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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창회는 아픔을 남기고
울프가 눈에 들어오자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을 치려는 신민배. 바닥의 흙이 그의 손톱 속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아악!!”
손톱으로 파고 든 흙 따위에 의한 고통이 아니었다. 울프가 신민배의 다리를 물어 버린 것이다.
“아악! 아아아아악!”
허리의 통증보다 울프의 거대한 송곳니가 그의 다리에 파고든 고통이 더욱 심했다. 송곳니의 크기만 하더라도 15센티는 족히 될 듯한 크기. 그런 것이 피부로 파고드니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다리를 물고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하자 신민배의 몸이 크게 휘청이기 시작했다. 울프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몸이 휘청일 때마다 바닥에 머리를 박기 일쑤였고,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이, 이렇게 죽는거냐…… 정말 보잘 것 없는 인생이네…….’
자신의 눈앞에 거대한 울프가 있다. 공포스럽기야 하지만, 이미 포기를 해버린 상황에서 울프에 대한 공포심보다, 그동안 살아왔던 한심한 일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크아아앙~!”
울프의 거대한 아가리가 자신을 머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끝이구나…….’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신민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머리가 울프의 입속으로 들어갔다고 하기엔 다소 이상한 음향이었던 것이다.
“깨갱~!”
그와 동시에 울프의 신음 소리가 들렸고 이내 눈을 떠 현실을 목격한 신민배.
자신의 앞에는 한 남자가 거대한 해머와 방패를 들고 서 있었다.
“괜찮아요?”
“아……!”
앞에 서 있던 이는 다름 아닌 그와 팀을 이뤘던 탱커였던 것이다.
스즈즈즈~!
그때 신민배의 몸속으로 따스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움직일 수 있겠어요?”
“네? 아예.”
바로 힐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순간적으로 출혈도 멈추고, 상처도 약간 아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윽!”
하지만 허리의 통증이 남아 있었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치유계 능력자는 신민배에게 당장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힐만 넣어줬을 뿐이다. 지금 당장은 괴수를 담당하고 있는 탱커들에게 힐을 집중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자리 잡고 얼른 울프를 없애버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여러 명의 능력자들이 있었다. 바로 괴수 안전팀이 기적적인 타이밍으로 도착을 했다.
신민배는 아픈 허리의 통증을 뒤로하고 그 즉시 뒤로 물러났다.
괴수 안전팀은 총 20명이 달려와 있었고, 방어계만 해도 5명이나 도착했기 때문에 울프 세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콰쾅!
방어계 다섯 명이 울프 세 마리를 몰아치고 있었고, 공격계들은 쉴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20명의 인원 중 치유계 계열은 단 두 명뿐이었지만, 어려움 없이 힐을 시전하고 있었다.
괴수 안전팀에 의해서 울프는 무리 없이 진압이 가능했고, 사태가 수습이 되자, 공격을 받았던 능력자들의 신체를 옮겼다.
“이미 심장이 멈춘 상태에요. 힐로도 소용이 없네요.”
괴수 처치 이후 죽은 능력자들의 시신을 회수했고, 치유계가 힐을 시전 했지만, 그들은 미동도하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 이게 능력자들의 현실이니까.”
일반인들이 볼 때는 그 무엇보다 뛰어나고 상상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할지라도, 결국 괴수 퇴치는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알기에 괴수에 의해서 능력자가 죽으면 그것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괴수 처리에 있어서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큰 피해가 나는 경우는 말이 달라지지만, 오늘과 같은 일은 불가항력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괴수를 사냥하지만 괴수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서 사냥을 할 때에는 주변을 상당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소규모 괴수 사냥을 할 때에는 주변을 살피는 보초는 없기 때문이다.
“저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괴수 퇴치를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그쪽 분?”
힐러가 가르킨 사람은 신민배였다.
“아까 보니까 허리가 심하게 다치신 것 같은데. 대게 상처나 외상의 경우는 힐로 금방 치유가 가능하지만, 뼈와 관련 된 건 상위 등급의 능력자가 아닌 이상 힘들어요. 병원이라도 가보시는게 좋을거에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괴수 안전팀들은 자신들이 처리한 괴수와 능력자들의 시신을 함께 데리고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것은 팀을 이끌었던 탱커와 공격계 능력자 그리고 신민배까지 세 명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휴…… 뜻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세 마리의 괴수를 잡았으니 그에 대한 정산을 할까 합니다.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이게 현실이니까요.”
괴수를 처리하다가 죽는 능력자의 죽음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금전적인 면에서는 훨씬 이득인 것이다.
“저기 창민씨?”
“예?”
“다름이 아니라…… 양해를 좀 구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양해요? 말씀해보세요.”
탱커는 남은 공격계 한명인 창민에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고 능력자 세 명이 없으니 저희가 서로 나눌 금액은 상당합니다. 그런데 오늘 신민배씨도 고생했고 하니, 100만원 정도 드리고 싶은데요. 어떠세요?”
“예? 100만씩이나요?”
정작 대화를 하고 있는 이들보다 듣고 있는 신민배가 더욱 놀라는 순간이었다.
‘왜? 왜 나에게 100만원을? D급 마력석이 나왔다고 인심 쓰는 건가?’
대체 왜 그 방어계가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죄송해서요. 솔직히 지옥까지도 갔다 왔다고 봐도 되고, 더군다나 병원에가서 제대로 된 검사까지 해봐야 한다니…… 한두푼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희 두명이서 나누는 거니 금액도 꽤나 많을테니까요.”
“음…….”
창민은 잠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공격계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대략 잡아 50만 내외. 100만이면 그 두 배인 금액이었다.
“뭐 좋아요. 그렇게 하죠.”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으셨죠? 신민배씨? 계좌로 입금해드릴게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에? 아, 아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100만이라면 최소한 10일 정도는 몸 편히 쉴 수 있는 금액이니까.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후 방어계는 금액을 계산해서 각자의 계좌로 입금을 할 것이다.
“우선 병원이나 좀 가볼까? 허리가 뻐근하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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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9시에 올려드리려고 했는데 기분이 업 되어서 지금 바로 올립니다.
코멘트가 또 기분이 좋아지면... 또 올려드릴게요.
그렇지 않으면 12시까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