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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막을 수 없는 괴수.
한시가 바쁜 상황이지만, 이들 역시도 휴식을 취해야만 시민들을 구할 수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시민의 안전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능력자들 역시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남백호는 국민의 안전보다 단 한 명의 백호 길드원이 소중하기에 바쁜 상황에도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자! 모두들 어느 정도 휴식은 끝났나?”
“네!!”
상황이 급박한 것을 알기에 정신력 회복 따위에 불만을 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자! 가자!”
저 멀리 아직까지도 도망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시민들과 괴수들을 막고 있는 능력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카카칵!!
B급 괴수 하나가 입에서 무엇인가를 뿜어낸다.
날카로운 꼬챙이 같지만, 옆에서 보면 인간의 크기와 비슷한 거대한 뼈 조각이다. 괴수는 자신의 입에서 뼈 조각을 뿜어내 능력자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안겨주고 있었다.
“제길! 저놈은 특별한 능력이 있군. 더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저놈부터 모두 힘을 모아 처리한다!”
“예! 알겠습니다!”
백호 길드 전원이 B급 괴수 한 마리를 상대하는 시간은 상당히 짧다. 해서 여러 능력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B급 괴수를 최우선으로 처리 하려 하고 있었다.
한 무리의 능력자들이 한 쪽에서 대거 나타나기 시작한다. 괴수와 열심히 싸우고 있던 능력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와! 백호 길드다!”
“백호 길드가 도와주러 왔다!!”
능력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쌍수를 들며 그들을 반겼다.
힘겨운 상황에서 그들은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것이다.
능력자들은 많지만, 특별하게 뛰어난 능력자가 없는 관계로 이곳 남쪽 능력자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많은 능력자들도 피해를 입었고, 피신하고 있는 시민들까지 덩달아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백호 길드라면 지금의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 듯 했다.
백호 길드원들이 전원 B급 괴수에게 달려 들었다.
스샤샤샥!
쿠쾅!!
콰쾅쾅!!
근접 계열들이 빠르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원거리 능력자들이 쉴틈 없이 공격을 가한다.
한 순간 폭발적인 공격에 괴수가 단 번에 크게 휘청이기 시작했다.
“대, 대단하다!”
“백호 길드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이건 소문 이상인데?”
지금 남쪽에 배치 된 능력자들은 흔한 클랜이나 길드에 조차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일반 팀들로 구성 된 이들이다.
그렇다보니 백호 길드에 대한 정보는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으며, 소문이 과장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그들이 전투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이는 소문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뭣들 하고 있는 건가? 당신들은 안도와? 우린 도와주러 온거지. 담당을 맡아서 온게 아니야!”
“예? 예! 알겠습니다! 다들 뭣들 해? 백호 길드를 도와서 괴수를 처리하자고!”
남백호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든 능력자들이 일제히 괴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열심히 괴수를 상대하며 진로를 막고 있을 무렵, 시민들은 계속해서 대피를 진행하고 있었다.
“A급 괴수가 나타났다!”
건물의 잔해 뒤로 A급 괴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흥! 드디어 나타났군. 민배야!”
“알겠습니다!”
A급의 모습에 남백호가 급히 신민배를 불렀고, 신민배는 준비하고 있던 버프를 모두에게 시전했다.
슈칵!
카카카칵!
1군 전원이 A급 괴수에게 덤벼들었다. B급 괴수의 경우 백호 길드원이 일제히 방어에 나서고 있었으며, 그 이하의 괴수를 일반 능력자들이 열심히 처리하고 있었다.
허나 처리하는 속도에서 백호 길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그들이었다.
‘안되겠다. 어차피 스킬의 재사용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어. 그렇다면 차라리!’
민배가 시란을 바라보며 외쳤다.
“시란아! 지금부터 가급적이면 최대한 정신력을 나에게 밀어줘.”
“알겠어! 오빠!”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통해서 정신력에 대한 회복을 주고받는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가 정신력이 많은지 적은지 시란으로써는 알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같은 경우 정신력은 조금씩 차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신민배는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의 이들에게 강화 버프만이라도 시전을 해줄 생각이었다.
시란의 정신력 회복 능력은 괴수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정신력의 고갈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그녀 역시도 괴수를 공격하고 정신력을 회복 시켜줌에 있어서 약간의 체력적 부담을 안고 가기 때문에, 신민배의 요청 없이는 정신력 회복 능력은 딱히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으며, 그 외에 필요한 치유계와 공격계들에게만 약간씩 부여하고 있는 수준이다.
시란이 돌진의 능력을 부여 받은 상황에서 괴수들을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 이미 수많은 전투로 인해서 몸놀림이 제법 날렵해진 그녀는 빠르게 정신력을 끌어 모았고, 그것을 신민배에게 전해주었다.
정신력이 회복된 것을 느낀 신민배는 현재 1군만이 아닌 2군과 3군 그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일반 능력자들에게도 모두 강화 버프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세 가지의 버프를 모두 받은 것만으로도 그들의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였다.
“뭐야? 갑자기 공격력과 방어력이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그러게 말이야. 확실하게 달라 진 것 같은데?”
그들은 생명력 강화에 대해서는 체감을 할 수는 없었다. 이미 빠져 있는 생명력에서 생명력 강화를 해봐야, 체력만 늘어날 뿐이지, 늘어난 만큼의 생명력에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어력이나 공격력만으로도 그들은 상당히 강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저기 저 사람인가봐. 그 백호 길드의 보조계.”
“그런가? 럭셔리버프라더니…… 진짜 명품 버프구만!”
“하하, 정말 대단하네. 이 정도라면 사냥터에서 버프만 팔아먹고 살아도 떼돈 벌겠구만!”
능력자들은 그에게 받은 버프로 인해서 조금은 기분이 상기되어 있었다. 부담스럽던 괴수도 어느 정도 안정되게 전투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남쪽으로 와서 시민들을 피난 시킨지도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조금만 더 버티면 모든 시민들이 탈출 할 수 있을 듯 보였다. 허나 괴수들은 그러한 틈을 주지 않았다.
“제기랄! 또 A급 괴수야!”
“빌어먹을? 또야? 이건 무슨 30분 단위로 나와!”
현재 본 A급 괴수만해도 3마리 째. 대구에 있다던 6마리의 A급 괴수 중 벌써 반을 본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30분마다 신민배의 능력 재사용 시간 타임에 맞추어서 와준 괴수에게 너무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A급 괴수가 올 때마다 주변에 있던 모든 능력자들은 A급 괴수에게 공격을 집중 시켰다.
현재 남쪽에 모여 있는 능력자들은 총 1,500명 가량. 하지만 이런 능력자들도 B급 이상의 괴수 사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고, 능력자로써 해야 할 괴수의 처리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쿠웅!
와르르르~!
거대한 소리가 나며 건물 하나가 그대로 무너져 갔다. 바로 지척의 건물이 무너지는 통에 그 잔해들이 능력자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 능력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잔해에 깔리기 시작했다.
“크롸롸롸롸롹!!”
여기저기 시설물들이 폭발을 하면서 대구의 현재 상황은 아비규환과도 같다. 그런 도심은 이미 시커먼 매연으로 가득 찬 상황이었고, 밤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주변에서 타오르고 있는 화염의 불 빛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커먼 매연 위로 거대한 얼굴 하나가 드러났다.
“제, 젠장! S급 괴수야! 모두 피해!!”
“어떻게 S급 괴수가 온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거야!”
“다들 피해!!”
A급 괴수를 잡고 있던 능력자들은 급히 그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쿠우웅!!
쿠콰콰쾅!
S급 괴수의 몸이 그대로 건물에 부딪혔다. 그러자 건물이 옆으로 쓰러지며 엄청난 흙먼지를 날리기 시작했고, 깜깜한 밤인 와중에 흙먼지까지 덮치니 한치 앞도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안젤리나! 빨리!”
신민배가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안젤리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즉시 그녀와 함께 S급 괴수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S급 괴수의 발소리가 지척까지 들려온다. 그리고 거대한 소리가 날 때마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다.
“아악!”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의 짧은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흙먼지 속에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신민배는 실눈을 뜨고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백호 길드의 1군 공격계 여성이었다. 그녀와의 떨어진 거리는 대략 30미터 안 팍.
‘충분히 구할 수 있어!’
신민배는 안젤리나에게 급히 말했다.
“안젤리나! 먼저 가고 있어!”
“오, 오빠? 왜! 뭘 하려고!”
“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어! 빨리 가서 구한다면 충분히 구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먼저 가!”
신민배가 급히 등을 돌렸다.
“오, 오빠! 가지마!!”
“난 신경 쓰지 말고 너 먼저 빨리 가!!”
쿠우우웅~!
거대한 괴수의 발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쓰러져 있는 동료를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신민배는 급히 그녀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채 5미터도 달리지 못한 상황이 되었을 때였다.
콰악!!
“너 지금 뭐하는거야!!”
남백호였다. 그는 신민배의 행동을 보고 빠르게 뒤로 돌아 그를 낚아 챈 것이다.
“혀, 형님! 하지만 저기 지금 사람이 쓰러져 있어서!”
“닥쳐 이새끼야! 지금 저 사람 살리자고 네가 죽을 장소로 간다는게 말이 돼?”
“형님! 무슨 소립니까! 그래도 동료 아닙니까!”
그 ‘동료’라는 말에 남백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역시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한 사람이 희생 될 것이 불보듯 뻔히 보이는 상황이기에 남백호 조차도 그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구우우웅~!
괴수의 거대한 발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괴수의 발은 쓰러진 공격계 여성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안 돼! 보호막!! 철벽 방어!”
신민배는 급히 그녀를 향해서 보호막과 철벽 방어를 시전했다.
콰창!
쿠우우웅!!
하지만 보호막과 철벽 방어가 동시에 시전 되었음에도, 괴수의 떨어지는 발의 속도를 전혀 늦출 수 없었고, 괴수의 거대한 발은 그대로 백호 길드원을 짓뭉개 버렸다.
“안 돼!!!”
두 눈 뜨고 자신의 앞에서 길드원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는 모습에 신민배가 외쳤지만, 이미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야! 정신 차려라!!”
남백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신민배를 들고 그대로 달렸다. 방어계인 그가 한 사람 정도 들고 달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쿠우우웅~!
괴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기랄!! 이런 거대한 녀석을 상대로 도망을 칠 순 없어. 무조건 숨어야 한다!!’
다른 능력자들은 이미 이 아수라장을 빠져 나간 상태이다. 그리고 남백호와 신민배만이 이 자리에서 빠져 나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저쪽으로 피하자!’
괴수를 상대로 어중간한 건물 사이로 피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가급적 위험성이 있더라도 큰 건물 사이로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했다.
괴수 역시도 엄연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들은 파괴하기보다 옆으로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것은 다른 A급 괴수나 B급 괴수도 마찬가지 사례였다.
남백호는 그 사실을 알고 급히 몸을 돌려 건물 사이로 빠르게 달려갔다.
방어계 능력자인 만큼 남백호를 들쳐 매고 달렸지만, 일반인 보다 빠른 이동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었다.
괴수의 발자국 소리가 방금 전보다 약간 멀어져 있는 상태다. 이 상태라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남백호는 신민배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짝!!
그리고 그대로 신민배의 뺨을 갈겼다.
“이 미친 새끼야! 너 지금 뭐하자는거야!”
“혀, 형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 남백호가 그대로 신민배의 뺨을 후려 갈겼던 것이다. 방어계이기 때문에 뺨의 통증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지만, 맞은 고통 보다 그가 자신을 때렸다는 것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잘 들어! 딴놈 살리자고 네가 죽으려고 하는 짓거리처럼 병신 같은 짓거리는 없는거야. 알겠어? 네놈이 그딴 짓하고 나서 뒈져버리면 살아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 것 같냐? ‘아 정말 민배 너무 멋졌어!’ 이지랄 할 것 같냐? 다들 네가 죽어버리면 그 마음적 고통은 신경도 안쓰는거냐!!”
============================ 작품 후기 ============================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은 한 편만 올리고 좀 쉬어야 겠습니다. 솔직히 피곤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잦은 통증 때문에 시간 나는 월요일에는 무조건 병원 좀 가봐야 겠네요...
내시경을 해야하는지 원...
금요일은 또 약속이 있다보니... 휴...
아무튼 한 편만 올려드릴 수밖에 없는 점 정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오늘은 이만 먼저 물러가보겠습니다. 내일은 좀 더 많은 편수로 여러분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