재 우리 길드가 괴수를 사냥하고 그에 대한 가공업체는 다른 나라에 수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다른 나라에 지점을 여는 것이 어떨까 하네요. 더군다나 20개국에 산하도 있으니, 각 나라마다 괴수 가공업체 지점을 만들어서 능력자들에게 조금더 많은 이익을 얻게하는 것이죠.”
“음…… 많은 이익을 받아서 능력자들이 좋아는 하겠지만, 과연 산하 길드 중에 가공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몇 군대나 있을까?”
대다수의 길드들은 가공업체를 운영을 직접하고 있다. 한 때 백호 길드 역시도 가공업체를 직접 운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수수료에 대한 부분을 없애고 약간의 이익이라도 더 얻을 수가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의 산하 길드 중 가공 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쪽과 손을 잡고 각 나라에 배치를 한다면 조금 더 많은 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더군다나 우리가 산하 길드에게 내 건 조건은 S급 괴수에 대한 사체 처리 권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들은 단지 S급 괴수 처리에 대한 비용을 더 받을 뿐이지. 사체 권리는 없으니까 말이야. 혹시 너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냐?”
“사실 그게…….”
신민배는 고창식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다.
“야, 그런 일이 있으면 진즉에 말을 했어야지. 더군다나 전에 네가 깨어났을 때 왔었잖아? 혹시 그 전부터 계속 그렇게 힘든 건 아니었을까?”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솔직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요.”
“그렇지…… 차라리 영국에 귀화를 하면 대놓고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 있다보니 그것도 쉽지는 않네. 알았다. 우선 네 말대로 내가 산하 길들 리스트 쭉 뽑아서 괴수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곳부터 알아보고 너에게 답을 내려줄게.”
남백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신민배의 어깨를 ‘툭툭’쳐주었다.
자신의 친구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짊어지는 남백호의 모습에 신민배의 눈시울이 약간 뜨거워졌다.
신민배의 부탁으로 4일 동안 남백호는 각 나라의 산하 길드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게 되었고, 그 중 7개의 나라 길드 중에서는 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그곳에 백호 가공 업체의 설립을 지시하는가 하면, 나머지 13개의 나라에도 백호 가공 업체를 설립했다. 물론 그 나라의 산하 길드와는 별개로 가급적이면 능력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수입을 줄이는 형편으로 산하 길드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가공 업체를 세우게 되었다.
남백호의 말을 듣고 신민배는 고창식을 영국으로 불렀다.
“이걸…… 나보고 다 하라고?”
“그래. 네가 좀 나서 주어야겠다. 아무래도 20개국이라서 좀 바쁘긴 하겠지만…….”
“머…… 놀고있는 것보다야 좋겠지만…… 이거 너무 빡세게 돌아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
20개국의 나라다. 그렇다보니 비행기만 타며 한 달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냐. 꼭 그렇지는 않아. 어차피 이곳들을 운영하는 것은 우리 길드 이름으로 되어 있고, 네가 총괄을 하게 된다. 예전처럼 말이야. 그리고 각 나라마다 공장장을 맡겨두면 네가 일일이 다닐 필요는 없겠지. 다만 S급 괴수를 사냥 할 때에는 가급적이면 너도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게 좋고 말이야.”
“그거야 당연하지. S급 괴수가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뼈 한조각만 팔아도 돈이 꽤 될테니…… 사람의 욕심이란게 끝도 없으니까.”
이 부분에서 고창식은 약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때 그가 백호 길드의 괴수 사체 총괄을 맡으면서 이런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을 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가공 업체의 직원들이 A급 괴수의 뼈 일부분을 빼돌리는 것으로 적발 건 수만해도 몇 백건이 넘은 상태였다.
A급 괴수의 뼈는 가루로 만들어서 그것을 팔아도 무구 제작에 가루가 쓰이기 때문에 10키로 그램만 하더라도 현금 500만원이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하물며 S급 괴수의 뼈가루는 오죽 하겠는가?
더군다나 S급 괴수의 육질은 여타 괴수의 육질과는 확연하게 틀렸으며, 최상급 요리 재료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며, 그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웬만한 소비자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였다.
“고맙다. 이렇게 또 너에게 신세를지네…….”
“신세라니? 그런 소리하지마라. 우린 친구잖아? 그리고 따지고보면 내가 너를 부려먹는 거다. 아니지? 우리 길드가 부려 먹는거지.”
“후후…… 고마워. 아무튼. 그런데 너 언제 한국 올거냐? 최소한 내 귀여운 새끼들은 봐야 할 것 아니냐? 삼촌이 조카들도 한 번 안보고.”
“음……. 그냥 내가 티켓 끊고 초호화 호텔 잡아줄테니까 아영이랑 자식들을 그냥 다 불러주면 안되겠냐?”
“큭……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나야 어쩔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를 끝냈다.
고창식은 이야기가 끝난 후, 이틀 만에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까지 영어는 약하기 때문에 가급적 통역사를 데리고 이동을 했다. 그가 해외로 돌아다니는데에 대한 비용은 모두 백호 길드에서 부담을 하고 있었으며, 비행기를 탈 때는 언제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했다. 또한 골드 카드 세 장이 주어졌으며,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최고급 대우를 받게 만들었다.
이런 대우에 고창식은 더욱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일하는 만큼 그의 집안 역시도 서서히 다시 일어섰다.
노아영이의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고생이 심해서 아팠던 몸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순식간에 나았고, 고창식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가공 업체의 관리를 함께 맡게 되었다.
백호 길드가 해외 여기저기를 다니며 S급 괴수를 처리하는 동안 대한민국 역시도 큰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언론을 통해서 백호 길드가 S급 괴수를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은 백호 길드에게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백호 길드가 한국에 오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