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 / 0176 ----------------------------------------------
17. 3등급 보조계의 위대함.
공격력 극화의 버프는 3분. E급 괴수 하나를 처리하는데 3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공격계들은 다른데 신경을 쓰지 않고, 최대한의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것은 빠른 공격으로 괴수를 쓰러뜨리는 자신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크아아앙!”
유혜미와 상대하고 있던 E급 괴수는 쓰러져 있는 상태로 연이은 공격을 당했다. 마치 괴수가 아닌 지나가는 짐승쯤으로 생각 될 정도였다. 심하게 발버둥치는 녀석은 복부에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3분이 지나지 않아 첫 번째 E급 괴수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모든 길드원들이 집중을 하자,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다음! C급 괴수로 갑니다. 현미씨는 지금 즉시 길드장님에게 몰려 있는 괴수 한 마리의 어그로를 잡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현미가 자리를 박차고 당장 괴수에게 달려들었다.
‘대, 대단해!’
현미는 남백호가 세 마리의 괴수를 상대하고 있는 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크큭. 큭. 크크큭.”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남백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도 아닌, 웃음소리도 아니었다.
“길드장님?”
“키키킥?”
현미가 부르자 남백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뭔가 이상해…….’
남백호의 음흉한 눈빛도 그렇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까지… 지금 남백호는 그녀가 지켜봤던 길드장은 결코 아니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세요?”
그제야 남백호의 눈빛이 약간 정상으로 돌아온 듯, 그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뭐해! 왔으면 빨리 한 놈 어그로 잡지 않고! 나 죽는 꼴 보려고 그러는거야?”
“아, 아니에요!”
그녀는 급히 병장기를 들고 괴수의 어그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남백호의 상태는 약간 쾌락을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 세 마리의 괴수를 상대로 탱킹을 시작했을 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헌데 점차 고통이 익숙해지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간지러운 곳을 강하게 긁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으로 순간 정신까지 흐려져 자신도 알 수 없는 말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 마리의 괴수를 빠르게 처리한 그들은 연이어 C급 처리에 나섰다.
“철벽 방어!”
재사용이 가능해진 능력은 바로바로 버프를 새롭게 걸어주는 신민배. 버프를 한 번씩 새로 넣어줄 때마다 그만큼 생존률이 올라가는 일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E급부터 C급까지는 괴수들이 특별한 능력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버프 능력은 시간마다 모조리 써주는 것이 가장 탁월한 방법이었다.
“돌진! 정신일도!”
그의 능력 중 탁월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자마자, 길드원들은 조심하고 말 것도 없이 그대로 공격을 퍼부었다.
보조계와 치유계 능력자들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능력은 스스로에게만 가능했다. 공격이나 방어면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기술은 있는 것이다.
투칵! 투칵!
파팡! 파파팡!
원거리 공격계들 중에서 연속적으로 원소 공격을 감행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런 기술들은 한 공격 시간이 상당히 짧아 연이어 원소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쿠에에엑!
C급 괴수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사저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이미 어그로가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괴수가 다가갈 준비 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없는 공격에 당하고 있었다. 하물며 자신의 생명력까지 하락 된 마당에 능력자들을 공격을 오래 버틸 수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C급 괴수 역시도 허무하게 쓰러져 갔고, 남은 괴수 세 마리는 방어계들이 각기 한 마리씩 전담하며, 유현미가 마크하고 있는 괴수 먼저 빠르게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회복의 가호!”
일정하게 정신력이 고갈 될 듯한 시기가 왔다. 그것을 알기에 신민배는 능력을 사용했고, 능력자들의 얼굴이 환한 표정으로 가득했다.
사실 5마리의 괴수를 상대로 끊임없는 공격을 하는 것은 많은 위험 부담을 안는다. 또한 그의 능력중에는 돌진과 정신일도가 있다 보니, 빠른 공격이긴하나 그만큼의 정신력 소모도 극심했던 것이다.
쿠궁~!
털썩~!
괴수들이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백호 길드원들 중 부상을 입은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아니 부상을 당할래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이렇게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방어계들이 괴수를 잘 마크해주기 때문이었다. 어그로가 다른 능력자에게 흘러간다 하더라도 괴수가 가는 진로를 방해만한다면 어그로는 금방 다시 잡을 수가 있는 문제였다.
이미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방어계 두 명인 남백호와 이장수를 보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유현미였기에 이정도 괴수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은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5마리를 잡는 시간이 대략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라는 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안전 장소에서 영상을 찍고 있던 짐꾼은 조심스럽게 화면에 백호 길드원 모두를 담았다. 그리고 절대 실수하지 않도록 영상을 저장했다.
“어떤 미친 새끼가 이랬는지 알 수는 있겠냐?”
“아뇨.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얼굴을 가리고 온 것이라…… 고의적인 괴수 몰이가 분명한 것으로 사료 됩니다.”
남백호와 임창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큭큭, 나중에 되돌아가는 길에 우리를 보면 아주 놀라겠군?”
“아마도 그렇겠죠.”
그들은 5마리의 괴수 사냥을 끝내고 한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다수 능력자들 모두가 정신력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휴식을 취할 때 괴수 매매업자들이 나타났다.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빨리빨리 이동해서 괴수를 옮겨야하는데…… 잡은 괴수를 모아두시니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그는 다섯 마리의 쓰러진 괴수들을 보며 백호 길드원들이 옮겨 놓은 줄 알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E급부터 C급까지 섞여 있으니, 누가 이것을 한 번에 잡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는 괴수 사체를 확인하며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와! 축하드립니다. C급 마력석이 나왔군요!”
C급 마력석이 나왔다는 소식에 길드원 전원이 기뻐하고 있었다.
금액을 확인해주던 매매업자가 약간 의아한 듯이 물었다.
“혹시 주변에 괴수에게 당한 팀들이 있나요?”
“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아니, 오다가 봤는데요. 밑에 괴수 안전팀들이 와 있더군요.”
“그런가요?”
괴수 몰이를 한 이들이 직접 괴수 안전팀을 부른 모양이었다.
매매업자들은 괴수들을 싣고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질 때쯤, 괴수 안전팀들이 백호 길드 쪽으로 다가 왔다.
“이야~! 잘 지냈어?”
“어? 형님 오셨습니까?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가까이 다가와 백호 길드장에게 인사를 건네는 괴수 안전팀의 인물. 나이는 대략 40중반 정도로 보였다.
“괴수 안전팀이 여기 뭐하러 오겠냐? 당연히 위험 접수를 받고 온거지. 그런데 너 멀쩡하다?”
“뭐가 말입니까?”
“아니,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하는 말이 백호 길드한테 괴수가 몰아 닥쳐서 많은 이들이 위험하다고 빨리 와달라고 하더라구.”
그런 그의 말을 듣고 남백호는 이빨을 보이며 미소 지었다.
“아하! 그러십니까? 혹시 그 전화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어디에 있긴? 같이 따라왔지. 이봐요. 여기 와봐요.”
나니나 다를까? 대화를 하던 중 괴수 안전 팀장이 자신을 호출하는 소리에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당신 분명히 그랬잖아요? 백호 길드가 위험하다고. 그런데 이게 뭡니까? 괴수는 한 마리도 없구만?”
“아, 아닙니다. 분명히 괴수 5마리가 있었단 말입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때, 남백호는 쉬고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괴수 5마리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 그야 당연히 봤으니까요.”
“봤다고요? 여기서 우리를?”
“아, 아뇨. 지나가다가 보았습니다. 저기 수풀 사이에서요.”
그는 한쪽 숲을 가르치며 말했다. 그런 그를 노려보던 남백호는 임창종에게 넌지시 물었다.
“야, 너 혹시 우리가 괴수 사냥 할 때 우리 주변에 다른 능력자를 본 적 있냐?”
“아뇨. 괴수를 사냥 할 땐 길드원들과 짐꾼들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남백호는 겁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들고 있던 해머로 얼굴을 찍어버렸다.
“크아아악!”
그 충격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방어계로 보이는 그의 얼굴이 약간 함몰이 되어버렸다.
“야, 치료 해봐.”
크아아아악!
그의 비명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남백호의 말을 들은 임창종이 다가와 사내에게 치유를 진행했다.
그러자 그는 지르고 있던 비명을 멈추었고 남백호를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당신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무사 안해도 된다. 이 새끼야. 대신에 네놈도 같이 데리고 가 줄테니까 걱정마라.”
쩍!!
이번에는 해머로 그대로 머리통을 깨버렸다. 한 번의 공격으로 그는 아무런 비명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 뻗어버렸다.
피슛~!
머리통을 박살냄과 동시에 피가 솟구쳤다. 남백호가 해머를 까딱 거리자 임창종은 다시 그
에게 치유를 했다.
치유를 하고 다시 정신을 차린 그에게 남백호가 천천히 말했다.
“야 이 새끼야. 여긴 우리 길드와 짐꾼들 말곤 아무도 없었어. 아! 지나간 잡종놈들은 있었다. 괴수 몰이를 하고 간 두 인간이 말이다.”
남백호는 그대로 그의 얼굴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신나게 패버렸는지 사람의 얼굴로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남백호는 신나게 패고, 임창종은 귀찮다는 듯이 치유를 계속해서 진행 했다.
30분 간 계속 된 구타는 사내의 입에서 ‘살려 달라’, ‘내가 잘 못했다.’라는 말들만 계속 흘러 나오게 만들었다.
“백호야. 괜찮겠어? 이러다가 또 경찰서 가면 합의금 꽤나 많이 나갈 것 같다.”
“형님. 제가 길바닥에서 자고, 빌어먹더라도 이런 놈은 도저히 가만 놔둘 수가 없습니다.”
안전 괴수 팀장인 종근대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말들을 믿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가 5마리의 괴수를 한꺼번에 상대한단 말인가?
‘이새끼…… 요즘 길드 많이 힘들어졌다고 하더니…… 이젠 이런 뻥까지 치려고 하는군.’
종근대는 남백호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믿을 수 없는 거짓말까지 하는 남백호를 보며, 이젠 그도 밑바닥 인생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개연 설명이 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ㅠ_ㅠ
저 괴수 몰이 한 녀석들에 대한 법적 문제도 적어야하는데.... 그걸 적자니... 약간 연재가 늦어질 듯하여... 대충 핑계라고 생각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