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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금의환향
백호 길드원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고, 신민배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신민배의 결정을 따라가려고 마음 굳힌 이도 있다.
“어떻게 할 거냐?”
“글쎄요……?”
신민배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그에게 있어서 이런 기회는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문제는 1억이고 100억이고. 그에게는 큰 감회가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1,000억원을 준다고 해도 그의 머리로는 이 돈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해서 자신의 생각만이 아닌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제 결정을 말하기 전에 여러분들의 생각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대답은 길드원들에게서 듣기로 했다.
가장 먼저 눈을 마주친 이장수는 곤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솔직히 말하는 건데, 지금 거론 된 이 돈 앞에 누가 편하게 대답할 수 있겠냐?”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다른 이도 말했다.
“솔직히 전 금액만 듣고 웃음이 나올 뻔 했어요. 정말 상상조차 못할 금액이잖아요?”
“맞아.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그 금액을 평생을 가도 만져 볼 수 없을지도 몰라.”
“문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신민배씨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죠. 우리는 결정 권한이 없어요. 모든 결정은 민배씨가 하며, 우리는 거기에 대해 따라 갈 뿐이라는 거죠.”
이들에게도 가족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서 괴수를 사냥하고 돈을 벌어 그들에게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택으로 인해서 그들 가족들은 지금까지와 다른 평범한 삶이 아니라 재벌이라는 삶을 살게 된다. 누가 고민하겠는가? 당장이라도 계약서를 쓰고 돈을 받고 싶지만, 어찌했던 신민배가 그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었다.
“길드장님은 어떠십니까?”
“응? 사실대로 말해도 되냐?”
“물론입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사람은 백호 길드장. 남백호였다. 하지만 신민배의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서 그가 뒷전으로 된 것이다.
“솔직히 난 기분 더럽다. 네가 실력이 뛰어나다보니,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는 거지. 문젠 네가 없다면 우리는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기분에 짜증이 날 정도다. 한편으론 그래도 기분이 좋다. 네놈이 아니었다면 B급 괴수는 손도 대지 못하고 하루하루 지나가겠지. 그러다가 B급 괴수에 쫓기고 당해서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이 되었을테고. 돈이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되고, 정 안되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되지. 난 돈은 상관없다.”
돈이 상관없다는 그 말이 내포하는 의미를 알았다.
지금 그는 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 돈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그의 마음을 흔들 수는 없음을 뜻했다.
“난…… 네가 선택하는 대로 가겠다. 누가 뭐래도 난 너랑 괴수 때려 잡는게 재밌거든.
돈 많아서 편안하게 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남백호는 전투를 즐긴다. 전투에서 삶을 찾고 전투에서 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신민배와의 전투는 그에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문제기도 했다.
예전에야 명성을 위해서 괴수를 잡고 다른 이들을 이기기 위해서 했다곤 하지만, 이제는 괴수 사냥 자체가 즐거웠다.
남백호의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임창종이 답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돈 많이 주면 좋죠. 그런데 신민배씨와 앞으로 더 함께 있고 싶네요. 신민배씨의 결정에 따르죠.”
그리고 길드원들 하나 둘씩 그에 대해 답을 했다. 그들 모두가 신민배가 없으면 백호 길드 자체가 유지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에 안젤리나가 신민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저야 오빠가 좋다면 지옥이라도 가죠.”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은 신민배는 길드원들과 이라크 관계자들을 보며 신중히 답했다.
“솔직히 저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 따윈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고, 단지 살기 위해 존재했던 땅이 대한민국이었을 뿐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의 일부는 저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대한민국에 세금으로 내야만 했지요. 나라가 저에게 해 준 것은 아마도 서 있을 수 있는 땅을 제공 해준 느낌 정도라고나 할까요?”
과연 대한민국에 살면서 애국심을 가지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들이 한 마음이 된다. 그러나 축구를 사랑해서 대한민국을 외치는지, 아니면 대한민국을 사랑해서 외치는지…… 아마도 많은 이들의 생각이 다를 것이다.
신민배 역시도 그랬다. 아마 지금 그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에 태어났어도 똑같이 살아왔다면 이 같은 말을 그대로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죠. 애국심이 없다고 해서 제가 대한민국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단지 저의 소중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있다 보니, 그 점이 저의 가장 큰 약점 같습니다. 저에게 애국심은 나라가 아닌 제게 있어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그들의 웃음을 보기 위한 마음일 뿐입니다.”
백호 길드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일부는 신민배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다.
국민이 있어 나라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나라 밑에 국민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신민배는 그런 점이 싫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함께 다른 나라로 가자고 귀화에 대한 말을 물을 수도 없는 것이고요. 여러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전 귀화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지금 살고 있는 대로 그냥 살아갈 생각입니다. 돈이요? 괴수 사냥하다보면 돈이야 계속 들어올테니까요. 위험한 일을 하면서 그럴 필요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찌했던 이런 위험한 일이 바로 제 직업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백호 길드원들에게 몇 천 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리게 해드렸지만, 앞으로 저와 함께 하신다면 하루하루를 한우를 드실 수 있는 삶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신민배는 이런 말 할 자격이 충분했다.
현재 B급 괴수를 의뢰가 아닌 단순 사냥으로 따진다면 이들 일인당 받는 금액은 1억 남짓 된다. 한 번의 괴수 사냥으로 1억 남짓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능력자들에게 꿈과 같은 일.
그것을 알기에 길드원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억 단위의 유혹에 낙심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뭐 결론은 이렇게 난건가? 이만 일어나지?”
남백호가 임창종을 보며 말했고, 임창종은 이라크 관계자들에게 통역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는 물론, 사알마딘까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조건을 내칠 수 있는 능력자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건 조건이 적어서 그런거라면 1년에 연봉을 2,000억씩으로 주겠소. 어떻소?”
단 번에 연봉이 1,000억원이 더 상승했다. 하지만 임창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들은 돈에 의해서 의뢰를 받고 움직이지만, 돈으로 저희를 살 수는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임창종은 간단한 인사만을 했고, 백호 길드원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그런 백호 길드원들의 행동에 이라크 정부 관계자와 사알마딘까지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회의장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 날 백호 길드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서둘렀다. 이라크 정부에서 의뢰한 금액은 모두 입금이 되었으며, 사알마딘과의 일도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공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취재진들이 백호 길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이라크를 떠나고나서 엄청난 사건이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사알마딘이 자신의 SNS에 한 마디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백호 길드는 세계 최고의 길드다. 그 어떤 괴수도 그들을 무너뜨릴 순 없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조건을 거부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들이 거부한 나의 조건에 대해서 나의 무지함을 반성한다. 대한민국의 어려운 이들에게 1조원을 기부하려고 한다. 그와 백호 길드가 나아가는 것을 계속 지켜 볼 것이다. 그와 백호 길드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이러한 SNS의 내용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사알마딘이라면 세계 50위 안에 드는 재벌로 유명하며, 그런 이가 일개 대한민국의 길드
원에 대해서 언급을 하며, 타국에 1조원의 성금을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백호 길드다!!”
“백호 길드가 나왔다!!”
번쩍번쩍!!
수많은 취재진들이 백호 길드원들을 향해서 라이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남백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임창종 역시도 그랬다.
모두는 자신들을 향해서 터뜨리고 있는 라이트에 눈이 멀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라이트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는 남백호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바로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수장 이용석이었다. 그는 남백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가뿐하게 무시를 당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에 나타난 백호 길드원 중 한 명이 있었다. 주로 임창종의 부재 때 대신 자리하는 인물이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는 되려 질문을 하는 남백호를 보며 말했다.
“예? 정말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한대 맞고 말할까?”
직설적인 남백호의 화법에 그가 당황해 했다.
“아, 아닙니다. 간단하게 이걸 보시죠.”
그는 그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한국의 인터넷을 강타한 기사 중 하나를 스마트 폰으로 보여주었다.
스마트 폰의 기사를 본 남백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임창종과 신민배를 보았다.
“귀찮은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임창종 역시도 그 기사를 보고 조금은 난감할 따름이었다. 설마하니 사알마딘이 이런 언급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우선은 길드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남백호는 눈짓을 했고 백호 길드원들이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을 빠르게 막는 이용석.
“이봐요. 내가 누군지는 알텐데?”
“그래서? 귀찮으니까 나중에 길드로 찾아오면 될 거 아냐?”
이미 임창종과의 있었던 일은 익히 들었다. 물론 직급이 있다고해서 남백호의 입에서 좋은 말이 흘러나가진 않았다.
“뭐?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딴 망발을?”
번쩍번쩍!!
카메라의 라이트가 다시금 터지기 시작한다. 이용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백호 길드는 대한민국의 핵이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그 폭발의 여파가 자신을 덮칠게 뻔했던 것이다.
“크음! 나중에 나를 찾아오도록 하게.”
“이 양반이 귀가 먹었나? 아니면 발이 없는 건가? 척보니까 두 발이 다 달려 있는데, 왜 날더러 오라가라야? 생긴 건 무슨 돼지 뼈까지 다 씹어 먹고 살찐 것처럼 보이면서.”
남백호는 그와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그는 보지 못하고, 그대로 앞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가면서 말했다.
“대체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B급 괴수 의뢰를 받으셨다는데 그게 정말이십니까?”
“왜 우리나라의 B급 괴수를 놔두고 이라크 원정을 택하신 겁니까?”
“사알마딘이 얼마의 조건으로 귀화를 신청했는지 물어도 될까요?”
“대체 사알마딘이 말한 ‘그’가 누구입니까?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쉴틈없는 질문 공세에 남백호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런 남백호는 금방이라도 주먹을 뻗을 기세였고, 그의 옆에서 임창종이 뒤돌아서며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질문에 대한 것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각 신문사와 방송국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여명의 백호 길드원들의 뒤로 수많은 취재진들이 라이트를 터뜨리고 있었지만, 궁금증은 그 무엇도 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특별한 기사가 기재 되었다.
[괴수 안전 대책 본부 이용석과 백호 길드장 남백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백호 길드장 남백호가 괴수 안전 대책 본수 이용석에게 보인 태도의 이유는?]
[이용석과 백호 길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괴수 안전 대책 본부 이용석이 백호 길드를 마중 나온 까닭은?]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지만, 두 사람에 대한 의문 어린 기사는 한국을 강타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편의 내용에서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듯 하네요.
그래서... 이미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마음 껏 던지시길.
이탈자가 없길 바라며......
내일 뵙겠습니다.(혹시 모릅니다. 또 갑자기 나타나서 연재하고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