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31화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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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다시 눈을 뜨다.

그날 밤 베르나가 그의 방을 찾았다.

잠에도 들지 못한 신민배는 어둠속에서 홀로이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마치 그때와 똑같군요…… 안젤리나씨의 마지막 기억과요…….”

꿈틀.

그 말에 신민배가 약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안젤리나씨는 어둠 속에서 상당히 두려워했었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에 다시금 안도를 했었지요. 이후 당신이 다친 것을 알고는 당신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바보처럼 있는 모습을 보면 안젤리나씨도 괜히 살렸다는 생각이 들겠네요.”

베르나는 가급적 차가운 말로 신민배를 자극하고 있었다. 신탁을 받은 만큼 안젤리나에 대한 기억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베르나. 안젤리나가 그 당시 얼마나 신민배를 생각했는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이 정 기운을 못차리겠다면 제가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말을 한 마디 해드리죠.”

두 개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베르나는 자신만이 아는 사실에 대해서 신민배에게 말을 해주려 하였다.

“전 안젤리나씨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있죠. 분명히 안젤리나씨는 당신을 살리고 그 자리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 기억이 사실이라면 그 자리에 안젤리나씨가 신민배씨와 함께 있었어야 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안젤리나씨는 없더군요. 이 말이 당신에게 희망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적이 미스테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말에 신민배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목숨을 교환해 자신을 살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저, 정말이야?”

“네. 확실합니다. 하지만 살아 있다고는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해…….”

신민배는 그 자리에서 다짐했다.

‘반드시 찾는다…… 몇 년이 되었던…… 만약 그녀가 죽었다면…… 그걸로도 확신은 생기는 거겠지…….’

그가 그렇게 다짐을 하고, 다음날부터 그는 물리치료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굳어 있던 몸을 적응시키기 위해서 신민배는 하루 중 10시간을 무리하며 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는 동안 시현과 시란 그리고 남백호가 꾸준하게 그를 찾아왔고, 매일 아침이면 베르나가 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러 찾아왔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지금의 세계 상황을 듣게 되었다. 세계는 현재 괴수와의 전쟁이며 전 세계가 위험 수준인 상황이었다.

학자들은 지금의 상태가 계속 유지가 된다면 머지않아 50년 안에 지구는 괴수들의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단언을 할 정도였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조건으로 겨우 명맥이 유지 되고 있는 나라가 딱 한 군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정부에서 ‘게놈 프로젝트’를 무료로 제공했으나, 이미 나라의 반이 괴수에 의해서 사라진 상황이었으며, 남은 반의 땅도 괴수로부터 지키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나마 지금 이렇게 유지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킹덤 길드의 노력 때문이었다.

S급 괴수 이후 킹덤 길드에서는 수많은 능력자들이 희생을 했다. 10년 동안 기존에 존재하던 능력자들이 모두 교체가 되었다고 보면 될 정도다.

그럼에도 강력한 능력자들이 나타났는데,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2등급 능력자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들은 사실 킹덤 길드의 최초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팀을 만들고 사냥을 했을 때, 좋지 않은 과거로 인해 2등급 세명. 즉, 방어계 1명과 공격계 2명이 능력자로써의 활동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S급 괴수의 출현으로 나라의 안위가 위협받은 상태가 되었고, 킹덤 길드장 차상훈이 이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결국 나라를 위해 다시금 킹덤 길드에 합류. 그들의 막강한 능력으로 괴수와 겨우 평행을 유지하는데 그쳤지만, S급 괴수가 나타나게 되면 그런 균형도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그들 모두가 S급 괴수가 나타나지 말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킹덤 길드를 추켜세우기 시작했으나, 괴수에게 나라의 땅이 점점 줄어드는 시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뱉는 이들도 많은 상태였다.

대한민국 극소수의 수뇌들만 알고 있는 상황으로는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상태로는 채 5년을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서 돈이 많은 이들의 경우는 대다수 다른 나라로 귀화를 했을 뿐만 아니라, 능력자들 역시도 많은 수가 다른 나라로 이탈을 한 상태였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에 놓여 있었다.

“형님. 그런데 꼭 귀화를 하셨어야 했나요?”

“말도마라. 더 이상 난 정떨어져서 거기 못 있겠더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100명이 잘했다고 한들, 한명이 불만을 품으면 그 한명이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지. 또한 그 상황에서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한국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음…… 그럼 저는 어떻게 된 건가요?”

그 말에 베르나가 대신 답했다.

“현재 신민배씨는 대한민국에서 사망 처리 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희 영국 정부에 의해서 영국에 귀화가 되신 상황이십니다.”

신민배는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만약 제가 살아 있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알아도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는 없는 부분인가요?”

“물론입니다. 단지 국민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제일 궁금하군요…….”

그 말을 하면서 베르나는 아주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히는 것은 물론, 귀화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은 언제나 동족 의식이 상당히 강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 문제가 아닌 언론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해외에 있는 재미교포나 한인 3세들이 크게 성공을 했다고 가정 했을 때, 그들에 대한 취재를 빼놓지는 않는다.

엄연히 다른 나라 국민이며, 다른 나라에서 살아왔고, 대한민국의 땅을 단 한 번도 밟은 그들이 아니지만, 단지 한 핏줄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들의 성공을 마치 자신의 일인양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신민배의 경우는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문제였다.

“그런데 넌 좀 강해졌어?”

힘겹게 목발을 짚어가며 시현에게 물었다.

“형, 저 이래봬도 2등급 능력자가 됐어요.”

“헉? 진짜?”

며칠간의 마음고생을 툴툴 털어버리고 이제는 당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신민배. 또한 안젤리나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 다짐하며, 예전의 성격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4대 천왕이라고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네요.”

“뭐야 그건? 네가 지어낸거 아니야?”

“아~! 진짜 형 왜 그러세요? 이래봬도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뽑아준 거란 말이에요!”

“음…… 그럼 난 1대 황제 능력자가 되는 건가?”

“에이…… 황제는 좀…… 왕 정도로 하시면 되겠네요.”

아직까지도 신민배의 몸이 상당히 불편하다. 일주일을 매일 같이 걷고 뛰고를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녹초가 되어 자리에 뻗어버릴 정도였다. 아직 그에겐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한 상태다.

그때 시란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빠! 어때? 좀 할 만해?”

앞 전의 일은 잊고 그녀 역시 밝은 성격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때 이후 몇 번을 봤지만, 아직까지도 달라진 시현과 시란의 모습이 적응이 잘 안되는 신민배. 더군다나 시란의 경우는 쉽게 익숙해지질 않았다.

‘10대 때도 그랬지만…… 10년 뒤의 모습은 완전…….’

시란을 보면서 그녀의 20대 초 중반의 모습을 못 본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였다.

현재 시란은 투잡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능력자로써 언제나 괴수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일정과 또 다른 하나는 유명 모델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모델이 된 것은 20살이 되었을 때부터 였고,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는 물론 최고의 여자로써 거쳐야 한다는 화장품 CF까지 모두 섭렵한 시란이다. 그리고 지금은 잡지 표지를 촬영하고 막 돌아온 상태였다.

모델답게 세련된 옷차림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응…… 뭐 힘들더라도 어쩌겠어? 예전처럼 행동하려면 힘들더라도 해야지. 10년을 눈을 감고 있었더니, 아주 몸이 로봇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는 살며시 웃으며 답했고, 그런 모습을 시란이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아 맞다. 오늘 임창종이 온다고 했다. 네가 깨어난 소리를 듣고 곧장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하더군.”

“아, 그래요? 잘됐네요.”

이미 백호 길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들으면서, 영국에는 15명의 백호 길드원들만 귀화를 한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전선에서의 활동을 벗어 던지고 일반인으로 가족과 함께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었다. 그런 임창종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는데, 그가 온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아참! 그리고 손님을 모시고 온다던데?”

“손님요?”

“응. 아마 네가 보면 좋아할거라고 말하더군.”

그가 데리고 올 손님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무척이나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베르나의 저택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그 중 한 사람은 바로 임창종이었다.

임창종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며 신민배를 맞이했다.

“잘 지내셨어요?”

“하하…… 그래요. 민배씨도 잘 지냈어요? 아니지…… 어차피 얼마 전의 일로 기억하려는가?”

“후후, 네. 그런데 얼마 전의 일인데…… 많이 달라지셨네요.”

그도 10년이 넘으니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신민배를 자라보는 미소에는 자상함이 묻어나 있다. 마치 오래 전의 기억을 되새기기라도 하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손님을 밖에 두고 이러고 있었네요. 들어오세요.”

임창종은 그가 데리고 온 사람을 급히 불러들였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 선 사람을 보며 신민배의 두 눈도 커졌다.

“민배야……?”

“창식아!”

그는 바로 고창식이었다.

“이자식아!! 내가 너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많이 울었었는데! 이렇게 살아 있었냐!!”

덥썩!!

다짜고짜 달려와 신민배를 안으며 또다시 옛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고창식.

“이 새끼는 사고만 나면 잠만 처자고…… 이새끼! 그러고도 네가 친구냐!”

“하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10년이 지나면서 신민배는 달라 진 게 없었다. 하지만 고창식은 많은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고생…… 많이 했냐?”

나이로 따지면 30대 후반의 고창식의 얼굴은 땡볕에서 일한 것처럼 얼굴이 시커멓게 타 있었고, 이마에 주름살도 몇 개보일 정도였다.

“고, 고생은 무슨…… 나이가 드니까 그렇지.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주름 한 두 개는 우스울거다.”

고창식은 눈물을 연신 흘리면서도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신민배가 죽고 백호 길드가 영국으로 귀화 후, 괴수의 사체에 대한 총책을 맡고 있던 고창식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엄연히 백호 길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총책이었으나, 백호 길드에서 이런 부분까지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나 결혼 했다.”

“오? 진짜? 누구랑?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래…… 너도 잘 알거다. 노아영이라고…….”

“헉? 진짜? 아영이는 나를 좋아한게 아니었어?”

탁!

그 말에 고창식이 신민배의 머리를 살짝 쳤다.

“이새끼야…… 내 마누라야. 누가 누굴 좋아 했다고 그래? 사실 너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영이도 많이 힘들어 했었거든…….”

신민배의 죽음 이후, 노아영은 상당히 힘들어 했다. 또한 아버지의 괴수 가공업체까지 백호 길드의 원조가 끊기자 예전처럼 힘든 상황을 겪게 된 것이다.

그렇게 힘든 노아영을 매일 같이 김지연과 이지은 그리고 고창식이 위로를 해주었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싹틔우게 된 것이다.

애초에 총책을 맡아본 적이 있던 고창식은 노아영의 아버지 회사로 들어갔으나, 능력자들의 이탈로 괴수 사체를 공급 받는 것은 더욱 더 힘들어졌고, 결국 고창식은 짐꾼으로까지 생활을 하면서 사체 공급에 힘을 쓰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짐꾼이 되면서 능력자들에게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히고 나니, 괴수 사체에 대한 수급이 조금은 진행 되었으나, 여전히 힘든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나 딸도 있다?”

“오? 진짜? 절대 너 닮았으면 안되는데!”

“당연하지 인마! 너무 고맙게도 마누라 닮아서…… 더럽게 행복하다.”

하루하루 짐꾼의 일로 온 몸이 피곤한 고창식이었으나,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딸을 보며 힘겨움도 이겨내고 있는 그였다.

‘고생 많았네…… 지난 10년…… 내가 못해 준거 다 해주도록하마…….’

그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고창식의 힘겨움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신민배가 고창식을 강하게 끌어 안았다.

“걱정마라…… 이제 다 잘될테니…….”

신민배는 그때부터 굳은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은 빨리 몸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그리고…… 능력자 관리소로 가서 테스트를 받아보자…….’

한 때 7개월 동안 잠들어 있던 당시 그는 많은 능력이 상승이 되어 있었으며, 각성을 이루었다. 또한 그 당시 차세희가 했던 말이 떠 올랐다. 아마도 자신은 각성을 하게 되면 긴 잠을 자게 될 것이라고.

‘10년 동안 잠을 잤어…… 반드시……!!’

그는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 약간은 짐작을 하고 있는 듯 했다.

============================ 작품 후기 ============================

세 편만 먼저 올려드리고...

다른 편은 상황 봐서 오후에 올리던지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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