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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녀
일주일이 지난 아침. 호텔은 백호 길드원들의 사냥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길드원들이 아닌, 지원조로 온 일반인들만 분주했던 것이다.
“이번 괴수 사냥은 정말 편하긴한데…… 부담이 될 정도네.”
“그러게요. 하하…… 특별한 대우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길드원들은 극진한 대접에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고 있었고, 웬만한 건 스스로가 직접 할 정도가 되었다.
신성 길드에서 연합 인원으로 지원한 능력자들은 총 100명이다. 신성 길드의 능력자 수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되는 수준이지만, 그들 100명이 백호 길드로 따진다면 1군에 속하는 능력자였다.
또한 등급들도 대다수가 4등급 이상으로 신성 길드에서 가장 강력한 팀웍을 자랑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모두가 하나 같이 백색의 방어구로 통일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하얗게 만든 방어구로 보였다.
“출발하죠.”
신성 길드와 백호 길드가 모두 탑승하자, 능력자들을 태운 차들이 속속들이 출발을 했다. 현재 가장 먼저 갈 곳은 C급 괴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쉽게 애드가 나는 곳이었다.
애드라는 것은 괴수를 잡고 있는 도중 다른 괴수가 들이닥치는 것을 뜻하는데, 지금 가는 장소가 그럴 확률이 매우 높은 곳으로써 많은 팀들이 동시에 그곳을 가지 않는 이상 일반팀들은 그곳을 약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C급 괴수 한 마리 이상이 덮치게되면 보통 능력자들로써는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은 영국의 유명한 스톤헨지가 있는 관광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괴수의 출몰로 인해서 스톤헨지는 관광지에서 제외 된지가 오래 였으며,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많은 능력자를 투입하고 있지만, 좀처럼 스톤헨지 근처의 괴수들이 줄어들지를 않고 있었다. 해서 이번에 백호 길드와 더불어 그곳의 괴수들을 일망타진을 고려하고 있다.
능력자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가운데, 성녀를 태운 차는 개인적으로 운용되고 있었기에 신민배와 마주칠 일이 없었다.
‘아…… 어제 황당한 짓만 안했어도 물어 볼 것들이 많았는데…….’
워낙 어이가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조차도 잊어버린 신민배였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차차 물어보면 되겠지. 근데 나중에도 또 그 짓을 하면…… 그냥 안봐! 궁금증이고 나발이고.’
그는 아직까지도 베르나가 했던 행동과 말들에 대한 거부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스톤헨지 근처에 도착한 능력자들은 모두 하차를 서둘렀고, 입구에서부터 괴수 사냥을 시작해 나갔다.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팀은 모두가 짜여져 있는 상태. 그것은 백호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C급 이상 괴수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그들은 팀을 나누어 괴수를 사냥했다.
여기저기 많은 괴수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긴 뭐…… 괴수 천국이야?”
들판에 괴수가 마치 소가 풀을 뜯을 때처럼 넓게 퍼져 있다.
100명이 넘는 능력자들은 각자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크흐흐! 여기 정말 사냥하기 좋은 장소로군?”
남백호가 괴수를 보며 음산하게 웃기 시작한다. 이렇게 넓게 포진되어 있는 괴수들의 장면을 처음 보기 때문이다.
그가 괴수에게 달려들었고, 즉시 C급 괴수와 몸싸움을 시작한다. 요즘들어 점차 괴수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닌, 부딪히는 현상이 꽤나 늘어난 남백호다.
신민배는 주변에 있는 괴수들 전체에게 생명력 약화 디버프를 시전했다. 한 마리를 적용시키는데 정신력 400을 소모하는 능력이다. 눈에 보이는 괴수만 하더라도 족히 10마리는 넘으며 이미 신성 길드와 백호 길드원들이 괴수를 잡고 있었다.
“헉?”
순간적으로 빠져나간 정신력으로 인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헛바람을 삼키는 신민배.
“오빠.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때 시란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응. 그래 주겠어? 워낙 많은 인원들이라…… 현재의 정신력으로는 택도 없네.”
“그래요! 걱정 마세요.”
각성을 한 후 시란 역시도 실력이 꽤나 늘어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C급 괴수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검이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신민배를 향해서 쏜다.
푸른 기운을 통해서 정신력이 회복되는 기분은 상당히 산뜻하다. 그래서인지 신민배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고마워!”
“별말씀!”
그녀는 쉬지 않고 괴수를 공격하고 검에 푸른 기운을 계속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시란이는 검이 예전 그대로구나…… 한국 돌아가면 검 하나를 사줘야겠네. 이렇게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데 말이야…….’
그는 회복 된 정신력으로 가장 먼저 백호 길드원들에게 강화 버프를 모두 시전 해 주었다. 그리고 여유가 될 때마다 신성 길드원들에게도 버프를 시전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워낙 많은 인원이라 모두에게 한꺼번에 걸어 줄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버프를 받은 능력자들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12인에 뽑힌 인물이라고 해서 대단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였어?”
단지 강화버프 3개만을 부여 받은 능력자가 한 말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다른 보조계가 시전했던 버프와는 차원이 틀릴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군. 나머지 버프들도 좀 받아보고 싶어지는데? A급 괴수 때 호주 능력자들이 난리가 났다지?”
“나도 들었어. 정말 엄청난 효율을 보인다고 하던데?”
그들은 모두가 신민배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역시 너는 이곳에서도 인기가 많냐?”
“하하? 버프가 도움 되니까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인기가 있는게 아니라, 버프가 인기가 좋은거겠죠.”
“무슨 개소리냐 그게? 네가 버프를 넣는 거니까 당연히 네가 인기가 많은거지.”
남백호는 즐거운 마음으로 괴수를 방어하고 있었다. 신민배는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드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스톤 헨지 주변에 괴수들은 상당히 넓게 포진이 되어 있다. 해서 하루만에 그곳을 괴수로부터 탈환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괴수가 나오는 터널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그것에서 이틀 간 괴수를 사냥 하던 중, 스톤헨지와 대략 1키로 미터 이상 떨어진 숲에서 싱크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싱크홀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B급 괴수가 드나들지는 않을 듯 보였지만, 이곳을 다시 관광지로 만드려면 이 싱크홀을 파괴해야만 했다.
이것은 군부가 해결 할 것이기 때문에 삼일 째에 다시 한 번 이곳으로 방문했고, 능력자들의 엄호를 통해 터널의 대략 3키로미터 정도까지 들어가서 그곳을 폭파했다.
스톤헨지 주변의 땅이 크게 들썩이며 ‘쑥’하고 땅이 꺼진 곳도 존재했으나, 더 이상 괴수가 스톤 헨지 쪽에서는 발견할 수 없을 듯 보였다.
“생각보다 대규모 레이드도 해볼만하군요.”
“야야, 그런 말 쉽게하지마라. 이런 C급 괴수라면 우리나라도 충분히 가능해. 문제는 사냥 진행하다가 B급 이상이라도 나오면 골치가 아파져서 그러는거야.”
“하지만 B급이 그렇게 많이 포진 되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신민배의 말에 남백호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휴…… 네 말처럼 쉽게 되면 좋겠지만, 현재로써는 우리들 말고는 B급 괴수를 상대로 피해 없이 잡는 길드는 매우 드물어.”
신민배도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러한 일을 진행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행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리고 너도 봤다시피 영국은 능력자에 대한 대우가 상당히 좋아.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틀려. 너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알게 될거야.”
남백호는 정부라는 족속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마찰을 빚은 상태이며,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거의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지시대로 해야하는 것은 사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베르나였다.
사냥이 진행되는 동안 3일 동안 베르나는 멀리서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다. 그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때가 아냐.’
그러나 무엇이 그녀를 만류하는지 첫날 이후 신민배의 근처로 다가가지 않는 그녀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손을 꼭 쥐었다.
“오늘이에요. 백호 길드장에게 전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베르나의 말을 듣고 알파소가 백호 길드를 찾았다. 또다시 세 사람과 마주한 알파소.
“이제 원정의 막바지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B급 괴수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음…….”
어차피 이미 정해져 있는 원정이다. B급 괴수에 대한 부분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냥 날에 대해서는 신성 길드가 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의 결정이 떨어지고, 드디어 B급 괴수 사냥을 나서게 되는 백호 길드와 신성 길드.
비록 거대한 신성 길드라고 할 수 있지만, B급 괴수 사냥 횟수는 백호 길드보다 오히려 적었다. 해서 신성 길드는 백호 길드가 어떻게 B급 괴수를 사냥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참관 위주로 할 생각이었다.
B급 괴수는 단 한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번 B급 괴수는 B급 중에서도 중급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100여명에 해당하는 신성 길드가 좌우로 포진 되어 가운데에 괴수를 가둬 둔 형식이 되었다. 그리고 백호 길드가 그 안에서 괴수와의 전투를 시작한다.
쿠쾅!
쾅쾅쾅~!
거대한 네 발로 능력자들을 모조리 짓뭉개 버리려는 듯이 괴수가 날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쯤 신민배의 모든 버프가 길드원들에게 부여되었고, 본격적인 화력으로 B급 괴수를 사냥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 지금까지 C급 괴수를 잡을 때의 버프들은 장난이었다는거야?”
“하하? 영상으로는 몇 번이고 봤었지만, 직접 보니 영상은 애들 장난 수준이었군.”
“정말 엄청난 능력이군. 괜히 12인이 아니었어.”
백호 길드의 엄청난 화력. 그것이 신민배의 버프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럭셔리버프라더니…… 정말 버프 중에서는 최고의 명품이라고 할 수 있겠군.”
“저거 말고 디버프까지 있으니 말 다한거지…….”
신민배로부터 B급 괴수에게까지 가느다랗게 연결 된 푸른 선이 일렁이는 것이 그들의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익히 들었듯이 그것이 디버프의 효과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철벽 방어!!”
괴수가 강력한 앞발로 방어계들을 찍어 누르려고 하자, 그 즉시 철벽 방어를 시전하여 공격력을 하락시키는 신민배.
이제는 대충 괴수가 하는 행동만 보고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신력이 시란으로 인해서 계속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정신력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이에 신성 길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괴수 사냥에 열을 올렸다. 무수히 많은 인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괴수에게 덤벼들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신성 길드는 뭔가 다른 점이 느껴졌다.
“후방에 치유계가 별로 없어 보이네요?”
“그러게요. 저도 그 점이 좀 이상했었죠. 이런 거대 길드에서 치유계가 부족하다니?”
신민배와 임창종은 신성 길드에 치유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0명의 신성 길드원 중 치유계는 고작해봐야 10명 남짓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괴수를 사냥하다 고통에 신음 찬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때 성녀 베르다가 신성 길드의 중앙부로 이동을 하더니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연홍빛 녹색 줄기가 허공을 가득 매웠고, 고통에 신음하던 신성 길드원들이 다시 기운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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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말씀드리면... 에이! 스포 안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