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88화 (8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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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럭셔리버프

정신을 잃은 듯해 보였던 그녀. 오히려 이정도의 상처로 죽지 않은 것이 대단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특성이 방어계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오래 생존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오…… 빠…….”

그녀가 매우 힘없이 대답을 이었다.

“그래! 나 민배다. 정신이 좀 들어?”

“오빠…… 흑…….”

그녀는 신민배의 얼굴을 보고 그대로 눈물을 보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목청껏 울고 싶었지만, 힘이 없어 그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그녀는 한참이나 그렇게 신민배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신민배는 구더기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사실 터널을 들어오면서도 그는 생존자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뭔가 하나의 실마리라도 잡을 것을 생각하며 들어왔는데, 이곳에서 현미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때 군의관이 남백호를 보며 말했다.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치유를 했지만 내부의 모든 것을 치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대체…… 얼마나 안좋길래?”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남백호가 군의관에게 물었다. 그리고 군의관은 남백호의 귀에 대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남백호는 한숨조차 내쉬지 않았고, 절망적인 두 눈으로 신민배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민배야. 지금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선은 현미를 빨리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게 우선이다.”

“알겠습니다.”

일행은 그녀를 들 것에 실었다. 치유를 했음에도 아직까지 혼자서 걸을 수 없는 그녀의 곁에 신민배가 나란히 서서 걸었다.

“현미야. 조금만 참아. 빨리 나가서 병원에서 좀 쉬면 나아질거야.”

“오…… 빠…….”

신민배의 이런 말에 현미는 뭔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 말은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들을 수 있었다.

“오…… 빠…… 이곳에는…… 괴수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게 무슨 소릴까? 괴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니? 그럼 애초에 이 터널은 괴수가 뚫어 놓은 것이 아니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더 많은 질문을 해보고 싶은 신민배였으나,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현미는 힘을 짜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는…… 봤어요…… 흑…….”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말을 하는 도중 무엇인가가 생각이 났나보다. 한참이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

‘시현이를 안데리고 오길 잘했구나…….’

유일한 생존자 유현미. 그녀의 친구인 나태희는 시현의 여자 친구였다. 그런데 나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방어계인 유현미가 이 정도라면 일말의 가능성도 둘 수가 없었다.

유현미를 발견하고 터널의 출구를 찾아 되돌아오길 벌써 3일 째.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상당히 서두르고 있는 일행들이다.

현재 그녀에 의해서 밝혀진 터널의 진실은 대략 이러했다.

괴수는 이 터널에 존재하고 있으며, 괴수만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는 것. 또한 터널을 뚫는 괴수는 따로 존재하며, 터널을 뚫는 괴수에 의해서 다른 괴수들도 터널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터널에는 괴수 말고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들이 알고 있는 괴수 외의 존재가 이곳 터널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터널 진입 4일째 되는 날부터 괴수를 만날 수가 있었으나, 괴수를 처리 했다기보다 오히려 도망을 치며 터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도주 중에 길이 엇갈려 헤어진 일행도 존재했고, 괴수에게 짓밟혀 죽은 이들도 있으며…… 또한 괴수에게 먹힌 이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태희 역시도 괴수에게 먹혔다는 충격적인 소릴 듣게 되었다.

문제는 괴수가 아닌 다른 존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 다른 존재에 대해 유현미는 괴수만큼 크지 않다는 것과 실루엣으로만 따진다면 인간과도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서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괴수로부터 도망치느라고 바빴기 때문에 그녀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가 다였다.

터널은 괴수들의 둥지와도 같으며, 사람으로 따지면 지나다니는 길과도 같은 것이다.

“대체…… 이 터널의 끝은 어디인거야?”

되돌아가는 길에 남백호는 터널에 대한 불안감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싱크홀과 터널이 연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못내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며칠을 걸었음에도 끝은커녕, 얼마까지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답답하기만 하고 답이 전혀 나오지 않는 터널로 인해서 그는 또다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행들. 어느 덧 시계는 밤 10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상태는 어때요?”

신민배가 군의관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도리도리.

군의관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빨리 절개 수술을 해야 그나마 생존 확률이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으로써는…….”

바깥까지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틀을 더 터널을 걸어야만 한다. 그렇다보니 유현미의 생존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현미의 안색은 좋지 않아졌다. 급기야 입에서는 검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고, 하체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안젤리나와 신민배는 그런 유현미의 곁에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만 떨어져도 유현미가 불안해했으며, 두 사람으로 인해서 그나마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하루마다 그녀에게 많은 양의 마취제가 투여되고 있다. 마취제의 기운이 떨어질 때쯤이면 그녀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체 그녀의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군의관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조차 말하기 꺼려질 정도의 혐오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르륵! 그르륵!

그런데 그때 이상한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들리자 유현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우르릉~!

터널의 벽면이 무너졌다.

“제길! 괴수야!”

괴수가 난데없이 벽을 허물고 나타났다. 다행이도 C급 괴수. 일행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지금 이곳에는 대다수 정예 멤버들로 등급도 높은 수준의 능력과 더불어 괴수 경험이 많은 자들이었다.

“저건?”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다. 터널을 뚫고 C급 괴수 한 마리가 모습을 보이고, 그 직후에 같은 종류의 괴수가 모습을 보였다.

“제기랄!! 몇 마리나 나오는거야!!”

그런데 C급 괴수가 한 두 마리가 아닌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능력자들 모두가 아연실색하고 있었고, 일반인들은 두려움에 몸을 심하게 떨 정도였다.

“모든 방어계 진입로를 막아! 괴수들이 절대 뒤로 넘어가게 놔두면 안돼!”

남백호가 방패를 들고 괴수들의 진입로를 막았다.

C급 괴수가 한꺼번에 몰아친 양은 13마리였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숫자에 방어계 4명의 이들이 터널의 진입로를 막고 섰다.

그들로부터 약간 떨어진 거리에 공격계들이 자리를 잡고 섰고, 치유계가 그 다음이었다. 신민배는 이들의 중앙에서 버프를 걸어주기 시작했다.

“C급 괴수라면 할 만해!!”

이미 A급 괴수까지 잡아 본 남백호는 C급 괴수에 대한 공포는 거의 없었다. 다만 숫자가 많아서 모든 녀석을 방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방어계가 그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신민배는 모두에게 강화버프를 걸어주며 소리쳤다.

“괴수는 일점사로 하세요. 여러 녀석을 동시에 공격해봤자 효력이 없습니다! 제가 지시하는 녀석부터 공격해주십시오!”

그는 즉각 괴수 한 마리에게 생명력 약화 디버프를 걸고는 공격계들에게 자신의 버프를 모두 걸었다.

쿠쾅! 쾅쾅!

슈르르르르~! 푸콰쾅!!

“철벽 방어!!”

터널이 아무리 넓다고는 하나 바깥 필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버프에 의해서 강화 된 공격계들의 폭발력이 상당했으며, 그 충격으로 터널에 약간의 떨림이 감지되었다.

“헉!”

그런데 그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학자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고, 공격을 멈추십시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터널이 붕괴하고 말겁니다!!”

그의 말에 능력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지금 터널이 붕괴가 되어버린다면 답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격계들은 주춤했고, 신민배 역시도 인상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제기랄!!”

지금 가장 간절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시현이었다. 터널의 떨림 현상은 원거리 공격계들의 폭발성 때문이다.

근접 계열인 시현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다.

이곳에는 전부가 원거리 공격계였다. 애초에 좁은 터널의 탐사였기 때문에 근접 공격계의 활동 범위가 좁을 것을 예상해 원거리 공격계들로만 구성했었지만, 이러한 상황이 연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공격을 안할 순 없습니다!!”

신민배가 학자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폭발력 때문에 터널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지금도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그럼 뒤로 후퇴하면서 하죠!”

한곳에서 계속 되는 전투를 하기에는 터널의 붕괴 조짐이 너무 심했다. 천정에서부터 벌써 흙이 머리 위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남백호가 말했다.

“한발씩 뒤로 움직이면서 괴수를 방어한다!”

방어계가 한 발 두발 뒤로 후퇴 할 때 마다 괴수들이 미친 듯이 그들에게 공격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이탈하고, 공격계들의 공격이 한 번씩 퍼부어졌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끝날 C급 괴수들이었지만, 터널 붕괴 조짐으로 인해서 괴수 사냥 시간이 대폭 늘어나고 있었다.

해서 현재 13마리의 괴수를 상대로 단 한 마리도 죽이지 못 한 상태에서 1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1시간 동안 계속되는 전투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이 상태로는 모두가 지쳐서 오히려 괴수에게 먼저 당하고 말아요!!”

민배가 소리치자 남백호가 말했다.

“어쩔 수 없다. 터널이 붕괴 될 때 되더라도 이녀석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해!”

남백호의 외침에 방어계는 물론 다른 능력자들까지 표정을 굳혔다. 결국 도박을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혹시 모르는 상황에 방어계들을 제외한 능력자들이 최대한의 거리를 벌였다. 폭발에 휩쌓이는 것은 뒤로하고, 만약 터널이 붕괴 된다 하더라도 가장 빠른 몸놀림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은 방어계이기 때문이다.

“갑니다! 돌진! 정신일도! 공격력 극화!!”

슈르르르~!

순식간에 강력한 버프가 능력자들에게 부여 되자 그들은 확연히 달라진 자신들의 힘을 느꼈다.

“정중앙으로 일점사!”

쿠쾅!

콰콰콰쾅~!!

가급적 벽쪽으로부터 공격의 폭발이 일어난다면 붕괴는 오히려 더 빠를 수가 있기 때문에 중앙으로 원소 공격을 집중 했다.

그 가운데 남백호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가장 심한 폭발의 여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큭! 크흐흐흐!”

방패가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폭발의 화염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한 방패로 괴수를 막고 있음에도 폭발의 여파에 몸이 밀려나고 있다.

두둑! 투두둑!

그런데 그 순간 터널의 천장에 있던 흙들이 점차 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되겠어요! 빨리 피하세요!”

시야를 가릴 만큼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고, 신민배는 급히 방어계들에게 소리쳤다.

공격계들과 치유계는 이미 먼 거리에서 빠르게 터널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고, 방어계들 역시도 무너지는 흙더미 쏙을 달렸다.

“크하하하! 괴수 녀석들이 이 속에 모조리 깔려 버렸으면 좋겠구만!!”

터널 중간 부가 붕괴되기 시작하자, 그것은 도미노 형식으로 점점 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빨리 달려요!!”

============================ 작품 후기 ============================

자고 일어나도 정신이 몽롱하네요...

날씨만 겁나게 좋은 일요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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