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8화 (1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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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연씨네 가족

생각을 마친 신민배는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고 등을 돌렸다. 그런 그의 등 뒤에 연시란이 서 있었다.

“저기…… 이번 한 번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17살의 연시란. 예쁘장한 얼굴에 커다란 눈과 새하얀 피부. 공격계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몸도 가녀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80센티 가량 되어 보이는 장검은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듯 한 가느다란 팔.

‘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기 형. 저도 부탁드릴게요. 오늘도 사냥 못하면 솔직히 저희 가족생활이 힘들어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한 번만이라도 사냥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연시현이 다가와 말하고 있었다. 연시현은 19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안에는 혼자 남자였고, 가장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박혀 있는 그였다.

“저기…… 지금 가족들의 상황은 알고는 있어.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으니까. 하지만 포기가 아니야…… 사냥을 포기를 하게 되었을 땐, 분명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죽어 있을거야. 어쩌면 모두가 죽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될테고…….”

알아듣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길 바랬다.

“형…… 저희는 이대로 가도 힘들어서 죽고, 사냥을 하다가 괴수에게 죽는거나 다를 바가 없어요…….”

아직 성인도 안 된 10대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은 아니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소리인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들 모두가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유독 예쁘게 생긴 김연희의 눈을 자녀들이 고스란히 닮아 있던 것이다.

‘젠장…….’

지금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신민배. 그는 지금 이 상황에 자신이 피해는 주지 않지만, 자신으로 인해서 그들 모두가 인생 포기를 맛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 알았어. 그런 눈으로 쳐다 보지마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시란이 달려들었다.

“오빠! 정말 감사해요! 저희 열심히 할게요!!”

“그, 그래…….”

연시란은 기쁜 듯 신민배를 껴안았다.

‘공격계라 그런지…… 행동이 상당히 빠르네…….’

자신을 껴안은 연시란을 떼어내고 나니 짐꾼이 다가와 말했다.

“저, 저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죄송한데 전 먼저 빠질까 합니다.”

대부분 짐꾼이 이런 말을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그 역시도 상황 파악을 한 상태였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네. 그러세요. 대신 일당은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짐꾼이 그대로 가버리자 짐을 챙기던 신민배가 말했다.

“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래봬도 짐꾼으로 꽤나 생활을 했었으니까.”

“혀, 형! 저희도 같이 들게요. 걱정 마세요.”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하는 신민배.

“아니다. 보조계 외에는 몸 상태가 상당히 중요한 법이야. 그렇기 때문에 짐꾼을 두는 이유고. 사냥터에 도착하면 곧장 사냥을 해야 하니 이건 내가 들도록 할게. 그리고…… 첫 사냥 잘 진행되길 바라자.”

그의 선택으로 연씨 가족들과의 괴수 사냥이 진행되었다.

그들이 첫 목표로 삼은 괴수는 E급 괴수의 고란이라는 녀석이다.

고란은 사슴형 괴수로 2미터가 넘고 거대한 뿔을 지니고 있다. 주로 뿔로 공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방어만 할 수 있다면 크게 힘든 것이 없는 괴수였다.

“자, 버프 갑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생명력 강화!”

본래 방어계에게만 세 가지 버프를 모두 시전 했지만, 근접 공격계가 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도 모두 버프를 넣어주었다.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방어계와는 생명력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만큼, 웬만한 생명력으로는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괴수 사냥이 시작되었다. 앞서 시은이 달려 나갔다. 방패와 해머를 든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그녀 역시도 가녀리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외형은 그저 보기에만 그럴 뿐이다. 그녀 역시도 엄연한 능력자.

파카가각!

고란이 시은을 향해 먼저 들이 박았고, 그것을 방패로 막은 시은. 어느 정도 기본은 되어 있는 탱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머를 들고 고란의 얼굴을 내려쳤다.

강력한 방어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괴수들은 이런 해머의 위력에 큰 피해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고란의 양 옆으로 시현과 시란이 덤벼들었다. 세 사람은 삼각형 방향을 잡고 있었다.

사각~! 스걱~!

시현과 시란은 똑같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근접형 공격계에 맞게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남달랐다.

“케에엥!!”

시현과 시란이 공격을 하자마자 고란이 고개를 돌리며 시현을 쳐다보며 이상한 음성을 날렸다.

“위험해!”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본 신민배가 외쳤고, 그와 동시에 시현은 급히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난 것뿐만 아닌, 공격을 피하고 그대로 네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었다.

그 이유는 시은이 다시 어그로를 빼앗을 시간을 둠과 동시에 자신에게 달려올 고란과의 공격 거리 때문이었다. 이 거리라면 고란이 당장 공격을 하더라도 한 순간의 회피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단 판단이 빠르네? 한두 번 해본 것 같은 움직임은 아닌데? 뭐지?’

시현의 모습을 보면 괴수 사냥을 꽤나 해 본 능력자의 움직임 같았다. 그렇다고 베테랑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일정한 기본은 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런 자리에 곧장 시은이 파고들었고, 또다시 어그로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본기가 잘 된 팀으로 보이는데……?’

능력자들 중에서 일정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많은 사냥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기본중의 기본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 가족들은 사냥도 많이 못해 본 와중에 서로가 잘 짜여진 각본처럼 착착 사냥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딱히 큰 위험만 없다면…… 이들로써도 해볼 만하겠는걸?’

문제는 방어계가 얼마나 어그로를 잘 잡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그녀 역시도 어느 정도 괴수 사냥을 해보았기 때문에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소 위험한 순간들이 몇 번 지나갔지만, 시현과 시란은 단 한 번의 공격도 받지 않고 고란을 처리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다른 팀들에 비해서 사냥 속도는 약간이나마 더 빠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근데 너희들은 몇 등급이야? 생각보다 사냥이 빨란 던 것 같은데?”

“헤헤, 저희들은 5등급이에요.”

“오? 그래? 능력자가 되고 많이 노력했나봐?”

“아뇨. 애초에 테스트 시험을 거쳤을 때부터 5등급이었어요.”

“그, 그래?”

이건 놀라운 소리였다. 대다수 능력자들은 최초 6~7등급을 판정을 받는다. 5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두 사람의 나이를 감안 한다면 앞으로 크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냥 속도가 빠른 이유는 두 사람의 5등급이 문제가 아니라, 원거리 공격계에 비해서 근거리 공격계가 확실하게 많은 데미지를 괴수에게 넣을 수가 있는 점이었다.

그래서 3인의 원거리 공격계들의 팀보다 이들 두 사람이 넣는 공격 수치가 더 높은 것이다.

‘생각보다…… 대단하네.’

10대라고 무시했던 생각을 말끔히 지운 신민배였다.

“그런데 버프가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몇 번 탱커를 해봤지만, 체력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그런가요? 아무래도 수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 일거에요. 방어력 5%와 생명력 10%가 상승했으니까요.”

“네? 그 정도의 버프 효과가 있나요?”

시은 역시 보조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버프 수치가 다른 보조계에 비해서 높았던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 말을 듣고 시현이 대단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형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전 지금까지 보조계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형을 보니 그 생각이 확 달라졌어요!!”

시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신민배를 존경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이녀석은…… 사람을 쉽게 믿는 건가…….’

그의 눈빛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가 더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전화 안하세요?”

“네?”

“보통 괴수를 잡고나면 괴수 매입자들에게 연락을 해야 가져가죠? 그래야 정산도 되는거고요.”

“음…….”

그를 제외한 네 사람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 듯한 신민배.

“혹시 아는 매입처가 없으신가요?”

“네…… 이렇게 가족 단위는 처음이어서요. 그동안은 다른 분들이 항상 주 거래처와 연락을 해왔기에…… 혹시 아는 괴수 매입처가 있으신가요?”

신민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역시도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도맡아 괴수를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 잠시만요. 한 군대 연락을 해볼게요.”

신민배는 즉각 휴대폰을 검색했고, 이름 하나를 찾을 수가 있었다. 바로 노아영이었다.

-어머? 오빠가 어쩐 일이세요?

항상 간단한 메시지로만 연락을 주고받다가 처음으로 전화를 하니 노아영도 놀란 목소리였다.

“미안한데 뭐 좀 물어보려고.”

-오빠가 저에게 물어볼게 있나요? 물어보세요. 몸무게 빼고 다 알려드릴게요.

“하하, 그런 게 아니고. 너희 아빠 괴수 가공 업체 하신다고 하셨지?”

-네. 그렇죠.

“그럼 혹시 괴수 매입처 아는 곳이 있으면 주선 좀 해줄 수 있어? 오늘 괴수 사냥팀은 괴수 매입처에 관한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문득 네 생각도 났고.”

신민배의 말에 약간 속상한 듯 노아영이 말했다.

-에이…… 난 또 중요한 걸 물어볼 줄 알았네요. 그런 일이면 간단해요. 제가 아빠에게 전화 넣어드릴게요.

“어, 그래. 고맙다.”

-고맙긴요 뭘. 이런 문제로 오히려 오빠랑 자주 연락하게 되면 좋은 거죠.

노아영은 메시지 하나도 반갑게 맞아주곤 했다. 그것이 본래 성격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관

심이 있어서인지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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