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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갑작스런 B급 괴수의 출현.
B급 괴수로 인해서 현재 정부가 도로를 봉쇄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호 길드장님 어디 계십니까?”
군복을 입은 대위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남백호는 군인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놓았다.
“빨리 모셔 오라는 작전 참모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음…… 가지.”
남백호가 대위를 따라 나서자, 그 뒤에 있던 80명의 백호 길드원들이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임시 막사가 아닌, 거대한 트레일러에 장교급과 대장급들의 군인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백호 길드의 길드장인가?”
별 두 개가 보이는 계급장. 그가 이곳의 작전 참모 같았다.
남백호의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다른 장교나 대장급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지만, 어떠한 말도 하는 자는 없었다.
“현재 피해 상황은?”
당당하게 남백호가 입을 열었다.
“음…….”
건방진 태도에 작전 참모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대령으로 보이는 자가 먼저 나서 입을 열었다.
“당신! 지금 뭐하는 태도야? 지금 이 상황이 장난으로 보이나?”
사실 능력자들이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건방진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군인들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군인은 계급 체계다. 그렇다보니 계급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들. 그런 반면 능력자들은 실력 위주의 성향이 강했다.
비록 민간 능력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남백호에게 계급 계통의 태도를 바라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장난으로 판단하는 것 같나?”
남백호의 목소리가 잠시 무거워졌다. 그러자 대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B급 괴수다. 사태의 심각성은 나도 알고 있다. 해서 묻는 것이다.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또한 우리 길드는 최소한의 피해로 괴수를 상대하고 싶을 뿐이다. 이곳에서 죽어봐야 개죽음일 뿐이고. 나라에서 뭘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으니까.”
능력자들과 군인들은 사이가 좋지 않다. 그것은 남백호나 다른 길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소속아래 군인들은 언제나 명령을 하달하는 버릇이 있다.
길드에 속해 있는 길드원들이 좋은 대우를 마다하고 정부 소속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명령 복종 문제 때문에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군인들은 능력자들이 나라에 속해 있으며, 자신들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딱히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이유는 정부 소속의 능력자들로는 민간인의 안전을 책임 질 수가 없는 입장이며, 아무리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나면 결국 핀잔을 받는 것은 바로 군 정부일 뿐이었다.
“다들 조용히 하게. 내가 설명해주겠네. 현재 B급 괴수가 출몰하고 한 시간 정도가 흘렀어. 이미 다른 길드나 능력자들이 소집 된 상황에서 B급 괴수의 사냥에 나섰지만, 200명의 사상자만 나왔을 뿐, 아직도 괴수는 멀쩡하네.”
“1시간 동안 있었던 정보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남백호와 함께 따라온 임창종이 정보를 요구 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확인하던 중 임창종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킹덤 길드에서도 피해가 나온 건가요?”
그 말은 남백호로써도 약간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킹덤 길드가 누구던가?
한국 최고의 길드라고 하는 그들이 벌써 사상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B급 괴수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시간 동안 많은 능력자들이 B급 괴수를 상대했지만, 이타저타 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지. 킹덤 길드장은 백호 길드면 해결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
씨익~!
작전 참모의 말에 남백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큭큭…… 당연히 할 수 있지. 우리라면 말이야.”
차상훈이 백호 길드를 인정했다. 아마도 신민배가 백호 길드의 소속이 된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신민배의 능력을 알기에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몰랐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모두 받은 두 사람이 트레일러에서 나왔다.
임창종은 남백호를 대신해 길드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B급 괴수의 명칭은 블랙 터틀입니다. 거북이 형상이며, 상당히 단단한 외피로 인해서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괴수의 힘이 상당해서 웬만해선 방어계가 블랙 터틀의 진로를 막을 수 없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어그로가 많이 튀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미 단단한 외피 때문에 꽤 장시간의 전투가 진행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길드원들.
“그럼 지금부터 블랙 터틀의 사냥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괴수들과는 달라서 어그로에 대한 확고한 준비가 필요 합니다. 그러니 공격계와 치유계, 보조계는 한 자리에 고정적으로 머물 수가 없습니다. 방어계의 수신호에 맞게 즉각 자리 회피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것을 인지하시고 전투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작전이 발의 되고 동시에 길드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모두가 베테랑다운 면모로 임창종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이번 전투에 있어서 신민배씨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겁니다. 그 점 명심해주십시오.”
끄덕.
고개를 끄덕이자, 지금까지 조용했던 남백호가 말했다.
“오늘부로 우리는…… 한국에서 최고의 길드가 될 것이다. 가자!”
나직하게 말했으나, 그 말을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남백호가 괴수가 있는 방향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 길드원들이 줄을 이어 따르고 있었다.
쿠쾅!! 콰쾅!!
우르르르~~!
블랙 터틀이 있는 장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대한 폭발음과 기계 장비 소리가 연신 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능력자들의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에, 군병력들이 포격과 미사일로 블랙 터틀의 진로를 최대한 막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블랙 터틀은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장갑차나 전차 등을 모조리 짓밟아 버리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개 대대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던 것이다.
“오우! 상당히 큰데? 이렇게 큰 녀석은 처음 보는군.”
이장수가 흥분되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블랙 터틀은 최소 40미터 급은 되어 보였다. 다른 길드원들 역시도 이렇게 거대한 녀석과의 전투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전투 방식은 이삼방식으로 최대한 어그로를 잡는 형식으로 가게 될 겁니다! 준비들 하십시오!”
이삼방식.
대다수 괴수 사냥에 있어서 사냥 방법은 괴수를 전담 마크하는 방어계 1명과 공격계 그리고 치유계들로 구성된다.
이삼방식은 백호 길드에서 만들어 낸 것으로 주로 거대 괴수 등을 상대 할 때 하는 방식인데, 방어계 2명이 먼저 어그로를 확보 후, 괴수의 퇴로를 차단하며, 정신력의 소비가 크게 달하면 3명의 방어계로 다시 교대하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방어계 2명이 먼저 선공을 하게 되는데, 이는 길드에서 가장 강한 방어계인 남백호와 이장수가 맡게 된다.
“시작하지.”
남백호와 이장수가 빠르게 블랙 터틀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신민배가 즉시 버프를 시전 했다.
“방어력 강화! 생명력 강화!”
80명 전원에서 버프를 시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그 혼자로서는 벅찰지도 모른다. 허나, 필요한 버프만 시전 해 준다면 딱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음!”
“괜찮은데?”
신민배의 버프에 대해서는 익히 소문으로 들은 상태였다. 그에게서 처음으로 버프를 받은 두 사람은 지금까지 보조계들의 버프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터엉! 터터텅!
두 사람은 방패를 들고 블랙 터틀의 앞발을 막고 있었다. 어찌 되었던 간에 블랙 터틀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그들의 주된 임무이다.
“공격계들은 모두 3시 방향에서 공격을 집중 하도록 하세요.”
이에 공격계 40명이 즉시 3시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
쿠쾅! 쾅쾅쾅~~!
자리를 잡고 나서 즉시 공격이 감행되었다. 이미 신민배의 버프는 대다수 공격계들에게 부여 된 상태였다.
공격이 시작되고 큰 위험은 없었다. 다만 블랙 터틀의 공격력이 상당해서인지, 앞서 방어를 하고 있던 이장수에게서 신호가 왔다.
‘벌써?’
그 모습은 즉 정신력으로 인해서 교체를 해달라는 신호였다.
방어계 능력자들 역시도 정신력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신체에 부담을 덜어주는 형식의 능력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생명력이 높은 만큼, 정신력이 그만큼 저조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20분도 안되서 교체 신호가 왔다는 것은 이미 두 사람이 미친 듯이 정신력을 남발했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았다.
신호를 받고 임창종이 즉각 다른 방어계 3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공격대들은 공격을 멈추었고, 방어계 3명이 그대로 블랙 터틀에게 달려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남백호와 이장수는 블랙 터틀이 다른 방어계에게 시선을 돌리기를 기다리며, 방어와 회피를 겸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벌써 세 번째 교대를 하고 안전 장소로 와서 휴식을 취하는 남백호와 이장수.
“휴…… 왜 사상자가 많이 나왔는지 알 것 같군.”
육중한 크기의 앞발을 방패로 막을 때마다 발목이 땅에 잠길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웬만한 능력자들은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무지막지한 힘만으로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고 보기엔 터무니없겠지.”
이장수 역시도 많은 탱커 역할을 해 보았다. 하지만 블랙 터틀의 경우 공격 패턴이 너무나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생각은 남백호 역시도 똑같았다.
“뭐 이제 조만간 그 공격 패턴이 나오겠지.”
그들은 이미 앞선 정보를 보고 받은 상태다. 그렇다보니 블랙 터틀의 다음 공격에 대한 것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언제 갑자기 그 공격으로 들어오느냐의 문제다.
백호 길드원들은 이미 그 정보를 숙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단순한 이론과 실기는 다른 것. 이제 머지않아 사상자가 나왔던 그 공격이 진행 될 것이다.
전투를 시작한지 40분 째. 여전히 블랙 터틀은 강력했고, 외갑을 뚫고 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민배씨. 아무래도 그 버프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B등급의 괴수라 하더라도, 4등급 이상의 공격계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여타할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체력 면에서 다른 B등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임창종은 신민배의 버프에 대해서 이미 숙지를 한 상태였다. 길드원들의 능력을 알아야 괴수 사냥에서 더욱 높은 능률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버프가 들어가면 3분 동안 정신력 고갈에 대한 신경은 쓰지 마시고 공격해주십시오!”
“예!!”
모든 공격계들이 동시에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신민배가 외쳤다.
“공격력 극화!”
짧게 밝은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백호 길드원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쿠쾅!!
쾅쾅쾅!!
쿠쾅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