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8 / 0176 ----------------------------------------------
41. 또다시 모두 함께.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신민배의 귀화 부분이 해결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타계할 방법은 다름 아닌 백호 길드의 신민배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라고 할 수 있는 킹덤 길드도 매번 괴수 전투가 있을 시에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네티즌들의 이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정부다.
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10년만에 처음으로 백호 길드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상황까지 갔다.
한 나라의 정부가 일개 길드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현재 백호 길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백호 길드는 한 동안 빠르게 괴수 사냥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연락을 받을 조차 없었다.
하물며 남백호는 대한민국에서 오는 의사와 요청, 의뢰에 대한 부분을 모조리 거절해버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었기 때문이다. 백호 길드원들이 10년 전 영국에 귀화를 했을 때, 대한민국 정부는 백호 길드 15명에 대한 입국 금지령을 내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하물며 이제와서 입국 금지령을 풀 것이라고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려봐야 백호 길드원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겨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한민국은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었다.
“다들 조금만 힘내십시오. 이제 마지막이 다되어 갑니다!”
신민배의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S급 괴수 사냥을 진행함에 있어서 신민배의 명령이 확실하게 전해져야 하기 때문에, 능력자 모두가 블루투스를 이용하며 그의 명령을 확실하게 전달 받고 있었다.
현재 백호 길드가 있는 곳은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이다. 브라질에는 S급 괴수 한 마리와 A급 괴수 5마리의 의뢰를 받고 괴수 사냥을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백호 길드는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다. 필요한 인원은 의뢰한 나라에서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까지 백호 길드와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이는 길드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함께 괴수 사냥을 하자고 연락이 안온 것은 아니다.
연락 온 길드만해도 100개 길드가 넘었고, 대다수가 세계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길드원 또한 최소가 500명을 소유한 대 길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른 곳과 합작으로 일할 마음이 없는 남백호는 이 모든 의사를 거절했고, 애초에 신민배와 의논 한 대로 다른 나라의 능력자들을 조달해 사냥에 임하고 있었다.
백호 길드는 나라의 의뢰를 받고, S급 괴수에 대한 모든 비용에 대해 논의 한다. 그리고 자비를 들여서 각 나라의 능력자들을 고용하며, 오래전부터 그랬듯이 희생자의 능력자에 대해서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었다.
높은 임금은 물론 백호 길드의 인성 문제까지. 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백호 길드를 무시하는 길드나 능력자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능력자들의 우상과 표본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많이 나올 정도다.
10년 전에 비해서 괴수 사냥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S급 괴수에 시간을 소비하기는 하지만, 하루가 걸리지 않는 것은 물론, 1천 명에 가까운 능력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A급 괴수는 종이짝처럼 쓰러져 갔다.
이미 백호 길드는 다른 길드와는 레벨 자체가 틀렸던 것이다.
브라질에서의 괴수 사냥은 환희와 열정으로 막을 내렸다. 공항까지 나와 그들을 마중해주는 브라질의 시민은 물론 능력자들까지 무수히 나왔다.
그 모습이 언론을 타고 또다시 세계를 뒤흔들 정도였다.
많은 능력자들은 신민배의 버프를 느껴보기를 갈망했지만, 신민배와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이제 신민배는 이동을 할 때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을 정도다.
“아…… 형님. 이게 뭐에요?”
“왜 인마? 요즘 너의 인지도를 몰라서 하는 소리냐?”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철통같이 막아서면 어디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백호 길드의 신민배에게 영국 정부가 방탄 캐딜락을 제공했다.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명목이 가장 컸다.
캐딜락 안에는 남백호와 신민배 두 사람이 탑승을하고 있었으며, 다른 길드원들은 길드의 전용 자가용을 타고 백호 길드로 복귀하고 있었다.
“이번에 너에 대한 테러 예고가 왔다더라. 그래서 정부에서 직접 이렇게까지 차량을 제공한거지.”
“예? 테러요? 왜요?”
“낸들 알겠냐? 어디 세상에 미친놈이 한 둘이야? 그저 남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런거지.”
“휴…… 뭐든 열심히 한다고해서 인정 받는 건 아니군요.”
“맞아. 열심히 한다고해서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떻게 해서든 흠을 들춰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 우리는 이미 그런 걸 맛봤잖아?”
남백호가 창밖을 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것은 신민배 역시도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한국도 참 난리가 아닌가보다.”
“……?”
“국토의 반이 빼앗기고 식량 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더군.”
“그런가요? 왜요? 돕고 싶으세요?”
그런 신민배를 남백호가 날카롭게 노려본다.
“미쳤냐? 그 나라가 망하던 괴수에게 사라지던 나와는 상관없어.”
“그래요? 그런데 왜 걱정되는 어투로 말씀하시는 걸까요?”
길게 한 숨을 쉰 남백호가 다시 말했다.
“아무리 내가 한국에 정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지인들 대다수가 한국에 있는 건 너도 알잖냐? 하물며 창종이까지…… 가급적이면 아무런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지…….”
“그렇군요…… 형님 능력 좋으시잖아요? 차라리 지인들과 친인척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조리 영국에 귀화 시키는 건 어떠세요?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서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클테니까 귀화도 못하는 것일수도 있는 부분이고요. 그런 부분에 승낙하는 사람은 귀화 하지 않을까요?”
돈이라면 앞으로도 흘러넘칠 정도로 들어올 것이다. 그런 남백호가 신민배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리는 없다.
“당연히 나도 그럴려고 생각해봤지…… 하지만 자발적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고, 노력하나 없이 귀화를 하는 사람들은……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내 탓을 할지 몰라…… 오히려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진즉에 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언제나 생각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해서 남백호는 대한민국에서의 문제로 사람에 대해서 매우 신중해 하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차량이 백호 길드에 도착했다.
신민배의 복귀 이후 백호 길드는 다시금 건물을 옮겼다. 15명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영국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2만 평의 5층짜리 건축물에 이동을 하게 되었다. 본래는 행사에만 쓰이는 건축물이었으나, 대대적으로 개조를 하여 백호 길드가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주었던 것이다.
이곳은 수많은 방과 식당. 그리고 훈련과 더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완비되어 있었고, 백호 길드는 향후 10년 동안 이곳을 무료로 생활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10년이라는 기준 또한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기간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백호 길드에게 최대한의 대우를 해주고 있었으며, 백호 길드 역시 그런 정부의 보답과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가급적 국내에서도 괴수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백호 길드원들이 전원 차량에서 내리고 각자의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인원들은 휴게실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모든 이들이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남백호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길드원들과 다르게 그가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쳇…… 이럴때는 정말 창종이 놈이 그립군…….’
서류를 결제하며 내려가던 그의 기억에 문득 자신을 대신해 고생을 했던 임창종의 모습이 훤하게 그려졌다.
뚜르르르!
“네?”
[현재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 그런 스케쥴이 있었던가요?”
[아뇨. 한국에서 방문한 손님입니다.]
“한국?”
난데없이 한국이라는 말에 신민배가 의문을 띠웠다.
[네. 한국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차혁진씨라고 합니다. 아마 이름을 말씀하시면 아실거라고 하시는군요.]
“차혁진?”
그 이름을 모를 리 없다. 10년이 지났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의 변화의 모습을 그에게서 봤던 것이다.
차혁진은 10년 전 한국에서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수장이 되었고, 많은 능력자들에게 혜택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능력자의 대우에 힘을 쓴 사람이었다. 하물며 길드장으로써 그와 만남도 많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전화 한통 없이 직접 찾아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거절 의사를 밝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혁진이 직접 온 것으로 사료됐다.
“들여보내세요. 그리고 민배를 불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비서가 차혁진을 안으로 드려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이미 예순이 넘은 나이에 남백호를 보며 머리를 숙여보이는 차혁진.
‘예전과 비교해서 인성은 전혀 나무랄대가 없는 사람이군…….’
예전에도 그랬었다. 나이가 젊은 자신과 신민배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앉으시지요.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민배가 올 겁니다.”
“네? 아! 예. 알겠습니다.”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네? 아…… 뭐 주신다면 얼마든지 마시겠습니다.”
남백호가 벨을 누르며 커피 세잔을 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커피 세잔과 함께 신민배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
신민배에게는 몇 개월 전의 일이다. 그렇다보니 차혁진의 얼굴을 모를 리는 없었다.
“아! 저, 정말 살아 계셨군요…… 언론에 직접 나오시는 것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차혁진은 신민배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미 예전부터 고개를 숙이는 것이 능력자에 대한 예우라고 느껴질 정도다.
신민배가 자리에 자리에 앉았다. 세 사람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아무런 연락도 없이요?”
“저기 그게…….”
차혁진이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지만, 신민배와 남백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가 직접 찾아온 것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괴수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괴수 때문입니까?”
“예…….”
차혁진은 남백호와 신민배에게 떳떳할 수 없었다. 비록 그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던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며, 보고 방관을 했다고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정부가 보내서 온 겁니까? 아니면 국민들의 원성 때문입니까?”
어차피 그가 온 이유는 두 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온 것입니다.”
남백호의 눈썹이 약간 휘어진다. 두 가지의 이유도 아닌 스스로에 대한 결정으로 영국까지 왔다는 것에 의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신민배로 인해서 왔다라고 생각이드니 그 역시도 다른 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발…… 부탁입니다. 대한민국에도 S급 괴수 의뢰를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