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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쳐가는 세상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터널이 빠르게 붕괴 되고 있다. 신민배는 도망을 치면서도 남백호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흙더미 속에 묻히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우르르르르르~!
터널은 마치 그들을 집어 삼키려는 듯 계속해서 붕괴를 진행하며 그들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빠르게 뒤쫓고 있었다.
쿠구구궁~~!
터널이 무너지고 손전등 불빛에 흙먼지가 심각하게 일어나 있는 것이 보인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
여기저기서는 ‘콜록’거리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차차 걷히는 흙먼지로 인해서 눈 앞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달렸던 일행들은 모두가 안전해 보인다.
그리고 남백호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신민배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안돼!”
자리를 박차고 신민배가 일어났다. 그위 바로 뒤에까지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것을 본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에는 방어계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길!!”
신민배가 급히 흙더미를 손으로 파내기 시작한다. 흙더미에 남백호가 묻힌 것이 틀림없다. 또한 그와 함께 있던 방어계들도 흙더미에 묻혔을 것이다.
“길드장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빨리 구해드릴테니!!”
미친 듯이 신민배가 맨 손을 흙더미를 파고 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다른 능력자들도 가세하여 흙더미를 파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과 함께 와 마지막까지 괴수를 막아주던 방어계들.
그들 모두가 매몰이 되어버렸다. 또한 그속에서 살아나올 방도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눈물을 흘리 것 밖에 못하는 존재들과는 달리, 조금의 희망이라도 품고 신민배와 함께 흙을 파헤치는 이들.
손톱이 깨지고, 돌파편이 손톱을 파고든다. 하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은 없다.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빨리 좀더 빨리!!’
민배는 미친 듯이 땅을 파고 있다. 이미 손에서 피가 흘러나와 흙과 뒤 섞여 있다.
“오빠…….”
이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안젤리나. 그녀는 신민배와 함께 땅을 맨손으로 파고 있는 능력자들의 손을 치료해주었다. 하지만 민배 뿐 아니라 그들은 치료가 되었음에도 행동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10분간 땅을 파헤쳤다. 그러나 결국 모두는 체념하고 말았고, 신민배는 그 자리에 굳어서 약간의 눈물을 흘릴 뿐이다.
“길드장님~~!!”
신민배가 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안젤리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도 따라 눈물을 흘린다.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민배에게 있어서 남백호는 친형과도 같았다. 결단력이 별로 없는 그에게 있어서 남백호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또한 자신과 더불어 길드원 모두를 신경 써준 길드장 남백호.
그가 죽었다고 생각이 든 순간 억누르고 있던 눈물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터널에 들어온 것을 후회해야만 했다.
투확!!
그런데 그때 갑자기 손 하나가 튀어나와 신민배의 손목을 붙잡았다.
“헉!”
흙더미 속에서 튀어나온 손은 신민배의 손목을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흙더미가 일어서기 시작한다.
“시끄러워 인마! 그리고 앞으로는 형님이라고 불러! 딱딱하게 ‘길드장님~~!’은 무슨 얼어죽을!”
탁탁~!
남백호는 자신에게 뭍은 흙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쑥~! 불쑥~!
그리고 그때 또다른 흙더미가 무너지며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흙더미는 총 세 개. 남백호와 함께 괴수를 방어했던 이들이다.
“우와! 살아 있었어!!”
“와하하하! 이럴 줄 알았지!”
“정말 다행이야! 모두가 무사해!”
많은 괴수를 상대로 터널이라는 좁은 곳에서 모두가 무사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순간이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렇게 쳐 우냐? 설마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설마요…….”
신민배는 등을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런 신민배의 등을 바라보는 남백호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방금 전 상황은 신민배의 등을 보며 빠르게 달린 남백호. 그와 함께 있던 방어계들이 자신의 곁에서 힘껏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천장을 보며, 이상태로는 안되겠다 싶었던 남백호는 강하게 신민배의 등을 밀어버렸다. 그 만이라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천정이 그대로 무너지고 그대로 방어계 4명의 위로 흙더미가 떨어져 내렸다. 물론 그 상황에서 남백호 역시도 매몰이 되는 순간이다.
‘살아라!’
마지막에 남백호가 생각했던 말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흙더미에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아마도 그 상황이 계속 지속되었다면 남백호와 방어계 4명은 당연히 매몰되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남백호는 급히 눈을 떴다. 하지만 엄청난 무게가 자신을 누르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 쓰러지진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좌우로 팔을 힘껏 뻗었다.
물컹!
그리고 뭔가 만져졌다. 분명히 사람의 피부와 같은 것. 느낌으로 보아 그것은 사람의 팔이었다.
남백호는 급히 그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그 팔 역시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살아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어계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손을 뻗었다.
남백호가 달리고 있을 때, 그의 양쪽 곁으로 능력자가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뻗
어보니 역시나 무엇인가가 잡혔다. 그는 힘껏 잡힌 물체를 잡아 당겼고, 그 물체가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물체와 손이 맞닿았고, 그 물체가 ‘톡톡’하고는 두 번의 신호를 남백호에게 주었다. 아마도 자신과 함께 나란히 달리던 다른 능력자도 지금 살아있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는 수신호.
‘나가자!’
남백호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강하게 손을 뻗었다.
쑤우욱!!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흙이 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몇 차례 더 힘으로 밀었더니 손이 쑥 앞으로 빠져 나갔고 무엇인가 따뜻한 것을 만질 수가 있었다.
모두는 무너진 흙더미를 바라보고 있다.
“휴…… 다행인 건 모두가 무사하다는 것이고, 다른 문제는 이 터널이 붕괴됨으로써 지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가 없군요.”
학자의 계산상으로는 이미 출구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그렇다는 건 지금 무너진 터널이 원주나 충주에 민간인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르지만 사실 지상의 상황은 괜찮았다. 다행이 인근을 벗어난 곳에서 지반침하가 되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 어서 가자고.”
탐사 팀은 급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괴수를 생각한다면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일 정도가 걸리고 모두는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 와 있었다.
탐사 팀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길드와 정부가 발 빠르게 달려왔으나, 이 전에 들어갔던 팀이 모조리 전멸을 했고, 생존자는 단 한 명이라는 소리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한 명의 생존자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소리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현재 유현미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척추가 이미 많이 손상이 된 것은 물론, 내부에서부터 상처가 심각하게 번져 있는 상태다. 또한 척추의 손상으로 하반신은 마비되었으며, 수술로도 어찌 해 볼 수 있는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퍽!!
쾅!! 쾅!!
남백호가 난데없이 병원의 복도에서 정부 측 인사들을 모조리 밟아버리고 있다. 그 중에서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도 존재했다.
“야 이 개새끼들아! 지금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네놈들은 양심도 없냐?”
지금 상황은 유일한 생존자인 유현미에게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정부 측 인사들이 찾아와 수많은 질문을 해대고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유현미였기 때문에 그들은 시간이 촉박했고, 터널에 대한 단 일발의 정보라도 더 얻어야하기 위함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남백호는 병원을 온 정부 측 인사와 요원들 30명을 그 자리에서 제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물론 팔 다리 한 두 개쯤은 간단하게 부셔버린 상태다.
“이, 이런 일을 하고도 당신이 무사할 줄 알아?”
정부측 요원 하나가 두려운 눈빛으로 남백호를 보며 말했다.
“야 이 개새끼야. 이런 일? 씨발. 네놈들이 한 짓이 얼마나 비양심적이었는지는 생각안하고?”
남백호는 그 말을 한 이의 입을 그대로 밟아버렸다. 이빨이 대다수 부러지거나 빠졌으며, 턱은 박살 나버렸다.
“그만하십시오!”
“놔 이새끼야! 넌 이 꼴을 보고도 열받지도 않냐!”
“열받습니다!! 하지만 이런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씨발……. 개새끼들이……!”
남백호는 ‘씩씩’대면서 약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유일한 생존자 유현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창 꽃다운 나이에 꽃조차 피워보지 못하고, 친구가 괴수에게 먹히는 장면을 본 것은 물론, 이제 자신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니 누구하나 죽이지 않고는 도무지 버틸 수가 없는 남백호.
남백호 만큼 힘든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바로 시현이다.
시현은 민배 일행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후 듣게 된 소식에서 여자 친구인 나태희는 물론, 들어갔던 인원이 한 명 빼고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게 되었으며, 유현미의 모습에 크나큰 슬픔만이 자리하고 있다.
삼일 째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하고 있는 시현은 그래도 열심히 병원으로 찾아와 유현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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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_ㅠ
스트레스는... 언제나 날 따라다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