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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또다시 모두 함께.
런던 사태가 있은 후, 수많은 언론이 세계적으로 방영되면서 그 뉴스를 두 눈이 빠질 정도로 반기는 사람이 있었다.
“흑…… 살아 있었던거야?”
그가 TV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신민배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만져본다.
철거럭 철거럭.
다소 기이한 쇠음이 들리는 가운데, 그의 오른손은 로봇팔이었다.
파로스.
10년 전 신민배와 함께 백호 길드에서 생활하면서 인생 최대의 즐거움을 맛 본 그였다. 하지만 신민배의 사망 소식을 듣고 백호 길드에는 그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귀국 했다.
파로스는 귀국 한 후, 거의 홀로 생활을 했다.
니켈만이 그에게 많은 말들을 해주었지만, 이미 동공이 풀린 눈으로 니켈만의 말은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2년을 멍하니 방안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생활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스스로의 죄책감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그 모든 불만을 괴수에게 풀기 시작했다.
하루에 13시간 이상을 괴수 사냥에 매진하는 파로스는 심신이 지치고 피로해져 갔다.
먹는 것보다 활동하는 양이 많았기에, 살은 계속해서 빠져 가는 가운데, 그 어떠한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신민배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그는 자그마치 6년을 그렇게 생활을 했다. 웬만해서는 고장도 잘 나지 않는 로봇 팔만해도 수십 개를 교체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남은 2년을 또다시 방안에서 생활을 했다.
삐그극.
그가 손가락과 팔을 움직일 때마다 녹슨 기계음이 들려온다. 2년 동안 기름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손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장비라 할지라도 결국은 주인의 마음과 같이 피폐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피폐한 생활을 계속해오던 중 TV에 나오는 신민배를 바라보며 그가 죽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민배…… 갈게. 기다려!”
그는 TV에서 신민배를 발견한 그 순간부터 다시금 예전의 마인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즉시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팔을 교체했다.
니켈만은 10년 만에 이런 모습을 다시 되찾은 파로스를 보며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파로스는 그날부터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준비했다. 그리고 신민배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며칠 간의 준비를 끝내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기분은 이로 할 말 후가 없었다.
“니, 니켈만. 나 떨고 있어?”
“예. 떨고 있습니다.”
“어, 어떻게 하지?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거지?”
파로스는 마치 오래 된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긴장 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파로스가 영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 신민배는 그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녀석……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역시도 파로스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는 없다. 고작 해봐야 얼마 지나지 않은 기억이었고, 그의 기억에는 파로스 만큼 낙천적인 성격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말도 없이 길드를 나가버렸데…… 그래놓고 참 뻔뻔하게 잘도 오려고 하네.’
이 모든 일이 신민배로 인해서 생긴 문제였다. 하지만 신민배는 정작 그 문제가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지 사람의 인성이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공항에까지 마중을 나온 신민배는 파로스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전용기 한 대가 도착했다.
파로스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급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니켈만이 뒤에서 빠르게 그를 뒤 따랐고, 톨케이트에 들어선 순간 주변을 향해 고개를 연신 돌리며 눈을 굴렸다.
“미, 민배!!!”
신민배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자, 파로스가 그를 향해서 빠르게 달려갔다.
“흑~!! 민배~!”
“이새끼는…… 내가 형이라니까. 너 한국말 다 까먹었냐?”
“흑…… 몰라. 민배~!”
그는 신민배에게 들러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로봇 팔이 신민배의 목을 휘감았다. 차갑게 느껴져야만 할 그의 팔이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신민배를 힘껏 껴안으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주변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말로만 보던 게이야?”
“그러게…… 너무 오랜만에 만났나봐. 게이 커플.”
“퉤. 재수 없군.”
영국은 동성을 인정을 했지만, 그들을 인간 이하 취급하거나 비하하는 이들도 상당수 많았으며, 남자들이 손만 잡고 걸어가도 그걸로 시비를 거는 이들이 많았다.
하물며 이곳에서 서로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몇 몇 인물들이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의 외모를 알아본 사람들은 이들이 게이라는 소문까지 내고 다녔고,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신민배와 파로스가 게이라는 소문이 돌며 동성 커플이라는 딱지까지 한 동안 그들을 따라다녔다.
파로스 이후 백호 길드에서 함께 했던 3명의 인물이 영국으로 도착했다.
샤오윈 렌드. 그리고 레이라가 도착했다.
10년 전 세 사람은 파로스와는 다르게 백호 길드에 잔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민배의 사망 소식과 영국으로 귀화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발적으로 길드를 나온게 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의리를 저버렸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귀화를 목적으로 한 백호 길드였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할 수는 없었다.
또한 그들은 백호 길드보다는 신민배에게 끌려서 길드에 가입했었기 때문에, 잔류 의지는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백호 길드에 도착한 후 즉각 길드 재가입 요청을 했으며 남백호는 그들을 다시 받아들였다.
“잘 지내셨어요?”
“그래.”
레이라. 그녀 역시도 이제 나이가 제법 든 상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미혼이었으며, 백호 길드에 다시 찾아온 나름대로의 이유도 존재했다.
가장 먼저 남백호에게 인사를 건네며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는 남백호의 눈빛에 그녀도 모르게 움찔했다.
‘어머? 어떻게 해. 예전보다 더 멋져졌어.’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남자를 만난 적은 없었다. 한 번씩 남백호가 생각이 났었지만, 섣불리 그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샤오윈과 간간히 연락을 하고 지내던 중, S급 괴수와 함께 신민배가 나타났따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기회로 백호 길드에 다시금 온 것이다.
“길드장님! 오늘 회식 안해요?”
“회식? 음……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이것들아! 오늘은 회식이다!”
남백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새롭게 온 이들을 포함해 백호 길드는 정확하게 20명의 인원을 맞추게 되었다.
20명의 인원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그들은 그날 아무런 걱정 없이 음식과 술을 마시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 날 아침 남백호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푹신한 침대에 옷을 모두 벗고 있다. 그는 언제나 잠을 잘때에는 옷을 모두 벗고 잔다. 그렇기에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
그런데 그 순간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인영이 침대속에서 몸을 비틀더니 이내 팔 하나가 ‘쑥!’ 나와 남백호의 복부를 감싸 안았던 것이다.
“어버버……!!”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더듬으며 자신의 두 팔을 하늘 높이 올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법적 문제가 제기 되지 않을 자세를 취한 것이다.
“으음…….”
남백호가 그렇게 양팔을 올렸을 이불 사이로 정체불명의 인물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버버버?!!!”
다름 아닌 레이라다. 자신의 곁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실호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자신의 옷과 레이라의 옷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던 것이다.
남백호는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팔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아…… 씨발……!!’
그리고 전 날 필름이 끊기기 직전 어떠한 말들과 행동들이 오갔는지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남백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있다. 아마도 전 날 있었던 행위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기 때문이다.
‘아…… 쪽팔려서 길드원들을 어떻게 보지?’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자신의 옆에서 침을 약간 흘리며 자고 있는 레이라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늦은 어제 저녁.
백호 길드원들은 식당과 클럽을 오가며 수많은 술을 마셨다. 능력자들은 알콜에 대해 일반인 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이 있는 부분이며, 마구 부어 마시는 것에 능력자도 서서히 눈빛이 흐려지고 혀가 꼬일 정도였다.
간만에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이었기 때문에, 길드원들은 물론 남백호까지도 눈이 풀릴 정도로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샤오윈이 레이라와 화장실을 다녀오고 난 후, 샤오윈은 레이라를 이끌고 남백호의 곁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저기 자리 좀 비켜줘요.”
백호 길드원 남성 두 명에게 한 말이다.
“예?”
“이거 왜 이래요? 여자가 이런 말 할 정도면 딱 봐도 이유가 있을거 아니에요?”
샤오윈은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남성에게 부탁을 했고,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장소를 피했다.
레이라가 비틀대며 자리에 주저 앉더니 한쪽으로 쓰러졌다.
“으으으응~?”
그런데 쓰러진 곳이 하필이면 남백호의 허벅지였고, 레이라는 거리낌 없이 그의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며 누워 있던 것이다.
“뭐야 이거? 야, 누가 좀 치워라. 머리통 무거워서 다리 쥐나려고 한다.”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술을 한잔하며 말했고, 그 소리를 듣고 레이라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일어났다.
“이거 왜 이래요! 나 머리통 안무거워!”
“안무겁긴 개뿔…… 몸 중에 머리통이 젤 무거울 것 같구만.”
남백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이것은 정말이다. 그는 지금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입이 나불대는 대로 말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우씨! 나 이래봬도 D컵이거든! 가슴이 제일 무거워요!”
“풉~!”
그 소리를 듣고 남백호는 마시던 술을 입에서 뿜었다.
“에게~? 요게 D컵이라고? 계란 반쪽이라면 알아듣겠구만? D컵은 꿈에서나 생각하는 거 아냐?”
“이씨! 진짜 D컵이라니까!”
그녀는 남백호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주물주물~!
반사적으로 남백호가 레이라의 가슴을 주무른다.
“오오!!”
“거 봐요. 맞죠? D컵?”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보였고, 남백호는 계속해서 가슴을 주물거리고 있다. 그러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레이라를 보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오해 했어. 계란 반쪽이 아니고 콩알 반쪽으로 하자. 너무 상처 받지마. 여자는 가슴 크기가 다는 아니니까.”
남백호는 그러면서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고, 잔을 하나 가져와 술까지 따라주었다.
“이씨!! 아니라니까!! 내가 보여줘? 보여줘?”
그러면서 갑자기 자신의 블라우스를 벗으려는 것을 샤오윈이 깜짝 놀라며 말리기 시작했다.
“정신차려. 레이라!”
“안믿잖아! 나 D컵이라고! 샤오윈이 말해줘~! 어헝~~! 나 D컵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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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2시에 못올릴 것 같아서 지금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