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67화 (6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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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괴수와 싱크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젤리나는 말했다.

“전 상관없는데요? 우연이 되었던 아니던, 결국 전 오빠에게 목숨을 빚졌고, 그때부터 호감이 생겼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여자 친구 없다고 하셨죠?”

“어…… 그렇긴 한데…….”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환상이 없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환상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일반적인 외모가 아닌 환상이라는 표현에 맞는 외모를 지닌 사람과는 애당초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는 신민배.

“그럼 저랑 그냥 사겨보시는 건 어때요?”

“어? 너랑 사귄다고?”

이미 그녀의 마음은 알았다. 이유는 물어 볼 필요가 없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시란이가 알면 난리도 날 텐데. 내가 계획을 잘못 짰나?’

신민배를 노리는 사람은 이성만이 아닌, 동성도 존재했다.

시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신민배에게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차이라는 무시하지 못할 숫자 때문에 참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시현 역시도 알고 있는 상황이며, 신민배라면 나이가 어쨌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외형만 보면 시란은 이미 성인 수준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상 10대에 불과한 그녀와 만남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해서 시현은 시란이 성인이 될 때 최대한 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자에게는 목석같았던 신민배에게 해머를 들고 안젤리나가 내려찍기 시작했던 것이다. 과연 목석이라도 안젤리나에게 당할 수는 없을 듯 보였다.

‘뭐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건 못 되겠지만…… 시란아. 너는 네 나이가 어린 것을 탓해

라. 누굴 탓하겠니?’

이미 상황을 종결짓는 시현.

“사귄다는게 어떤 건지는 알고 있는거야?”

“당연하죠? 저 성인이에요. 아무 것도 모르는 10대는 아니거든요?”

“정말 나로도 괜찮겠어?”

끄덕끄덕!

목에 힘을 주며 힘차게 끄덕이는 안젤리나.

민배는 그런 안젤리나는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내가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줄 알겠네…….’

비록 서구적인 외모의 안젤리나지만, 누가 보더라도 미인에 여신이라 불려도 손색은 없는 그녀.

‘그래. 나도 외로운 마당에 잘됐지.’

안젤리나를 바라보며 신민배 살짝 웃어보였다.

“그래.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안젤리나의 눈이 매우 커지고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매우 놀라기도 했으며 기쁨의 행동으로 보여진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연애를 하기로 했다. 물론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신민배는 행복하다 판단했다.

안젤리나와 신민배가 갑작스럽게 사귀기 시작하면서 길드에는 한 바탕 큰 소란이 일어났었다. 안젤리나의 팬들이 많이 있다보니,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신민배라 할지라도 시기어린 눈빛들이 많이 쏠려 있었다.

또한 시란은 말할 것도 없었다.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눈물만 흘리는 그녀. 시현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동안 시란은 신민배와 얼굴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그를 피했다. 하지만 한 집에 사는 그들이 피해봐야 얼마나 피하겠는가?

결국은 얼굴을 마주할 날이 왔지만, 시란의 얼굴은 계속해서 시무룩해 있었다.

그런데 시란이 급하게 신민배를 찾는 날이 생겼다.

벌컥!

“오빠!”

“응?”

자신의 방 문을 급하게 여는 시란. 누워있던 신민배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안젤리나 사건 이후로 그와는 말도 제대로 나누지 않던 시란이 방문을 급하게 열었다는 것

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시현 오빠가 이상해!”

“뭐? 왜?”

“몰라! 어디가 아픈지 물어도 대답이 없고 혼자서 계속 끙끙 앓고 있는데?”

“그래? 빨리 가보자.”

두 사람은 급하게 시현의 방으로 달렸다.

“으으으…….”

시현은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듯, 신음하며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불러도 대답을 안해요.”

시란의 말에 민배는 즉시 침대 가까이 다가가 시현에게 물었다.

“시현아! 정신 차려봐. 시현아?”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민배는 시현의 이마를 만졌다.

“아아아악!”

아주 살짝 손을 갔다 댔을 뿐인데, 시현이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다.

“이건……?”

이런 현상과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신민배 역시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첫 번째 각성 때 크게 앓았던 것이 생각났다.

“시란아. 지금 시현이는 각성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네? 정말요?”

“응. 그래도 확실히 알 수는 없으니까 당장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

“알겠어요!”

시란은 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고 구급차를 요청했다.

신음하고 있는 시현의 모습을 보며 민배는 침대 곁에 앉아 있었다.

“이게 너에게는 첫 번째 각성이겠지?”

능력 상승은 존재했지만 단 한 번도 각성은 하지 못했던 시현.

시현의 첫 번째 각성이 될지 안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만 알 것이다.

얼마 뒤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시현을 급히 차에 실었다. 싣는 도중에도 약간의 터치만으로도 시현은 엄청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병원으로 옮긴 시현의 증상은 각성 현상으로 판명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잠을 푹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깨어났다.

“축하한다.”

깨어난 시현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민배가 축하의 말을 건넸다.

“네? 축하라니요?”

“너 각성했다.”

“예? 제가 각성이요?”

“그래. 기억 하나도 안나냐?”

“대체…… 무슨 일이?”

각성을 했다는 말에 황당함을 숨길 수 없는 시현.

사실 시현은 그날 저녁 약간 피곤함을 느끼고 침대에 등을 기대었었다. 잠을 자려고 했던 것이 아닌, 약간의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자고 일어나보니 각성이라니?

“후후, 대다수가 이런가보다. 각성 상태에서는 아무런 기억을 못하는 걸 보면 말이야. 우선은 각성을 했으니 능력자 관리소에가서 구체적인 것은 알아보는 게 좋을거야.”

“형! 저 진짜 각성한거예요?”

“그렇다니까? 빨리가서 확인 해봐.”

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병원을 빠져 나갔다.

“뭐가 저렇게 급해? 태워주려고 했더니…….”

자신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시현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시현은 그길로 능력자 관리소로 향했고, 그곳에서 4등급 판정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능력들이 상승했으며 여타의 4등급과 비교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 있었다.

원거리 공격계보다 근접 공격계가 공격력 면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현의 경우 그 수치가 상당히 높아서 4등급 최고의 수준에 해당 된다고 했다.

능력도 몇 가지 생겼는데, 자신의 신체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능력으로 괴수 사냥에 있어서 전문적인 딜러 역할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괴수 사냥 시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던 시현은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호 길드는 2군과 3군 위주로 계속 훈련을 지시하고 있었다. 1군의 경우 아직 전문적으로 B급 괴수 사냥은 하지 않았으며, 단지 몸상태의 유지를 위해서 괴수 사냥은 틈틈이 진행 되었다.

그리고 그날 1군의 소집이 진행되었다.

회의실 안에는 1군. 방어계 3명, 공격계 10명, 치유계 5명, 보조계 3명. 21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1군으로써 전문적인 B급 괴수 사냥을 위하여 짜여진 팀이었다. 신민배를 제외한 보조계 두 명도 5등급 해당 능력자였다.

아마 다른 길드나 능력자들이 고작 20명이 B급 괴수 사냥 전문팀이라고 하면 비웃음을 살 일이지만, 이미 이 회의실에 있는 이들 모두가 B급 괴수 사냥을 겪어본 이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기존 17명은 그대로 가고 있다. 또한 새롭게 길드원을 뽑으면서 4명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임창종은 모두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B급 괴수 의뢰는 없습니다. 정부에서 손을 떼고 있더군요. 그렇다보

니 B급 괴수를 사냥한다 하더라도 괴수를 잡은 수익 밖에 없었습니다. 해서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여타 해외에는 B급 괴수를 잡을 수 있는 능력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청탁을 넣어 의뢰를 받았습니다.”

해외로 원정을 떠난다는 사실에 1군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당장 안방에만 해도 B급 괴수가 판을 치는 마당에 굳이 해외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력자는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한다. 그렇다보니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알기에 그 누구도 해외 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해외 원정이라 할지라도…… 괴수 사냥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관광이 되는게 아니겠는가? 일석이조인 셈이다.

남자들에 비해 여성 능력자들의 표정이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다.

“우리가 갈 나라는 중동 지역의 이라크입니다. 이곳에서 요청 받은 의뢰는 B급 괴수 7마리를 소탕하는 것입니다.”

임창종의 말에 여성들은 인상을 구겼다. 하필이면 많고 많은 나라 중 이라크였기 때문이다. 관광이고 뭐고 그녀들에게는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7마리의 B급 괴수에 대한 모든 권리는 저희들이 가지며, 의뢰비로는 300억을 제시 했습니다.”

“300억? 7마리에 300억이면 우리가 손해 아냐?”

남백호가 임창종을 보며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는 B급 괴수를 정식으로 퇴치한 건 블랙 터틀이 전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B급 괴수 전문 길드로써는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해서 위험 부담이 적은 B급 괴수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올린 이후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생각입니다.”

한국에 온 아레스 길드만 하더라도 600억이라는 금액을 받고 5마리의 B급 괴수를 처리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두 마리가 더 많은 와중에도 300억 뿐이었다.

“우리 길드의 상황을 인지한다면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의뢰에 앞서 한 가지 전해드릴 것은 B급 괴수에 대한 분배는 80%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20%의 금액은 차후 문제

가 생길 수 있는 대원들의 연금 보장 형식으로 진행 할 생각입니다.”

“뭐 그것도 좋겠지. 모두가 조심한다고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B급 괴수 한 마리의 20%라면 상당한 금액이다. 만약 능력자 중 누군가 더 이상 괴수 사냥을 하지 못한다면 20%의 금액을 계속 축적하여 그것을 연금이나 보상 금액으로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B급 괴수에 큰 부담을 안고는 있지만, 자신이 만약 잘못 되더라도 차후 가족의 생계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을 정도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라크로 출발은 3일 뒤에 진행합니다. 그때까지 모두들 컨디션 유지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창종의 설명이 끝나고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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