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23화 (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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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능력 상승.

“미안해. 집이 좀 작아. 아직 이사 할 상황이 못돼서 말이야.”

자신의 누추한 집으로 초대를 하니 절로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남자 집 치고는 상당히 깔끔한데요?”

“그러게? 28살이면 홀아비 냄새라도 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냄새도 안나고?”

“오빠 정리 정돈 잘해놓고 사는군요?”

세 여자는 그 좁은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쪽에 고창식을 눕혀놓고 신민배가 말했다.

“난 나가서 술을 좀 사올게. 맥주? 소주? 어떤 걸 사올까?”

“그냥 계속 먹었던 소주로 통일하죠.”

“그래. 하나만 계속 먹어야지.”

그녀들의 말을 듣고 이후 집을 나섰다. 신민배가 집을 나간 후, 세 여자의 눈빛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아영이었다.

“너희들 진짜 이러기야?”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어쨌길래?”

두 여자는 오히려 노아영을 쏘아보고 말했다.

“나 오빠한테 관심 있는 거 알잖아? 그리고 애초에 오빠를 경매에서 거금을 써가며 낙찰 받은 것도 나다? 최소한 상도덕은 지키셔야지?”

노아영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두 여자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어머? 경매는 그날 하루로 끝나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아마 낙찰 하지 않았어도 우리

가 했을걸?”

“맞아. 나도 그때 카드도 가지고 있었다구.”

그녀들은 노아영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애초에 너희들 오빠한테 크게 관심이 없었잖아?”

이에 이지은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호호, 너무 노골적으로 관심 있는 척하면 오히려 쉬운 여자로 보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그런 것도 작전인거지. 근데 넌 오늘 너무 노골적으로 나가는 것 같다?”

“맞아. 이런 점에 있어서는 서로 페어플레이 해야하는 거 아니야?”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세 여인의 불꽃 튀는 논쟁. 그것은 끝날 줄 모르고 있었고, 고창식이 그 상황에서 벌떡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뉘들룬~! 안돼~! 민배는 내꿔란 마뤼야…….”

또다시 자리에 쓰러져 코를 골며 자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세 여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그럼 최소한 페어플레이 하는 대신에 서로 방해하기는 없기로 하자. 모든 결정은 오빠에게 맡기는 걸로. 어때?”

노아영이 두 사람을 보며 묻자, 그녀들 역시도 긍정을 표했다.

“좋아! 반칙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래. 최소한 만날 때는 연락은 미리 해두기! 겹치지 않게!”

그렇게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세 여인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신민배는 소주 4병을 사들고 다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세 여인이 서로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분위기가 냉랭하네?’

뭐라 말 할 것 없이 안주와 함께 술상을 준비하는 신민배.

세 여인은 그 자리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술잔을 기울여 갔고, 그렇게 그날 그들이 마신 술은 소주 20병이었다…….

밤 12시가 넘도록 술을 마신 신민배는 아침 7시쯤 눈을 떴다.

“으음…….”

물컹.

“음……!”

“아……!”

잠결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양 손을 바닥에 집자, 뭔가 상당히 물컹한 것이 만져짐과 동시에 에로틱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헉! 뭐야!”

깜짝 놀라 양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지은과 김지연이 나란히 자신의 곁에 누워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정신을 추스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신민배는 잠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 역시 예쁜데?”

두 사람의 자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로 새우잠을 자고 있는 두 여자.

“어? 그런데 얘는 어디간거야?”

노아영은 방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문이 열리며 노아영이 들어섰다.

“오빠 일찍 일어났네요?”

부스럭부스럭.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뭔가를 손에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아침부터 어디 갔다온거야?”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다들 술 많이 먹었잖아요. 그래서 해장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너도 술 많이 먹었잖아. 그런데 괜찮아?”

“호호, 전 아직 많이 젊은 편이랍니다?”

“너만 젊어? 이 두 사람도 젊구만……?”

두 사람을 보며 말하는 신민배는 방금 전의 야릇한 상황이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살포시 들어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오빠…… 설마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표정이…… 뭔가 묘하네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신민배가 어색한 듯 말했다.

“이, 일은 무슨 일! 그나저나 해장국 해준다니 감사히는 먹을게. 난 좀 씻어야겠다.”

얼른 자리를 피하는 그가 수상해보였지만, 노아영은 별일 아닌 듯 사온 재료들을 내려놓고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오? 너 요리 좀 할 줄 알아?”

새삼 놀랍다는 듯 말하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래봬도 음식은 중학교 때부터 배웠어요. 어머니가 없다보니 항상 아빠가 요리를 하셨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요리의 맛이 좋아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요리를 배우게 된 거죠.”

“아…… 그랬어?”

노아영의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세 명의 여인들과 이런 저런 연락은 많이 하고 지냈지만,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는 왜 혼자 살아요? 부모님은 어쩌고요?”

그녀도 당연한 듯이 신민배의 가족사를 물어왔다.

“난 가족 없어. 어릴 때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말이야.”

“어머? 죄송해요.”

“죄송하긴 뭘. 애초에 부모님 돌아 가신게 물어 본 사람들 잘못도 아니고. 난 그렇게 사과하는 걸 이해를 못하겠더라구.”

머리를 털며 별일 아닌 듯 말하는 신민배.

그런 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노아영의 눈빛이 측은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얘들 안 깨워도 되겠어?”

“아마 깨워도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할거예요. 창식이 오빠는 일어나면 머리 부여잡을게 뻔하고, 쟤들도 어제 마지막은 거의 뻗다시피 했으니 좀 더 자도록 놔두는게 좋겠죠.”

“그렇구나…… 난 8시 30분쯤 나가봐야하니까 나 먼저 먹어봐도 될까?”

“호호, 물론이죠. 먹지 않고 나가려고 했다면 제가 쓴맛을 보여드렸을지도 몰라요.”

“오…… 쓴맛이라…… 어떨지 딱히 기대는 안되지만…… 아무튼 잘 먹을게.”

그녀가 상에 밥부터 반찬과 국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국은 콩나물 북어국이었고, 반찬은 계란말이와 소세지. 그리고 간단한 김치 볶음 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이 했네?”

“죄송해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이것 밖에는 못했네요.”

“아냐. 신경 쓰지마. 솔직히 다른 사람에게 밥상 받아 본 건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 인 것 같다.”

“네? 처음이라고요?”

노아영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솔직히 일반 식당이야 여러 번 들렀지만, 친척도 어릴 때 이후로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내다보니 거의 혼자 밥을 해 먹었지. 그리고 친구들 집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어서 누군가가 나에게 밥상 차려 준 적은 없어. 그렇다보니 왠지…… 기분이 색다르네.”

그의 말에 노아영의 얼굴이 잠시 발그레하게 변했다.

“잘 먹을게! 음음……. 맛 좋은데?”

생각지 않았던 맛에 신민배의 수저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 천천히 드세요.”

혹여나 체할까 컵에 물을 부어주는 그녀. 그런 그녀는 그저 기분 좋게 신민배의 먹는 모습을 지켜 볼 뿐이었다.

“아음! 미안. 내가 너무 나만 신경 썼지? 너는 안먹어?”

“아니에요. 저는 나중에 애들이랑 같이 먹을게요.”

그녀는 정중히 거절하고 자신이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두르르르~!

대략 7시 30분 쯤 되었을 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것은 연시은에게 온 전화였다.

“어, 그래. 시은아. 9시? 알았어. 그때보자.”

전화를 끊자 노아영이 물었다.

“누구에요? 여자에요?”

“어? 어. 함께 사냥하는 사람이야.”

“음…… 그렇군요. 그런데 여자인거군요?”

“뭐…… 그렇지?”

그녀는 뭔가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혹시…… 고정팀 같은 그런 거예요?”

“어. 어떻게 알았어? 좀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거든. 더군다나 가족 단위로 사냥을 하더라구. 대단하지? 가족들 전부는 아니지만, 네명이나 능력을 가진 가족들이 존재할까?”

그의 물음에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그녀.

“가족이요?”

“응. 어머니가 치유계고, 큰딸이 방어계, 나머지 남매 두 명이 공격계야. 특이하지?”

“어머? 정말이네요. 어떻게 가족이 단체로 능력자가 될 수가 있죠? 정말 엄청난 확률일텐데요.”

능력자라는 존재들은 유전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 중 누군가 능력자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꼭 능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들 가족이 더욱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말에 뭔가 안심을 하는 듯한 그녀였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은 점차

흘렀다.

“나 먼저 가볼게. 나중에 애들 일어나면 부탁 좀 할게.”

“네. 조심하세요.”

그녀는 신민배를 배웅했다. 마치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 듯, 그녀는 그렇게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계시는 히로인 중 하나를....

조만간 몇 편 뒤에.... 죽여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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