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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차의 노예.
“안녕하십니까. 신민배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안사람입니다.”
그녀는 딱히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임창종의 아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19살에 결혼했다고 하지 않았었나? 아내 분은 못해도 25살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데…… 딱봐도 큰 애는 7살 정도로 보인단 말이야…… 동안이신건가?’
그들 가족의 얼굴만 봐서는 나이를 대략적으로 짐작하기 힘들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그들은 저녁 식사를 대접 받았고, 화목한 가정 얼마나 부러운지를 확실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모든 만남을 끝내고 민배와 시현은 프롬브론을 이끌고 자택으로 돌아 왔다. 그때까지도 아직 시현의 두 눈은 풀려 있는 상태였다.
“왔어요? 오늘은 좀 늦었네요.”
“응. 차를 가지고 온다고 말이야.”
“오빠 차 샀어요?”
“어. 꽤나 좋은 차야.”
“와! 잘됐다. 내일 날 밝으면 구경 해야지. 그런데 시현 오빠는 왜 이래요?”
멍한 눈으로 가만히 서 있는 시현을 보며 시란이 물었고, 그 소리를 들은 시현은 시란을 옆으로 살짝 밀며 말했다.
“비켜…… 너희들 때문에 우리 르기니를 데리고 오지 못 했어…….”
시현은 울상을 짓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다음 날 시현은 집이 떠나가도록 환호성을 질러댔다.
임창종이 민배와 시현에게 자동차를 두 대 더 선물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 자동차 두 대는 시현이 그렇게 갈망한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와 코닉세그 아제라S였다.
물론 이 자동차가 오자마자 시현은 그날 바로 운전면허 학원을 끊었고, 밤샘 공부를 며칠 째 유지하며 당당하게 면허증을 따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슈퍼카들이 이슬이라도 맞으면 안된다며 차고까지 새롭게 만든 그였다.
문제는 자동차 값이었는데, 이는 임창종이 모두 떠안을 생각으로 선물한 것으로 앞서 프롬브론 역시도 차 값을 받을 생각은 없는 그였다.
휴가를 받고 쉬고 있는 그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뭐하냐?]
“뭐하긴. 그냥 조용히 집에서 쉬고 있지.”
전화를 건 인물은 다름 아닌 고창식이었다.
[그래? 그럼 다 같이 한잔 어때?]
“알았다. 간만에 뭉쳐볼까?”
고창식이 말하는 다 같이는 세 여자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날은 반드시 술을 마시기 때문에 그는 자동차를 끌고 가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노아영을 제외한 모두가 나와 있었다.
“응? 아영이는?”
“아영이는 오늘 못나온데.”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모르겠어.”
노아영을 제외하고 네 사람은 간단하게 식사를 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서 한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A급 괴수가 나타나고 요즘에 난리도 아니에요.”
“왜?”
“요즘 괴수 가공 업체들이 많이 힘든가봐요. 능력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만큼 사냥이 활성화 되지 않아서 망하게 된 괴수 가공 업체가 많나봐요.”
“그렇구나……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 걸 나보다 잘 아니?”
이지은을 보며 그가 물었다. 그러자 이지은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아무래도 아영이 아빠가 괴수 가공 업체를 운영하시잖아요…… 때문에 요즘 아영이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그 정도로 힘든거야?”
“네…… 아마 조만간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아영이가 요즘 걱정이 많아요. 저희들과도 잘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그렇구나…….”
그런 신민배를 보며 지연이 말했다.
“오빠가 좀 도와주실 수 없으세요?”
이에 신민배 역시도 약간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음…… 예전 같았으면 내가 매입 연결을 하면 되겠지만, 이제는 길드 소속이라 길드가 알아서 하게 되어 있거든.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도 길드가 수입을 남기니까 말이야.”
“그러시구나…….”
그녀들은 사실 이 문제 때문이라도 오늘 신민배를 만나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신민배로써도 딱히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녀들의 걱정이 더욱 심화되었다.
“내가 한 번 물어나 볼게. 그러니까 너희들은 너무 신경 쓰지마라. 친구 하나만 해도 걱정이 태산인데 왜 너희들까지 그러고 있냐.”
“그래도…… 친구가 어려워하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요…… 부모님께 말해서 금전적으로 도와준다고 해도 그걸 허락할 아영이도 아니고…….”
“이런 말이라도 해 볼 사람이 오빠 밖에 없었어요…….”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친구 생각해서 한 말이잖아. 나도 휴가 끝나면 길드에 말이라도 해보지 뭐.”
그들은 그렇게 아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끝냈다.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거론 해봐야 분위기만 더욱 침울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오랜만에 모인 그들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간만에 미친 듯이 달렸다.
세 사람이 술에 많이 취했다. 제정신인 사람은 신민배 뿐이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또다른 사실 하나는 고창식의 문제였다.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요즘 그는 계속해서 막노동을 했었나 보다. 그리고 결국 그 일도 하지 못하고 지금은 쉬고 있는 상황.
고창식도 그렇게 여유로운 집안의 자식은 아니었다. 2남 1녀로 그는 장남이었다. 또한 어머니가 홀로 계셨고, 두 동생은 대학생이다.
생활비가 빠듯하기 때문에 일을 해서 가족 생활비를 보내곤 했지만, 그걸 지금 5개월째
못하고 있어서 큰 고민에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이참에…… 창식이와 아영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현재 신민배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고창식이다. 그다음으로 바로 세 명의 그녀들이었다. 연씨들은 친한 것을 넘어서서 가족 같은 관계였으며, 길드원 중에서는 아직 마음을 터놓고 지낼만한 사이는 아직 없었다.
“오빠는 별일 없어요? 병상에 오래 누워있었잖아요.”
“맞아. 우리 문병도 갔었는데 모르시죠?”
두 여인은 신민배가 입원해 있을 당시 몇 번이고 찾아 왔었다. 물론 두 사람만이 아닌, 세 명이서 매번 함께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노아영의 상황이 힘들어지고 조금씩 뜸해졌던 그녀들.
“몸이야 멀쩡하지! 그러니까 괴수 사냥 다니는거 아니겠어? 문병 왔으면 깨우지 그랬어?”
“어머? 죄송해요. 오빠가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차마 깨울 수는 없더라구요. 옆에서 수다를 그렇게 뜨는데도 안 일어나시는 걸 보니 몹시 피곤해 보이시더라구요. 호호.”
이지은의 농담에 신민배가 ‘피식’하고 웃었다.
세 사람이 앞에 있음에도 노아영의 문제가 신경이 쓰였던지 그렇게 즐겁게 놀 수가 없는 신민배. 아무래도 세 여인 중 가장 신경 쓰이는 여인이 노아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자신과 가장 많은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아침 식사까지 대접을 받다보니 생각이 각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마음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고, 마음껏 행동 할 수 있
다. 물론 남녀가 지켜야 할 것들은 지키며 서로들의 만남을 유지했다.
평일이라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시란은 두 동생들을 급히 챙기고 보냈다.
“흐흐흠~.”
그리고는 뭐가 즐거운지 콧노래 까지 부르며 아침 설거지를 하려고 하였다.
“넌 학교에 안가?”
콧노래 소리를 들으며 거실로 나온 신민배.
“음? 오늘 같은 날은 쉬려고. 오빠들도 휴가 받았고 하니, 간만에 같이 있고 싶어서. 헤헤.”
시란은 살짝 웃어보였다.
“닥치고 당장 학교 가라?”
그런데 그때 시현이 나타나 인상을 쓰며 말했다.
“싫어! 괴수 잡으러 간다고 하면 돼. 나 오늘 학교 안갈거야!”
그러면서 떼를 쓰기 시작하는 시란. 하지만 여동생이 떼를 쓴다고 해서 시현이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는다.
“너… 용돈 줄이고, 한 달에 괴수 사냥 한 번 하게 만들어 줄까?”
“악!! 오빠 너무해!”
시란은 아직까지 경제관념이 없다. 그렇다보니 모든 돈은 시현이 관리를 하고 있다.
신민배가 정신을 차린 직후, 시현은 성인이 되었고, 이제 연씨 가족들의 경제 문제는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하였다. 이에 신민배는 강하게 거부했다. 자신이 이 집안에 대한 모든 금전을 도맡을테니 그렇게까진 하지 말란 소리였다.
하지만 시현은 끝까지 자신들의 동생 문제는 본인이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결국 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연씨 가족에 대한 모든 경제 주도권은 시현에게 있었다. 그렇다보니 용돈 문제에 대해서 시란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래도 오빠들 간만에 쉬는 날인데 좀 집에 있으면 안 돼? 나도 같이 대화 좀 하고 놀고 싶다고!”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 어디 도망 안가. 학교 빨리 다녀오면 되는 문제야. 그러니까 빨리 가도록 해.”
“이씨……!! 안가! 나 안가!”
시란이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들의 동생들이라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려면 시현보다는 시란이 나았기에, 그녀에게 다가간 신민배가 말했다.
“빨리 학교에 갔다 오는게 낫지 않을까? 너는 나랑 같이 사냥하고 싶지 않아? 이래봬도 나 3등급 보조계가 되었다고. 다들 내 버프 받겠다고 난리야.”
자기 자랑을 하듯 말하는 신민배에게 시선을 조금씩 돌리는 시란.
“나, 나도 오빠 버프 받고 싶은데! 그래서 같이 사냥도 하고 싶은데, 시현 오빠가 계속 반대 한단 말이야!”
자신의 방에서 민배에게 칭얼거리며 투정을 부리고 있는 시란. 아직까지도 여전히 어린 소녀로만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학교에 다녀오면 내가 시현이에게 말 잘해둘게. 그리고 이번에 너 괴수 사냥 때, 나랑 같이 하는 걸로 말이야.”
“진짜? 진짜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얼른 투정 그만부리고 교복이라도 입으시죠? 지금 출발하면 지각은 면할걸?”
그녀의 얼굴이 금방 풀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급히 다시 앉았다. 무엇인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뭔데?”
그녀의 입꼬리가 살포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내 신민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 학교 바래다 줘!”
“뭐? 학교야 버스타고 가면 되잖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란이 다시 말했다.
“아니! 오빠 차로 말이야. 오빠 차 있잖아.”
“뭐?”
슈퍼카를 구입하고 시란이 시승식을 해보기 위해서 떼를 썼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아 그동안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시현의 경우 람보르기니를 너무 애지중지 하다보니 근처도 가지 못하게 만들 정도였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우리 동생 학교 바래다주는 것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지. 대신 빨리 옷 갈아입고 내려와.”
“알았어! 지금 당장 갈아입어!”
그녀는 신민배가 등을 돌리자마자 옷을 집어 던지기 시작하며 교복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채 2분도 되지 않아서 시란이 달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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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