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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연씨네 가족
두르르~!
잠시 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신민배씨 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하하, 아영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괴수 처분을 하신다고요?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곳 필요 없이 저희 업체에서 바로 매입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가공 겸 매입도 동시에 진행 하고 있으니까요.
대다수 가공 업체들은 매입을 겸하고 있다. 그것이 단가가 싸게 먹히는 이유였다.
대부분 괴수만 매입하는 도매업자들은 매입 가격의 10% 정도를 더 받고 가공 업체에 팔았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직접 구매를 더욱 선호했다.
-위치가 어디십니까? 곧장 가겠습니다.
“네. 여기 위치는요…….”
위치 정보를 알려 준 후 전화를 끊었다.
“오는데 15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그 전에 휴식이나 취하고 있죠.”
본래 괴수를 처분하는 시간이 바로 능력자들의 휴식 시간이다. 그들은 짐가방에서 각가지 음식을 꺼내어 허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첫 사냥을 해본 소감이 어때?”
“헤헤…… 당연히 짜릿했죠.”
시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괴수를 향해 공격할 때의 떨림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 내가 볼 땐 넌 아마 더 높은 등급이 될 수 있을거야. 노력하면 말이야. 그리고 기본기도 제대로 되어 있어서. 추후에 더 좋은 팀들과 사냥해도 괜찮을거야.”
“에이…… 형. 너무 띄워 주는거 아닌가요? 어차피 형 같은 보조계들이 없으면 저희는 제대로 공격도 할 수 없을걸요?”
“하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넌 몬스터에게 한 번도 공격을 받지 않았잖아? 나의 버프로 네가 버틸지 못 버틸지는 아직 모르는 사실이야.”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까 긴장의 끈을 항상 놓지마. 나는 그저 임시방편의 역할을 하는 것뿐이니까.”
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란도 함께 끄덕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매입처에서 드디어 도착 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신민배씨 되시나요?”
“네. 제가 신민배입니다.”
한 중년인이 신민배에게 와서 물었다. 아마도 매입처에서 온 듯 보였다.
“반갑습니다. 한라 가공 업체 노문식입니다.”
그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노문식? 혹시……?’
“제가 아영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신민배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영이가 21살이잖아? 상당히 결혼을 일찍 하셨나보다.’
생긴 것만 따진다면 30 후반에서 40 초반 정도의 나이로 보일 정도였다.
“아영이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5등급 보조계시라구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앞으로 자주 불러주십시오.”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영이 아버님이시면…… 사장님 아니신가요?”
“하하, 맞습니다. 그래도 첫 거래인데 사장이 직접 와야지요. 더군다나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는 털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우선 측정부터 들어가겠습니다.”
기계 하나를 꺼내들며 이런 저런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고란의 현 시세는 세금을 제외한 74만이네요. 며칠 전에 비해서 거의 6만원 가량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마력석은 존재하지 않는군요.”
“하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이죠.”
“그래도 항상 기대는 해봐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바로 입금 처리 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신민배는 즉각 계좌번호를 알려주었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던 노문식이 전화를 끊고 말했다.
“입금이 되었을 겁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또다시 부르겠습니다.”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괴수의 사체는 부패가 빠르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물량이 나오는 즉시 보관하기 보다는 바로바로 가공 처리를 해야만 했다. 해서 모든 매입처들은 언제나 매입이후 바로 차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다.
“아참! 그리고 저희 아영이랑 자주 좀 놀아주십시오.”
“네? 아……따님이 어차피 얼굴이 예뻐서 인기가 많을텐데요.”
“어이쿠…… 그런 말씀 마십시오. 눈이 하도 높아서 아직까지 남자 한명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녀석입니다.”
“예?”
그 말이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카드로 살 정도로 대담한 여성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남자를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에게 노는 걸 숨기는 건가? 아니면 진짜 단 한 번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는 거야?’
“외동딸인지라 외롭게 자랐습니다. 오빠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어릴 때부터 줄 곳 노래를 불렀지요. 그래서인지 만났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가지 해줄 정도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이 알던 노아영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시고 또 뵙겠습니다. 안전 사냥하십시오.”
그들이 돌아가고 휴식 역시도 끝이 났고, 그들은 새로운 괴수를 찾아 나섰다.
한 번의 사냥이 끝나고 다음부터는 순조롭게 사냥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공격계 두 사람이 적절한 공격과 회피로 안정적인 괴수 사냥을 하고 있던 것이다.
‘만약 E~D등갑만 사냥한다면 하루에 열 마리도 가능하겠는데?’
그의 생각대로 사냥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또한 등급이 낮은 치유계와 더불어 회복 시간이 짧은 근접 공격계들까지 있으니 휴식 시간조차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 거겠지…… 이 가족이 싫지도 않고 말이야.’
오후 2시까지 잡은 괴수의 수는 총 7마리나 되었다. 첫 팀의 출발 치고는 상당히 순조롭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순조로운 분위기도 한 번의 실수로 끝이 났다.
“어그로 튀었어! 도망쳐!”
신은이 큰 소리로 외쳤다. 고란의 시선이 돌려진 것은 시란이었다.
시란을 향해서 강한 발돋움을 하며 달려가기 시작하는 고란을 보며 시란은 즉각 뒤로 회피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에 있는 땅에 박힌 돌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콰악!!
“아아악!!”
시란의 비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 고란의 거대한 뿔이 시란의 옆구리를 찔렀던 것이다.
뿔이라 할지라도 족히 둘레가 5센티는 될 정도로 거대한 뿔이다. 그것이 아직 17살 난 여자 아이의 옆구리로 들어갈 정도라면 그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콰앙~!
재빠르게 다가온 시은이 해머로 고란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고, 그 충격으로 박혀 있던 뿔이 빠지며 출혈이 시작되는 시란의 옆구리.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란 신민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빌어먹을! 어째 너무 순조롭다 싶었다! 설마 이런 상황이 올 줄이야!’
지금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란의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쓰러져 있는 시란을 이끌고 안전지대까지 나오는 것이었다.
‘짐꾼에서 이젠 위생병 노릇까지 해야하나!!’
더 볼 것도 없었다. 그는 즉각 시란을 향해서 달렸고, 그녀를 안고 즉시 고란의 주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 시은은 열심히 어그로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시현은 상황이 진전 될 때까지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이었다.
고란의 공격이 계속 되다보니 힐을 중단할 수 없는 김영희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시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아악…… 쿨럭!”
옆구리가 관통하면서 내부까지 손상을 준 듯 보였다.
‘위험한데! 당장이라도 힐이 필요해!’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고란을 방어하고 있는 시은에게서 힐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란의 모습을 보고 즉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신민배.
“시은아! 고란을 방어 할 생각하지 말고 계속 주변을 돌아! 시현이는 한쪽으로 빠지고!! 어머님! 지금 빨리 시란이 힐을 해주세요. 상태가 위험해요!”
“알겠어요!!”
“네!!”
시은과 시현이 대답을 하고는 즉각 고란을 상대로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거리를 벌이고 있었다.
김연희는 시란에게 가까이 다가와 힐을 하기 시작했다.
힐을 시작하자 시란의 상처 부위가 약간의 빛이 나며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보통 힐은 하나의 대상에게 하는 것이 아닌, 타격을 받은 상처 부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게 된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빨랐지만, 내장까지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한 두 번의 힐로는 소용이 없었다.
어느 정도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 된 신민배가 말했다.
“이제 됐으니 바로 시은이에게 힐을 진행하고 사냥을 하세요. 다소 오래 걸리겠지만, 시란이는 빼고 진행하는 걸로 하죠.”
“알겠어요! 고마워요. 시란이를 챙겨줘서!”
“고맙긴요! 어서요. 시은이도 위험해질지 몰라요.”
아무리 거리를 두고 도망을 치고 있는 시은이라 할지라도 고란의 공격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시란을 제외한 시은과 시현만이 계속해서 고란을 공격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공격계가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시간만 하더라도 벌써 30분이 훌쩍 넘어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한 마리 사냥하는 시간은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으나, 초반에 타격을 받은 시란의 빈 공백을 시현 혼자 매우는 것은 많이 버거운 듯 보였다.
“저…… 이제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단순한 응급처치만 한 거야. 우선 사냥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해.”
“아, 안돼요. 그러다보면 엄마의 정신력이 먼저 고갈 될지도 몰라요.”
“어쩔 수 없어. 하는데 까지 기대를 해보는 수밖에. 지금 네가 나섰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 될지도 몰라. 그냥 지금은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자신이 짐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시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흑…… 죄송해요.”
“그런 생각 가질 필요 없어. 아무리 노련한 능력자라고 해도 100퍼센트 안전한 사냥이 보장되진 않으니까. 이번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잘하면 돼.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저들이 안전하게 사냥이 끝나길 기도 하는게 좋을거야.”
30분 이상 사냥이 진행되고 있다보니, 6등급인 시은이 약간 피곤해 보이기 시작했으며, 근접계인 시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또한 김연희도 마찬가지였다. 셋 모두 현재 상황이 위급해 보였다.
‘어떻게하지? 내가 할 수 있는게 이렇게도 없단 말인가?’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서 그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40분이 지나자 그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안색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아마도 정신력이 바닥까지 치고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