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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괴수 사냥
괴수의 사체는 매입을 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
괴수를 처리하고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미리 팀장이 괴수 매입자들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리고 그들은 빠른 이동수단으로 괴수의 사체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며 감정을 통해서 괴수 값을 지불해주는 시스템이었다.
“티롭스. 현재 매입 시가는 세금 30%를 제외한 80만원입니다. 이 금액 그대로 설지훈씨 계좌에 입금 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다수 팀장들은 자주 연락하는 매매 루트가 정해져 있었다.
괴수의 사체는 매매를 통해서 각기 공정소로 보내진다.
육질과 가죽, 그리고 뼈를 가공하여 식품이나 제련을 통해서 아이템 등을 만드는데 사용이 되어지기 때문에 괴수의 사체는 버릴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하물며 괴수에게서 드물게 나오는 마력석은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
마력석은 미래 에너지로 분류 될 만큼 큰 힘을 지니고 있는데, 괴수에게서 나오는 보통 마력석 하나로 한 개의 시에서 3시간 동안 사용할 전력을 생산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마력석 가공을 통해서 그 가루를 각종 장비에 혼합을 하게 되면 더욱 훌륭한 효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D급 마력석 하나의 가격만해도 500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고, 종류는 D, C, B, A급으로 나뉜다.
가치로 본다면 500만원이면 싸다고 할 수 있지만, 괴수 처리를 하는 능력자들의 인원이 많은 이유와 정부에서 책정한 값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사실 이런 푼 돈 만지자고 능력자들이 3,000만원이라는 게놈 프로젝트의 물약을 투여 받는 것이 아니다.
괴수를 사냥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능력이 상승하면 더욱 강한 괴수를 잡게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돈 단위가 달라지게 되는 것은 물론, 각종 클랜이나 길드. 그리고 능력 상승 여하에 따라서 나라에서 지원과 더불어 등급에 따른 사망 보상금도 올라가는 문제였다.
결국 살아 있으면서 능력이 상승하면 더 많은 재물을 얻을 수 있으며, 죽어서도 보상금으로 인한 가족의 생계는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한 마리 잡고 쫑나네요. 세분께 266,000원씩 입금해드리겠습니다.”
애초에 팀이 정해지고나면 계좌 번호를 팀장에게 알려주게 되어 있었다.
“네…… 뭐 어쩔 수 없죠. 우리야 그렇다치고 팀장님이 좀 고생이시겠네요. 이제 치유계에 소문도 쫙 나버릴터라…….”
치유계의 텃새는 상당히 심하다. 매우 드문 능력자들인 만큼,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좀처럼 사냥하기가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은 아예 사냥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치유계의 반대로 인해서 사냥을 못하고 능력자임에도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능력자들도 꽤나 되었다.
“휴…… 어떻게든 되겠지요. 아무튼 오늘 하루 수고들 하셨습니다. 신민배씨도 수고했어요.”
정산을 끝내고 그들 모두는 산을 내려갔다. 산을 내려가는 도중에 그들은 좀처럼 말이 없었고, 산을 내려오고 돌아가는 길에 신민배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다.
‘이 업계에선 치유계가 갑인건가? 저렇게 싸가지 없게 나오는데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면……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능력자가 되면 떵떵거리고 살줄 알았더니…… 갑 중에서도 탑 오브 더 갑은 치유계였구만…….’
자신이 보조계가 된 것을 한탄하며 지친 눈을 감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잠을 청했다.
그날 김숙자가 올린 글로 인해서 파이오니아 사이트는 온통 설지훈에 대한 비방 글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잘못도 안했는데 설지훈이 모든 잘못을 김숙자에게 돌린 글로 기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치유계를 옹호했고, 그렇게 설지훈은 파이오니아에서 묻혀버린 신세가 되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첫 괴수 사냥 이후 3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럼에도 신민배는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첫날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근육들이 비명을 연신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길…… 진짜 차라리 막노동이라도 뛰는 게 덜 힘들 것 같은데…….”
적응이 안된 몸으로 하루를 자고 일어나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신민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며칠만 더 해볼까? 그래도 최소한 고생하고 돈은 받을 수가 있으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뽀지도 있는 것 같고…….’
뽀지란 일종의 보너스를 말한다.
급수가 높은 괴수를 사냥하고 좋은 마력석이 나오게 되면 짐꾼에게까지 보너스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괴수 사냥을 한 그날 저녁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능력자들의 경우 팀장 할 것 없이 5인 기준으로 방어계 1명은 괴수의 25%를 가지고, 치유계 1명은 35%를 가진다. 그리고 공격계 2인이 30%를 가지고, 보조계 1명이 10%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보조계의 경우 괴수 처치에 불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보조계 대신 공격계를 한 명 더 넣어 40%의 비중을 공격계 3명이 나누게 되는 것이다.
능력자 시대 초창기에는 공격계와 보조계의 반발이 심각했지만, 점차 상황이 평준화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에는 이러한 분배로 정해지고 말았다.
‘억울하면 치유계 되지 그랬냐?’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게 된 것이다.
보통 능력자들은 E~D급의 괴수를 처치하면서 하루에 평균 100만 이상은 벌수가 있다. 물론 100만을 벌고 편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능력자들 역시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좋은 아이템을 장비해야하는 것은 물론, 아이템의 수리비도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수리비가 가장 많이 드는 특성은 바로 방어계였다. 괴수에게 많은 타격을 받다보니, 아이템의 손상이 심했다. 한 번에 한 개의 아이템을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50만에 해당하며, 가격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수리비 역시 높아진다. 그 외 무기를 사용하는 공격계 역시도 방어계만은 못하지만 일정한 수리비를 지출하게 되는데, 바로 무기의 내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격계들의 경우 마력석을 가공해서 만든 무기를 지니게 되는데, 계속해서 사용하다보면 무기의 능력이 떨어지게 때문에, 한 번씩 수리를 해줘서 본래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돈이 안드는 직업군이 바로 치유계인데, 치유계는 필요에 따라서는 방어구를 딱히 구비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치유계에 맞는 무기 종류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하루 벌어서 그 돈이 나갈 곳이 없는 치유계는 온전히 괴수 처리 비용을 모을 수가 있으며, 가장 경제능력이 좋은 능력자 중 하나인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신민배는 몸이 아프다고해서 쉽게 머리를 대고 누워 쉴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끄응…… 벌어야 먹고 살지…… 찾아보기나 해보자…….”
자리에서 힘겹게 파이오니아 사이트에 들어갔다. 여전히 보조계를 구하는 제목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음…… 또다시 짐꾼으로 가야하는건가?”
사실상 그는 일반적인 짐꾼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기에, 짐꾼 겸으로 가게 된다면 대다수의 이들은 신민배를 고용할지도 모른다.
“힘들더라도 당분간은 짐꾼 형국인…… 아니지, 어쩌면 평생 짐꾼 노릇을 할지도……?”
능력이 상승하지 않는 이상 평생 짐꾼 노릇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능력자들은 어떻게 해서 강해지는 걸까? 꾸준한 노력? 아니면 괴수 퇴치의 경험?”
그는 강해지고 싶었다. 남들처럼 튼튼한 몸도 가지고 싶었고, 공격계처럼 화려한 능력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보조계라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조금 더 나은 보조계로써 당당하게 괴수 처치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모르겠다…… 우선 일이나 알아보자.”
파이오니아를 전전긍긍하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 달 동안 그가 괴수 처치에 동원 된 적은 단 열 번. 한 달에 반도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번 돈은 생활비로 거의 다 쓸 정도였으며, 근육통으로 인해서 파스 값만 거의 절반 이상이 들었다고 보면 된다.
“젠장…….”
자신의 어깨와 등에 힘겹게 파스를 붙이면서, 신민배는 자신도 모르게 억울함에 눈물이 흘러나오려고 했다.
‘왜…… 대체 왜…….’
자신에 대한 한탄.
왜 이렇게까지 살아가고 있으며, 왜 자신은 이런 존재 밖에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밀려왔다.
차라리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막노동을 해도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엄연히 능력자라는 딱지가 붙은 상황에서 그런 마음가짐조차도 쉽지가 않았다.
한 달 내내 짐꾼 노릇을 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절박함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그때, 눈을 떠고 보니 능력자의 밑바닥을 다시 기고 있었다.
‘제발…… 제발…….’
자신의 능력이 상승되길 바라는 절박함이 아니라, 지금의 이 같은 인생을 타계할 수 있는 절박함이었다.
뷩비링뷩뷩뷩~!
약간의 눈물이 고여 있을 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지?’
처음 보는 번호를 보며, 혹시 모를 기대감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민폐냐?
“민배입니다. 누구시죠?”
다짜고짜 장난식의 말투에 짜증이 솟구쳤다.
-나야 인마. 창식이.
“창식이? 너 번호 또 바꿨어?”
고창식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신민배의 얼마 없는 친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신민배의 성격상 친구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들 역시도 연락을 하거나, 자주 만나는 입장들은 아니었다. 서로가 삶을 영위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됐다. 급하게 화장실 들어가서 바지 내렸는데, 뒷주머니에 스마트폰 넣어둔 걸 깜빡했지 뭐냐. 오물 묻은 그걸 계속 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그래서 그냥 번호도 같이 바꿔버린거지.
“그랬어? 그런데 어쩐 일이야?”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이미 8개월 전이다. 그렇다보니 상당히 오래 되었고, 8개월만에 전화한 그의 의중이 궁금하기도 했다.
-뭐 다른 건 아니고. 동창회 때문에 연락 했지.
“동창회? 나 그런 거 안나가는거 너도 알잖아?”
-에이. 그러지 말고 이번에는 좀 나와라. 애들이랑 같이 뭉쳐야지. 너 애들 안본지도 오래 됐잖아? 뭐 나도 그렇지만 말이야. 아참! 너 능력자 되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
“어? 그걸 어떻게 안거야?”
능력자가 된 후, 그 사실을 모두에게 숨겼었다. 보조계라는 것이 자랑도 아닐뿐더러, 알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 동창들은 대다수 알걸? 그러니 이번에 나와서 얼굴이라도 좀 비춰봐. 응? 부탁하자. 네 얼굴도 좀 보고. 얼굴 잊어 먹겠다. 인마.
“음…… 좀 바쁜데…….”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하루만 나가볼까?’
친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신민배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개인적으로 인맥들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괴수 사냥이야 그저 짐꾼 역할을 하다보니 다른 이들이 좋은 의도로 말을 걸어주는 것도 아니었으며, 단순 짐꾼으로 밖에 보지 않는 것도 현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속이 탔다. 삶이 힘드니 그동안 좋은 기억들 속에 있던 사람들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 알았어. 나가도록할게.”
-잘 생각했어. 오늘 저녁 7시에 홍대 로타리에서 만나는 걸로 하자. 회비는 각자 5만원씩이다.
“그래. 그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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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두편 올립니다.
반응 보고 더 올려드릴게요... 반응이 없을 듯 하지만....