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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잠을 자는 이유는?
싱크홀은 언덕에 난 거대한 구멍이었다. 그들이 첫 발을 딛고 놀란 이유는 구멍의 크기가 상당히 컸다는 것으로 최소 지름 50미터 이상은 되어 보였다.
“대, 대단하군. 대체 이걸 누가?”
“절대 싱크홀인 지반 침식에 의해서 생긴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겠군.”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멍이 확실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 했다.
“그런데…… 이 냄새는 대체 뭐지?”
“그러게. 약간 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동굴은 그 길이의 끝을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약간의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얼마나 깊은거야? 지금 걸어서 온 것도 10분 넘지 않았나?”
“그러게 말이야.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 치고는 너무나 깊은데? 대체 누가 이렇게 작업을 한 건지 이해가 안되는군.”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걷기를 20분 정도가 되어서야 그들은 문제 한 가지에 봉착하게 되었다.
“뭐지? 이 갈림길은?”
“그러게…… 그렇지만 갈림길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는 계속해서 밑으로 향하고 있다고.”
동굴은 두 가지의 길로 나뉘었다. 두 개의 갈림은 크기가 약간 달랐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봐. 찰리. 돈도 좋지만 나 갑자기 불안하군. 그냥 나가면 안될까?”
“하하. 걱정 하지마. 괴수가 있다면 내가 너를 들쳐 업고 뛸테니까.”
찰리는 웃는 얼굴로 한쪽을 가르켰다.
“정 그렇게 불안하다면 크기가 좀 작은 이쪽 길로 가보는 건 어때? 만약 괴수가 나온다 할지라도 이 정도 크기라면 C급 정도는 되지 않을까?”
“모르지. 크기에 딱 맞는 B급 괴수가 튀어 나올지도…….”
찰리 외에는 모두가 약간 불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했다. 다행이 필요물품에 손전등 두 개를 챙기고 왔지만, 그걸 가지고 어둠을 모두 없애기는 역부족이었다.
단지 시야 확보만을 하고 앞으로 걸어가던 중 그들은 또다른 구멍을 발견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야. 뭔가 이상해. 찰리.”
“마치…… 미로 같은 느낌이 드는걸?”
이번 구멍은 두 갈래로 나뉘었던 구멍보다 더욱 컸다.
“찰리. 이곳에서 마구잡이로 들어갈 순 없어. 자칫하다가는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알아. 그래서 나도 지금 지형을 익히면서 가고 있어. 이곳에 구멍이 있다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계속 이 길만 따라 갈거야. 괜히 방향을 틀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찰리는 탐사를 쉽사리 포기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허비한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탐사를 마무리 지어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돌아간다면 탐사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시간 허비를 하며 괴수도 못잡은 손해가 막심하다. 해서 팀원들에게 큰돈을 안겨줄 생각으로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들이 거대 동굴을 탐사한지도 벌써 3시간이 지난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굴은 계속해서 아래로 향하고 있었고, 그동안 갈림길만 해도 12개를 확인한 상태였다. 문제는 그런 갈림길이 일정한 크기가 아니며, 각기 다른 크기였다는 것.
그걱그걱그걱~!
그 순간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지?”
“글세? 마치 벽을 긁는 듯한 소리이긴한데…….”
일행들 중 그 누구도 소리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소리는 점차 그 크기를 더해 갔고, 주변의 진동 또한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 뭔가 불길한데?”
“찰리. 그냥 빨리 나가는게 좋을 것 같아. 천만달러도 좋지만 우리 목숨을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지?”
그 말에 찰리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더 이상 앞으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온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푸확! 우르르~!
그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소음과 함께 동굴 벽이 무너져 내렸다.
“괴, 괴수야!”
“이런 제길!”
팀원들은 갑작스럽게 동굴 벽을 허물고 나타난 괴수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들 긴장 하지마! 어차피 C급이야!”
괴수의 크기로 봐서는 10미터가 조금 넘는 듯 보였다. C급의 괴수로 그들로써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찰리의 말에 모두는 긴장했던 마음을 풀었다. 동굴 내부 자체가 의문 투성이었기에 그동안 긴장을 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C급 괴수라면 말이 틀린다. 그들은 엄연히 C급 괴수 전문팀이고 수많은 C급 괴수를 상대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괴수가 이런 벽을 뚫고 나왔다는 건 설마……?”
그들 모두가 C급 괴수의 출현에 이 동굴을 만든 것이 누구인지를 확신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지나왔던 갈래 길들 모두가 괴수들이 뚫어 놓은 길이란거야?”
“세상에? 괴수가 땅을 판다는 건 난 들어 본적도 없어.”
그들의 이야기에 찰 리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우리의 탐사는 이녀석만 잡고나면 끝이다. 비록 B급 괴수가 확인 되지 않았지만, C급 괴수가 동굴 벽을 허물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정부에만 보고 해도 탐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걸? 큭큭! 다들 우선 눈앞에 있는 녀석을 없애버리자고.
찰 리가 신나게 웃고 있을 때, 스티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우린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이봐. 스티브. 무슨 소리야? C급 괴수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잖아? 이제 그만 긴장 풀라고.”
찰리는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스티브의 얼굴 표정은 경각심을 넘어 두려움이 물들어 있었다.
“정신차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곳으로 왔는지 잊었어?”
“그게 뭐 어쨌길래 그래?”
“잘 생각하라고! 지금까지 우린 12개의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했어! 그렇다는 건 괴수도 12마리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이 동굴 크기의 원지름 보란 말이야!!”
스티브가 이제는 악을 쓰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은 팀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들이 예상한 것처럼 이 동굴은 괴수에 의해서 생긴거야. 그리고 문제는…… 이만한 구멍을 뚫을 정도면 최소한 B급 동굴이란 소리지. 그런데…… 이 동굴의 크기는 B급 괴수보다 더 커보인다는거야…… 어쩌면 A급 괴수가 있을 수도 있어!”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굴을 파낸 정체를 알게 된 이상 단 1초라도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C급 괴수는 뒤로하고 그들은 즉각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달렸다.
구궁~! 구궁~! 구궁~!
그리고 채 1분도 달리지 못하고 그들은 거대한 괴수와 마닥뜨려야 했다.
“제길…… 왠지 오늘 기분이 좋지 않더라니…….”
스티브는 자신들이 지나갈 길을 막고 있는 괴수를 보며 모든 것을 체념해버리고 말았다.
***
새로운 능력 숙련을 위해 연습한 시간만 1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능력 수행으로 시간을 꽤나 허비한 신민배.
그런 그의 3등급 상승 소식은 모두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모두는 난리가 날 정도였다.
“네녀석이 3등급 보조계가 될 줄이야……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군.”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남백호가 신민배를 앞에 두고 자신의 일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능력 숙달이 끝났다고 했으니 이제 바로 사냥이 가능한건가?”
“물론이죠. 지금이라도 가능합니다.”
“좋지!! 지금 당장 가자구!”
남백호가 또다시 신민배의 손을 잡고 끌었다.
“그만 좀 하세요. 길드장님. 밤 9시입니다.”
“그게 뭐 어때서? 9시는 괴수 못 잡아?”
“휴…… 그냥 내일로 미루시죠?”
임창종은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미 그들 곁에는 길드원들이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피곤한 표정으로 말이다.
“음…… 다들 너무 체력이 약한 것 아냐? 헬스장 끊어줄테니까 체력들 좀 길러!!”
방어계와 다른 특성의 체력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그 사실은 남백호 역시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억지 발언을 하는 것은 그만큼 신민배의 일이 기쁘기 때문이었다.
현재 백호 길드는 모두가 회식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백호 길드원들의 노고와 더불어 신민배의 퇴원을 축하하는가하면, 등급 상승에 대한 축하기념인 것이다.
사실 남백호는 백호 길드 회식에 단 한 번도 참석을 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길드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기는 하나, 이런 회식 자리를 약간 기피하는 성격이 없지 않아 있었다.
길드원 모두가 자신의 성격을 알지만, 회식자리에서 괜히 분위기를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신민배와 직접적으로 대면한 적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에게 애착이 가는 건 사실이며, 사실상 첫 만남의 인상이 매우 좋은 이유이기도 했다.
남백호의 말에 모두가 웃어 넘겼다.
현재 신민배의 양 옆에는 안젤리나와 시현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번갈아 본 그가 시현에게 물었다.
“혹시 너희 둘 사겨?”
풉!
간단한 음료를 마시고 있던 시현이 시원하게 신민배의 얼굴에 음료를 뿜어주었다.
“음…….”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를 가지고 빠르게 얼굴을 닦아 내고 있는 시현.
“혀, 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왜? 사귀는거 아니야? 엊그제 보니까 손잡고 가는 것도 그렇고. 너희들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잖아? 난 사귀고 있는 줄 알았지.”
그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안젤리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시현을 보며 말했다.
“전 연하는 싫어하거든요?”
“아, 그래? 근데 그땐 그럼 왜 그런거야?”
신민배는 퇴원하던 날을 떠올리며 안젤리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안젤리나는 약간 얼굴만 붉힐 뿐, 쉽게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런 안젤리나를 보며 시현이 입을 열었다.
“저 누나가 사냥 안가고 계속 형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길래 제가 강제로 끌고 간 거예요.”
“아 그래?”
끄덕.
시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에게 신민배가 다시 물었다.
“그럼 너 좋아하는 여자도 없냐?”
“그,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는데요?”
“그냥…… 너 보니 요즘에는 외모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고 해서. 너 예전엔 안 그랬었잖아?”
“그, 그런거 없어요!!”
상당히 당황해 하는 시현. 이미 그의 그런 모습 자체가 다른 이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누구냐? 말해봐.”
시현은 계속해서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이놈 봐라?’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시현의 그녀. 지금 상태로만 봐서는 아마도 고백도 하지 못한 상황인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