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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잠을 자는 이유는?
“나에게 말해봐. 형이 무조건 연결해 줄테니.”
“그런 거 없다니까요? 진짜에요.”
“음…… 어디보자…….”
시현의 말과는 상관없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시현이 마음에 둔 문제의 그녀가 같은 길드에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백호 길드원은 20명. 이 중 3명은 사무직 여성으로 능력자는 아니다. 그에 반해 능력자 여성은 4명이 있었다. 안젤리나를 빼면 6명의 여자로 좁혀졌다.
‘믿을 수는 없지만 안젤리나는 아니라고 했으니까…… 저 여자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여서 아닌 것 같고…… 저 여자는 너무 뚱뚱하고…… 저 여자는…… 옆에 있는 능력자가 애인인 것 같고…… 그럼 세 명으로 좁혀지는 건가?’
시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살펴 본 신민배의 눈에 딱 세명이 들어왔다.
셋 모두 20초반에서 중반 사이로 보이는 그녀들. 그녀들 중 한 명이 사무직이고 두 명이 능력자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녀석과는 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군. 어떤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들어 본적도 없으니…….’
사무직 여성은 상당히 도시적인 스타일이었다. 도도한 면도 없지 않아 있어보였으나, 섹시함이 풍겨 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남자에게 인기가 많을 듯한 그녀.
다른 한 명의 여성은 공격계로 보통 체형에 눈이 몹시 커보였다. 그래서인지 귀여움이 가득 묻어나는 스타일.
마지막 한 명은 방어계 여성으로 아담한 사이즈로 보인다. 방어계라고 하기엔 괴수에게 한 대 맞고 멀리 나가떨어질 것 같은 느낌?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답게 생얼 만으로도 예뻐 보일 정도였다.
문제는 그녀들 모두가 시현보다는 연상이라는 것. 능력자 두 명은 친구로 22살이며, 사무직 여성이 23살이었다.
“야, 너 혹시 저 사람 좋아하냐?”
사무직 여성을 향해서 넌지시 턱을 들어 보이며 말하는 그.
“아뇨!”
너무나 직설적인 대답에 사무직 여성은 곧장 탈락이 되었다.
‘그럼 이제 두 명으로 줄어드는군. 하긴 사냥을 같이 좀 해봤다면 능력자와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
두 여인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잠시 화장실을 간다고 빠져 나갔다.
그리고 신민배는 보았다. 그녀가 일어나서 화장실을 갈 때, 시현의 시선이 계속 그녀에게 머물러 있던 것이다.
“너…… 저 사람 좋아하는구나?”“헉? 아,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냐? 이미 얼굴에 쓰여 있구만? 형이 가서 말해줘?”
“제발 참아주세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그는 시현을 바라보았다. 시현의 얼굴은 상당히 붉어져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휴…… 이녀석 말이라도 제대로 걸어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쉽게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나도 여자한테 약하지만 이놈은 더 심하군.’
그녀가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신민배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이 큰 여자. 시현이 마음에 두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죠?”
“네? 아! 안녕하세요.”
그녀는 신민배가 먼저 말을 걸어주자 상당히 좋아하고 있었다.
“괜찮다면 저쪽으로 와서 같이 술 한 잔 해주지 않을래요? 두 분 다요.”
그 소리에 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길드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신민배. 비록 7개월 동안 잠에 빠져 있었다곤 하지만, 그의 능력은 소문을 타고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하물며 이제는 3등급 보조계가 되었으니 그를 동경하는 사람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두 여인 역시 그랬다.
“이야~! 이거 너무한데? 여자들한테만 관심주기에요? 신민배씨?”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여자로 태어날걸 그랬어!!”
많은 남자들이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계속 자리를 옮겨가며 한잔 하겠습니다!”
수많았던 백호 길드원들이 빠져나가고 단 20명만 남은 상황. 하지만 오히려 이런 소소한 모임이 더욱 마음에 드는 그였다.
두 여자를 이끌고 자리에 착석한 신민배. 그런 그녀들에게 시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 녀석 아시죠?”
“네? 물론이죠.”
“함께 사냥 한 적이 많은 걸요.”
두 여자는 당연히 시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동생 녀석입니다. 앞으로 좀 잘 부탁드릴게요.”
“네. 걱정 마세요. 단지 시현이 말을 잘 안하다보니…….”
“어머? 그래? 나랑은 그래도 몇 번 말 해봤는데?”
두 여자가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말을 잘 안한 사람은 바로 시현이 좋아하고 있는 눈이 큰 여자였다.
“혹시 시현이가 태희 너 좋아하는 거 아니니?”
“에이? 설마.”
시현을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두 여성. 농담으로 주고받고 있었지만, 앞에 있는 당사자는 벌써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반면에 두 여성은 그런 시현이 재미있는지 더욱 그를 상대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었다. 제법 시간이 지나자 시현도 반문을 하며 말문을 이어 갔고, 부쩍 태희라는 여성과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이쯤에서 이제 빠져주는게 좋겠지? 하…… 그나저나 내 코가 석자인데 지금 누가 누굴 도와주는건지…….’
신민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떠났다. 그리고 그런 신민배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고 있는 안젤리나였다.
‘나랑도 좀…… 이야기 해주지…….’
안젤리나는 신민배에게 섭섭한 마음뿐이었다.
회식을 한지도 벌써 5시간이 지났다. 술을 많이 먹고 취한 사람도 더러 보였다. 임창종은 신민배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내일부터 함께 사냥을 하게 될 겁니다. 우선 7개월 동안 괴수를 못 잡아보셨으니, 조금은 수월하게 진행을 하게 될 거예요.”
“네. 그렇다면 낮은 급수의 괴수를 잡는 건가요?”
“아무래도 몸 풀기 위해선 그게 좋겠죠. 그리고 신민배씨의 능력을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B급에 도전을 할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B급이라…… 꼭 좀 능력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걱정하지마세요. 전 신민배씨를 믿고 있으니까.”
임창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야! 나도 믿는다고! 너만 믿냐! 자자! 한 잔해. 빨리 먹고 죽자!”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남백호가 와서 술을 부어주기 시작했고, 그들의 분위기는 그렇게 점점 무르 익어갔다.
다음 날 백호 길드의 인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날의 주된 목표는 바로 신민배의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능력에 맞는 합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괴수를 잡는 것은 금전적인 목적이 강하지만, 이날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17명의 능력자들이 함께 괴수를 사냥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사냥의 총 지휘는 여전히 임창종이 맡았다.
“자! 시작해 볼까?”
남백호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이장수와 유현미 탱커가 함께 걸었다.
“누, 누나 조심하세요!”
그녀는 시현이 좋아하고 있는 나태희와 친구였다.
시현을 보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유현미.
이들이 백호 길드에 존재하는 세 명의 탱커였다.
남백호와 이장수는 3등급 탱커지만 유현미는 5등급 탱커로 아직 두 사람에게 배울 것이 많은 존재였다.
이들이 첫 번째 사냥 목표로 정한 괴수는 D급이었다. C급부터 사냥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가는 길목에서 D급 괴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민배씨. 능력을 되는대로 그냥 사용해 보세요. 어차피 D급 정도야 현재 전력으로도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을 할게요.”
그는 기본적인 강화 버프를 모두에게 시전 했다.
3등급이 되면서 신민배의 생명력은 1,400대가 되었고 정신력은 4,000이 됐다. 그렇다보니 17명의 능력자 모두에게 강화 버프 네 가지를 모두 시전해도 정신력은 많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자신에게 강화 버프를 먼저 모두 시전 한 그는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시전 해 주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생명력 강화! 정신력 강화!”
그의 버프를 받은 능력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스스로가 약간 더 강해졌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이어 회복의 가호를 시전 함과 동시에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크게 외쳤다.
“돌진!”
돌진 능력은 필요한 인원 방어계와 근접 공격계 2명에게 걸어주었다.
“정신일도!”
그리고 이번에는 치유계와 원거리 공격계들에게 버프를 걸었다.
정신력 강화와 회복의 가호로 인해서 17명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것이 가능했다.
버프가 들어오자 백호 길드 모두가 괴수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쉬샤샤샥!
사삭!
퍽퍽!
돌진의 버프를 받은 방어계와 근접 공격계 2명이 무기를 휘둘렀다.
“뭐 이런!!”
“엄청나잖아!”
“썰리는 느낌 자체가 달라요!!”
해머와 검을 괴수에게 휘두를 때마다 강력한 위력들이 선사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푸쾅!!
쾅쾅쾅!
퍼퍼펑!
연이어 원거리 공겨계 5명의 공격이 펼쳐졌다. 엄청난 속도로 능력을 연사하기 시작하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원거리 공격계의 공격 여파가 근접 공격계와 방어계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 원래 원소 공격들의 느낌이 이랬던가?”
가장 가까이서 원거리 공격계들의 여파를 받게 되자 남백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냥을 해보았어도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괴수를 사냥한지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털썩.
괴수는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