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00화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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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인식의 차이

두 번 다시는 뉴스 관련 글은 쓰지 않겠습니다. 이거 은근히 대화가 상당히 많다보니 한편을 거의 잡아 먹을 것 같네요.

[네. 여기는 괴수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인 여의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사방은 피로 얼루져 있고, 건물은 여기저기 파괴 되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싱크홀을 통해서 수많은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곳 여의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생존자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말도 마세요. 괴수가 날뛰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어요. 저도 무서워서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죠.]

[듣기로는 능력자들이 빠르게 집합하여 괴수들을 사냥했다고 하던데요?]

[빠르게요? 이미 군대가 먼저 와서 괴수들에게 포격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능력자들은 약간 뒤에 왔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B급 괴수의 처리가 늦었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예. 제가 직접 봤으니까요. B급 괴수를 사냥하는 능력자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도망을 치고 있었어요. 그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가 더욱 컸고요.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백호 길드가 왔는데, 그들은 B급 괴수를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더 낮은 급수의 괴수들만 처리했을 뿐이고요. 마지막에 킹덤 길드가 와서 B급 괴수를 처리하는 것을 봤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촬영 된 그 당시의 상황이 TV화면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인터뷰 영상이 끝나고 이번 상황에 대한 토크가 진행이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사톡톡의 김철휘입니다. 이번 일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실 두 분을 모셨습니다.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비서실장으로 계신 양정훈씨와 지질학자 이성수씨를 모셨습니다.”

두 사람이 가운데를 보며 인사를 했다.

“설마 서울 여의도에 괴수가 출몰 할 줄은 몰랐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일인데요. 지금이야 사태를 종식 시켰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습니까? 괴수 안전 대책 본부에서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양정훈이 입을 열었다.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아무도 짐작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만 사태가 진정되어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능력자들의 괴수 대책이 너무 늦었다고들 하던데 그 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괴수가 나타난 이후 빠른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능력자들에게는 강제적일 수가 없는 부분이기에 결정은 그들 스스로가 하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사회자가 약간 놀란 듯 입을 연다.

“예?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소집을 받은 능력자가 갈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소리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능력자들도 엄연한 국민에 불과합니다. 군인도 아닌 그들에게 강제성을 둘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능력자가 되면 나라에서 일정한 연금이 나가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따지면 연금은 왜 주는 겁니까?”

“능력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입니다. 혜택이 적은 나라에는 능력자가 생활하려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시대에 귀화를 한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아닌 대다수가 능력자입니다. 아시다시피 능력자 한명이 귀한 이때, 그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 당연히 귀화를 생각해보겠죠.”

“그러면 연금은 받을대로 받고 귀화하는 것은요? 그런 능력자는 없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다만 아주 소수일 뿐이지요.”

김철휘 사회자는 약간 황당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능력자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지 말라고 주는 뇌물 같은 것이군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비서실장 양정훈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듣기로는 이번에 백호 길드가 B급 괴수를 잡지 않고 킹덤 길드가 잡았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시다시피 백호 길드는 B급 전문 괴수 팀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을 하지 않고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죠.”

“그것도 돈 때문인가요?”

“물론 그렇습니다. 길드 자체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죠.”

“그렇군요…… 나라의 수도가 위험한 상황에서 해외 원정이라니……그럼 이 소식을 듣고 바로 올 수 있었던 건 아닙니까?”

“물론 그럴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쯤에는 어떻게 해서든 B급 괴수는 처리 되었겠죠.”

백호 길드에 있어서는 상당히 큰 타격을 안겨주는 대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사회자는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아한 점이요. 우리나라에도 B급 괴수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왜 백호 길드는 다른 나라의 의뢰만 받는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문제는……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크다고 봅니다.”

“금전이요? 결국은 돈 때문에 다른 나라로 원정을 간다는 겁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지급되는 돈은 한정이 되어 있는데, 그것이 괴수 의뢰비용으로 나간다면 재정이 힘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한때 아레스 길드에 600억을 주고 괴수 5마리를 의뢰했다고 들었는데, 백호 길드는 더 큰 돈을 요구했나보군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결국 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말을 끊었다. 만약 금전에 대한 일을 이 자리에서 말하게 된다면 괴수 안전 대책 본부는 이날 부로 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시켜서 하긴 한다만 정말 짜증나는군.’

양정훈은 괴수 안전 대책 본부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비서실장인 자신에게 권한이 크게 없다. 모든 일의 대다수는 수장의 허가가 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모든 일이 다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그렇게 되었을 때,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지금은 지시하는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문제는 이쯤 하도록 하고요. 다음은 지질학자 이성수씨께 물어보고 싶은데요. 싱크홀이라는게 제가 알기로 요즘에 좀 변질이 되어서 싱크홀이 생기면 괴수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이게 맞는 말입니까?”

“네. 현재 밝혀진 바로는 괴수가 지하에 수많은 터널을 뚫어 놓은 상태입니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지요.”

“그런데 왜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정부도 모르고 있는 문제입니까?”

“정부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터널을 조사하는데 있어서 그 위험성이 너무 높아서 정부에서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손을 안대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위험하다고 결국 정부에서 방치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요?”

“저도 그 부분이 의아합니다. 어찌했던 터널은 막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인데, 정부에서 터널을 막지 않고 있다는거죠. 재정이 얼마가 들었던 간에 터널을 막지 않고 그대로 둔 다면 제 2의 여의도 사건이 일어나고 우호죽순으로 터널이 뚫리게 될 겁니다.”

“결국 아주 위험한 일을 자초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세 사람의 대화는 대한민국을 크게 들썩이게 만들었다. 방송이 나간 후, 백호 길드에는 수많은 전화가 또다시 쇄도 했다. 대다수 비난과 욕설로 인한 전화들이었다.

시민들은 터널을 막으라는 촛불 시위까지 벌이기 시작했고, 점차 군중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엔 천 명 정도의 일반인들이 시위를 했지만, 이후에는 이 천명으로 늘면서 도로 행진 시위를 벌였다. 추후에는 사천 명 이상이 생기면서 정부는 급기야 기자 회견을 통해서 터널을 막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말이었을 뿐, 터널은 겨우 2개 정도 입구만 흙으로 덮는 수준에 그쳤다. 모든 정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던 국민들은 단지 정부의 쇼 행각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다음 타켓은 백호 길드가 되었다.

“국민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고 돈에만 눈이 먼 백호 길드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괴수를 쓰러뜨릴 능력이 있으면서 괴수를 잡지 아니하고, 방치만하는 백호 길드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백호 길드 건물 앞에 약 300명 정도의 시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백호 건물의 여기저기에는 낙서와 쓰레기로 가득한지 오래였다.

뉴스와 함께 백호 길드에 비난이 쏟아진지 일주일이 흘렀다. 그 안에 백호 길드는 귀국을 했으며, 현재 회의실에는 단 세 사람만이 존재했다.

“야, 왜 아무말을 안하냐?”

“제 잘못입니다.”

“뭐가 네 잘못이라는거냐?”

“가급적이면 정부와 타협을 했었어야 했습니다.”

임창종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부길드장으로써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백호 길드의 이미지가 상승함에 따라 이러한 부분은 간과해버렸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네탓이냐? 뭣도 모르고 떠드는 저놈들이랑 선동을 당한 바보 같은 놈들 탓이지.”

“제가 정부와 타협을 하고 B급 괴수에 대한 의뢰를 맡아볼까 합니다.”

“미쳤냐?”

남백호가 그를 매섭게 노려본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 놈들이 돈이 아깝다고 이딴 수작이나 부리고 있어. 그런데 왜 우리가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하냐?”

“하지만…… 이대로는 백호 길드의 이미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 겁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길드원들 중 2군의 일부와 3군의 상당수가 동요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탈퇴 의견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 그래? 야, 하나만 딱 짤라서 말해줄게. 달면 쓰고, 쓰면 뱉고하는 그놈들까지 우리가 신경 써줘야하냐?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는 하는 놈들로 받아야 할 거 아니냐? 동요하고 다른 길드원까지 구슬리는 놈들 있으면 다들 짤라버려.”

“그렇게 되면 반발은 오히려 더 심할겁니다.”

“됐어. 신경 꺼. 한두놈 신경 쓰다보면 결국 전체가 흔들려. 썩은 살은 도려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심장까지 파고든다.”

백호 길드가 이정도로 흔들리는데는 신입으로 들어온 길드원들의 파장이 컸다.

길드에서 오래 생활했던 길드원들은 백호 길드가 얼마나 능력자를 배려하는지 알고 있지만, 신입들은 그런 배려를 얼마 받아보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하물며 사회의 무리를 일으키고 있는 주범이 백호 길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이들까지 남백호는 감싸줄 생각이 없었다.

“우리도 기자 회견 한 번해야지?”

“예? 하지만 이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도 모릅니다.”

“괜찮아. 기름 가득 부어버려서 활활 타오를 때, 캠프파이어 한 번하지 뭐.”

“예???”

임창종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백호에게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자처하려 하는 것이었다.

“기자 회견 하기 전에 1군 전원 모이라고 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뭔가 중요한 문제가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올 듯 보였고, 남백호는 대충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을 하는 눈빛 이었다.

“미안하다. 조용한 날이 없어서.”

“신경쓰지마세요. 길드장인 형님이 그렇게 힘없는 말을 해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당당해 지십시오. 세상 모두가 백호 길드를 비난하더라도 저만큼은 형님을 믿을 테니까요.”

“믿기는 개뿔! 닭살 돋는다. 인마.”

눈썹은 찡그려져 있지만, 입 꼬리가 올라가있다. 민배의 말이 싫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이건 그냥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여러분은 지금 글과 같이 군인이 따로 있고 능력자가 있다고 가정 하에, 대우는 지금과 같이 능력자 연금(다른 나라 가지말라고 주는 뇌물 같은 것)이 약간 나오는 상황에서 강제 소집 명령을 내리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의무적으로 가야할까요? 그도 아니면 애국심을 발휘해서 시민을 지킨다는 생각을 할까요?

이건 그냥 글쓰는 입장에서 독자님들은 저런 상황에 ‘내가 능력자였다면’이라고 하는 가정으로 한 말씀들 해주시거나, 그게 아니면 일반적인 시민인 상태로 간단한 말씀 좀 부탁드려 볼게요.

P.S 드디어... 100편을 찍었습니다...^__^ 15일이 되면 글 올린지 한 달이 되네요... 그때까지 4권 분량은 좀 넘길 수 있을 듯... 힘내야지... 기다리는 독자님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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