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2화 (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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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등급 보조계.

자신의 능력 세 가지와 더불어 효과를 작성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파이오니아’에 글 올리신 보조계 분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정말 5등급 보조계 세 가지 능력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런 걸로 설마 거짓말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들통날텐데요.”

-그렇군요. 내일 C급 6인 괴수 사냥 갈 텐데 함께 가시겠습까?

“네. 물론이죠! 그, 그런데…… 분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본래 보조계 분들은 10%로 분배가 되는데, 제가 치유계입니다. 5등급 보조계시니 저의 분배에서 5%더 드려서 15%를 드리는 걸로 할게요. 어떠세요?

6인 사냥 팀의 기준도 경우 5인 팀과 같게 방어계 25%, 치유계 35%, 공격계 3인 30%, 보조계 10%의 형식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래도 치유계가 팀을 꾸린 듯 보였고, 그 스스로 5%를 희생하는 듯 했다. 이런 이유에 대해서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자신이 5등급 보조계라 선심을 써주는 게 아닐까 하고만 어렴풋이 생각했다.

“아? 그래요? 그럼 가겠습니다.”

그는 곧장 팀 합류를 승낙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라는 것을 전화를 끊고 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드르르라라락~!

전화를 끊자마자 벨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파이오니아’ 글 올리신 보조계 분이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만, 이미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은 그는 기분이 새로웠다.

“와…… 5등급 보조계 됐다고 이정도로 달라지는 건가?”

비롸뢍뢍뢍뢍~!

그리고 또다시 울리는 전화. 받아보니 역시나 구직을 보고 전화를 건 이들이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즉각, 구직을 올렸던 글을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계속해서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햐…… 이거 대단하네. 설마 이정도로 연락이 많이 올 줄이야? 큭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땀 흘리며 짐꾼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팀에 합류하기 힘들다고 하는 보조계의 자신에게 전화가 연신 오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능력이 좋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좀 튕겨보는 것도 재밌겠네. 내가 더러운 꼴을 좀 많이 당해봤으니까 말이야. 아…… 정말 기분 좋다…….”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허리가 안 좋긴 하지만…… 어차피 버프만 넣을텐데 무슨 상관이 있겠어? 쉬어봐야 돈만 줄어들 뿐이지.”

내일을 위해서 허리에 냉찜질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날이 밝고 그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평소처럼 약속 장소에 30분 일찍 나가는 버릇 때문에 그도 모르게 미리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에는 못 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된 능력자 같지 않은 이들. 그들은 바로 짐꾼들이었다.

‘그렇구나…… 짐꾼들은 항상…… 일찍 나오는거였구나. 나뿐만이 아니라 말이야…….’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서서히 능력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준에 맞는 형식으로, 공격계, 방어계, 치유계 순으로 모습이 보였다.

공격계의 경우 주로 화력을 담당하기 때문에, 검이나 지팡이 등을 들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방어계는 언제나 그렇듯, 탱킹을 하기 위한 단단한 갑주와 방패 그리고 해머를 든 이들.

마지막으로 치유계는 보조계와 마찬가지로 별반 들고 다니는 게 없었다. 간혹 방어구를 걸치고 다니는 이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매우 드문 편이었다.

디롸롹롹롹~!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제 전화 드린 사람입니다. 혹시 나와 계신가요?

“네. 어디에 계신가요?”

그런데 그때 저 멀리에서 전화를 하며 자신과 눈이 마주친 여성이 한 명 있었다.

-저 보이세요? 지금 손 흔들고 있는데?

그녀는 자신을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네. 보입니다. 갈게요.”

그곳에 걸어가자 다른 이들도 모두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자, 그럼 간단한 브리핑 할게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오늘 잡을 괴수는 C급으로 케롭이라는 괴수에요. 크기는 3~4미터 정도고요. 크기에 맞게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탱커 분이 많은 신경을 써주셔야 할거에요. 어그로가 튀게 되면 그 즉시 공격을 멈추고 도망가는 방법이 가장 좋고요.”

팀원들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6명의 능력자. 그리고 한 명의 짐꾼.

짐꾼을 하고 있는 이는 얼굴만 보면 30대 중반 정도 되어보였다. 상당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어, 남들이 볼 때는 방어계 능력자로도 볼 정도였다.

케롭은 산이 아니라 평지에 주둔하는 괴수였다. 그래서 케롭이 있는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대략 20분 정도 가야 했다.

걸어가는 동안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전 가인이라고 해요.”

“저는 신민배입니다.”

가인이라는 치유계의 여인은 160 정도 되는 아담한 키와 통통한 사이즈의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전 26살이에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전 28살입니다.”

“그래요? 그럼 말 편하게 해요. 오빠라고 할게요. 이쪽은 저랑 동갑인 심규환이라고 같이 괴수 사냥을 여러 번 했었어요.”

방어계의 남자 역시도 그녀가 소개를 해주었다.

“C급은 많이 잡아보셨어요?”

“네? 아, 아뇨.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D급의 괴수도 많이 잡아보진 못했었다.

“어머? 그래요? 5등급 보조계라면 그래도 다른 팀들에서도 좀 찾았을 텐데? 하물며 레이드 팀에서도 보조계를 찾는 편이고요. 다른 보조계에 비해서 공격력 강화가 높은 편인데도요?”

그녀는 C급 괴수를 처음 사냥한다는 말에 여러 가지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아…… 사실 어제 5등급이 되었어요.”

“그렇군요…….”

그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고, 그것을 눈치 챈 신민배가 물었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을 못 드려서요.”

“아니에요. 어차피 보조계들은 버프 외에는 거의 하는 게 없으니까요. 간혹 원거리 무기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공격계도 아닌 보조계가 공격하는 건 도움이 거의 안되거든요. 막상 버프를 자신에게 넣는다고 하지만…… 공격계들이 한 번 공격할 걸, 보조계는 수십 번을 공격해야하니까요.”

그녀의 말이 약간 신경 쓰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했지만 ‘원거리 무기도 없냐?’ 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보조계가 무기도 사용하나요?”

“어머? 모르셨어요? 일정한 팀에 합류하게 되면 눈치 때문이라도 무기를 사용하는 보조계들이 많아요. 그냥 신경 안쓰셔도 되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다소 난감하기까지 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보조계가 근거리 딜을 할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버프만 넣고 한 동안은 가만히 구경만 해야하니…… 원거리 무기를 가지고 다녀야 눈치를 덜 보겠군. 근데…… 지금은 아니니까. 돈을 좀 모은 다음에 생각하자.’

약간의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번만 넘기자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지만, 사실상 과학 병기로도 괴수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못 안겨주는 마당에 활? 석궁? 따위에 버프를 건다고 하더라도 수준이 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외에 방어계인 신규환 역시도 5등급에 해당했다. 그리고 세 명의 공격계들 역시도 5등급이었으며, 나이가 젊은 21살들로 능력자가 된지 벌써 2년째라고 하였다.

치유계인 가인만이 유일한 4등급이었다. 보통 치유계의 경우는 힐을 얼마만큼 넣느냐에 따라서 등급이 정해졌다.

“힘드시죠?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짐꾼을 보며 신민배가 말했지만, 짐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고~! 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어요. 이정도 못하면 짐꾼하지 말아야죠.”

“그런가요…… 저도 짐꾼을 좀 해봐서요.”

“예? 능력자가 짐꾼을 하셨다고요?”

“후후…… 원래 보조계는 먹고 살기 힘들어요. 저도 능력이 겨우 상승해서 지금 이렇게 팀에 들어온거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짐꾼을 자청해서 먹고 살았죠.”

“그랬군요. 그런데 신경 안쓰셔도 되요. 어차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게 저의 현실이라서요.”

짐꾼은 덩치에 맞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짐을 들고 있었다.

‘왠지 그냥 가슴이 찡하네…….’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밖에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기도 했다.

‘지금 내가 누굴 생각하나? 내 꼴도 저랬는데……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이제 내 일만 잘하면 되는거니까.’

가인과 심규환은 앞서 걷고 있었고, 가장 마지막에는 짐꾼이 있었다. 그 중간에 21살들의 동생들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신민배.

“근데 형은 어떻게 여기 팀에 들어온거에요?”

이미 나이까지 다 알고 있는 상태기에 신민배는 편하게 말했다.

“나야 당연히 구직으로 들어왔지. 너희는 아냐?”

“아…… 당연히 저희는 신청을 해서 들어왔죠. 사실 치유계가 두 명일 줄 알았거든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은 잘 모르시겠구나. C급 괴수가 처음이라고 하셨으니. 본래 C급의 경우 탱커의 체력이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치유계 5등급 이상이 힐을 하죠. 근데 이 팀은 아무리 4등급의 치유계가 있다고 하지만 한 명 인 것이 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뭐…… 당연히 돈 때문이겠지만.”

“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미 이쪽 바닥에서 2년을 굴러먹은 능력자들이기 때문에 등급에 해당하는 특성들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형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C급의 괴수도 보조계는 거의 안 불러요. 6인으로 가더라도 치유계 한명이 더 포함이 되는 거죠. 근데 형도 아시겠지만, 치유계는 분배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해요. 치유계 두 명이 오게 되면 50%의 분배를 받아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공격계 3명이 30%를 차지하고, 방어계가 20%를 가지는 거죠. 근데 형은 분배 어떻게 알고 오신거에요?”

“나? 나는 15% 준다고 하던데?”

“헐…… 그렇구나. 보조계가 우리 보다 더 받는군요. 하긴. 그렇게 하면 치유가 더 먹게 되니까 그렇겠죠. 아마도 저 두 사람 서로 썸 타거나 아니면 사귀거나 둘 중 하나일 거에요. 공격계야 워낙 많기 때문에 이런 일로 태클을 걸 사람이 없거든요. 그저 열심히 사냥해서 돈만 받아가면 되니까. 하지만 탱커랑 힐러는 언제나 부딪히는데, 저 두 사람은 그런 게 전혀 없어 보이네요. 아마도 형 때문에 잘 풀린거겠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 두 명이서 55%씩 가지게 된다는 소리다. 이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치유계가 능력자들 중에서는 확실하게 갑의 위치란 것은 알게 되었다.

‘좋겠다. 하긴…… 그동안 보면 팀을 짜는 이들을 보면 거의 다 치유계 아니면 방어계였으니까 말이야.’

신민배는 지금 이 사실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을 생각한다면 만약 앞으로 급수만 더 높아지면 더 좋은 대우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대단한 팀에 들어가서 하루 수익을 더 벌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던 중 앞서 걷던 심규환이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케롭이 보이네요. 버프 먼저 주시겠어요?”

그의 말에 즉각 버프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생명력 강화!”

5명에게 버프를 전부 걸자 길게 한숨이 흘러 나왔다. 마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한 번에 연속으로 버프를 시전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하긴 지금까지 기운을 다 써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 작품 후기 ============================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흑~!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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