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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기라는 건.
“저기…… 이 청검은 얼마인가요?”
“청검은 C급 중에서도 상급에 속합니다. 그래서 가격은 2,200만원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물론 이것을 살 정도의 여유는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동생들 모두에게 아껴 쓰는 그가, 자신에게만 무턱대고 돈을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저, 저기 죄송한데 그럼 청검은 얼마인가요?”
“청검 좋죠. 그 소리만 듣고 있어도 사냥할 기분이 절로 나니까요. 청검은 700만원입니다.”
아무런 옵션조차 없으며 볼 거라고는 소리가 경쾌하다는 것 뿐.
‘그래…… 최소한 지금 가지고 있는 검 보다는 나으니까…….’
생각보다 무기가 비쌌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가장 싼 무기를 고른 것이다.
“죄송한데 이걸로 할게요.”
“죄송요? 손님이 물건을 구입하시는데 왜 죄송하세요? 청검으로 하신다고요? 따로 포장을 해드릴까요?”
“아, 아뇨. 그냥 검 집에 넣어만 주세요.”
능력자들이 나타난 세상. 검을 들고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반대를 했었다. 검은 무기이며, 살상 병기이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무기를 지니고 다닌다는 것은 언제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소지 금지가 되어서 괴수를 잡을 때에만 허락이 되었지만, 갑작스러운 괴수 출몰이 이어지면서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 능력자들로 인해 위급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능력자라면 누구나 무기 소지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런 무기를 들고 다니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현민주와 함께 일하던 종업원들.
“저봐. 결국 청강검이야. 홍검도 아니라고. 역시 돈이 없던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차라리 홍검을 사지. 어떤 능력자가 청검을 사겠니?”
“그러게. 마치 폼은 건물이라도 살 것 같은데 말이야.”
두 여자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이 정확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무기란 능력자에게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아는 신민배.
사소한 무기의 옵션이라 할지라도 버프를 제대로 받고 사냥하게 되면 그 위력은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기요. 죄송한데. 저 용광검은 얼마인가요?”
“네? 용광검요?”
“네. 용광검요.”
그녀는 용광검의 가격을 물어보는 신민배를 보며 별 생각없이 대답을 했다.
“용광검은 아무래도 재료가 비싸며 제련도 힘들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가격은 30억입니다.”
“음…… 그렇군요…….”
30억이라는 가격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물며 현재 신민배의 통장에는 몇 차례 사냥을 통해서 얻은 2억 정도 되는 금액이 있다. 물론 이 돈 역시도 집을 사면서 얻은 대출과 함께 빚이었다. 더군다나 차 값도 현재는 얼마인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죄송한데 제가 카드가 없어서 그런데, 혹시 능력자 할부 같은 제도가 있나요?”
“네? 물론이죠. 그런데…… 이 용광검의 경우는 상당히 비싼 가격의 아이템이어서 할부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특성과 등급까지 고려해야만 하거든요.”
“그래요? 그럼 우선 조건이라도 맞춰 봤으면 합니다만?”
“네? 자, 잠시만요.”
그녀는 신민배의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매장에 일을 하면서 제일 비싼 가격의 무기를 팔아 봤던 것이 5천만원짜리 였다. 그렇다보니 억 단위의 가장 비싼 용광검의 조건은 그녀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간단하게 신민배에게 조건부 명세서를 내밀었다.
“여기에 필요한 것에 기재를 해주시면 됩니다.”
“네. 잠시만요.”
신민배가 그것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특성과 그리고 등급. 이름과 능력자 등록 번호 등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시현이 잠시 깜짝 놀라며 볼펜을 뺏었다.
“형! 뭐하는 거예요?”
“뭐하냐니? 용광검 사려고 조건부 명세서 적고 있잖아?”
“그, 그러니까 형이 이걸 왜 사려고 하냐구요?”
“왜사긴? 너주려고 사는거지?”
“예? 형 돈 많아요? 이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작성하게?”
시현은 약간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동생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남남인 사이다. 또한 지금까지 신민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자신과 동생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는 무기를 사는 것에까지 신민배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야, 보면 모르냐? 조건부 명세서야. 이걸 적는다는 건 돈이 없어서 할부로 하려고 적는거고.”
“아니? 돈이 없는데 이걸 왜 사요? 돈이 있어도 살까 말까한 무기를요.”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주변의 지나가던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현민주와 함께 일하던 종업원들 역시도 그들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현아. 나도 7등급 보조계부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잘 알아. 그런데 말이야. 돈은…… 모아도모아도 끝은 없는 것 같더라. 다만 돈을 벌면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확실한 것 같더라. 솔직히 나 집 살 때, 고민 엄청나게 했었거든. 내 능력으로 그 집을 사면서 대출까지 받아서 너희 데리고 사는 것 말이야.”
그랬다. 처음 연씨 가족들을 데리고 산다는 것에서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안기도 했다.
단지 동정심에 저지른 행동이 아닐까 많은 생각도 해본 그였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채 하루도 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나 걱정이고, 앞으로 대출금 어떻게 갚아나갈까 앞이 깜깜했는
데…… 너희들과 같이 살면서 그런 생각을 다 잊게 되더라. 뭐 능력과 등급이 상승해서 돈 벌기가 좀 쉬워져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서 드는 생각은 능력 되는 만큼만 하면 된다라는 거다. 솔직히 이 정도는 형 능력으로 커버 된다. 지금이야 길드 휴가니까 그렇지만, 전에 한 번 사냥해서 봐서 너도 알잖아? 평상시대로 사냥하면 이런 할부 나에겐 그냥 껌이다. 너 역시도 돈은 벌지만 말이야. 내가 사랑하는 동생에게 이런 거 하나 사주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하기 싫거든.”
그는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돈도 쓸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며, 쓸만큼만 가지고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능력자들 중에는 수십, 수백억을 가진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그 돈을 어디에 쓸까?
뻔하다. 먹고 자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닌 값비싼 명품과 보석등을 산다면 그것은 단순히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치용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배의 자동차 역시도 사치가 맞긴 하지만, 무기는 사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전 이런 걸 받을 이유가 없는걸요?”
“없긴 왜 없냐? 더 열심히 사냥하면서 등급이 오르고, 위험한 순간을 벗어나는게 그 이유 아닌가? 나와 사냥을 하면서 위험에 빠지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지지? 위험에 빠진 네가? 아니면 함께 사냥한 내가?”
괴수 사냥은 엄연히 본인의 몫이다. 괴수를 사냥하며 죽음을 당하거나 크게 다치는 것은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만약을 위한거다. 조금이라도 빨리 괴수를 죽일 수 있다면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단순히 너 한 명의 힘이 얼마나 크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너 한 명의 힘이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어서 위험을 벗어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니 잔말 말아.”
시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언제나 신민배에게 받기만 할 뿐이다.
그에게 입은 은혜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미친 듯이 사냥을 다녔었고, 백호 길드에 들어간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서 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현재 시현의 목표였
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건 감사히 받도록하고. 대신에 대금 값은 저도 벌어서 형에게 갚을게요.”
“후후, 그래. 너 분배금 받으면 그거 통장하나 따로 만들어서 조금씩 입금해 놔라. 알겠냐? 매일같이 확인 제대로 할테니까.”
“알았어요!”
그제야 시현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물론 시현이 통장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을 확인할 것도 아니다. 그 통장에 조금씩 돈이 쌓이게 되면 그것은 엄연히 시현과 그의 동생들의 앞날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볼펜을 다시 건네받은 민배는 조건부 명세서를 다시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그것을 종업원에게 건네주었다.
잠시 조건부 명세서에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던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 보조계 등급을 잘못 기재하신 것 아닌가요? 3등급이라고 적으신 것 같은데요?”
“네? 아. 맞습니다. 저 3등급 보조계입니다.”
“어머……?”
그녀는 놀라기보다는 황당해 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5명이 존재하는 보조계. 하지만 그녀는 3등급 보조계 자체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자, 잠시만요. 기다려주세요. 매니저님께 연락을 좀…….”
조건부 명세서란 것은 엄연히 할부 자격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판단하는 문서다. 또한 이런 조건부 명세서를 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로 매니저와 점주였다.
간혹 돈이 좀 있다고 하는 점주들은 가계를 여러 개 열어 그곳을 매니저가 관리를 하게 만들었다.
“네. 매니저님? 급히 좀 오셔야겠는데요. 네. 여기 명품 대장간 5층…….”
그녀가 급히 통화를 하고 어딘가에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 남성은 깔끔한 정장과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급히 다가와 민배와 시현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매니저 하노식입니다. 잠시 조건부 명세서 좀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조건부 명세서를 하나하나 확실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민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절차가 따분하기 그지없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치?”
“그러네요. 뭔가 다른 방법은 없나?”
“뭐…… 카드가 있으면 바로 해결이 됐을텐데…… 조만간 카드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이런 불편한 절차를 안밟지. 너도 미리 카드 만들어 둬라. 한도 빵빵한 녀석으로다가.”
“후후, 그래야겠네요.”
명세서를 보던 분 그의 두 눈이 등급란에서 잠시 멈추었고,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예…… 네? 있다구요? 정말요? 예.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신민배의 신원을 확인한 듯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모두 확인 되셨고요. 거래 확인서 한 장만 써주시면 됩니다.”
조건부 명세서의 경우 조건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문서에 불과하지만, 거래 확인서는 이제부터 무기를 산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매니저는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왔고, 민배는 또다시 이것저것 기재를 하기 시작했다.
“요금은 다음 달부터 청구가 되고요. 현재 자동인출 시스템을 이용하셨기 때문에 매달 20일에 빠져 나가게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현의 부탁으로 종업원은 용광검을 검집에 넣어서 그에게 전해주었다.
“이야…… 옷이 날개라더니…… 넌 검이 날개인가보다?”
용광검을 들고 검은 백호 길드 제복을 입고 있는 시현의 모습은 뭔가 강한 기품을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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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약속대로... 연참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