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96화 (9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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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녀

“헉? 저거 광역 치유예요?”

“저도 처음 봅니다만…….”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 임창종이 그 장면을 보고 눈이 동그래질 정도였다. 같은 치유계로써 광역 치유를 시전하는 성녀 베르나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군요. 괜히 성녀 베르나가 아니었습니다. 저 정도의 넓은 광역을 시전하고도 흔들림 없는 저 자세라면…… 정신력도 상당하다는 소릴텐데…….”

한순간 성녀 베르나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임창종도 열심히 치유를 하기 시작했다.

성녀 베르나의 경우 치유계에서 특화 된 능력자로, 개인에 대한 치유 능력이 다른 이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 또한 그런 치유량을 조금만 줄이는 상황에서 광역 치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물며 세계를 통털어 이 정도로 많은 인원에게 광역 치유를 할 수 있는 능력자는 그녀가 유일했다.

‘역시 세상에는 대단한 능력자는 얼마든지 있구나…… 궁금하네. 다른 능력자들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

지금까지 많은 칭찬만 받아왔던 신민배. 그러나 다른 이의 능력을 보고 감탄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괴수 사냥은 무리 없이 끝이 났다. 신성 길드는 백호 길드의 신민배에게 찬사와 함께 백호 길드 전원을 추켜세우는 입담을 빼놓지 않았다.

영국에서의 모든 일정은 마쳤다.

영국 총리는 수고한 백호 길드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 파티를 열었다. 그 파티에는 영국의 정부 인사들과 자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길드장들과 그 관계자들을 초대했고, 백호 길드원 전원이 그곳에 참석하게 되었다.

파티에 대한 예복까지 영국 정부에서 마련하게 되었고, 모두는 복장을 갖춰입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하하, 태어나서 이런 파티 복까지 다 입어보네.”

“난 나비 넥타이가 영 어색한데?”

“전 이 드레스 좀 봐요. 허리 진짜 심하게 조여!”

난생 처음 입어보는 예복에 모두는 이런저런 평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기분 좋은 미소를 하고 있었다.

파티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인사들이 백호 길드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총리의 곁으로 베르나가 서 있었다.

총리는 그런 베르나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정도면 충분히 대우를 해준거겠지?”

“물론이죠. 이번 행동으로 인해서 영국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자와 손을 잡았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일이 차후에 얼마나 중대한 일이었는지도 느끼실거예요.”

그에 총리는 잔에 들려 있던 와인을 한 숨음 삼키며 말했다.

“신탁이라서 이정도로 한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동양 원숭이에게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으니까.”

“재미있네요. 그래도 이 일이 당신을 계속 총리 자리에 앉혀 놓을 수 있으니까 당신에게 손해는 없는 일이지요.”

“물론! 이 자리만 유지할 수 있다면!”

총리는 베르나를 보며 다시 한 번 잔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한 목음을 마셨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다.

“멍청한 사람…… 영원한 자리는 없는 법인데…….”

그녀는 뒤돌아가는 총리를 보며 그저 안타까운 눈빛을 할 뿐이다.

그녀에게 내려진 신탁.

그것은 영국의 멸망을 초래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유일하게 막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신민배.

애초에 신탁이 처음 내려졌을 때부터 베르나와 총리는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물론 총리는 영국의 총리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수법에 불과했다.

만약 영국이 멸망할 정도의 엄청난 일이 터지고, 그것을 해결한다면? 그의 지지도는 급상승 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당연히 다음 총리 역시도 굳건히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는 문제였다.

총리 캐마린과는 다르게 베르나는 다른 이유로 신민배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신민배와 현재는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더 두고 그와의 만남을 다시 할 생각으로 그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백호 길드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그들에게 파티는 딱히 즐겁지는 않다. 다만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체험해보는 정도랄까?

그들은 차라리 바비큐를 굽고 소주를 한잔하는 것이 더욱 즐겁다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알파소가 신민배에게 다가왔다.

“파티는 만족하십니까?”

통역사 한 명을 불러와 신민배에게 묻는 알파소.

“네? 아…… 뭐 그냥 그렇습니다. 이런 파티는 난생 처음이라 좋고, 싫고가 없네요. 단지 신기할 뿐입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옆에 계신분은……?”

알파소가 매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안젤리나를 본다. 예전 괴수 사냥 때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여성으로 외모가 너무나 뛰어났기에 잊어 먹을래야 그럴 수가 없을 정도다.

“제 애인입니다. 안젤리나라고 하지요. 안젤리나?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안젤리나라고 합니다.”

신민배의 말을 듣고 알파소가 깜짝 놀랐다.

“오?!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외국분을 애인으로 삼으셨습니까? 또한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하십니다. 유럽계 분이 아니신가요?”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것은 알파소도 마찬가지였다.

“아뇨. 혼혈입니다. 러시아계이고요. 어릴때부터 한국에 자라서요. 더군다나 국적도 한국인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이거 실례를 범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호호, 아니에요.”

안젤리나는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도 상당히 황홀할 정도다.

그녀의 애인인 신민배가 황홀할 정도이니 알파소는 오죽 하겠는가?

안젤리나는 그런 알파소를 보며 한 마디 했다.

“하지만 성녀 베르나씨도 상당히 아름다운 분인걸요? 많은 남자들의 대쉬가 끊이지 않을 듯 한데?”

안젤리나는 고의적으로 떠보았다. 그녀에게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 애인요? 하하…… 이제 12살인 그녀입니다. 애인을 만들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요.”

“예에? 12살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하…… 다들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신민배는 황당해하며 멀리 있는 베르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미쳤어! 저게 어딜봐서 12살이야! 누가 봐도 성인이잖아!!’

베르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외모의 12살이다. 누가봐도 성인이 분명했으며, 하물며 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임창종까지 그녀가 12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신성 길드의 계약서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 영국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나이를 모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알파소의 말에 안젤리나도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신민배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오빠, 솔직히 너무 겉늙었어요. 그쵸?”

“응? 어…….”

신민배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 그와 손을 잡고 그를 쓰다듬었던 그때의 기억.

‘으악!!! 범죄야 범죄! 이건 해도해도 너무 했어!’

시란도 십대의 여성이다. 하지만 엄연히 같이 살고 있는 동생이다보니 범죄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베르나의 경우는 범죄라고 생각이 충분히 들만큼의 나이 였다.

‘와…… 이거 조심해야겠네. 자칫하다가는 신성 길드원들한테 몰매 맞아 죽을지도.’

신성 길드원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나, 유럽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성인의 처벌은 매우 극심하다. 하물며 미성년자에 의한 처벌로 감옥을 가게 되는 경우 죄수들 조차도 경멸하는 것은 물론 아무도 모르게 칼에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도 많다.

‘두렵다. 설마 12살 꼬마 아이가 이렇게 두려울 줄이야…… 근데 대체 쟤는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런 행동을 한거였어?’

사실 기회가 되면 베르나의 행동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조차 꺼내는 것이 꺼림칙하여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베르나는 먼 거리에서 계속해서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다음날 신성 길드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앞으로 백호 길드와 신성 길드는 서로가 필요한 시기에 도우며 친우처럼 지내게 될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타려는 신민배를 향해 베르나가 손을 흔들었다.

‘어이쿠! 얼른 들어가야지!’

그런 모습을 못 본척하며 그대로 비행기 안으로 들어섰다.

신민배의 모습이 사라지고 베르나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괜찮아…… 나중에 또 만나게 될테니까…….’

그녀는 이미 신탁으로 인해서 신민배와의 미래를 내다보았다. 하지만 그 미래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발설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신민배에게도 전해줄 수가 없었다.

“이야~! 재밌었지?”

남백호가 비행기 안에 있는 길드원들을 보며 물었다.

“예!!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돈까지 벌다니 정말 기분 좋네요.”

“역시 유럽이 짱이에요! 다음에 또 와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능력자 중 호주를 제외한 해외를 다녀온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유럽에 대한 환상은 상당했으며,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제 우리들은 해외 원정만 뛰게 될거다. 그러니까 앞으로 괴수 의뢰가 끝나고나면 꼭 그 나라에서 5일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지!”

“아싸! 길드장님 최고!”

“역시 우리 길드장님!!”

“약속이에요. 길드장님~!”

길드원들이 비행기가 떠나갈 듯 외치고 있었다. 기내 매너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단! 조건이 있다. 부상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시에는 휴가 따윈 없이 바로 귀국을 한다. 아픈 사람 놔두고 놀고 싶은 마음은 없잖아? 안그래?”

알겠습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크게 답을 했다. 신민배 역시도 안젤리나와는 호주를 제외한 첫 해외에서 데이트를 즐겨 보았기에 다음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한국에 도착한 길드원들에게 또다시 취재진의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이번 원정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간단한 귀국 인터뷰만을 하고 모두는 각자의 집으로 갔다.

시란과 함께 차에 탄 민배가 말했다.

“시란아. 너 무기 바꿔야 하지 않아?”

“바꿔야하긴 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검을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그 검은 자신의 부모님이 능력자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사주신 검이다. 해서 그 애착이 남달랐다. 하지만 이 검을 계속해서 사용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공격계라면 모름지기 확실한 데미지를 괴수에게 입히는 것이 목표다. 좋은 검이라면 그만큼의 데미지를 괴수에게 안겨줄 수가 있었다.

“검에 대한 애착이 많나봐?”

“아무래도 부모님이 사주신 검이라…….”

“그렇구나…….”

신민배는 시란이 지니고 있는 검을 꽤 오랫동안 보아왔다. 사용할 만큼 했으며, 그렇게 비싼 검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데군데 이빨이 나간 것도 보였다.

그래도 나름 4등급의 시란이 쓰기에는 형편없다는 말로 못 박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신민배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검을 바꾸고 싶을 때 말해. 오빠가 근사한 걸로 하나 선물해줄테니까.”

“정말요?”

“그래. 돈 걱정은 하지마. 이래봬도 우리나라 능력자 중에서는 내가 제일 돈을 많이버니까.”

“호호, 알겠어요. 오빠…… 그럼 오늘 검을 사주세요.”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실 그 검만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시은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기억에 억매일 수는 없는 법.

“그럴까?”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돌려 명품 대장간으로 향했다. 한때 시현과 검을 골랐던 곳이다.

층을 이동하고 매장을 둘러보면서 신민배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두리 번 거렸다. 아마도 그 당시 현민주가 이곳에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자... 비곡검의 등장입니다.

이름부터 심상치가 않지요? 한자를 섞어서 넣으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한글로 대체 했습니다. 그 점 양해 바랍니다.

비곡검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걸 적을까 말까...?

본문 연재가 우선이냐... 비곡검의 에피소드가 먼저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때 누군가 작가의 손을 ‘콱!’ 잡았다.

“이새퀴! 이제 보니 누굴 개호구로 아나? 지금 이거 구라 아니여?”

“무슨 헛소리야?”

“시방 지금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것이여? 너는 독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히로인을 만들어냈어. 하지만 시은이는 뒈져버렸어. 그리고 시현이 여친도 뒈져버렸어. 그런데 뜬금 없이 비곡검 에피소드? 지금 장난치냐? 독자들아. 오함마가져와야 쓰것다!”

“하...씨파... 증거 있어?”

“증거? 독자들 눈까리가 증거다. 1편부터 지금까지 다시 쭉 한 번 훑어봐? 니가 어떤 구라를 쳤는지?”

“쥐드래곤이 대마 펴놓고 말보루 폈다는 헛소리 하고 있네! 내가 진짜 에피소드라는데 연참과 보너스 한편을 더 걸지! 넌 뭘 걸래?”

“하? 이 좃만한 새끼보소? 그래. 그럼 나는 니가 완결 쓸 때까지 군소리 안하고 계속 너의 애독자가 될 것이여! 자 까보실까나? 따라라라리리리리리~? 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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