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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차의 노예.
“아무튼 너희 길드원들이 안전하면 됐지. 그런데 너무 적들은 만들지마라.”
“적이요? 형님. 저는 적은 만들지는 않습니다. 라이벌만 있을 뿐이죠.”
남백호는 그런 인물이다. 지금까지 다른 능력자들에게 좋은 소리는 못 들었지만, 그렇다고 싫은 소리도 듣지 않았다.
단지 A급 괴수 사태 이후에 많은 비난을 받긴 했지만, 남백호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이들은 없었다.
“그래. 알았다. 수고해라. 형은 바빠서 먼저 가보마.”
종근대는 남백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자신들의 대원들과 함께 사라져 갔다.
“하…… 씨발. 봤냐?”
“네. 똑똑히요.”
“와…… 인간 남백호. 이정도로 밑바닥까지 왔나보다.”
지금 남백호가 하는 말은 바로 종근대의 행동 때문이었다. 여태까지 대한민국 2위 길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길드를 유지하던 남백호.
그때도 종근대와는 많이 알고 지낸 사이다. 그렇지만 태도는 지금과 완전 상반되었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정부 소속의 괴수 안전팀의 팀장이라고 하지만, 등급부터가 두 사람은 한 등급 차이가 난다. 또한 길드의 명성과 위상으로 인해서 웬만한 정부 고위직들도 남백호에겐 함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 어깨를 쳐? 와…… 이건 괴수 세 마리에게 다굴 당할 때보다 기분이 더 더럽다!”
“참으십시오. 어차피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테니까.”
“당연하잖아! 두 번 다시 이딴 굴욕 당할거면 난 차라리 죽어버리고 만다. 가자! 다시 사냥하러!”
그는 앞장서며 길드원들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은근슬쩍 신민배의 곁을 지나가며 말했다.
“네가 좀 많이 도와줘.”
“하하……. 알겠습니다.”
그와 신민배는 두 살 차이가 난다. 따지고 보면 형, 아우 할 사이였지만, 워낙에 자기주장이 강한 남백호다보니 형, 아우보다는 부모와 자식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막무가내인 남백호의 성격은 신민배를 흔들어 놓기 충분했고, 최소한의 의리는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특이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남백호가 앞장서서 혼자 ‘씩씩’ 대며 걸어 갈 때, 길드원들은 천천히 그의 뒤를 따랐다.
그날 사냥이 끝나고 정산을 해본 결과 E급 괴수 34마리(2,924만), D급 괴수 31마리(4,929만), C급 괴수 12마리(5,160만)를 잡았고 D급 마력석 8개(4,200만)와 C급 마력석 2개(5,400만)가 나왔다.
정산을 받은 길드원들의 표정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한 번의 사냥으로 천만에 가까운 정산을 받았으니, 어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사냥이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는 괴수들을 5마리씩 몰아서 잡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길드원들도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이런 사냥으로 인해 신민배는 수익 중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다.
예전의 계약대로 임창종이 입금을 해주었던 것이다.
사냥이 끝나고 모두 집합 장소로 왔다.
“모두들 고생 많았다. 푹 쉬고 내일 보도록 하자. 이상!”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등을 돌리고 사라지는 남백호. 그런 그를 대신해 임창종이 말을 덧붙였다.
“여러분. 오늘 하루 고생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사상자 없이 사냥이 끝난 것도 다행입니다. 모두들 오늘처럼만 해주십시오.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임창종이 고개를 숙여 말했고, 그의 모습을 본 길드원들 역시도 고개를 숙여 함께 인사를 청했다.
각자가 서로에게 ‘수고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날 하루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이야…… 드디어 끝이네. 오붓하게 둘이서 집에 가볼까요?”
“오붓은 무슨…… 징그럽다 인마.”
민배와 시현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하였다. 민배는 차가 없고, 시현은 면허증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빵빵~!
그런데 그때 그들의 뒤에서 경적이 울렸다.
“어? 누나!”
시현이 차에 타고 있는 여인을 보며 밝게 인사를 한다. 다름 아닌 나태희다.
“두 사람 뭐해요? 집에 안가요?”
“아니에요. 가는 길이에요.”
“응? 차는 어쩌고 걸어가? 앞에다 주차 해둔거야?”
“네? 하하, 아뇨. 저흰 차가 없는데…….”
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마음이 있는 여자에게 차가 없다는 말을 한 것이 약간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머? 정말? 민배 오빠는 돈 잘 벌잖아? 근데 차가 없어요?”
“하하…… 그런 소리마라. 너희들이 알게 모르게 난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지는 않아서 말이야.”
“그럼 타요. 모셔다 드릴게요.”
“정말 그래도 되요?”
부끄러워하던 시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당장 차문을 열고 뒷좌석에 탔다. 앞좌석에는 유현미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시현을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쉰 민배 역시도 차에 올랐다.
“와…… 누나 차 좋네요. 이거 국산 아니죠?”
“호호. 당연히 아니지. 요즘 국산 누가 타니? 에어백도 안터지는데? 우리나라 국산차는 방어계들을 위해서 만든거야. 최소한 교통사고로 죽을 정도로 방어계들은 약하지 않으니까.”
국산차들은 에어벡이 안터진다는 말들이 언제부터인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이들은 대다수 외제차를 선호했고, 나태희 역시도 외제차인 BMW를 타고 다녔다.
그녀의 말을 듣고 시현이 민배에게 넌지시 말했다.
“형, 우리도 차 사면 안되요?”
“응? 차? 음…….”
자동차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되도록 모든 일을 다 해결을 해 놓은 상태에서 편하게 차도 장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신민배는 빚이 있는 상태다. 물론 그 빚도 금방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빚이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생각이 크게는 없던 그였다.
‘차 한 대 있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나도 이러다간 장롱면허 될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집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교통 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 한 대 장만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애들 데리고 놀러 가는 문제도 없지 않아 있고 말이야.’
그의 집에는 아직 10대가 세 명이나 존재한다. 그들 역시 교통 문제에 대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간주 되었다.
“그래. 한 대 장만하자. 그리고 너도 면허증 따라.”
“네? 저도요?”
“야, 남자란 자고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미리 따둬서 나쁠 건 없어. 그리고 너도 능력자인데 이제 차차 잘나갈 것 아니냐.”
“하하, 형이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좀 웃기네요.”
시현이 바라보는 신민배는 이미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 들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미리 칭찬하니 우습기 그지없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두 여자에 대한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능력자가 되면서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동갑이라는 이유로 친해졌다. 그리고 함께 팀을 짜면서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고, 현재 두 사람은 룸메이트였다.
“와! 그럼 누나 저 다음에 놀러가도 되요?”
“어? 그래. 언제든지 놀러와. 단! 놀러 오기 전에는 먼저 미리 연락하고 와야 해! 안 그럼 절대로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말고.”
그녀들에게도 나름대로의 비밀은 있는 법. 하물며 여자 두 명이 같이 살다보니 남자가 보아서는 안될 것들이 많았다.
현미가 운전을 하고 신민배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어머? 오빠 집 좋네요.”
“하하…… 고맙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집은 좋은데 교통이 영…….”
“호호, 그래도 차야 사면 그만이고 공기 좋은 곳이 낫죠. 그럼 저희들은 가볼게요. 내일 봬요.”
“그래. 알았다. 잘가. 오늘 수고 많았어.”
부우웅~!
차가 출발하고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후 5시가 약간 지난 시간.
“왔어요?”
두 사람을 먼저 반긴 것은 시란이었다.
“누구 차 얻어 타고 온 거예요?”
“어. 시현이가 좋아하는 사람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왔지.”
“뭐라구요? 오빠 좋아하는 사람 있었어?”
“아, 아냐! 그런거. 형은 왜 그런 소릴!”
“하하, 뭐 어떠냐? 어차피 나중에 친해지면 결국 소개 받게 될 텐데 뭐. 미리 말해둬서 나쁠 건 없지.”
신민배는 살포시 웃으며 거실로 먼저 들어갔다.
“오빠, 누구야? 어떤 사람인데? 같이 온 걸 보면 길드원 같은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
“넌 몰라도 돼!”
“에이! 그러지 말고 말해 봐.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백호 길드 들어갈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미리 친해두면 좋은거잖아. 응? 응?”
“아, 됐어. 배고파. 밥이나 차려.”
시현은 얼굴을 붉히며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갔다.
이 집의 주된 주부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시란이다. 빨래부터 요리에 청소까지. 모든 것을 거의 도 맡아하고 있었다.
이런 역할은 신민배 역시도 오랜 시간 혼자 살면서 터득을 했다. 해서 도와주려 했지만, 사란은 절대 안된다며 신민배를 만류시켰다. 이유는 단 하나. 남자는 큰일을 해야 한다
며 사소한 집안일은 자신이 다 한다는 거였다.
덕분에 그때부터 신민배는 이 집에서 하는 게 없었다. 그저 생활비를 보태주고, 아이들의 옷을 사주는 정도뿐이다.
그날 저녁.
TV와 인터넷은 백호 길드의 일로 난리도 아니었다.
짐꾼이 찍은 동영상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조작설 의혹도 나돌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이 영상을 보셨다시피 현재 백호 길드의 17명의 능력자가 괴수를 상대하는데요.
무려 그 수가 5마리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클랜이나 길드도 이런 형태를 띤 적은 없는데요. 전문가 두 분을 모시고 말씀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괴수 전문가 담용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능력자 관리소 차세희라고 합니다.”
TV에는 우연치 않게도 차세희가 출연하고 있었다.
앵커는 두 사람을 보며 질문했다.
“오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동영상입니다. 아마 두 분도 보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이에 담용이 기가 차다는 듯 입을 열었다.
“딱 보십시오! 조작이지 않습니까?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괴수 다섯 마리가 뉘 집 개새끼들도 아니고 말이죠. 정말 터무니없는 영상입니다.”
“왜 그렇게 단정 지으시는 건가요?”
“하하, 지금까지 수많은 괴수로 인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괴수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많은 능력자들의 힘이 필요하죠. 그런데 백호 길드라고 했나요? 17명이면 따지고 보면 세 팀 정도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괴수 다섯 마리를 다른 능력자들 세 팀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지금 이 장면에서 보시면, 다섯 마리의 괴수 중 세 마리를 한 남자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E급에서 D급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듣기로는 백호 길드 길드장이라고 하던데. 3등급 능력자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괴수 전문가 담용씨는 이 영상이 거짓이다라고 말씀하고 싶으신거군
요?”
“당연한 걸 왜 물어 보십니까?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CG가 많이 발달을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젠 이런 영상까지 나돌게 되는 거겠지요.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겁니다. 어쩌면 정부에서 괴수에 의해서 점점 영토를 잃어가니, 이렇게해서라도 국민들이 괴수가 사라질 것에 대한 희망을 품게 만드는 영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네? 그럼 정부가 이 영상과 연관이 있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럴수도 있다는 거지요.”
그런 담용의 말이 끝나고 앵커는 차세희에게 질문했다.
“제가 듣기로는 차세희씨가 이 영상의 인물 중 한 명과 매우 잘 아는 사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맞나요?”
“네. 알게 된지는 대략 1년 정도가 다 되어가지만, 많이 만나 본적은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 분이 백호 길드의 소속인가요?”
“듣기로는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 문제의 진의를 밝히는 건 그 사람과의 대화 한 번이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겠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지금 전화 연결이 가능할까요?”
“네? 아…… 저 그게…….”
갑작스러운 질문에 차세희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것은 애초에 인터뷰 질문 목록에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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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괴수 금액이면 개연성이 좀 맞을까요...ㅠ_ㅠ?
제발... 이정도면 괜찮다고 해주세요...
이제부터 본격 B급 이상 괴수 사냥에 돌입 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런 저런 이야기는 많아야 겠지만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