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94화 (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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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녀

신성 길드에서는 그들 모두가 시차에 적응 할 수 있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상당히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도 감사할 따름인데, 그 외에 모든 지원까지 해주며 런던을 관광시켜주는 매너까지 보였다.

신성 길드에서는 길드의 친목을 위해서 길드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가이드 지시를 내렸다. 물론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대동을 하고 말이다.

이런 극진한 대우에 백호 길드원들은 몸둘바를 몰라 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날. 성녀 베르나가 직접 빅토리아 호텔로 찾아왔다. 그녀는 부길드장 알파소와 함께 하고 있었고, 백호 길드는 남백호와 임창종 그리고 신민배가 자리했다.

애초에 베르나는 신민배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보니…… 더욱 반갑네요.”

“네? 더욱 반갑다뇨? 저희는 첫 만남인 것으로 아는데…….”

성녀 베르나의 말에 약간 의문을 띤 신민배.

보통은 단순하게 ‘반갑다’라는 말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욱’ 반갑다라는 말을 통해서, 이미 신민배와 마치 얼굴을 보질 않고 대화를 한 것 같은 말을 했던 것이다.

“호호…….”

베르나는 단지 신민배를 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다.

“흉터는…… 없으시군요.”

“예? 흉터요?”

베르나는 신민배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마치 뭔가 그리운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너무 빤히 바라보는 그녀로 인해서 상당히 부끄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는 그였다.

겉모습만 봐서 현재 그녀는 21살 내지 22살 정도로 보였다. 몸매도 예쁘고, 옷도 단아하게 입었다.

푸른 눈동자와 금발의 머릿결. 전형적인 외국인으로 보였다.

“그런데 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셨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그건…….”

베르나가 얼굴을 숙인다. 그리고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뭐지?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저 행동은 뭐야? 부끄러워하고 있는건가? 대체 왜 저래?’

그녀의 행동에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신민배. 그런 베르나의 곁에서 알파소가 말을 했다.

“길드장님은 수줍음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타인과 대화 나누는 것을 부끄러워하시죠.”

“아? 그런가요? 그런데…… 저렇게 있으면 저를 보자고 한 이유를 물어 볼 수가 없는데…….”

신민배가 남백호와 임창종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도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두 사람은 베르나가 단순하게 수줍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좋아하는 것 같은데?’

‘설마요?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거야 모르지? 기사가 세계 곳곳에 사정없이 터졌는데 봤을지도 모르잖아?’

‘에이…… 아무리 그래도…….’

‘야!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볼 건데? 우리랑은 눈도 제대로 보질 않으면서 민배랑 이야기 할 때 봤냐? 아주 신민배 눈에 빠져서 헤엄을 칠 것 같더라.’

‘음…… 잘 모르겠네요.’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정도였다. 이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음음!”

그때 남백호가 헛기심을 했다.

“우선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합니다만?”

“물론 그러셔야죠.”

알파소는 남백호와 임창종을 바라보며 서류를 꺼냈다. 그것에는 이번 원정에 관한 것으로 계약서와 동일했다.

세 사람이 그렇게 계약서를 확인하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베르나는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다.

“저기…… 손 좀…….”

베르나가 조심스럽게 신민배에게 손을 달라고 말을 한다.

“에? 손?”

난데없는 그녀의 말에 놀란 것은 신민배 뿐만이 아니다.

‘저 봐. 반했다니까?’

‘에이? 손금 봐주려고 그러나보죠?’

‘야! 무슨 성녀가 손금을 보냐?’

‘성녀가 손금 보지 말란 법도 없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 눈썹이 치켜져 올라가고, 내려가고, 찡그리고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볼 때 저건 고도의 스킨쉽이다!’

‘하하, 너무 그런 쪽으로 몰고 가시는 거 아닌가요?’

‘하? 너 진짜 답답하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결혼을 했냐?’

‘결혼 한 제가 잘 알겠습니까? 아니면 아직 연애도 하지 못하는 길드장님이 잘 알겠습니까?’

‘뭐 이새끼야? 괴수 잡기 전에 너부터 잡고 볼까?’

두 사람의 눈에 불이 튀기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사람보다 더 놀란 사람은 바로 알파소였다.

‘소, 손을?’

지금까지 성녀 베르나는 그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성스럽다는 마냥, 그 어떠한 이들의 손길도 거부했던 것이다.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손길을 거부했으며, 흔한 의사에 의한 손 길 조차도 거부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지금 신민배에게 손을 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신민배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의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잡는 베르나. 그리고 손의 여기저기를 매만지고 있었다.

‘와…… 손이 진짜 부드럽네?’

손이 곱기로는 안젤리나도 어딜 가서 빠지지 않는다. 또한 시란 역시도 길쭉길쭉하고 얇은 손이며, 피부도 하얗기 때문에 섬섬옥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베르나의 손길은 왠지 모르게 달랐다.

찌릿.

마치 정전기 보다 약한 전류가 자신의 손을 타고 흐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뭐지? 대체…… 뭐야? 이애!’

순간 신민배가 급히 손을 뺐다.

“앗!”

베르나는 급히 손을 빼버린 신민배를 보며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오르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자체에 대해서 스스로가 의아할 정도였다.

‘분명 저건 사랑이야! 아마 민배도 느꼈겠지.’

‘그런 억측 좀 그만 부리십시오.’

‘야! 진짜라니까? 방금 저렇게 손을 만지면서 짜릿 했겠지! 그러니까 민배도 얼른 손을 빼버린거고! 저런 현상이 뭔 줄 알아? 겨울에 스웨터 입을 때 정전기가 일어나면 깜짝 놀라서 저러잖아? 분명 똑같은거라니까?’

‘에효…… 연애 좀 하십시오. 비교를 해도 스웨터 입다가 정전기 탄거랑, 지금 저 두 사람이 손잡고 뺀 걸 비교하십니까?’

‘이새끼 진짜…… 오함마로 손을 찍어버릴까보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눈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베르나. 그녀는 그렇게 신민배와 1시간 이상을 멍하니 보며 부끄러워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알파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알파소가 일어나서 말하자 베르나는 뭔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민배에게 말을 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에? 예…… 뭐…….”

어차피 내일은 괴수 사냥을 하는 날이다. 그러니 보기 싫더라도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

베르나는 방을 나가면서 몇 번이고 신민배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했다. 정말 가기 싫은 표정이 역역했다.

한 순간 그 모습이 한 때, 시현이 안젤리나를 끌고 갈 때와 너무나 비슷해보였다.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가는 두 사람. 문을 응시하고 있던 신민배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대체…… 저 사람 뭐죠?”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 달라진다. 그리고 또다시 둘 만의 눈썹 대화만 할 뿐. 신민배에게 그 어떠한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계약에 대한 부분을 모두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온 신민배.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시란이 다급히 달려왔다.

“오빠! 빨리 가봐야해!”

“응? 무슨 소리야? 어딜 간다는건데?”

“언니가 지금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병원으로 갔어!”

“안젤리나가? 갑자기 왜?”

안젤리나는 건강했다. 지병 하나 없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몰라! 아마도 각성을 하려는 것 같아.”

“각성이라고?”

“응. 갑자기 쓰러졌으니까.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시란은 얼른 신민배의 손을 잡고 빠르게 이동했다.

“어?”

그런데 갑자기 시란이 의문을 담은 말을 했다.

“오빠…… 손에 무슨 짓을 했어?”

그녀는 신민배의 손을 잡고 뭔가 오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오빠 손을 잡는데…… 뭔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아니다. 어서 가자.”

신민배의 손을 잡고 매우 이질적인 기분을 느낀 그녀는 더 이상 추중하지 않고 곧장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렸다.

병원에 도착하자 안젤리나는 이미 정신을 차린 직후로 호텔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 괜찮아?”

그녀를 발견한 신민배가 물었다.

“네. 오빠. 괜찮아요.”

“정말 걱정했다고요. 언니 갑자기 그렇게 쓰러져서!”

시란이 짜증난 어투로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짜증난 어투가 자신을 걱정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젤리나는 그저 빙긋이 미소 지을 뿐이었다.

“뭐 듣기로는 갑자기 쓰러졌다며? 능력 상승이나 각성을 한거야?”

“호호…… 네.”

“우와? 진짜? 뭔데? 어떤 건데?”

신민배가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두 가지 현상 중 어떤 것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능력 상승보다는 각성을 더 기대하는 신민배였다.

“각성 했어요.”

“각성을 했다고? 그런데 이렇게 빨리 깨어나?”

“음…… 각성은 했는데…….”

안젤리나에게서 들은 그녀의 각성 현상은 지금까지 다른 능력자와는 조금 달랐다.

각성 현상치고는 정신을 잃은 시간이 너무나 짧았고, 또한 등급에 맞는 능력 개방이 되지 않았다는 것. 그녀는 각성을 통해서 단 하나의 능력만이 생겼다고 했으며, 그 외에는 능력 상승으로 치유력이 약간 늘었다고 했다.

“정말 근데 각성이야? 이건 그냥 능력 상승으로 봐야하잖아?”

“음…… 그래도 각성이 맞아요.”

뭔가 기쁜 듯 그녀는 신민배의 팔을 잡아챘다.

“호호…… 이제 저도 오빠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게 되었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너야 나한테 항상 힘이 되어주는거지. 그런데 각성 능력이 뭐길래 그래?”

“비밀이에요! 필요할 때 직접…… 보여드리는 걸로 할게요!”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물어 볼 필요가 없는 신민배였다.

그녀가 무사히 퇴원을 한다 세 사람은 병원을 바로 나섰다. 신민배의 한쪽에 서 있던 안젤리나. 그런 그녀의 손을 그가 잡았다.

“어머?”

그런데 대뜸 안젤리나가 이상하게 신민배를 쳐다본다.

“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응?”

그런데 그런 모습을 시란이 함께 보게 되었다.

“그쵸? 언니도 느꼈죠? 이상한 기분!”

“응? 너도 느꼈니?”

“네! 아까 오빠를 끌고 오다가 손을 잡았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나도…… 오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두 사람이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아, 아무일 없었는데?”

“이상하네요…… 분명 뭔가 있는데…….”

설마하니 그녀들이 베르나와 손을 잡았다는 것을 의심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게 촉이라는 건가? 와……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게 여자의 촉이라더니? 다른 여자랑 손만 잡아도 그걸 느낀다고?’

두 여자의 대단한 직감에 뭐라 할 말이 없는 신민배였다.

============================ 작품 후기 ============================

여기서 추리 하나...

베르나는 대체 누구 일까요?

이미 오래 전 떡밥 하나는 던져 드렸습니다.

그림을 넓게 그려 보세요. 그러면 베르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윤곽이 잡히실 겁니다.

케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못 맞추면... 히로인 한 명 죽여버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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