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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수신 레이라
그런데 그때 홍해가 갈라지듯 본관에서부터 레이라가 서 있는 곳까지 ‘쫙~~!!’ 하고 벌어졌다.
“무슨 일이에요? 오늘 뭐 본관 회의 있는 건가?”
“어머? 특별한 이벤트 같은 걸 준비라도 한거야 오빠?”
두 사람은 바로 신민배와 안젤리나였다.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본관은 낮이다 보니, 밖에서 들어오는 빛의 반사로 두 사람에게 후광이 비칠 정도였다.
안젤리나의 은발 머릿결이 빛을 발한다. 또한 미소지을 때마다 투명한 빛이 피부를 반사 시키고 있다. 큰 키와 잘록한 허리가 돋보이는 그녀.
‘뭐야? 저 사람!!’
그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레이라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외모!
그녀 역시도 나름대로 방송과 연예 활동을 해봤기 때문에 수많은 연예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예인이라 함은 뛰어난 외모가 최우선 되는 것이 당연. 그렇다보니 방송국에서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여자들을 많이 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을 보았어도 안젤리나 같은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이건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신비함과 더불어 매혹적인 느낌이 동시에 든다. 그리고 사람으로 따지면 정말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듯한 아름다운 몸매.
‘져, 졌다…….’
우월주의에 빠진 그녀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한 그녀다.
“누구죠? 이 사람은?”
신민배가 레이라를 보며 물었고, 파로스가 답했다.
“응? 아. 내가 아는 사람이야. 널 보러 온 것 같아. 나처럼.”
“나를? 그런데 다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부길드장님이 막아섰거든요.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말라고요. 그래서 모두가 지금 구경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능력자들이 옆에서 부과 설명을 해주었다.
“그럼 뭐…… 두 분이서 알아서 해결하세요. 저희는 이만.”
그는 남백호와 임창종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안젤리나를 데리고 상층부로 향했다.
“저놈은 자기를 보러 왔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막 가버리냐?”
“그러게요. 아마도 안젤리나의 영향이 크겠죠.”
“하긴…… 안젤리나랑 같이 다니면 주변의 여자들이 뭐로 보일까?”
임창종의 이런 말에 본관에 있던 모든 여자 능력자들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들도 알고 있다. 안젤리나에 비하면 그녀들의 외모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회의실에는 우선 손님이라는 빌미를 통해서 레이라와 백호 길드 1군 전체가 모여 있었다.
회의실은 둥근 탁자 형식이 아닌, 강당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1군 전체가 참석하고도 자리를 많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솔직히 이렇게 막무가내로 능력자들이 백호 길드를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세계 랭킹 1위의 길드입니다. 그에 걸맞게 절차를 중시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파로스 때부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절차와 예의를 중시하기 시작하는 길드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타인들에게 우습게 보이면 안된다는 연유였다.
“그래도 아무나 막 찾아온다기 보다는 대단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잖아요? 그래도 손님 대접 정도는 해주는게 좋다고 봅니다.”
“맞아요. 우리나라에 이름도 없는 능력자도 아니고, 12인에 속하는 인물이 왔는데, 문전박대하는 것도 맞지는 않다고 봅니다.”
“어차피 이들로 인해서 백호 길드가 이슈가 됩니다. 나쁘게 볼 것 까진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많은 능력자들이 각자의 발언을 하고 나섰다.
“파로스. 지금 이 사태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겠어?”
레이라는 지금 현재 파로스의 옆 자리에 앉아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한국말을 할 수가 없는 그녀이기에 파로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보면 몰라? 너를 어떻게 할지 다들 의견을 주고받고 있잖아?”
“뭐? 나, 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 내가 그 정도로 여기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인거야?”
그렇지 않아도 태어나서 인생 처음으로 백호 길드 본관에서 패배라는 쓴맛을 본 그녀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굴욕적인 상황에 대해 서서히 정신이 혼란해지고 있었다.
‘아니야…… 난 대단한 사람이라고! 세상 어디를 가도 다들 나를 취재하고, 나를 모시기 위해서 안달인데! 대체 여기는 왜 이따위야?’
백호 길드가 레이라는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한 백호 길드. 또한 이번에는 파로스까지 합류하면서 대단한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보니, 그것이 서서히 익숙해 진 것이다.
비록 유명하다고 하지만, 그 대단함을 실제로 눈으로 본적도 없으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그들이 알바가 아니다. 다만 인기가 좀 많은 예쁜 능력자? 백호 길드원들이 보기에는 그녀는 고작 그 정도의 수준이다.
그녀에 대한 토론이 만발한 가운데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민배의 입장이었다.
“하하, 솔직히 별다른 생각 없습니다. 버프야 시전해주면 그만이죠?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 큭! 생각해보니 아무렇게나 버프를 시전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건이라도 있어야겠죠?”
신민배는 별 일 아닌 듯 말을 끝마치려다 허벅지가 강하게 꼬집히는 것을 느끼고는 즉시 말을 바꿨다.
안젤리나는 다른 여자를 상대로 아무런 감정이 없을 신민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엄연한 여자. 못생기고 예쁘고를 떠나서 신민배에게 다른 여자가 다가온다는 자체가 싫을 뿐이다.
백호 길드는 이 일을 통해서 많은 의견을 내세웠고, 결국 답은 나왔다.
이번까지만 이런 무책임한 방문에 대한 것을 허용. 그 다음부터는 일정한 절차를 밟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절 방문 허가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신민배의 버프가 좋고, 그의 버프를 받으러 왔다고 하지만, 엄연히 신민배는 세계 랭킹 1위의 길드원. 그렇다보니 길드의 허락을 가장 먼저 구해야하는 부분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백호 길드 건물이 아닌, 신민배 개인에게 먼저 찾아가서 허락을 구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다행이다. 너 비행기 안타게 돼서.”
“거참! 진짜로 고맙네!”
파로스가 비웃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충격과 무시를 동시에 받은 그녀는 이제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다만 이 자리에 있는 백호 길드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자신을 각인 시킬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 이미 그들은 무턱대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레이라가 각인이 되었을 뿐이다.
레이라는 백호 길드와 A급 괴수 사냥에 대한 요구 조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단지 예전의 파로스처럼 그의 버프를 받아 보고 싶을 뿐이다.
당분간 그녀는 파로스의 집에서 생활을 했다.
백호 길드에 가입한 파로스는 한국에 집을 한 채 따로 구했다. 그런데 이것이 집이 아니라,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버린 것이다.
강남에 있는 10층 건물을 통째로 사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건물에 신민배와 함께 살기 위해서 구매를 한 것이었지만, 신민배는 극구 사양하고 말았다. 해서 지금 그의 건물은 잠을 자는 장소 빼고는 거의 텅텅 비어 있는 수준이다.
신민배가 오면 주고 싶었던 10개의 방은 이미 초호화 상태로 꾸며져 있었으며, 최고급 호텔의 프레지던트 룸의 수준이었다.
레이라는 한 동안 B급 괴수와 A급 괴수 의뢰를 맡은 백호 길드를 따라 다니며 견학을 하며 전투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상당히 잘 짜여져 있는데? 대체 이정도로 팀웍을 맞추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거야?’
그녀 역시 세계 랭킹 상위의 길드다. 백호 길드처럼 체계적으로 꾸려져 있는 상위 길드들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그런데 괴수 사냥에 있어서 그들은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느낌이었다.
괴수를 사냥함에 있어서 희생자는 불가치하다. 이것이 바로 능력자들이나 길드들이 생각하는 이치. 허나 백호 길드는 희생자라는 단어를 괴수 사냥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안정되고, 정확도 높은 괴수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B급 괴수 10마리를 잡는 동안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고? 이걸 믿어야 하는거야?’
세계가 선정한 위대한 능력자 12인에 당당히 속하고 있는 그녀. 그녀 역시도 B급 괴수 사냥에는 익숙하다. 또한 A급 괴수의 사냥에도 참가해본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최대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 B급 괴수를 사냥하면서 그들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괴수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게 럭셔리 버프의 능력이라고 보긴 힘들겠어. 어그로를 절대 빼앗기지 않는 길드장도 대단하고, 저 임창종이라는 사람의 지시도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정말 대단한 팀이야.’
누군가에게 감탄하고, 누군가를 칭찬해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 그정도로 백호 길드의 체계가 상당히 잘 꾸려져 있다는 것을 의미 했다.
“어때? 한 번 같이 사냥해 보겠어?”
남백호가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쵸, 춍말휩니까?”
“그래. 며칠 동안 우리 길드를 따라다니면서 딱히 불평도 하지 않았고, 보니까 괴수 사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더군. 좋은 학습 태도지.”
“캄샤합니다!”
그녀 역시도 파로스처럼 한국말을 배우라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조건을 무시할 경우 백호 길드의 사냥은 물론 견학도 허용이 안되는 부분이었기에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파로스 정도는 아니었으나, 짧은 시간 동안 한국말에 조금은 익숙해진 그녀였다.
“자! 지금부터 레이나가 함께 사냥에 참가한다. 그 점 참고하고 모두들 괴수에 대한 안전을 확실히 해라.”
남백호를 바라보는 레이나의 눈빛이 이상했다.
‘괴수를 처리하자! 가 아니라 안전을 확실히 하라니…… 어떤 길드장이 저런 말을 해? 다들 돈에 눈이 멀어 있으면서.’
그녀는 남백호 역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미 그가 보아온 많은 능력자들과 길드장들은 이익을 가장 최우선으로 했다. 해서 괴수 사냥에 있어 ‘안전’이라는 단어는 대다수 길드장들이 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레이나가 들어오고 괴수 사냥이 처음으로 진행 되었다. 신민배의 강화버프가 모든 길드원들에게 시전 된다.
‘오! 진짜 대단한데? 생각했던 것 이상이잖아?’
단지 강화 버프만 받고도 확실하게 능력이 상승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남백호가 괴수의 어그로를 잡자마자 공격계들의 차례가 이루어졌다.
‘공격 타이밍이 상당히 빨라. 대다수는 일정한 시간을 방어계들에게 주는데…… 이게 저 사람의 능력인가?’
계속해서 남백호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그녀.
처음으로 버프를 받고 능력을 사용하는 레이라. 수신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물을 사용하는 능력이다.
그녀가 괴수를 향해 능력을 시전하자, 물줄기가 괴수를 향해 날아갔다.
길쭉한 형태로 한 번씩 뻗어 나가는 그녀의 능력은 다른 수속성 능력자들과는 그 방식이 달랐다.
다른 수속성 능력자의 경우는 대다수 농구공만한 물공을 생각하면 되지만, 그녀는 마치 물기둥이 한번씩 괴수를 향해서 뻗어 나갔던 것이다.
‘확실하게 능력이 뛰어나다 이건가? 저런 물기둥이라면 족히 우리 백호 길드에서 따라갈 자가 없겠군.’
능력이란 그 크기나 운용 방법에서 높은 등급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인다. 긴 물기둥을 날려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 사용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칭찬을 해줄 생각이 없는 남백호.
“고작 그정도야? 수신 레이라라며? 다른 능력 없어?”
“흥! 헐마튼지 히타구요!”
남백호가 자신에게 한 말임을 직감하고는 즉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대단한 두 가지 능력 중 한 가지를 먼저 선보였다.
“워터 렌스!”
기존의 물기둥이 허공에 생성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날아간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형태를 변형하고 있다.
뾰족한 창의 모습으로 갖춘 워터 렌스! 그리고 그 길이만 해도 무려 7~8미터는 되어 보였다. 가공할만한 위력이 이미 그 크기에서부터 여실히 보여졌다.
츄확!!
워터 렌스가 괴수를 향해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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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불편해보이시는 레이나의 한국말은 몇 편 뒤면 사라집니다. 최소한 배우는 중이라는 걸 암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절대... 웃기려고 저렇게 쓴거 아닙니다... 오해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