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87화 (8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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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럭셔리버프

남백호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이번 여정은 탐사다. A급 괴수를 사냥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며,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기에, 급한 성격인 남백호도 매우 신중하고 있었다.

출발 인원이 모두 갖춰지고 20일째 되는 날이 왔다. 여전히 1차 탐사를 들어갔던 수많은 이들 중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2차 탐사 팀 30명이 터널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능력자 30명을 제외하고, 지질학자 2명과 군의관 두 명. 그리고 짐꾼 10명으로 구성 되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터널 구조대가 꾸려졌다. 터널에서 이들 모두가 생활 할 수 있는 시간은 딱 한 달가량의 식량을 준비했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최소한 15일 내에 갔던 길을 돌아와야 하는 계산까지 해두었다.

모두가 출발을 앞둔 그때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와 섰다.

끼이이익!

페라리 임창종의 차였다.

차에서 내린 임창종은 급히 세 사람을 향해서 달려왔다.

“다행이 늦지 않았네요. 출발 했으면 어쩌나 했습니다.”

“뭐야? 네가 여길 왜 와? 넌 길드에 있으라고 했잖아?”

“알고 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세 분 다 잠깐 이쪽으로.”

임창종은 그들 세 명을 이끌고 차로 갔다. 그리고 차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방어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호주에서 잡은 A급 괴수 타란툴라의 사체로 만든 방어구입니다. A급 마력석이 없어서 A급 부산물로만 만들었는데, B급 보다는 효과가 뛰어나더군요. 그러니 이거라도 착용하고 가십시오.”

방어구는 세 개를 세 사람에게 건네주는 임창종.

“야, 됐어. 난 어차피 B급 괴수로 만든 방어구 차고 있잖아. 길드원들이 줘.”

“하하, B급 괴수로 만든 방어구와 A급 방어구를 비교하지 마십시오. 또한 길드원들에게는 이미 나눠줄 생각입니다.

A급 괴수에서 나온 방어구의 양은 상당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길드원들에게 나눠주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며, 가격대 면에서 상당한 방어구였기 때문에 아무리 길드원들이라도 약간의 조건은 따지며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B급 괴수의 사체에서 나온 것들은 대다수 길드원들에게 제공 할 생각인 백호 길드였다.

“좋아들하겠네.”

“물론이죠…….”

방어구를 챙겨 입은 남백호를 보며 임창종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였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그런 그의 모습에 즉시 임창종의 뒷통수를 때리는 남백호.

빡!

“야! 내가 죽으러가냐? 재수없게 왜 인사를 90도로 해! 보통 때는 목만 까딱 거려서 목 다친 놈 흉내나 내던 놈이!”

버럭 화를 내는 남백호. 한 대 맞은 임창종은 아무런 말 없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 분도 조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부길드장님.”

세 사람과의 인사를 마치고 이제 모두가 합류한 상황에서 그들 모두는 충주에 있는 터널 안으로 천천히 발을 들였고, 그 모습을 멀리서 한참 동안이나 지켜보고 있는 임창종이었다.

터널 안으로 들어선 탐사 팀.

앞서 가는 능력자들이 뒤를 계속해서 힐끔 거리고 있다. 세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첫 번 째는 바로 안젤리나의 미모 때문이다.

모델 같은 완벽한 몸매에, 하늘거리는 은색 머릿결. 그리고 터널 내부에서도 빛이 나는 듯한 아름다운 얼굴로 인해서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가 터널을 울렸다.

“와, 진짜 예쁘네.”

“그러게 말이야. 얼굴의 갑중에 갑은 백호 길드에 있다더니 그 말이 정말 이었네.”

“나도 들었어. 백호 길드에 예쁜 여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이야.”

“휘유~! 정말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비교가 안되는군.”

여성 능력자가 소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녀들은 지금이 너무나 굴욕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었고,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신민배 때문이었다.

“저 사람이 럭셔리버프라며?”

“엄청난 버프를 지니고 있다지?”

“흐흐, 이번 기회에 저 사람의 버프를 받게 되었으니 나는 행운아인가?”

“대박이다. 설마 저 사람이 탐사 팀에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럭셔리버프’라고 대한민국에 알려진 최강의 보조계다. 그런 그를 능력자들이 모를 일은 없었으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괴수 사냥 팀에 섭외하고 싶은 1순위 신민배였다.

그들의 놀라움은 당연했고, 속된 말로 빨리 괴수 하나가 튀어나오길 바라고 있는 심정이었다.

마지막 세 번 째는 바로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A급 방어구였다.

“B급이랑 외관은 딱히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그러게. 그런데 저게 A급 방어구란 말이지?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A급 방어구를 착용한 이들이겠네?”

“역시…… 길드는 능력이 좋고 봐야해. A급 괴수 사체만 해도 엄청난 가격인데, 그걸 팔지 않고 오히려 방어구를 만들어서 길드원이 사용할 수 있게 하다니 말이야.”

A급 방어구의 수치는 B급 방어구와 마력석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단순한 괴수의 뼈만을 가공해서 만든 A급 방어구다.

현재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A급 방어구는 B급 괴수의 사체와 B급 마력석을 섞어 만든 방어력 10%상승 보다 높은 11%의 상승효과를 보이고 있다.

뼈로 만든 방어구임에도 단순히 가격만 따진다면 하나에 25억을 넘기는 대단한 방어구이다.

모두가 고개를 돌리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질학자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 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터널 안인데도 공기가 이렇게 깨끗하다니? 대체 이 공기는 어디에서 오는건 지 알 수가 없군요. 아무리 여기저기 싱크홀 터널 구멍이 뚫려 있다고는 하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산소량이 전혀 변화가 없다니…….”

터널이란 입구와 출구가 존재하기 마련. 하지만 입구로 인해 출구가 없는 터널은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산소가 부족해진다. 그러나 지금 이 터널은 공기가 바깥보다 더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며 터널이 만들어진 것을 보고도 놀라는 학자들.

“대체…… 무엇이 이런 터널을 만들었는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터널을 만들 정도라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지금과 원주와 청주를 잇는 이 같은 터널을 만들려면 족히 몇 십 년은 소요 될 정도인 듯 보였지만, 지금 이곳 터널은 그렇게 오랜 기간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았다.

터널은 매우 고요했고, 능력자들의 작은 대화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자욱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으으응~!

터널로 울려퍼지는 이상한 소리.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러게 말이야. 괴수의 울음소린가?”

“아니면 바람이라도 통하는 건가?”

터널 내부에는 떨림 현상도 없다. 그런데 한 번씩 이상한 소리가 터널을 타고 그들에게 전달 되었다.

괴수의 울음소린지 무엇인지 확신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자 한 명이 말했다.

“여기쯤이 원주일 겁니다. 그런데…….”

두 개의 갈림길이 있다. 위치상 오른쪽의 길이 원주와 더 가까운 길이었으며, 다른 쪽 길은 원주와 멀어지는 곳.

그들은 당연히 오른쪽 길을 택했다. 그리고 1시간가량을 걸었을 때, 다시 되돌아와야만 했다.

원주에 붕괴 사건이 생긴 것처럼 터널이 붕괴 되어 그곳을 지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쪽으로 향하던 일행 중 능력자 한 명이 말했다.

“이 터널은 좀 전 보다 더 커 보이는군요.”

“그러게요. 터널의 크기가 가지각색이라고 듣긴 했는데…… 정말 괴수들이 만든 터널일까요?”

“글쎄요…… 그것은 눈으로 봐야만 알겠죠.”

터널은 마치 미로와 같았다. 가면 갈수록 갈래 길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행들은 그런 갈림길에 표시를 해두고 이동을 진행했다.

터널의 안은 매우 깜깜했다. 들고 온 전등이 없었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또한 너무나 칠흑 같은 어둠에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여정을 하고 있는 그들 모두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암흑속을 걷는다. 그것도 한 두 시간이 아닌…… 며칠을 말이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지도 몰랐다.

많이 걸었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고작 몇 분을 걸었을 뿐이고, 조금 걸었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몇 시간이 지났다.

암흑 속에서의 두려움은 점점 증폭되고 있었으며, 공포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빛과 함께 가는 동료들과의 대화였다.

고요한 분위기가 계속 될수록 그들 모두가 불안해졌다.

“얼마쯤 온 것 같습니까?”

능력자의 말에 지질학자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도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상황에서 거리 계산을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8일이나 되었으니…… 아마도 꽤나 내려 온 것 같네요.”

지질학자치고는 너무나 형편없는 대답. 전문적인 용어조차도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가 정신 줄을 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두는 말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익숙해져가고 있다. 얼마를 더 가야 끝이 보일까? 그에 대한 장담도 할 수 없다. 그저 무작정 걷는 것이다. 길의 끝이 나오거나, 무엇인가를 발견할 때까지.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들은 1차 탐사 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게 또다시 몇 시간을 걷기 시작하는 그들. 그런데 그때 앞서 걷던 일행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지?”

남백호가 묻자 누군가 답했다.

“앞에…… 뭔가 있습니다.”

단순한 물체를 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불빛이 점점 더 물체에게 다가가자 그것의 정체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사람이다!!”

엎드려 있는 단 한 사람. 방어구를 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능력자였다.

대다수 이들이 그에게 달려갔다. 가장 먼저 군의관이 그의 목에 손을 대어보았다.

“아직 살아 있어요! 어서 치유를!”

그 소리를 듣고 안젤리나가 즉각 쓰러져 있는 대상에게 치유를 시작했다.

엎드려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 했다.

“음?”

치유를 하던 안젤리나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아무래도 치유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죄송한데…… 그 사람 좀 똑바로 눕혀 보시겠어요?”

안젤리나의 말을 듣고 남자들이 그녀가 등을 대고 누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이런!”

“어떻게!!”

정상적으로 그의 몸을 눕히자 그녀의 앞부분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배 부분에 상당히 깊은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얼마나 오래 되고 오염 되었는지, 안젤리나가 치유를 시전 했음에도, 주변에는 구더기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대체…… 누구……? 앗! 현미야!!”

신민배는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다가갔다. 그는 다름 아닌 나태희의 친구 현미로 신민배와도 아주 친한 사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신민배가 다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현미야! 괜찮아? 현미야!”

============================ 작품 후기 ============================

이 시간에는 두 편만 올리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한 편이나, 두 편 정도 더 올려드릴게요.

주말 저녁입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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