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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인식의 차이
쾅! 쾅!
“더 확실하게 밀어!”
“예!!”
남백호가 백호 길드원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방패를 든 길드원 세 명은 남백호를 힘차게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큰 미동이 없는 남백호.
누가 뭐래도 백호 길드 최고의 방어계다. 어중간한 능력으로는 남백호를 대다수가 당해낼 수 없다.
사실 남백호는 요즘들어 따분함을 느끼고 있다. 괴수 사냥은 계속해서 진행을 하고 있지만, 뭔가 짜릿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위험만을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괴수 사냥은 즐거웠지만, 요즘 들어 그런 것들에 대한 것이 많이 나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제길! 이대로는 안되겠어!’
백호 길드원들의 훈련을 봐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따분함을 달래기 위함이다. 하지만 세 명의 능력자를 동시에 상대하는데도 따분함이 달래지지가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신민배가 그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곁으로 간 남백호가 은근슬쩍 물었다.
“요즘 바빠?”
“네? 갑자기 그런 말씀은 왜 물으시는데요?”
“아니…… 뭐 그냥 너랑 같이 사냥해보고 싶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며 뒷짐을 지고 자신의 발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형적인 할 말이 있는 사람의 행동이다.
백호 길드는 몇 개월 동안 1군이 두 배로 늘었다. 괴수 사냥을 진행하면 1군만 해도 세 개 정도의 팀을 짤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민배의 경우는 1군의 세 개 팀을 돌아가면서 진행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남백호는 예전 신민배와 함께 했던 시간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요즘 들어 따분함을 극도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 심심해서 그러시죠?”
“응? 심심은 무슨…… 그냥 세월 가는게 아쉬워서 그러지.”
“하하, 그럼 같이 국내 괴수 사냥이라도 가시겠어요? 2군이나 3군으로 몇 팀짜서 저희끼리 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 그럴까?”
남백호의 표정이 환해졌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부모님이 장난감을 사준다는 소리를 들은 표정 같다.
“음!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훈련 끝내고 올게.”
“예?”
“왜? 팀짜서 가자며?”
“지금 가시게요? 전 내일이나 시간 될 때 가려고 했었는데요?”
“왜? 지금 시간 없어?”
“아뇨. 그렇지는 않고요.”
“그럼 바로가자고.”
현재 시간이 오전 11시다. 괴수 사냥을 위해서 이것저것 빠르게 준비한다고 가정해도 사냥터까지 도착을 하게 되면 오후 1~2시는 될테고, 사냥하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백호에게 있어서 사냥하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와 어떤 사냥을 하느냐가 중요할 뿐.
그런데 둘의 대화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훈련장 밖의 복도에는 두 사람 밖에 없었다. 하지만 CCTV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호……?”
다름 아닌 임창종이다. 요즘 들어 임창종 역시도 남백호와 별반 다른 것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류를 들여다보는 것은 따분할 뿐이었고, A급 괴수를 잡았던 그때 당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대화는 그에게 자극을 주긴 충분했다.
CCTV의 화면을 끄고 문을 열고 나가는 임창종.
“아 진짜! 그만 좀 몰고 오라구요!! 나도 쉬면서 치유 좀 하잔 말입니다!!”
“크하하하! 그래. 좋아! 바로 이거야! 아하하하하!!”
2시간 정도를 걸쳐 그들은 C급 괴수까지 잡을 수 있는 2군 두 팀과 함께 사냥터에 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임창종의 괴로움은 시작이었다.
괴수 사냥 시작 후 30분이 지났다. 그런데 30분 만에 임창종의 정신력이 거의 고갈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남백호가 4마리의 C급 괴수를 상대로 탱킹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큭! 크큭……!”
괴수를 노려보는 남백호의 눈빛이 살아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이.
“뭣들 해! 공격하라고! 날 죽일 셈이야?”
이런 남백호의 모습에 2군 공격계들은 잠시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내 그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쿠앙~! 쾅쾅~!
2군들은 민배의 버프의 효과를 제대로 맛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환희’의 표정이 엿보였다.
“킥킥! 괴수 사냥은 이래야 맛이지!”
연신 여기저기서 괴수들이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방패로 방어를 하고는 있지만, 네 마리나 되는 괴수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순 없었다. 또한 녀석들이 한 대씩만 골고루 방패를 친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두 세 걸음을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C급 괴수들의 중첩 공격은 상당히 위력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텅! 텅!!
C급 괴수들이 미친 듯이 남백호를 공격한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신민배는 치유를 하고 있는 임창종과 남백호의 표정을 바라본다.
‘안되겠군.’
현재 임창종은 미친 듯한 정신력 소모로 인해서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으며, 남백호 역시도 이를 악물고는 있지만 자칫하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어 보였다.
민배는 남백호를 향해서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보호……!”
“안돼! 하지마!”
보호막과 철벽 방어를 동시에 시전하려고 하자, 남백호가 소리만 듣고 제지를 시켰다.
“어차피 다른 치유계들이 있어. 신경 안써도 돼!”
마치 자신을 극한까지 몰고 가려는 듯 보인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시는 거지?’
민배는 남백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그와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요즘 들어 자신의 몸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확실하게 눈에 보일 정도다.
‘자신을 극복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남백호의 현재 상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실 남백호는 지금 너무나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 자체가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서 극한의 상황까지 자신을 몰고 가며 능력을 상승 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성이라는 것은 능력자의 운이 가장 우선시 되는 요인이었다. 일반적인 능력 상승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상승 할 수 있지만, 각성은 틀렸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에 남백호는 지금 간절하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은 이루어지려 하고 있었다.
쿠쾅!!
“윽!!”
남백호의 방패가 옆으로 꺾였다. 괴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방패가 옆으로 치워진 상황에서 몸통이 괴수와 직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해요!! 보호막!!”
신민배가 그 모습을 보며 급히 보호막을 외쳤다. 하지만 그가 외치는 말보다 괴수의 행동들이 빨랐다.
동시에 남백호의 가슴을 가격한 괴수들.
콰직!
뭔가 강하게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백호가 착용하고 있는 A급 방어구가 갈라진 것이 눈에 보인다.
“쿨럭!”
괴수의 힘에 의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남백호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시자 임창종이 큰소리로 외친다.
“다들 집중 힐을 하세요!!”
방어계라면 이런 모습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남백호라는 것에 임창종의 가슴까지 두근거리고 있었다. 해서 그에게 집중적인 힐을 시전 했다.
치유가 계속되자 남백호가 빠르게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고, 방패를 들어 괴수들의 공격을 막았다.
“돌진! 정신일도!”
지금은 남백호의 치유와 괴수들이 남백호가 회복할 동안 그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
해서 두 가지 버프를 동시에 시전하여 남백호와 공격계들이 조금 더 빠른 상황을 정리할 수 있게 만든 신민배였다.
그런데 남백호의 상태가 이상하다. 치유를 해서 몸의 상태가 회복이 되었을 텐데 아직까지도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뭣들해요! 어서 길드장님을 보호 하세요!”
함께 온 2군 방어계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지만, 4마리의 괴수를 상대로 그들이 어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남백호. 그리고 급기야 방패를 땅에 놓고 괴수의 몸통에 그대로 얼굴을 파묻었다.
“젠장! 철벽 방어!!”
이미 남백호는 정신을 잃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콰악!
괴수가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남백호에게 그대로 앞발을 휘둘렀다. 정면으로 맞은 남백호는 미동이 없었다.
“다들 빨리 길드장님을 보호하세요! 그러니까 왜 이렇게 갑자기 4마리나 끌고 와서는!!”
임창종은 정신력이 거의 바닥인 상황에서도 남백호의 모습을 직시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시선을 돌린다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명의 방어계들이 각기 두 마리씩 C급 괴수를 맡아서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들에게는 상당히 역부족이다.
그때 괴수 하나가 공격계들을 바라보았다.
“어그로가 튀었어요!! 다들 피하세요!”
C급 괴수 한 마리라면 방어계를 제외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크르르르!”
괴수는 즉시 고개를 돌리고 한쪽에 떨어져 있는 공격계들에게 눈을 돌렸다.
“피, 피해요!”
임창종 역시도 그것을 확인하고는 즉시 그들에게 외쳤다.
그런데 그때 괴수에게 한방 맞고 정신을 잃고 있었던 남백호가 천천히 두 다리로 자신을 지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격계들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괴수를 보며 말했다.
“어딜가…… 이리와!”
“크르르르……!”
무슨 일일까? 공격계들에게 금방이라도 달려 갈 것 같던 괴수가 남백호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게 무슨!”
콰쾅!!
방패를 들어 괴수의 머리를 힘차게 내려친다.
“날 보라구 이자식들아!! 날 보란 말이야!”
남백호의 상태는 지금까지 계속 보아온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C급 괴수 네 마리의 어그로를 순식간에 자신에게로 모두 돌리고 녀석들을 상대로 방어와 더불어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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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코멘트에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추리는 있었으나, 역시나 정답은 아니었네요... 솔직히 코멘트를 보고 많이 놀랬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의 것들을 마구 추리하시다보니... 이런 분들 모아서 글을 쓰면 참... 글이 재미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