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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대로 된 돈을 벌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그는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잡다한 것들까지도 다 사들였다.
‘흐흐, 이정도면 5일은 배불리 먹고도 남겠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어머? 총각. 오늘은 좀 많이 샀네?”
“하하, 네. 오늘은 벌이가 좀 좋아서요.”
“벌이가 좋다고? 무슨 장사라도 하는거야?”
그에 신민배는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에이! 어디 장사해서 벌이가 되겠어요? 아주머니. 저 능력자에요. 능력자~!”
“어~? 총각 능력자였어? 이야~? 사람이 확 달라 보이네!!”
“하하. 아무튼 계산해주세요.”
하루 만에 번 돈이 생각보다 많다보니 절로 어깨가 펴지는 기분을 느꼈고, 돈이 자신감마저 형성되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부담 없이 말을 거는 사람이었나? 워낙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기에 쉽게 말은 했지만…… 내가 달라 진건가?’
스스로의 모습이 많이 낯선 것 같았으나, 그것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 들진 않았다.
‘뭐 성격이 밝아져서 나쁠 건 없겠지!’
집으로 돌아와 먹을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는 침대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정말 좋다. 이런 게 바로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고 뭐겠어?’
그날부터 그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집을 이사하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단칸방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싶은 것이다.
‘못해도 20평 이상이 되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
그에게 있어 꿈은 방이 세 개 딸린 아파트였으나, 당장은 그런 꿈보다 조촐하게나마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두 번째는 바로 자가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능력자들은 대다수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것이 편리하기도 하며, 자동차에 자신의 물건들을 넣고 다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친구였다.
‘비록 나한테 친한 녀석이라고는 창식이 뿐이지만…… 나의 일이 잘 풀리면 절대 너를 간과하지는 않을 거다.’
성격이 약간 내성적인 탓에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없는 친구 하나만큼은 제대로 신경 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신민배는 계속해서 구직란에 글을 올렸다. 물론 첫날과 마찬가지로 많은 전화가 쇄도 하기 시작했고, E~D급의 괴수 처리 보다는 가급적이면 C급 괴수 사냥을 목적으로 했다. 물론 E~D급 괴수는 C급을 사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잡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점차 그의 인지도가 5등급 팀을 짜는 능력자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처럼 분배에서 몇 프로를 더 준다거나 하는 말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하루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괴수 사냥에 열을 올리다보니 금전적인 면에서 점차 부해지기 시작했다.
***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어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우리 클랜의 이미지가 바닥이 나버린단 말이야!”
“지금 클랜 이미지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이미지 따지다가는 더 많은 능력자들이 희생될 지도 모릅니다!!”
“빌어먹을! 뭐가 저렇게 강하냔 말이야! B급 괴수가 왜 저렇게 강하냐고!”
그들은 모두 하나의 괴수를 상대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그니스 클랜.
대한민국의 클랜 중에서도 상위 20위 안에 들 정도로 꽤나 잘 나가는 편이었다.
그들은 B급 괴수의 출현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주로 클랜이나 길드들이 명성을 떨치는 이유는 높은 급수의 괴수들을 많이 사냥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패 확률을 줄이고 완벽하게 퇴치를 하게 되면 인지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이그니스 클랜은 이곳에 새로이 나타난 B급 괴수를 처리하기 위해 왔었다.
B급 괴수의 경우 아직까지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녀석들이 상당히 많았다.
오늘 이곳에 나타난 B급 괴수는 새로운 녀석 답게 가장 먼저 발견한 이그니스 클랜의 이름을 그대로 지었다.
이그니스는 10미터 정도의 거대한 크기로 마치 도마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고, 길다란 꼬리가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이그니스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공략은 이그니스 클랜 스스로의 몫이었다. 물론 위험부담이 있지만 만약 B급 괴수의 공략에 성공만 한다면 그 명성은 이로 말할 수가 없을 것이며, 클랜에서 길드로 바로 발탁이 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만은 전혀 달랐다. 이 괴수는 불을 내뿜을 수 있는 괴수였던 것이다.
입에서 화염을 뿜어 탱커가 아닌 다른 이들까지도 큰 피해를 입힐 정도였다. 말 그대로 광역 피해를 입힐 수가 있는 B급 괴수였던 것이다.
이그니스에 대한 공략이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탱커를 제외한 공격계 능력자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그니스 클랜은 18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방어계 4명, 치유계 5명, 공격계 8명, 보조계 1명으로 구성이 된 클랜이다.
그런데 그런 공격계 8명 중 근접 공격을 퍼붓는 이들 세 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상태였으며, 나머지 5명의 상태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제기랄! 제기랄!!!”
그들은 즉시 도주를 감행하면서 괴수 안전팀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B급 괴수라는 것을 알고는 괴수 안전팀과 더불어 군대까지 동원 되었다.
괴수 안전팀이 도착했을 때, 이미 공격계 8명 중 5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였으며, 치유계 3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그니스 클랜의 거의 반에 해당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B급 괴수는 괴수 안전팀과 군대가 왔지만,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이그니스로 인해서 사냥에 실패하고 그들 모두가 퇴각을 하게 되었다.
하루 만에 상위 클랜의 피해가 생기자, 괴수에 대해서 민감한 매스컴은 즉시 이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의 수많은 의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똑똑한척] 이게 바로 우리나라 클랜의 현실이다. 제대로 공략도 할 줄 모르면서 그저 돈과 명성에 눈이 멀어 능력자들을 희생하고 있지.
[윙크] 이런 B급 괴수는 가급적 길드에서 처리해주는 게 낫지 않나? 괜히 저런 식으로 사냥을 실패함은 물론, 만약 괴수가 민간인 지역까지 들어오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능력자가 싫다] 이그니스 클랜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애꿎은 능력자들의 죽음만 안타깝다.
[LOVE룩] 이제부터 새롭게 나타난 괴수에 대한 사냥은 금기 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공략도 없이 들어갔다간 오늘과 같은 일이 반복될테니까.
[10자를면해] 누군가가 희생되지 않으면 B급 괴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순 없다. 이 모든 희생이 B급 괴수 사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네티즌들은 모두가 이그니스 클랜에게 쓴 소리를 남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그 여파가 일반인들이 사는 지역까지도 확산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B급 괴수의 경우는 군대가 동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가급적 정부에서도 B급 이상 되는 괴수에 한해서는 일반 급수의 괴수보다 혜택을 더 주고 있었다.
“와…… 대박이네. 저렇게 컸단 말이야?”
TV에는 괴수 이그니스에 대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이그니스 클랜이 퇴각하는 장면을 방송에서 카메라로 잡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B급 괴수를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네. 저 영상을 보니 차라리 잘 된 건가?”
지금까지 사냥했던 E~C급의 괴수에 비해 B급은 크기부터 다를 뿐만 아니라, 공격력이 어마어마해서 웬만한 방어계가 아니면 그 공격을 받고 살아남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좀 더 나에게 많은 능력이 생기면 그땐 달라지려나? 휴…… B급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겠네.”
홀로 치킨을 먹으며 오늘 하루도 괴수 사냥에서 무사한 것을 감사할 따름이었다.
============================ 작품 후기 ============================
안올리려고 했다가 기분파라....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이 감사해서 한편 더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